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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ES & WONDERS ::

2013 Vacheron Constantin

소고

조회 5620·댓글 56

 SIHH 2013 예거 르쿨트르 게시물에 댓글이 50개가 넘으면, 스와치 문화센터인 Cite du temps와 GTE(Geneva Time Exhibition), 그리고 비엔나 시계박물관 이야기를 올린다고 공약했었는데 이렇게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을 줄 몰라서 얼떨떨 합니다. (사실은 브랜드 후광을 좀 받았죠) 원래 글쟁이는 글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이 제일 좋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평소 글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 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공감해주시고, 함께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가.. 하는 기분까지 더해져서 날아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함부로 날고 있지도 못하고 있는것이, 저도 7시에 눈을 떠서 출근을 하는 곳이 있고, 그로부터 열 두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퇴근을 허락하는 곳인지라 후딱후딱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임포럼 동호인으로서, 지연에 대한 심심한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도 메인 브랜드 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입니다. 절도있게 깎아내린 소드 핸즈와 오너를 듬직하게 보좌하는 말테 크로스의 브랜드. Big 5 중 순수 미술(Pure art)과 가장 가까이 있는 브랜드 입니다. 개인적으론 바쉐론 콘스탄틴이 한국인의 고매한 정신과 가장 정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이 얘기는 다른 좋은 기회가 있을 때 풀어나가도록 하기로 기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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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향(?)에 따라 여성시계부터 시작합니다. 2013 메티에 디 아트 플로리레쥬(Metier d'art Florilege)

왼쪽부터 화이트 릴리(White Lily), 퀸(Queen), 차이나 리모도론(China Limodoron)


