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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 사진 후 소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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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점]

> 미적으로 예쁘다: 일각에서는 세상의 레이싱워치 중 가장 비례와 균형과 구성 측면에서 완벽한 시계라고 평가합니다. 그런 안목은 없지만 대충 어떤 말인지는 알 것 같네요. 데이토나 시계 자체가 잘 생긴 것도 맞는데, 게다가 옐로골드까지 더해졌죠. 롤렉스의 다른 프로페셔널 라인인 서브마리너나 GMT마스터에도 콤비모델은 있지만, 데이토나는 베젤까지도 금이고 심지어 용두 옆에 두 개 더 있는 푸셔까지도 금입니다. 그래서 다른 콤비보다도 더 블링블링 예쁩니다.

> 작고 얇고 가볍고 착용감 좋다: 서브마리너나 GMT마스터를 착용해본 사람들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데이토나를 볼 때 더 복잡한 구조 때문에 당연히 더 무겁고 두꺼울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작고 얇습니다. 서브마리너가 케이스 41mm/두께 13mm인데 반해 데이토나는 실측사이즈로 38mm가 조금 넘고 두께도 12mm대입니다. (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40mm라 써놨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착용감도 좋고 손목 커프에도 쏙 잘 들어갑니다.

> 롤렉스 내 상위 라인업 후광: 실제 핫한 라인업은 스틸토나이고 콤비는 살짝 비껴가있지만, 어쨌든 데이토나라는 라인업에 속해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롤렉스가 소위 밀어주는 라인업이기는 합니다. 롤렉스는 프로페셔널 라인업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회사인 것은 맞지만, 따지고 보면 1950년대에 출시된 서브마리너, gmt마스터 이후 70년간 마땅히 새로운 주력모델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죠. 상대적으로 복잡한 기능을 넣어 최근에 출시한 스카이드웰러나 요트마스터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뜻밖에 데이토나가 뜬금 확 떠주니 롤렉스로서도 반가울 수 밖에 없죠.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 잘 관리해줄 것 같습니다.




[아쉬운점]

> 날짜정보가 없다: 데이트 시계 차다가 안 차면 불편한 경우 꽤 많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지금이 몇시지?" 라고 궁금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오늘이 며칠이지?"를 답해야 할때 잠깐 당황하는 경우 꽤 있죠. 오랫동안 늘 날짜창이 있는 시계를 차다가 논데이트를 차니 며칠에 한 번씩은 꼭 아쉬운 경우가 생깁니다. 혹자는 싸이클롭스 렌즈를 극혐한다지만, 본인은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전혀 문제없었네요. 다시 서브마리너를 산다 해도 데이트 모델을 고를 것입니다.

> 스몰세컨 핸즈는 너무 작고 큼직한 크로노 초침은 쓸일이 없다: 시계 다이얼의 절반 이상을 가로질러 든든한 창과 같이 솟은 크로노 초침은 사실 일상의 99.99%는 멈춘 상태입니다. 일상적인 초침은 6시 방향에 조그맣게 돌고 있죠. 기계식 시계 특유의 물흐르는 듯한 초침의 움직임을 큰 핸즈로 즐길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기본 초침을 서브다이얼로 두지 말고 큰 초침을 모드 스위칭하여 사용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6시 방향 서브다이얼은 날짜를 가리키게 한다거나, 혹은 4130 무브먼트의 진동수를 끝까지 쪼개어 1/8초 단위를 표시하는 마이크로 세컨으로 쓴다던가...)

> 데이토나의 정체성인 스톱워치나 속도측정 기능을 쓸 일이 너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서브마리너를 잠수하려고 차냐", "익스플로러를 에베레스트산 가려고 차냐" 반문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시계를 차며 그 정신을 손목에 얹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쓰지 않더라도 300m 방수성능을 따지고, 펩시의 GMT 시침을 세팅합니다. 데이토나가 데이토나일 수 있는 이유는 스톱워치 기능(푸셔와 서브다이얼) 및 속도측정(타키미터 베젤)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쓸 일이 없어요. 그래서 심지어 시계를 생산하는 롤렉스 스스로도 베젤을 무지갯빛 다이아로 박아 타키미터 눈금을 생략해서 팔기도 하는데 저는 극혐합니다. 그건 스톱워치 기능만 있는 시계지 어떻게 레이싱워치라 부를수 있나요.

> 베젤에 기스 정말 잘 난다: 롤렉스는 2010년대에 스크래치에 강한 세라크롬을 개발하여 데이토나 외 서브마리너 및 GMT마스터에도 장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나머지 두 모델은 금통과 콤비모델에도 세라크롬을 장착하지만, 유독 데이토나만은 스틸 외 모델은 금소재 베젤이죠. 가장 외부 충격을 받기 쉽고 타인에게 잘 보여지는 부분인데 반짝이기까지 하니 스크래치 티가 더 잘 납니다. 그리고 똑같은 스크래치에도 귀금속인 만큼 가슴이 더 쓰립니다. 게다가 브레이슬릿이나 케이스와 달리 타키미터 눈금까지 표시돼있어 폴리싱도 불가능해서.... 한번 긁히면 평생 지고가야합니다.

