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라는 것이 특정 한 지역의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특정 다른 지역의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여러 다른 지역의 시간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GMT, UTC나 월드타임처럼요^^ 하나의 면에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예거는 리베르소라는 아이콘을 활용하여 하나의 무브먼트에 2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시계를 세계 최초로 발표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1994년에 발표한 Reverso Duoface죠^^
듀오페이스를 발표한 예거는 단지 투 타임존 뿐 아니라 크로노그래프를 넣는다던지(1996년)해서 계속 듀오페이스를 발전시켜나갑니다.
그리고 올해 두께까지 획기적으로 줄인 울트라씬 듀오페이스를 발표하게 되죠. (울트라씬 듀오페이스의 글을 참고하세요~ https://www.timeforum.co.kr/7240447)
그런데 이런 과정중에 리베르소 75주년이 되던 2006년 예거는 또한번 사고를 치게 되는데 그것은 투 페이스를 넘어 쓰리 페이스 모델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 이름은 Reverso Grande Complication à Triptyque(이하 RGCT)
바로 이 녀석입니다^^ RGCT!
이녀석은 나중에 나온 hybris 버전 RGCT^^
RGCT은 리베르소 75주년답게 75개 한정판으로 나오게 되는데
예거의 수십년에 걸친 워크샵과 집약된 기술력이 3년 이상의 집중적 연구와 개발로 인해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RGCT은 예거의 신념을 잘 담고 있고 창의성, 심미성, 기술성을 모두 드러내주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RGCT가 어떤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형태는 좀 단순해 보이는데 들어간 기술과 기능은 장난아니어서... 괜히 손댔나 싶기도 합니다만...ㅜㅜ
우선 오늘은 소개만 하고 나중에 더 깊이 파보겠습니다!)
"triptyque"라는 불어는 아래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n.m. 남성명사
1. 3매화(枚畵)
retable en forme de triptyque 제단 뒤의 3폭 장식 가리개
2. [비유] 3부작, 3막극
triptygue는 3면을 뜻하고 있고 이것이 시계에 적용되면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활용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RGCT은 세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CIVIL TIME(상용시), SIDEREAL TIME(항성시), 퍼페츄얼 캘린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도합18개의 컴플리케이션 기능이 있습니다^^;)
1st. Face
첫번째 얼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 개념입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상용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용시는 평균 태양시에서 자정을 하루의 기점으로 하는 시법입니다.)
그런데 예거는 단순히 시간을 표시하는 것 뿐 아니라 최고의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온갖 기술을 첨부합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아 다음으로 넘길, isometer escapement(정확성 뿐 아니라 극도로 가볍고 항자성, 부식방지, 윤활유가 필요치 않는 구조),
그리고 티타늄 뚜르비용(뚜르비용 원래의 장점인 중력에서의 자유와 함께 극도로 가벼운 무게, 정확도, 하루당 25,920번의 임펄스 파워를 제공)을 사용합니다.
이 둘은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드림워치 메이킹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https://www.timeforum.co.kr/4364175 타포cr4213r님의 isometer 설명
http://www.jaeger-lecoultre.com/US/en/content/civil-time-and-the-ellipse-isometer-escapement.html 홈페이지의 isometer 설명
(두 설명 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친절하지 않습니다^^;)
2nd. Face
두 번째 얼굴엔 더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장 메인은 SIDEREAL TIME(항성시)입니다.(제일 가운데 있는 큰 핸즈)
이러한 항성시에 맞춰 천체와 별자리의 디스크는 23시간 56분 4초의 턴으로 돌게 됩니다. 88개의 별자리가 디스크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참고로 항성시가 뭐냐하면?
항성시는 항성을 기준으로 잡은 시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은 주로 태양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지만
천체를 연구할 때에는 태양의 공전의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많이 쓰입니다.
춘분점이 남중한 시각을 0시라고 보며 지구 자전 주기는 23시 56분 04초가 됩니다.
항성시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조디악 캘린더인데 우리 말로는 12간지라고도 합니다. (12간지는 아시죠? 자축인묘... 이런거...^^)
12간지를 사용해 달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좌우 하단에 있는 lever, coucher는 뭔가 하실텐데 이건 불어로 일출, 일몰입니다. 양쪽으로 일출 시간과 일몰 시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하나 중앙 하단에 equation du temps라고 적혀있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균시차를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그럼 또 균시차가 뭐냐하면? ^^;(점점 산으로 가는 듯합니다만... 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ㅜㅜ)
시태양시와 평균태양시의 차이를 말합니다.
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은 황도를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지구의 공전궤도가 타원궤도이므로 궤도상의 속도가 다르고(그림의 점선),
황도는 천구의 적도와 23.5°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그림의 파선) 태양일의 기간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 태양을 시계로 사용하면 일정치 않으므로 우리는 가상의 태양이 천구의 적도를 일정한 속도로 운행하는 시계가 필요하고
실제 태양이 가리키는 시각을 시태양시라 부르고, 가상의 태양이 가리키는 시각을 평균태양시라 부르면 이 두 시각 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균시차(그림의 실선)라 부릅니다.
암튼 어렵지만... 모르시면 그냥 넘어가셔도 되고... 이 엄청난 시계는 이 균시차를 표시해줍니다.
예를 들어 2월 11~12일은 14분 24를 더 가고, 11월 3일은 16분 21초를 덜 가며
일년에 네 번은(4월 15일, 6월 13일, 9월 1일, 12월 25일) 태양시와 일치함으로 똑같이 가는데 이것을 표시해주는거죠^^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ㅋ)
3rd. Face
세 번째 얼굴은 좀 쉬어가도 될라나요? ^^;
보시는대로 퍼페츄얼 캘린더 입니다. 2100년 2월까지 세팅이 되어있습니다.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크로 날짜가 표시되고 문페이즈와 윤년 표시도 됩니다.
이 캘린더 무브먼트의 두께는 1.7mm 밖에 되지 않습니다.
RGCT의 매력에 좀 빠지셨나요? 너무 어렵다구요?? ㅋㅋ (솔직히 저도 두번째 면에 있는 기능들의 원리를 잘 모르겠습니다^^;)
보기엔 그냥 세 개의 얼굴을 가진 리베르소인데 안은 정말 모든 시간의 개념을 다 가져왔습니다!!
물론 75개 한정판이고 가격도 넘사벽이지만 그래도 75주년으로 나올만한 멋진 리베르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실착 사진 몇 개와 스펙, 그리고 동영상으로 포스팅을 마칩니다^^
이상 페니였습니다. 꾸벅!
솔직히 와닿는 모델은 아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