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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omentie 679  공감:24 2013.08.15 17:08

아래 아롱이형님의 친절한 설명글,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

 

저는 법률문제나 사업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번 논의를 지켜보면서 느낀 개인적인 소감과 바람을 다소 긴 글로 남겨 봅니다.

 

글을 쓰려다 보니, 문득 지난 번 모임 때 대표님께서 해주셨던 뷰티업계의 흥망성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고가의 수입화장품들이 엄청나게 인기였는데,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굳이 비싼 화장품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서 최근에는 값싸고 질 좋은 국산 화장품이 대세가 되었다는 이야기요.

 

시계에 본격적으로 관심 가진지 2년 밖에 안 된 저는 처음부터 luxury watchfine watch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물론 luxury watch들은 예술작품처럼 아름답지만, 저렴한 국산브랜드의 캐쥬얼 옷만 입는 저에게 luxury watch가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건대 세이코 뷰틱에 갔을 때, 그랜드 세이코를 직접 손목에 올려 본 적이 있었습니다. 거울 속의 저를 보니, 영락없이 주인 시계를 몰래 훔쳐 찬 머슴의 모습이더군요. 정말 안 어울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소공동에 가도 luxury watch 매장에는 잘 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affordable watch에 관심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 경제력이 뛰어나지는 못 하지만 중산층은 된다고 믿습니다만, 아무리 시계를 좋아하는 시덕이더라도 손목에 5천 달러 이상을 차고 다니는 건 너무 부담스럽더군요. 요즘은 2천달러 넘어가도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시계 이외의 취미활동에는 돈을 쓰지 않고, 무알콜 인생이라 술값도 안 드는데 말입니다. 당분간 저성장이 이어지고 우리나라 국민 1인당 GDP2만달러 중반을 넘어서지 못 하는 상황에서, 메이저 시계 업체들이 실질소득 증가률의 십수배에 달하는 인상률로 리테일가를 계속 올린다면, 우리나라 시계 애호가들이 어느 방향으로 확대될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시계에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아무리 늘어나도 luxury watch보다는 2백만원 미만의 affordable watch가 더 인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는 업계의 관점이 아니고 철저히 유저들의 숫자를 고려한 커뮤티니의 관점입니다.

 

시계에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타임포럼에 가입하는 신입회원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중 예물시계를 알아보러 오신 분들을 제외하고 많은 분들이 luxury watch보다는 affordable watch에 관심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최근에 ETC 이 활성화되는 이유도, 몇몇 포러머들의 왕성한 활동 때문이 아니라, 이런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2백만원 미만 대의 affordable watch들 중에 괜찮은 시계를 찾고 싶다는 열망이 기존의 중저가 메이저 브랜드를 떠나 마이크로브랜드로 관심을 옮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이 그랬고, 다른 회원님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

 

아마도 마이크로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하기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이코닉한 빈티지 시계의 오마주를 만드는 것이다 보니, 오마주 시계에대한 관심과 수요도 affordable watch에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남에따라 함께 증가할 것입니다. 오마주 혹은 이미테이션 시계와 관련된 타임포럼의 이번 논의도 affordable watch에대한 수요의 증가에따라 나타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를 포함한 ETC 동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바라는 바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이크로브랜드들이 아이코닉한 빈티지 시계의 오마주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개성있는 자체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가격은 고만고만하더라도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유니크한 affordable watch들이 넘쳐나서, 뭘 지를까 고민하면서 다른 회원님들의 시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지는 것, 그것이 ETC 동의 회원님들이 바라는 것 아닐까요?

 

ETC 동에 발을 들인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제가 그동안 ETC 동에서 느껴왔던 회원님들의 욕망은 Fake 워치를 차고서 없는 경제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습니다. ETC 동에서 자신의 시계 가격을 부풀려 자랑하거나, 오리지널과 얼마나 똑같이 잘 베꼈는지 자랑하는 글을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욕망과 취향을 신뢰하고 존중한다면, Marina Militare 같은 문구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번 논의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해주신 분들도 공통의 지향을 가지셨다고 믿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논의가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이 배웠고,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이런 건 포스팅하지 맙시다는 금지 사항보다는 우리는 이런 방향을 지향합니다.”는 권고 사항을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Marina Militare 같은 문구의 시계들은 마이크로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의 것으로 이해하고,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간 시계들에 더 큰 박수를 보내주는 것, 제가 바라는 ETC 동의 모습은 그런 것입니다.

 

전에 아롱이형님이 포스팅해주셨지만, 제가 바라는 ETC 동의 이상향과 닮은 떼샷 올리며 물러납니다. 두서도 없고, 전달해드릴 지식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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