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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어제 티셀 ST17 예약을 넣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되게 운 좋게 비교적 빨리(?) 발견해서 주문을 넣었는데, 농담 아니고 수강신청할 때보다 열배정도는 더 스릴이 넘치던....



ST17의 예약을 받는다는 내용의 공지와 함께, 

티셀의 라인업 중에서 짝퉁의 논란이 있는 모델은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더불어서 판매하던 파네라이 오마주 모델들은 모두 사이트에서 자취를 감추었구요.



타임포럼에서 한창 진행되고있는 이미테이션/오마주/짝퉁 등의 정의에 대한 글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네요.

(타임포럼에서 활동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글들도 읽으셨겠군요... 어쩌면 굉장히 착잡하실지도;)



제작해서 판매하시는 시계들 중 몇몇 모델들의 짝퉁 논란에 대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좀 심한 욕설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것 같더라구요.

열심히 만드셔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고객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실 분이 

'짝퉁' 소리를 들으면서 욕설을 들으시면 얼마나 기운이 빠질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사실 저처럼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뭐랄까,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거든요. 참 고마운 분이시고;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그래도 여기 꽤 계실 겁니다. 

특히 ETC동에 전례없는 돌풍을 몰고 온 티셀157도 있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음.... 저는 이 문제에서 '도의적' 이라던지, '법적'이라던지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소화하기가 상당히 벅찹니다.

시계의 역사에 대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훑어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논하는 것도 못합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해서 이 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어찌보면 진정한 의미의 '나'가 아니게 됩니다.

저는 이 세계에서는 발 담근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라이트 유저'이고, 또 법과 관련된 사회과학 쪽에는 완전 젬병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온전히 제 자신인 상태에서, 이 문제를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한 결과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 내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겠지만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니 생각은 어떠니?'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 문제를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제가 여러분들의 생각을 경솔하게 추측해보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일단, 그놈의 "라이트 유저"인 제 관점에서 보자면 시계는 "시계"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악세서리입니다. 

패션의 완성, 화룡점정과도 같은, 아니 화룡점정 그 자체이지요. 전 시계 이외의 그 어떤 악세서리도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제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브랜드의 이름까지 똑같이 카피해버린 제품들은 당연히 당장 벽에 던져버리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시계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됩니다.

"지금껏 별로 중요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지 않은 것" 이라고 오리지널리티를 정의하신 'sarasate'님이나,

남들 다 별로라고 하는 알마니 시계와 이번 논란의 중심인 파니스의 Marina Militare를 사랑하시는 '아롱이형'님도 이 견해에 가깝지 않으신가, 하고 혹시 모를 무례를 무릅쓰고 동의를 구해봅니다. (아 물론, 사라사테님과 아롱이형님이 시계를 악세서리로 보신다거나, 라이트유저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모더레이터 'Pam Pan'님을 필두로 한, 이렇게 만들어진 시계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분들도, 당연히, 여럿 계십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시계를 그저 시간을 보는 도구, 혹은 패션 악세서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은 성질을 지닌 것으로 보는 분들이시리라 하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이 시계 하면 생각하는 가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특정 디자인으로 대변될 수 있는 그 브랜드들의 역사와, 그 브랜드가 그 역사 동안 이뤄낸 위업, 수십년에 달하는 오랜 시간과 함께 쌓아온 위상(혹은 이미지 라고 해도 되겠군요)을 존중하시고, 디자인을 카피한 타 시계들을 일컬어 그 디자인을 통해 그 브랜드가 이뤄낸 그 모든 것의 혜택을 등에 업고 어떨 때는 날로 먹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호가호위'하려는 제품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입니다.





여기서 제 입장은 전자이지만, 저는 후자의 견해와 입장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가지요.

시계의 디자인적인 측면을 먼저 본다고 해서 그 시계의 디자인을 제외한 다른 가치를 배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두 가지 입장 모두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뭔가, 조금 치사한가요? ㅎㅎ)




이런 이중적인(?) 주장이 가능한 이유는, 이 토론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 마음 한 구석에 이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개념이 막연하게나마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 크게 세 가지의 부류로 나뉩니다.

