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리베르소 GMT 스틸모델을 2주 정도 빌려찰 기회가 있었는데, 우아함 면에서는 기대보다 살짝 떨어졌고 기계적인 매력은 많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기능이 많다보니 평소 기대했던 리베르소의 우아함보다는 기계적인 부분이 강조되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심플한 골드 리베르소는 너무나 매력적이긴 했지만요...(제목의 실망이라는 말은 다른 매력적인 제품을 많이 발견했다는 의미입니다..^^;;)
유럽의 몇몇 매장에서 이것저것 구경도 했는데, 실착과 관찰을 통해 내린 전반적인 감상은 "소위 빅5라 말하는 시계들보다 사치성, 과시성 우아함을 덜어내고 본질적인 기계로서의 매력을 살렸다" 였습니다.
자동차로 비교하자면 매끄럽게 잘빠진 부가티나 페라리가 아닌 NASCAR (=저의 페이보릿 스포츠)머신 같다고나 할까요??
저는 뭔가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F1보다는 나스카를 더 좋아하고, 나스카가 더 어울린다 느꼈습니다.
한국엔 나스카가 잘 알려지지 않아 나스카를 F1보다 아래로 보는 사람이 있던데, 이는 잘 몰라서 하는 말이며 세계 최고의 스포츠로 시장 규모 역시 F1과 맞먹습니다.
그래도 나스카는 영 별로다 싶은 분들은 F1 의 느낌이었다고 이해하셔도 괜찮습니다.
조금 원색적으로 표현하자면 JLC의 세계에 빠지다보니 빅5는 지나치게 잘난 척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 '밥맛없는' 느낌이 들더군요.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라인업이 다양해서 산만한 느낌이 들었는데, 물론 이는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부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파리의 직원 말로도 "지금까지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성장기였지만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어 앞으로 라인업을 정비해나갈 것" 이라 하더군요.
그 말을 증명하듯 새로 출시된 제품들은 디자인도 업그레이드되고 지금까지의 것들보다 완성도도 높아진 듯 보였습니다.
제가 기계식 시계를 접한 90년대 중반이나 시계에 빠졌던 2000년 무렵만 하더라도 리베르소 외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 브랜드였는데, 지금처럼 큰 영향력을 미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리치몬트 그룹의 공격적 투자, 인터넷 발달로 인한 홍보의 용이함 등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제품 자체의 완성도' 가 가장 컸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근래 기계식 시계를 접한 분들은 제 말이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요..
이틀정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여러 시계들을 구경했는데, 현실적인 가격대에서 드레스워치를 고르자니 JLC 외에는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포츠워치는 롤렉스라는 지존이 버티고 있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정통 드레스워치 중에선 JLC 외에는 완성도있고 아름다운 시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IWC나 블랑팡에도 멋진 시계들이 있지만 드레스워치만 놓고 본다면 종류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집>자동차>시계 순서의 가격구조가 깨져서는 곤란하다는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에 합당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가 바로 JLC 인 것 같고,
특히 파리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결론인 'reasonable 과 luxury 라는..공존할 수 없는 두 단어의 묘한 접점에 있는 브랜드' 라는 말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기계적인 매력을 왕창 담은 시계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하여 많은 시계 매니아들에게 합리적인 지향점이 되고 있는 브랜드가 JLC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에겐 불합리한 가격이지만요..
그리고 동시에 '장사를 참 잘 하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면서 리치몬트가 거대 기업이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자기 일을 잘 하는 사람이나 회사를 아주 좋아합니다.)
앞으로 타포 게시판에서 JLC의 아름다운 신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제2, 제3의 JLC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구매하고픈 충동을 누르기 힘드실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면서 새로 나온 제품들을 실제로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미 보셨으려나요??? ^^
제가 본 시계 중 놀라운 것이 있어 실사는 아니지만 사진을 올려봅니다.
스웨덴에서 본 시계인데 3~4년 전에 20개 한정으로 나왔다고 합니다.(스웨덴에 고급시계가 엄청 많았습니다)
출시가격은 3억 정도였는데 급매여서인지 프리미엄은 붙지 않았다고 하네요...크기도 거대하고 두께가 '너무' 두꺼워 실제 착용하기는 무리가 있어서일까요?
그러나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엄청난 느낌이 나는 시계입니다.
유튜브 링크도 올릴테니 궁금하신 분은 한 번 보세요~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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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 표현에 밑줄을 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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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녀석;;
예거 홈페이지에서 75개로 만든 자이로투어빌론 모델들과 함께
우주선을 줏었나 싶은 모델이어서 다 판매되었겠지 싶었는데
실제로는 다들 완판되고 찾는 사람들이 지속되면서 경매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건 아닌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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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 홍콩에 3억 언저리에 판매되는 것이 하나씩 있다고 합니다.
완판된 것은 맞는데 돈이 필요하거나 다른 이유로 내놓은 사람이 있나봐요.
