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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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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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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


2000년을 기점을 가장 많은 하이라이트를 받은 메이커를 꼽으라면 리차드 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투르비용, 패러슈트 쇼크 업저버, 기요세 같은 수많은 발명품으로 시계 역사를 200년 앞당겼다고 평가 받는다면, 리차드 밀은 기계식 시계의 한계에는 끝이 없다고 증명한 인물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리차드 밀은 주얼리와 워치 브랜드 모브셍의 CEO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설립합니다. 밀은 스스로를 워치 컨셉터라고 자처했는데, 밀이 워치 컨셉터라는 말을 꺼내기 전까지 시계 분야에서는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직업이었을 겁니다. 말 그대로 시계의 컨셉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제품 생산의 가능성에서 시작해 다각도에서 접근하여 판단 내려야 하는 엔지니어와 달리 컨셉을 던지면 이를 실행해 주었던 그의 파트너들과 제품의 실현과 완성도를 위해서는 제조 비용은 그 다음 문제로 생각했던 저돌적인 추진력이 성공의 요인 중 하나였지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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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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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012


리차드 밀은 그가 모브생의 CEO를 그만 둘 무렵 프라이빗 라벨의 시계와 스페셜 피스를 제조하는 발진(Valgine)의 도미니크 게나(Dominique Guenat)와 오로메트리라는 공방을 설립하기로 합의하는데 이것은 현재 리차드 밀의 생산기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초기 리차드 밀은 리차드 밀 브랜드의 설립을 부추겼던(?) 오데마 피게의 오데마 피게 르노에 파피(APRP)와 파르미지아니 산하의 보우셔, 모듈 메이커 소프로드와 뒤보아 듀프라 등이 무브먼트를 공급했습니다. 현재에도 이들과 협력을 하고 있을 터이나 오로메트리의 비중이 좀 더 높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리차드 밀은 첫 모델은 APRP의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탑재한 RM001이었는데 인체공학적인 커벡스 토노 케이스에 다이얼의 개념을 제거하고 블랙코팅을 한 플레이트를 그대로 노출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당시로서는 새로운 기능인 토크 인디케이터(이것은 로얄 오크 컨셉트에 먼저 적용된 바 있습니다)같은 요소를 잘 버무려내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엔트리 모델도 그다지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RM005 같은 모델은 사용자의 착용 습관, 예를 들면 활동적이지 않은 사무직에는 적은 움직임에도 높은 와인딩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가변 관성 모멘텀 로터를 사용한다거나 RM007처럼 로터에 골드 마이크로 볼을 넣어 로터의 회전력을 상승시키는 새로운 기능을 넣었습니다. 2005년 초경량인 AluSiC(알루미늄, 실리콘, 카본 합금. 인공위성 등의 소재) 케이스를 사용하면서 신소재와 그리고 전통 무브먼트의 전형를 탈피한 구조적인 부분에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더니 이 후 RM012처럼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 대신 피녹스(Phynox, 코발트 베이스의 합금으로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 튜브를 사용해 마치 구조물이나 조형물 같은 완전히 새로운 모양의 무브먼트를 선보입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았는데 앞서의 전통적인 플레이트의 형태와 역할 그리고 스켈레톤 워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첫 모델을 발표한 뒤로부터 불과 몇 년밖에 흐르지 않은 동안의 행보지만 그 임팩트는 시계사 100년을 빠른 속도로 재생한 필름을 보는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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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나달과 RM27-01