  1. 오리지널리티를 확실하게 나누고 최대한 존중하여 그것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모든 것을 배제해 오리지널리티의 순수함을 지킨다. (ex. Pam Pan님)

  2.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만, 큰 판단의 척도가 되지는 않으며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어느 선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 (ex. 필자-joon920126)

  3.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악용해 브랜드 이름까지 카피한 짝퉁을 차고 다니며 은근하게 자랑을 한다. (ex. 타임포럼에는 없기를 바랍니다.)





1번의 주장을 하는 분들이라고 본인들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며 2번 분들을 함부로 "저, 저런 짝퉁이나 차는 놈들!"이라고 매도할 수 없는 것은(물론 그런 말을 하신다는게 아니라 말이 그렇단 거죠 ㅎㅎ 농담은 농담일뿐!), 슈타인하트의 오션원이나, 제 글에 앞서 다른 분이 써주셨던 (어딨는지 못 찾겠네요. 링크를 걸고 싶은데.ㅠㅠ) 블랑팡의 피프티패덤즈 -> 롤렉스의 서브마리너처럼 오마주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인정을 받거나 오히려 전작을 뛰어넘는 청출어람 시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악의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닌 정성껏 만든 것인데 오히려 짝퉁 소리를 들으며 마음고생을 하는 분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그 시계를 보는 시각이 '어떤 유명 시계의 닮은꼴' 이 아니라 '그 시계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당연히 누구에게든 존중받아 마땅하고, 감히 누가 그 사람에게 뭐라 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2번의 주장을 하는 분들이라고 해서 1번 분들을 보고 "어후 뭐 저런 걸 갖고 저렇게까지 하냐;;" 또는 "하여간 부심 쩌네 ㅉㅉ"라고 할 수 없는 것 또한(이것도 마찬가지! 농담은 농담일뿐), 2번 분들도 마찬가지로 브랜드들이 각자 오랜 기간 쌓아온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고, 그것을 지키려는 분들의 노력과 그분들이 가진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그 노력을 가능케 한 열정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굳이 거창하게 말 안해도 좀 간단하게 생각해서 누가 제 시험지 컨닝해서 내면 굳이 걸려서 0점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분 나쁘잖아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그 브랜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도용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 파네라이의 쿠션 케이스나 서브마리너의 그 완벽한 비율의 디자인은 그냥 그 이미지만으로도 하나의 "사이코메트리"처럼 그 디자인을 직접적으로 창출해낸 브랜드, 즉 오피치네 파네라이와 롤렉스라는 브랜드들의 이미지로 의식의 흐름을 너무나도 쉽게 유도해낼 수 있다는 것은, 오마주 제품의 옹호자분들을 포함한 타임포럼의 모든 분들께서 동의하실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제품들의 오마주 혹은 이미테이션 제품들을 어느정도 오래 착용하신 분들, 특히 대중적인 브랜드의 카피 모델을 착용하신 분들 중 "어, 이거 롤렉스 아냐!?" 라던지, "엇, 너 시계 이거 비싼거 아니냐?" 라는 소리를 한번 이상 들어보신 분들의 비율은 80%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번은... 논하지 않겠습니다. 목구멍에 필터링 제거하고 마음껏 욕합시다. (?)



다행히, 많은 분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주장은 확실히 하되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자칫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였다면 서로 비난과 욕설이 오고갈 수도 있었던 굉장히 예민한 문제를 스무스하게 넘긴 것은 타포만의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런 존중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가지지 못할 시계를 우러러본 경험이 있을 테고, 그런 분들 중 거의 모두가 오마주 모델, 또는 몇몇 분들의 경우 진짜 fake 모델에 한번쯤은 눈길을 줘봤을 테지요. 저도 제 다이버워치인 네본의 득템기에도 고백햇지만 Fake 모델의 유혹에 넘어가 주문을 하고 입금까지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저번주동안 올라오는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을 보며 정말 회원분들의 그 깊고 넓은 지식과 내공을 건드릴 수조차 없어 뭐라 글을 쓸 엄두도 못 냈지만, (오히려, 위에도 썼지만읽느라 힘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은 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파네라이와 Marina Militare에 대한 역사와, 특허 및 저작권에 대한 법적 지식이 총동원되며 열띤 토론이 펼쳐지는 모습은 꼭 시계뿐만이 아니더라도 여러 방면에서 제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차차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한번 끄적여보았습니다.


-쓰고 나서 보니 정말 두서없는 글, joon920126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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