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노(Eno)입니당.^^
며칠 전 저는 세이코의 시계 제작 10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인 SARX011을 득템했는데요. https://www.timeforum.co.kr/6634398
그런데 포스팅을 하고 나서 문득 든 생뚱 맞은 생각이, 세이코의 이번 한정판이 왠지 또 노모스의 루드빅(Ludwig)을 연상시키는 게 아니겠습니까...ㅋㅋㅋ
일전에 아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매틱 10주년 애니버서리 한정판 관련해서도 포스팅을 한바 있지만,
세이코 한정판의 가늘고 얄쌍하게 빠진 로만인덱스 폰트 형태는 사실 랑에의 랑에매틱 한정판보다는
노모스의 루드빅의 그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노모스의 폰트는 고딕에 가깝게 끝이 깔끔하게 절단된(?) 로만인덱스라는 차이가 있지만요.
더불어 프린트 방식도 노모스는 2, 4, 6, 10, 12 순으로 띄엄띄엄 프린트된 점도 다르겠지만요...
적어도 다이얼 면에선 크로노스위스 오레아가 그나마 랑에매틱 한정판과 젤 닮은 듯....ㅋㅋ 흠... 언제봐도 넌 이쁘구낭...^^
애니웨이...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모처럼 또 독일 노모스 포럼을 잠깐 서칭했는데(물론 번역기 돌려서요. ㅋㅋ)
노모스 포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발터 팔츠(Walther pfalz)라는 한 회원이 자신의 루드빅 제품을 다음과 같이 커스텀한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정말이지 감쪽 같지요? 전 이 사진을 처음 보곤 내가 모르는 루드빅 한정판 모델이 나왔나? 싶었답니다. 여러분들도 함 보세요. 속을만 하잖아요...^^
발터 씨의 해당 사진 및 포스팅 주소 링크 걸면 다음과 같습니다. http://nomos.siteboard.org/f37t3967-hier-ist-sie-nun-ludwig-s-rote-xii.html
이분은 이어 루드빅 오토매틱(Ludwig Datum) 모델에도 똑같은 작업을 했습니다.
본문은 자세히 읽진 않아서 우측 오토매틱 모델이 본인 소장 제품인지, 아니면 해당 커스텀을 의뢰한 다른 회원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이렇게 12시 인덱스 XII를 레드(빨간색의 독일어 Rote)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얇디 얇은 세모 붓 같은 걸로 일일이 손으로 덧칠을 한 건지, 아님 정밀한 기계로 찍은 건지 여부도 쉽게 파악이 안 되나, 암튼 해냈다는 거...ㅋㅋ
이 같은 작업에 독일 노모스 포럼 회원들의 반응도 대체로 신기하다, 잘했다, 솜씨 좋다는 반응입니다.
사실 노모스는 지난해 초에 이미 12시 레드 포인트가 들어가는 전통적 마린 크로노미터 디자인을 응용한 자기네들만의 한정판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정통 마린 크로노미터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스토바의 MO 리미티드 모델이나
D.Dornblüth & Sohn의 마린 워치보다는 전체적인 디자인 밸런스가 낯선 감도 없질 않지만,
노모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탕겐테에 이와 같은 작은 변화를 준 점을 저는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보았답니다.
그래서 일전에 관련 소식을 포스팅하기도 했지요. 해당 포스트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timeforum.co.kr/3533030
199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국제적인 NGO 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Ärzte ohne Grenzen)를 위해
탕겐테의 남(기존 35미리), 여(33미리) 각 사이즈별 각각 500개씩 총 1천개 한정 제작해 발표했지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알기론 루드빅엔 이와 같은 시도를 한 한정판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점에서 위 노모스 포럼에 올라와 있는 발터 팔츠 씨의 작업이 새삼 흥미롭게 보이더라구요. ㅋㅋ
다시 봐도 정말 감쪽 같습니다. ㅋㅋㅋ
여튼 그리고 호기심이 크게 발동하여 이 발터 씨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또 들어가봤는데요. http://www.walther-chronometerwerke.com/
결론은 와우... ^^ 전 단순히 그냥 노모스를 좋아하는 매니아나 단순 커스터머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시계 제작 전반에 비범한 재능이 있고, 이미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2점의 첫 완성된 컬렉션도 내놓은 게 있더라구요.
더욱 흥미로운 건 이렇듯 자기 작업 과정을 앞서도 언급한 독일 노모스 포럼 게시판에 꾸준히 업데이트 하여 여타 회원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았던 겁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발터(Walther) 01, 발터(Walther) 02라고 명명한 이 컬렉션은(참고로 '발터'는 독일어로 권총이란 뜻도 있다네요 ㅋ),
심지어 독일의 한 시계 관련 판매 사이트에도 상품 등록이 돼있더군요. http://www.uhrendirect.de/uhren/walther-chronometerwerke/
크로노스위스도 연상시키는 빈티지 무드가 느껴지는 코인베젤과 어니언 크라운이 조화를 이룬 Walther 01.