 사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부스는 상대적으로 심심했습니다. 저 같은 덕후들이 물고 늘어지고픈 떡밥은 별로 없었고, 다이얼 바리에이션 위주에 여성시계 라인업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쥬얼리 칼럼니스트나 미술에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올해는 더 열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목, 팔 그리고 다리까지 척 봐도 쥬얼리 칼럼니스트 같은 외모를 한 여성분이 "오우 페뷸러스(Fabulous)!!"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고, 저는 그 여성분의 사진을 찍었는데 없어졌.. 전체적으로도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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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위의 플라워 트리오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Metiers  d'art) 라인업 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와 함께 시계 다이얼의 예술성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시계들입니다.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순간을 추억하는 동물입니다. 메티에 다르의 라인업은 인간의 인생과 아름다움에 대해 탐구하며, 시계의 다이얼을 통해 이를 표현하려는 듯 합니다. 올해는 로버트 존 손턴의 작품인 <꽃의 신전(The temple of flora)>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식물이 주는 평온함과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움에 대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해석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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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을 받으면 영롱한 빛깔과 각 영역마다 고유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에나멜이 보입니다. 그 위로 보드랍게 떨어지는 핸즈의 각선미가 예술입니다. 처음 저 다이얼을 봤을 때, 저는 같은 에나멜이고 색깔만 다를 뿐인데 어떻게 저런 패턴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색을 다시 칠하나 했었죠. 정답을 알면 생각보다 그 원리가 어렵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다이얼을 만들고, 색을 칠해서 그랑 퓌 에나멜을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엔진 터너, 쥬얼러 그리고 에나멜러가 모두 필요한 일로, 인력으로는 가장 많은 손이 가고, 시간으로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이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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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과정입니다. 이렇게 다이얼에 인그레이빙을 하면서 각 꽃잎과 줄기의 질감이나 표면을 미리 표현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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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다이얼 위로 금 실로 꽃잎마다 고유의 영역을 설정합니다. 이게 수영장 풀 같아서, 이 영역 위에 채색을 하면, 에나멜이 투명해지면서 질감이 살아나는 것이죠. 에나멜 도료 특유의 영롱함으로 그 바닥까지 비치는 원리를 이용한 것 입니다. 수영장 바닥의 모자이크 표면을 수면 밖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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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채색을 하고 섭씨 800도 정도 되는 화덕에서 투명함과 색이 나올 때까지 굽기를 반복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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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와조네(cloisonne) 기법의 플로리레쥬 컬렉션이 됩니다. 플로리레쥬는 각 다이얼당 30점씩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됩니다. 에나멜은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하기 정말 어려운 소재인 듯 합니다. 실제로 보면 또 감흥이 다르거든요. 마치 싱가폴의 마리나 샌즈 베이 수영장을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가서 눈에 담는 것과의 차이라 하면 공감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표면 아래로 빛이 투과하는 연속적인 과정을 셔터로 담아낸다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쉽사리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에나멜 다이얼의 매력을 직접 체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이 시계가 아니더라도, 투과하는 빛이 표면에서 난반사로 이뤄내는 아름다움은 한 번쯤 두고 볼만한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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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리모니 컨템퍼러리 레이디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브레이슬릿을 정말 잘 짜내는 브랜드입니다. 사진만으로도 전해지는 질감이 보기 좋습니다. 곱게 떨어지는 라인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곡선이 마치 실크를 연상시킵니다. 남성용 브레이슬릿도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죠. 꿀발라놓은 브레이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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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은 아니고, 오버시즈 라인업의 브레이슬릿입니다. 남성적이면서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브레이슬릿입니다. 게다가 각 링크 사이의 모양은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했죠. 말테크로스는 뭔가 보기만 해도 듬직해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말테 크로스가 가지고 있는 수호와 역사적 상징 때문일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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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나온 페트리모니 레이디입니다. 부티크 한정판이죠. 스트랩은 사진보다 밝은 갈색인데요, 실제로 보면 캬라멜 색깔과 비슷합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색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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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모니 컨템퍼러리 라인의 모델입니다. 이 역시 신형이랄 것 까진 없지만, 여성용인데 한번 실어봤습니다. 남성용은 핸즈가 플레인인데... 여성용은 소드핸즈에요. (왠지 부럽) 부띡 한정판은 아닌걸로 알고있는데, 캬라멜 스트랩을 이용해서 기존 패트리모니의 분위기를 살짝 전환해보려 하는 모델입니다. 남성용 모델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곳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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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모니 트래디셔널 라인업 역시 다이얼 바리에이션을 시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다이얼 색깔과 라인업이 만났습니다. 날카로운 소드 핸즈와 말테 크로스, 그리고 그레이 다이얼이 만들어내는 조화 좀 보세요.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케이스는 플래티넘입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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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스몰세컨즈가 없는 페트리모니 트레디셔널 오토메틱 모델도 나왔습니다. 스몰세컨즈가 없어도 예쁩니다. 보통 '트래디셔널' 하면 탑골간지(탑골공원 노인 시계)라는 별명이 따라붙곤 했었는데, 바쉐론 콘스탄틴은 '탑골'을 '완숙미'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사랑해요 트래디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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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먼트의 곡선이 또 멋집니다. 자동감기 장치와 무브먼트 플레이트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붙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스위스 특유의 브릿지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용두까지 연결되는 스탬(stem)이 보인다는게 좀 아쉽긴 합니다만, 그건 또 로터의 디자인으로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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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면은 또 이렇게 얇습니다. 제가 딱 좋아하는 두께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톰한 느낌. 두툼하지도, 그렇다고 얇상하지도 않습니다. 시계를 위한 코디가 어려워서 그렇지, 수트를 전투복으로 입어야 하는 직장인에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째 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했는데 벌써 끝나버렸습니다. 올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다이얼 변화가 거의 전부였을 뿐더러, 그 변화한 다이얼도 제대로 전시를 해놓고 있지 않은 탓에 실물로 보지 못한 모델들이 많았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남성용 시계도 예뻤고, 여성용 시계도 예뻐서 좋았는데,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해 여성용 라인업을 대폭 보강하는 바람에 살짝 김이 빠진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트래디셔널의 다이얼 변화와 오버시즈, 컨템퍼러리 라인업이 더욱 화려해졌기 때문에 새로운 다이얼들이 국내로 상륙하는 날, 다시 한 번 리뷰나 저널로서 아름다움을 전해드릴 수 있을 기회가 생길 것 같습니다. 뭔가 제대로 끝나지 않고 '툭' 끊어진 느낌을 드리게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도 할 말이 많았는데.. 찍을 사진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보수적인 동네를 사랑하지만 또 그렇게까지 보수적이진 않은 소고라 그런걸까요?

아무튼 앞으로 소개해드릴 몽블랑(Montblanc)과 반클리프&아펠(Van Cleef & Arpels)그리고 랄프 로렌(Ralph Lauren)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