RM001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에도 첫 등장처럼 리차드 밀은 강렬한데요. 처음과 같은 혁신성에 확연해진 테마성에 기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리뷰의 모델은 RM27-01 라파엘 나달로 경량을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리차드 밀은 여느 시계 메이커의 앰버서더를 패밀리라고 부르는데 라파엘 나달, 요한 블레이크, 펠리페 마사 등의 앰버서더는 리차드 밀과 계약관계에 있겠지만 딱딱한 사무적인 관계라기 보다 리차드 밀과 인간적인 교류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고 결정적으로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할 때 리차드 밀의 시계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기계식 시계를 시속 200km가 넘는 서브를 날리는 남자 테니스 선수가, 단거리 육상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의 한 명이, 5G의 중력가속도를 받는 F1의 레이서가 차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리뷰의 RM27-01 라파엘 나달은 리차드 밀이 국내 오픈을 하며 이에 맞춰 방한한 모델로 타임포럼이 신속함을 앞세워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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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의 모델은 RM27-01이외에 다른 모델 RM035 같은 것도 있는데요. 계보상으로 보면 RM27-01의 이전 모델은 2010년의 RM027로 베이스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전 모델을 강화한 모델을 RM27-01, -02, -03 하는 식으로 넘버링이 하며 경량화에 포인트를 두고 있는 나달 시리즈인 만큼 RM027보다 무게에서 좀 더 진화를 이룬 모델입니다. RM027의 무게는 스트랩 포함 고작 20g, RM27-01은 스트랩 포함 19g의 무게입니다. 100g에서 99g으로 줄었다면 큰 감흥이 없지만 20에서 19g이 되었다는 사실은 울트라 슬림 워치에서 1mm가 줄어든 것 정도의 감량입니다. 단지 19g의 시계가 7억대의 금액이라니 인생무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제조비용의 상당부분은 경량화에 쓰여졌을 것입니다. 실제로 시계를 들어보거나 착용해보면 시계의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울트라 슬림 워치만 해도 착용하고 있으면서 시계를 차고 있지 않다거나 시계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이 정도의 무게라면 아마 더 심한 착각을 하더라도 무리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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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나노 큐브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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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의 비결은 RM027에서부터 사용한 카본 나노 튜브 소재를 합성한 케이스가 그 하나입니다. 카본 나노 튜브가 무엇인가 찾아봤더니 육각형 모양의 구조가 튜브 모양을 이루는 탄소 결정으로 두께는 0.450nm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1nm가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이라고 하니 인간의 눈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것의 성질 덕분에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시계의 케이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무게 대비 엄청나게 뛰어난 강도가 장점입니다. 강철의 100배에 해당하는 강도로 우리 생활에서는 초고가 자전거 천국인 덕분에 그나마 자전거의 프레임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로켓이나 F1 머신 샤시처럼 비일상적인 것에 사용됩니다. 실제의 질감은 마치 돌 같기도 합니다. 회색의 표면을 만져보면 그 느낌이 독특한데요. 금속의 느낌은 분명 아닌데 단단함은 금속에 비견됩니다. 플라스틱이라고 하기에는 가공 수준이 정교하며 샤프한 느낌인데요. 지구상의 물질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케이스는 벨크로로 탈부착되는 스트랩과 연결되는데 이것은 나달이 실제로 사용하며 시행착오를 얻어 낸 것으로 그의 플레이 중에도 시계가 풀리지 않는 다고 합니다. (7억 시계의 벨크로라니 벨크로는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나달이 리차드 밀과 만나RM027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하며 적지 않은 시계가 파괴되었다고 하는데, 오른손잡이였지만 왼손잡이으로 바꾼 나달이 오른손에 시계를 차고 플레이 한다지만 세계 정상의 테니스 선수가 연습시에 휘두르는 라켓의 중력 가속도와 임팩트의 충격이 엄청나리라는 것은 쉽게 상당히 갑니다. 시계 매장에서 시계를 사면 세일즈 스탭이 운동시에는 착용하지 말라며 특히 골프 같은 강한 임팩트를 받는 운동에서는 꼭 시계를 풀라는 당부가 무색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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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27-01로 넘어오면서 무브먼트를 고정하는 방식이 변경되는데 두께 0.35mm의 와이어와 텐셔너를 이용하게 됩니다. 이 변화된 방식도 충격 흡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잠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은 이 모델이 투르비용이라는 점인데요. 리튬 베이스에 알루미늄, 마그네슘, 지르코룸 등의 합금인 ‘LITAL’에 티타늄을 사용해 무게 3.5g에 불과한 무브먼트도 공헌하고 있습니다. ‘LITAL’ 역시 에어버스 A380, 인공위성, 로켓, F1머신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입니다. 다른 투르비용 모델에서는 브릿지를 V자 형태로 만들어 케이지에 걸리는 충격을 흡수한다고 하는데 이 무브먼트에서도 적용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라스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인 그릴라미드 TR-90으로 선글라스의 렌즈 등으로 사용됩니다. 충분한 투명도를 얻을 수 있으면서 가볍고 내충격성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소재입니다. 여기까지 본다면 RM27-01이 충격에 대한 해법으로 경량화를 꾀했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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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무브먼트에 최첨단 소재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무브먼트의 구조적인 부분은 의외로(?) 전통적입니다. 싱글 배럴을 사용한 45시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투르비용인데요. 배럴에서 기어 트레인을 따라 투르비용 케이지로 이르는 부분은 정석적입니다. 파트의 가공은 수작업으로 이뤄졌고 기어 같은 부품에 표면처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걷어내고 본다면 수동 투르비용의 기본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플레이트를 제외하면 부품이 소재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요즘 같으면 밸런스 휠은 당연히 스무스 밸런스겠지만 놀랍게도 고전적인 웨이트를 달았습니다. 첨단 소재에 웨이트 밸런스 휠이라니 묘하죠. 하지만 이것이 기계식 시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한가지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부가기능이 없는 타임 온리인 만큼 크라운 포지션은 단순합니다. 케이스와 같은 소재인 크라운은 소재가 다소 미끄럽기 때문에 러버를 둘렀고 큼직한 크라운 덕분에 와인딩은 수월합니다. 크라운을 감아보면 클릭이 마찰하는 소리인 듯 따다닥하며 와인딩 됩니다. 와인딩 감각은 경쾌한 편이었고 포지션을 바꿔 시간을 조정해 보면 시간 조정도 경쾌합니다. 원하는 시간을 쉽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만 조작 시에는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습니다. 케이스 백이 시스루가 아니고 다이얼에서도 충분히 무브먼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케이스 백에는 리차드 밀의 브랜드 명과 모델 명 같은 정보가 각인되어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다른 모델이라면 기능의 복잡함으로 앞서나간 것도 있지만 RM27-01은 그에 포인트를 맞춘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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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조금 유심히 보셨다면 무브먼트에 사용되는 오각별의 독특한 형태의 스크류, 케이스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리차드 밀 특유의 스크류가 기억나실 겁니다. 이것은리차드 밀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단면입니다. 남들이 사용하는 규격화된 스크류나 적어도 일자 드라이버로 풀 수 있는 스크류를 사용한다면 비용이나 제조에서 수월 할 테죠. 하지만 자신들만 사용하는 스크류와 그것을 풀고 조이기 위한 전용툴을 제작한다는 사실은 밀이 남들과 같은 시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것은 고스란히 제조비용에 포함되어 엔트리 모델 하나가 어지간한 하이엔드 메이커의 퍼페츄얼 캘린더나 수동 크로노그래프에 필적하는 가격이 됩니다. 그럼에도 리차드 밀의 시계가 팔린다는 것은 그의 시계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혹자는 리차드 밀을 시계업계의 F1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소재, 메커니즘의 최첨단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F1의 압도적인 스피드를 경험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리차드 밀은 시계업계의 F1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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