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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처럼 달려오면서 9개월 만에 참 많은 롤렉스를 경험했네요.

롤렉스의 매력을 확실히 알수 있는 경험의 시간이었고, 롤렉스의 단점 또한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롤렉스 애용기는 한마디로 '미인투표'를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데이저스트 다크로듐 텐포인트로 입문했습니다. 그 단아함과 블링블링함, 손목에 쫙 감기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데이저스트는 역시 콤비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를 했지요. 그리고 눈여겨 본 녀석이 바로 '데이저스트 슬레이트로만'이었습니다. 병행으로 대기까지 걸어놨지만 우연히 백화점에서 본 모습은 너무나 눈에 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연령대보다는 30~40대 어울린다는 느낌. 보기는 좋지만 나에게 어울릴 지는 의문이라 포기했네요.


올해 바젤에서 너무 인상적이었던 루트비어. 정말 2개월간 애지중지 아꼈습니다. 디자인적인 완성도와 고상함, 제 연령대에도 어울리는 중후한 맛(저는 5학년 5반입니다). 하지만 데일리로 착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주변인들의 눈길. 처음에는 그 시선이 좋았지만 두어달 지나니 부담스럽더군요. 마치 '나 롤 찬다'고 광고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다른 여러 모델들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에 정리를 했습니다.


써브마리너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했습니다. 썹마 스틸은 구하기 어려우니 콤비로 구했습니다. 역시나 스틸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명불허전. 하지만 저하고는 안맞더군요. 제가 물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그래서 잘 경험하고 정리했습니다. 중간에 파워에이드도 구입했지만 이건 누가봐도 2030을 위한 시계. 보이는 멋과 제가 착용하는 멋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케이스네요.


그러던 차에 익스가 나왔더군요.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경이 오이스터 퍼페츄얼을 착용하고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이를 기념해 출시된 모델. 남자의 모험심을 자극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750만원), 심플한 디자인. 그리고 접하게 된 로빈 녹스 존스턴의 롤렉스 익스플로러 스토리.  1969년 존스턴 경은 익스플로러를 차고 세계 최초로 혼자서 무동력배로 312일에 걸쳐 세계 일주에 성공합니다. 그가 착용했던 롤렉스 익스플로러 사진을 봤습니다. 검정색이 마치 요즘 롤렉스의 상징인 올리브그린색처럼 바랜 모습. 그리고 그 엄청난 역경 속에서 작동했다는 신뢰성. 익스를 꼭 한번은 차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웨이팅이 없어 '전화 신공'으로 익스1을 지난달에 구했네요.


오늘 이 글을 쓸려고 보니 사진 한장이 없네요. 어디 자랑할려는 시계도 아니고. 아마도 이놈은 오래 그냥 가지고 싶다고 할까. 익스1을 차보면서 느끼는 소감을 적어보면,


1)데일리 워치로는 최고의 시계인거 같네요.

그냥 신경 안쓰고 차면되고 남들 눈에도 그리 띄지 않고, 알아볼 사람은 알아보는. 그리고 과시하거나 눈길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그저 바라보면 단순함 속에 '정'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네요. 스무스 배젤 특유의 심플함이지만 야광 3,6,9 덕분에 너무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처음에는 초침이 레드나 블루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개월 가까이 옆에 두고 느낀 것은 블랙과 화이트의 적절한 조화가 최상의 밸런스를 만들어 주는 느낌입니다.


2)스토리텔링의 마력

앞에 설명드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위대함에 함께한 시계라는 상징성. 남자라면 같은 느낌을 가질만하다는 거죠. 우리가 시계를 그것도 아날로그를 취미로 삼는 것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기에. 마치 내 몸의 한 부분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 속에 담긴 믿음같은 그런거죠. 힐러리경이나 존스턴경을 떠올릴 수 있는 시계는 익스1이 유일하기에 더 그렇더군요. 많은 분들이 화골 익스를 찾는 것도 그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3)로망의 완성

남자로서 늦은 나이에 시계를 시작할때부터 아들 둘에게 꼭 하나씩의 시계를 선물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흙이 되어 사라진 다음에도 손주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그런 시계. 익스1의 최대 매력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찰 수 있는 시계라는 점이죠. 그런 면에서 이 시계는 지금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둘째가 박사과정을 마칠 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제가 진정으로 나만을 위하는 시계를 아직 찾지는 못했네요. 파텍 칼라트라바일수도 있고, 바쉐론 레트로그레이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돌고돌아 롤렉스에 금통일지 아무도 모르죠. 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중간 기착지에 최종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익스1은 최소한 우리 가족에게 대를 물려줄 수 있는 시계 후보군에 올라있습니다.


오랜만에 잡설 풀어봤네요. 존스턴경 시계 이미지는 저작권이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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