스웨덴 판매자 설명으로는 리테일가가 3억에서 할인을 받아 구입하고 리테일가 정도로 파는 것이라 하던데, 아주 인기있는 몇몇 제품 외의 고가 한정판은 프리미엄을 붙여 팔기가 쉽지 않다네요~
그 판매자 할아버지의 교훈은 "고가 한정판으로 돈을 벌려면 파텍필립 외에는 사면 안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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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텤
2013.06.18 03:33
ㅎㅎ 재미있네요 공부하고갑니다 -
비록 리베르소가 JLC를 상징하는 모델로 인식됩니다만, 역사적으로 볼 때 JLC는 리베르소 외에도 과거로부터 고급시계들을 꾸준히 생산해 왔습니다.
빈티지 게시판에서 Lecoultre 로 검색해보시면 JLC의 화려한 역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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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합니다만 JLC에 큰 관심을 갖고 살펴보지 않으면 리베르소 말고 딱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 제 느낌입니다.
미국에선 LeCoultre 로 많이 팔렸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주로 일본과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시계를 접했는데 그곳에서는 별로였거든요.
과거의 멋진 모델들도 요즘 JLC의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조명을 받는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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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oultre는 북미지역 판매상표였고 다른 지역에서는 Jager LeCoultre로 판매 되었습니다. 과거 미주 뿐만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 꾸준히 판매되었었지요. 물론 근래 JLC가 더욱 활발히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만, 역사적으로 볼 때 JLC의 위상은 단지 최근의 성과만으로 얻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제 의견이고요. Jason456님이 시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시던 1990년대가 오히려 JLC에서는 다소 침체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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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럴 수도 있겠네요...쿼츠파동 이후에 전반적으로 침체된 시기였으니까요.
그리고 저역시 근래에 급격히 얻어진 명성이라 생각진 않고, 전통이 있었지만 20여년 전보다 시장지배력이 많이 올라갔다는 말이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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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트립띠끄에 대해선 제가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어서 살펴보세요^^ http://www.timeforum.co.kr/xe/7319860
예거는 정말 독특한 브랜드인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합니다.
수억짜리 시계부터 천만원 이하의 시계까지... 정말 다양한 모델들이 나오고 있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리베르소도 같은 리베르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니까요.
우아함과 기계적 매력을 모두 담고 있는 녀석은 당연히 가격이 비싸지요.
그나마 엔트리 모델에서도 이제는 그 간격이 좁혀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울씬 듀오 같은 경우엔 우아함과 기계적 매력 + 역사성까지 잘 담았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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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들어가보니 정말 자세히 분석을 해 놓으셨네요..감탄했습니다.
20개로 들었는데 75개를 만들었군요..그분이 판매하는 소재가 20개 나왔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은 구매자에 대한 예의(?)로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3천만원짜리와 1천만원짜리가 별 차이가 없다면 비싼 시계를 사는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그러나 말씀하신대로 엔트리 모델들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신제품과 나란히 놓고 보니 솔직히 구형은 약간 허접해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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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주 빌리셔서 그래요! 저처럼 4주 빌리시면 매력을 알게 됩니다!(신기하게 저도 GMT 얼마전에 빌렸었거든요!)
제이슨님, 장난인거 아시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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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빌렸던 것이 다행이군요...매력에 빠지기 전에 반납했으니..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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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료
2013.06.14 16:47
좀만 더 차보시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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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후반
2013.06.14 17:22
리베르소의 라인업이 너무 다양하여 산만하다는 느낌이 드신다는 부분에 저도 어느정도 동감이 갑니다^^
저도 예거 브랜드에 그것도 리베르소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알아보았는데 다양한 모델에 단종된 모델도 많고 해서 좀 혼란스럽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저같은 사람도 예거.. 그것도 브랜드의 아이덴디티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리베르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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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gml
2013.06.14 19:26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공과대학을 나왔는데요.. 취향도 그쪽이고.. ㅎㅎ
그래서 그런지 말씀하신대로 기계적인 매력이 많이 느껴져서 예거가 부쩍 좋아졌습니다.
하이엔드급 워치 중에서도 뭔가 기계적인 요소가 있는 모델들을 좋아하는데요.
하나 궁금한게 정말 심플한.. 시침, 분침, 초침만 있는 모델도 파텍필립같은 브랜드에서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데.. 이런 시계는 어떤 매력과 의미가 있나요?
아직 저는 그 단계까지 이르질 못해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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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E & JOURNE
2013.06.14 21:00
맨 마지막 시계는 실제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그 거대한 크기와 두께, 무게는 손목시계라기 보다는 탁상용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죠.
아마도 손목 둘레가 21cm가 넘어도 착용하기 힘들 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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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 이 정도죠^^ 크고 두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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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님이 올리신 사진은 아주 멋지게 나왔네요.
두께감이 잘 표현된 사진이 있어 올려봅니다.
실제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엄청 두껍죠??
그래도 두께만큼 압도적인 느낌이 있어요...이런 시계는 오히려 두꺼워야 더 무게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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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시계라 하셔서 장난 좀 쳐봤습니다 ㅎㅎ
시계 스펙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죠~
포스팅에도 두께를 느낄 수 있는 사진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두께는 18mm이고
크고 두꺼운 시계 맞습니다 ㅎㅎ -
reasonable luxury, 요즘 말하는 합리적 가격이죠...^^
reasonable과 luxury의 접점이라...
매우 와닿는 표현이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