> 너무 화려하다: 앞서 장점 중에 하나로서 블링블링함을 들었는데, 한편으론 너무 화려해서 어떤 착장에는 매치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세라크롬 블랙/화이트 데이토나는 정장에 입어도 괜찮고,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편의점 갈 때 차도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 콤비는 정장에도 튀고, 캐주얼에도 튀고, 추리닝엔 정말 미스매치입니다. 어디 안 어울리는지는 말하기 쉬운데, 반대로 어디에 어울리냐 물으면 마땅치가 않습니다.

> 다이얼 디자인이 좀 복잡하다: 앞서 이 시계가 비례, 균형, 구성 측면에서 우수하다했죠. 하지만 많게 잘 만든 것 보다, 덜 잘만든 심플함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서브마리너가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심플하게 튼튼하고 믿음직함 때문입니다. (여전히 rolex, oyster perpetual로 시작하는 4줄의 빼곡한 텍스트는 너무 복잡하긴 하지만...) 데이토나의 서브다이얼은 기능상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번잡한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6시 방향 서브다이얼 위 빨간색 "DAYTONA"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요.

> 헤리티지가 다소 부족하다: 출시 초기부터 인기였던 데이트저스트, 서브마리너 등에 비해 데이토나는 너무 오랫동안 비주류였습니다. 애초에 생산 물량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재고도 그닥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50년 넘게 근근히 이어지다가 2017년 폴 뉴먼이 찼던 시계가 비싸게 팔렸다는 스토리가 거의 전부죠. 이것 조차도 시계 자체에 대한 것도 아니고 뒷북 이야기네요. 심지어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와의 달탐사용 시계 선정에서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스피드마스터는 문워치라 불리고,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는 대표 레이싱워치가 된 아이러니) 게다가 퍼페츄얼(perpetual)이란 이름으로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늘 강조하는 롤렉스임에도, 데이토나는 1987년까지 수동무브밖에 없었죠. 1988년 뒤늦게 도입된 자동무브도 제니스 엘 프리메로의 것을 수정해 가져왔습니다. 1970년대 세이코 아스트론 이후 오토매틱을 넘어 첨단기술인 쿼츠가 확산되는 와중에, 초단위를 쪼개는 레이싱워치에서 수동은 더더욱 구닥다리 취급이었을 듯 합니다. 오늘날 라이트팬들 사이의 플렉스 말고, 찐 팬들끼리 시계의 반세기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소재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 인기가 물량빨이란 생각이 든다: 왜 데이토나가 유독 다른 시계들 보다 유명한가를 설명하는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이 얇은 케이스 안에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높은 기술을 요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결국 시장가격은 수급의 결과입니다. 롤렉스 전체 생산량 중 데이토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로 알려져있습니다. (데이트저스트는 50% 내외, 서브마리너는 10-20%) 그만큼 다른 시계와 매력도가 비슷하다 해도, 그냥 귀해서 비싼 측면도 없지않습니다.

 

 

 

+여담

참고로 11652X 계열 중 2010년도 전후 시계들 일부는 소위 "APH" 다이얼이라 불립니다. 12시 방향 텍스트 맨 아랫줄인 COSMOGRAPH를 인쇄할 때 띄어쓰기의 품질관리(QC)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COSMOGR과 APH 사이 간격이 살짝 떨어져있어서라고 합니다. QC가 뛰어난 롤렉스이기에 더욱 별종으로 간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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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시계도 당첨이네요. 어느 해외 칼럼에서는 스틸토나에만 발견된다 하는데, 제 시계에도 있는 걸 보니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위 사진에서 R과 A 사이가 좀 멀죠? 

 

이 APH 다이얼은 대체로 2011-2014 사이에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제 시계는 V단위(2009년경)로서 시기상 맞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혹시 사후에 다이얼이 교체된 것일까요? 과거에는 돈 이백만원 남짓 더 주면 매장에서 다이얼 교체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2009년 생산 당시에는 정상 다이얼이었다가 2011년 이후 어떠한 이유로 다이얼을 교체하며 APH가 장착된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여전히 의아한 점은, 2016년 세라토나 전까지 데이토나는 검판이 흰판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습니다. (서브다이얼 트랙이 세라토나부터는 검은색이라 흰판 배경과의 대비가 뚜렷한 데 반해, 이 11652X 버전은 은색이라 덜 예뻐보였기 때문 같습니다.) 그래서 꽤 많은 흰판 오너들이 사후 검판으로 교체했다고 알려져있으며, 실제 중고시장에도 검판 물량이 흰판 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렇다면 제 시계는 대세를 거슬러 취향이 뚜렷한 소수의 검->흰 교체 사례 중 하나일까요? 아니면 업계 내에서 APH 다이얼이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진 2011년보다 한 두해 이전에 이미 생산된 바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것일까요?

 

로제와 브루노마스의 APT. 처럼 이 APH 세 글자만으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게 애호가들로서는 즐거움 같습니다.

 

 

 

 



결론

장점 단점 다 있는데 결국 좋은 시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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