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밀 RM 50-01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로터스 F1팀 로메인 그로장
리차드 밀의 세 번째 리뷰는 RM 50-01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로터스 F1팀 로메인 그로장입니다. 이름이 다소 긴데요. 리차드 밀은 2013년부터 F1의 로터스 F1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펠리페 마사를 통해 F1에서 자신의 시계를 알렸으나 펠리페 마사가 사고 이후, 기량하락이 지속되었고 리차드 밀과 펠리페 마사의 개인적인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에디션이었기 때문에 F1팀과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본격적인 진출을 희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리차드 밀이 레이스 매니아인 점도 크게 작용했을 텐데요. 라인업에서 크로노그래프나 스플릿세컨드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페라리 시절 장 토드. 이후 FIA 회장 취임
RM 36-01 투르비용 컴페티션 G-센서 세바스찬 뢰브
RM 50-01은 투르비용과 크로노그래프 그리고 중력가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G-센서를 결합한 모델입니다. 레이스 매니아인 리차드 밀로서는 현재까지 나온 모델 중 가장 궁극의 레이스 워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크로노그래프를 이용한 시간 계측, 급가속과 급제동, 급선회로 F1 레이서가 온몸으로 받아내는 중력가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G-센서는 F1 관람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이 G-센서는 RM 036 장 토드로 첫 선을 보인 바 있습니다. 장 토드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회장으로 기계식 G-센서가 필요한(?) 인물인 만큼 그를 위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냅니다. G-센서는 RM 50-01과 회전이 가능한 RM 36-01 투르비용 컴페티션 G-센서 세바스찬 뢰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RM 50-01에서는 12시 방향 부채꼴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투명 다이얼을 절개하여 자동차 계기반의 게이지를 180도 뒤집어 놓은 형태와도 비슷합니다. 중력가속도의 크기를 가리키는 바늘은 노란색을 기본으로 바늘 가운데에 검정색 바를 반복적으로 올린 차단바 같은 색상으로 시선을 끌어 볼거리가 많은 RM 50-01에서도 집중도가 높습니다. G-센서의 왼쪽 일부 구간은 초록색, 그 옆은 주황색, 나머지는 빨간색이고 끝 부분에 ‘6’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F1 레이스가 시합 도중 받게 되는 최대 중력가속도는 5라고 알려져 있고, 만약 바늘이 끝을 향하고 있다면 엄청난 중력가속도를 경험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아마도 주황색 정도면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수준이 아닐까 싶군요. RM 50-01을 착용한 상태에서 G-센서의 바늘은 그다지 움직일 기미가 없습니다. 작동하는 지를 보기 위해 팔을 힘껏 뻗었더니 바늘이 빨간색 눈금의 끝에 가까운 곳을 가리킵니다. 5G나 6G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감이 옵니다. G-센서는 바늘이 움직인 이후에는 케이스 2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눌러 리셋할 수 있으며, 크로노그래프의 푸시 버튼을 누르는 감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G-센서의 푸시 버튼의 등장으로 크로노그래프의 푸시 버튼은 자리를 옮겨, 8시와 10시 방향에 위치하게 됩니다. 푸시 버튼은 180도 회전을 했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8시 방향이 스타트, 스톱, 10시 방향이 리셋 버튼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나 감촉은 경쾌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푸시 버튼을 누르는 동작에서 큰 힘이 필요하지 않는 만큼, 빠른 작동이 가능합니다. F1 같은 0.001초를 다투는 스포츠에서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로 측정을 한다면 이러한 빠른 작동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물론 기계식의 태생적 한계는 극복하기 어렵지만요) 리차드 밀 특유의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다이얼 때문 구성은 크로노그래프의 카운터가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9시 방향에 30분 카운터가 위치히며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한 바퀴 돌 때마다 한 눈금씩 전진하게 됩니다. 다이얼 바깥쪽, 일반적으로 플린지라고 지칭하는 경사구간은 각도를 달리해 영역을 나누며, 초 단위 인덱스와 그 위쪽으로는 타키미터를 그려 놓았습니다. 특유의 토노 케이스를 따라 배치되어 있는 만큼 읽는 시간이 좀 더 소요되나 레이스를 테마로 삼는 시계로서는 필수적인 요소를 빠짐없이 잘 갖추고 있습니다.