직경이 크지 않은 37.2미리 케이스에 두께도 10미리 정도로써 드레스워치로는 나름 최적이네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이런 형태의 수동 무브먼트는 근자에는 거의 ETA/Unitas의 6498을 쓰게 마련인데,
무브먼트 직경이 큼지막한 6498로 이런 사이즈의 시계는 애초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노모스처럼 푸조 7001베이스일까요?
알고 보니, 현대의 기계식 매니아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할 수 있는 유니타스 6325를 사용하고 있네요.
약 30미리 정도 지름으로 확실히 6497이나 6498보다는 작은 편입니다.(http://www.ranfft.de/cgi-bin/bidfun-db.cgi?10&ranfft&0&2uswk&Unitas_6325)
그러나 6325는 조정만 잘하면 시간도 잘 맞고 내구성이 뛰어난 크로노미터급 무브먼트로 알려져 있지요. 원가도 물론 저렴한 편이구요. ^^ ㅋ
그 윤열 역시 거의 6498과 흡사하지만, 전체 휠이나 직경 크기를 줄이고 브릿지 분할을 좀 다르게 한 차이가 있겠네요.
6325 무브먼트 자체가 그렇게 멋스럽다고 보긴 힘들지만 나름 수정을 한 흔적은 보입니다. (브릿지 형태가 또 권총을 연상케도 하네요.)
일단 전체 로즈골드톤으로 길트 처리된 부분이나, 크라운 & 라쳇휠에 선버스트 패턴(노모스 시계에도 들어가는 피니싱)을 넣고,
불에 구운 블루잉은 아닌 거 같고 페인티드 처리한 블루 스크류, 홀스톤 주변을 나름 역돔형으로 마감처리한 부분 등이 엿보이네요.
시계 제작(워크샵) 전반의 과정은 다음 링크 거는 주소를 보시면 일목요연하게 확인하실 수 있구요.
http://www.walther-chronometerwerke.com/impressionen-aus-der-werkstatt/
흥미로운 건 시계를 사면 이런 티셔츠도 주나 봅니다.(따로 판매도 하더군요)ㅋㅋ 발터 씨 원래 직업이 뭔지 궁금해지네요.
시계 케이스 및 다이얼 제작은 발터 씨가 도맡아서 하는 거 같구요.(블루 핸즈나 악어 스트랩 등 기타 부속은 외주 업체로부터)
여기에 시계 조립 및 무브먼트 조정, 약간의 코스메틱 정도는 AHCI 멤버인 독립 워치메이커 Rainer Nienaber 씨가 한다고 하네요.
참고로 워치메이커인 라이너 씨는 자기만의 작업도 따로 하고 있다능...http://www.nienaber-uhren.de/html/index.php?en_welcome
이건 발터(Walther) 02 모델입니다. 발터 1과 달리 코인 베젤이 아니라 일반적인 매끄러운 폴리쉬드 베젤이네요.
언뜻 케이스 형태만 보면 크로노스위스의 시리우스나, 투어비(Tourby)의 마린 컬렉션을 보는 것 같습니다.
독일식 케이스 제작 방식이 브랜드를 떠나서 사뭇 서로 비슷하게 공유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네요.
12시 방향에 레드 포인트를 생략해서도 판매한다고 합니다.
위 발터 1과 마찬가지로 유니타스 6325가 탑재됐고, 크기 역시 동일한 지름 37미리에 두께 10미리 정도이며 가격은 조금 더 비싼 1750유로 정도 하는군요.
이 마린 크로노미터는 독일 북부(스웨덴과도 맞닿은) 브레멘(Bremen) 시 Bremerhaven Port(항구) 인근에 위치한
독일 해양박물관(Deutsches Schiffahrtsmuseum)에 전시된 1865년도에 Wilhelm G. Ehrlich에 의해 완성된 독일의 역사적인 마린 크로노미터 중 하나입니다.
다이얼 중앙에 제작자의 이름과 함께 Bremerhaven라는 지명이 함께 들어간 것은, 이 시계가 로컬(해당 지역) 워치메이커에 의해 제작된 시계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및 독일 해양박물관 홈페이지 주소(http://www.dsm.museum/).
과거의 마린 크로노미터하면 1860년대의 율리스 나르덴의 활약과 그의 작업들이 가장 유명합니다.(1862년 런던 세계 박람회서 메달 획득)
(또한 UN의 마린 크로노미터 컬렉션은 현행 라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UN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지요.)
100년도 넘은 GO의 오리지널 마린 크로노미터를 현대에 완벽하게 복원한 작품(좌),
이를 또한 손목시계 형태로 그대로 응용 & 복각한 Senator Chronometer(우). 두 제품을 한데 묶어 세트로 팔기도 했다능...