투르비용이 F1과 같은 과격한 스포츠에서도 문제 없다는 사실은 RM 056 펠리페 마사 에디션이나 F1과는 다르지만 순간 임팩트가 엄청난 RM 27-01(과거 리뷰 -> https://www.timeforum.co.kr/9473895)나 부바 왓슨의 RM 38-01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리차드 밀은 파트너 들에게 시합 중에 실제로 시계를 착용할 것을 의무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내충격성에 관한 신뢰도가 큰데요. RM 50-01은 수동의 투르비용을 기반으로 하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칼리버 RM 50-01을 탑재합니다. 베이스 플레이트는 여느 리차드 밀과 다름없이 티타늄 합금인 그레이드5 티타늄, 브리지 역시 플레이트와 동일한 소재이며 투르비용이나 G-센서의 브리지, 크로노그래프 부품에 전기도금처리해 금색을 내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합니다. 케이스 백을 보면 색을 달리하는 부품들로 상당히 멋진데요. 소재를 완벽하게 색을 구분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주로 구동 부품과 고정된 부품을 나누어 놓았습니다. 로터스F1팀의 컬러를 다이얼과 무브먼트에 드러내기 위한 요소이며, 모든 부품은 핸드 피니시에 의해 완성됩니다. 이전 리뷰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브리지의 형태나 스켈레톤 구성에 의해 대단히 현대적이며 혹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이나 무브먼트 자체는 클래식하며 이것은 리차드 밀 스스로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철학은 기계식 시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며, 그 덕분에 리차드 밀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전투기 제트엔진의 후미를 닮은 크라운은 빨간색 러버링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지름이 큰 크라운은 조작성이 좋은 편입니다. 다만 기능 전환을 위해서 크라운을 당기기가 어렵습니다. 약간 빡빡한 편이군요. 크라운을 당기지 않은 상태, 즉 일반적으로 크라운 포지션 0에서 어떤 조작도 되지 않습니다. 다이얼 3시와 4시 사이의 펑션 인디케이터는 뉴트럴의 N을 가리키죠. 크라운을 한 칸 당기면 이것이 와인딩의 W를 가리키며 수동으로 감을 수 있게 됩니다. 크라운을 돌릴 때의 느낌은 ‘따다닥’ 가볍게 걸리는 느낌과 함께 가볍게 와인딩이 되며 풀 와인딩이 되면 약 7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가집니다. 한 칸을 더 당기면 펑션 인디케이터가 핸드세팅의 H를 가리키며 시간 조정이 가능해 집니다. 바늘을 움직이는 느낌은 즉각적이며 정확합니다. 크라운을 누르면 펑션 인디케이터가 다시 N을 가리키는 뉴트럴 상태가 되어 오동작을 방지하게 됩니다. RM 50-01을 비롯 리차드 밀의 모델에서는 과잉 와인딩을 방지하는 토크 리미트 크라운이 기본으로 무브먼트의 손상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NTPT 카본 성형 공정
G-센서와 함께 RM 50-01에서 특기할 것은 케이스입니다. NTPT 카본, North Thin Ply Technology사가 개발한 카본 제조기법으로 만든 카본 소재로 시계 업계에서는 처음 사용됩니다. 카본인 만큼 가볍고 특히 NTPT의 경우, 위 성형 방법을 보면 아시겠지만 45도씩 각도를 바꿔가며 카본 파이버를 분해한 섬유로 만든 얇은 레이어를 겹친 뒤 압력을 가하고 열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레이어 간 밀착력이 강하고, 각도를 바꿔가며 겹치기 때문에 어떤 방향의 힘에도 강한 성질을 지닙니다. 원래 NTPT 카본은 레이싱 요트의 소재로 채용되었다가 그 장점을 착안해 F1, 경량 항공기, 우주 분야로 확대 사용됩니다. F1과 강한 연결고리를 지닌 리차드 밀인 만큼 NTPT 카본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경량 소재를 사용하며 이어온 전통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이번에 선을 보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NTPT 카본의 특성은 이런 물리적인 부분 이외에 특유의 패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무의 단면을 떠올리는 표면 패턴과 더불어 같은 패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제품 하나하나가 유니크하죠. 리뷰 모델의 경우 측면에서 보면 케이스 전체가 NTPT 카본으로 마치 헤어라인 피니시를 한 듯한 결이 들어나는데 이것은 NTPT 카본의 공정에서 나타나는 형태로 보입니다. (미들 케이스가 로즈 골드로 된 모델도 홈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상으로 RM 50-01을 봤을 때 솔직히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실물은 정반대입니다. 카본의 태생 자체가 고급과 거리가 멀지만 NTPT 카본은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며 대단히 가볍습니다. 스트랩은 케이스와 자연스러운 연장선을 그리는 형태로 로터스 F1의 팀 컬러로 사용하는 빨간색이며 손목을 감싸는 느낌이 좋습니다.
리뷰를 통해 세 번째로 접하는 리차드 밀이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새롭습니다. 또한 초경량의 다양한 접근과 이를 위한 새로운 소재의 발굴과 개발이라는 일관성을 읽을 수 있는 모델이었고 G-센서라는 새로운 장난감도 재미있습니다. 리뷰의 RM 50-01은 30개 생산되며 컬러 베리에이션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량의 모델을 생산 후 단종을 시키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움을 보여주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부담감이 있으리라 생각했고 리차드 밀 자신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걱정도 되지만 그보다도 기대가 더 큰 것이 사실인데요.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모델이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할지 SIHH 2015가 기다려집니다. 리차드 밀의 인터뷰 -> https://www.timeforum.co.kr/11861144
촬영 : 2nd Round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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