독일 브랜드 중에는 랑에나 글라슈테 오리지널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마린 크로노미터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솔직히 마린 크로노미터의 역사나 계보까지 다 파고들려면 엄청난 분량의 자료가 요구되니 지식이 일천한 저로선 이쯤에서 간략히 생략하겠슴돠.ㅠㅠㅋ)
랑에의 1870년대 후반의 마린 크로노미터로 추정되는 모델. 관련 칼리버나 기타 자세한 건 다음 링크 거는 주소 참조 하시길.(단 독일어만 지원 ㅠㅠ)
여기에 우리에게는 리테일러로 더 유명한 벰페(Wempe) 역시 20세기 초 탁월한 마린 크로노미터를 제작한 제조사로써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 랑에나 GO에 비해선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지만, 함부르크 시의 Hamburg Chronometerwerke라는 일종의 union이 바로 벰페의 소유였다능...
위 시계는 1939년도에 제작된 벰페의 마린 크로노미터 덱 워치.
과거의 마린 크로노미터를 근자에 손목시계 형태로 탈바꿈시킨 벰페의 Chronometerwerke 제품 중에서... (단, 기술은 거의 노모스의 힘을 빌렸다죵?!ㅋㅋㅋ)
하지만 앞서 언급한 독일 북부 브레머하펜(Bremerhaven) 지역의 워치메이커들이 제작하던 Chronometerwerke, 즉 마린 크로노미터 워치들은
그 이후로는 완전히 명맥이 끊기고 맙니다. 뭐 여러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20세기로 넘어 오면서 세계대전이 연달아 터진 게 한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네요.
이와 비슷한 이후로 랑에나 GO, 벰페의 그것 역시 명맥이 끊겼으니 말이에요.
발터 팔츠 씨가 러시아 여행 중에 한 박물관에서 찍은 것으로써, 러시아제 마린 크로노미터(제작자 미상) 위에 자신이 제작한 Walther 2를 포개놓은 사진.
여튼 이렇게 명맥이 끊긴 Bremerhaven 지역의 마린 크로노미터 전통을 새삼 이어가겠다고 나선 게
바로 오늘 이 포스팅의 주인공인 독일의 새로운 워치메이커, Walther Chronometerwerke인 셈입니다.
발터 씨가 애초에 이 프로젝트를 발심하고 브랜드까지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독일 해양박물관에서 진행된 관련 전시회의 영향이 크답니다.
여기서 1865년도에 제작된 마린 크로노미터를 보고 그는 이 디자인을 응용한 심플한 형태의 기계식 수동 손목시계를 제작하겠노라 결심하게 된거죠.
그가 왜 굳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는 그 자세한 내막까진 모르겠으나,
어느 수준 이상의 내공이 있는 커스터머이자 엔지니어로써 자기 고향의 사라진 옛 유물을 보고 갑자기 벅찬 감상에 젖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정통 마린 크로노미터 디자인과 그 고유의 기능을 반영한 시계 제작을 우리 컬렉션의 아이덴티티 및 방향성으로 삼자... 뭐 이런 생각들 말이죠...
어찌됐든 자신만의 브랜드를 시작한다는 건 참 보통의 각오 아니면 힘듭니다.
게다가 브랜드명에 Chronometerwerke이라는 다소 거창한 단어를 갖다 붙일 정도면 어지간한 자신감과 또 모종의 사명감 없이는 힘든 거라 봅니다.
물론 이 과정은 발터 씨 혼자만의 작업은 아니었죠. 전문 워치메이커인 Rainer Nienaber 씨가 또 없었다면 결실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암튼 우연히 노모스 루드빅 관련해서 검색하다 발견하게 된 새로운 브랜드이고,
독일 시계 커뮤니티 밖에서는 전혀 듣보잡 중의 듣보잡인 독립 시계제작자들인지라 아직 이들에 관해선 뭐라 제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할 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들이 만든 시계들도 워낙 고풍스럽고 무난한 디자인의 시계이긴 하지만, 실제로 시계를 보지 않는한 그 퀄리티 부분에 있어서도 첨언하기 곤란할 듯 싶구요.
그럼에도 시계 제작에 뜻을 품고 자기들만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면 그 대상이 누구든 일단 반갑고 괜한 기대에 함께 부풀게 합니다.
국내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단순 커스터머로 시작해서 어느새 소박하나마 자기만의 제작환경을 갖춘 숨은 고수들이 몇 분 계십니다.
그런 분들께서 이런 외국의 동시대의 젊은 제작자들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 하는 강한 자신감 같은 것을 되새기셨음 하는 바람입니다.
암튼 오늘 포스팅은 유난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아주 들쑥 날쑥 제가 다시 쓱 봐도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ㅜ.ㅜ;;;
본의 아니게 별 내용도 없는 걸 가지고 주저리주저리 한 것 같아 송구스럽게 생각하오며, 회원님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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