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에서 가장 소외된 모델 라인은 아마 포르토피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굉장히 심플하다 못해 지루해 보이는 백색 다이얼에 바 인덱스, IWC에서 가장 저렴하지만 엔트리 모델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워낙 마크 씨리즈의 존재감이 강했던 탓도 있습니다) 조금 더 예전의 포르토피노는 마크 씨리즈와 아주 유사한 다이얼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유일한 드레스 워치 라인이었지만 그저 구색을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특별하지 못했지요.
디자인(Design)
작년 타임 + 데이트의 자동 모델의 체인지가 한번 이뤄지며 포르토피노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체인지 이전의 모델과 같이 심플한 드레스 워치라는 컨셉은 유지되었지만, 심플함 속에서 나름의 개성을 갖추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고급스러움’ 또한 갖춘 한 마디로 대변신하게 되었습니다. 올 해 SIHH에서 발표된 크로노그라프까지 추가되어 타임 + 데이트 모델과 그의 동생 미드사이즈가 꿋꿋히 지키던 라인업에 동료가 함께하게 되었고 그 포르토피노의 새로운 얼굴은 리뷰의 주인공인 포르토피노 크로노그라프입니다.
우선 먼저 매끈하게 폴리싱 된 베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의 IWC를 보면 고급화 전략에 맞게 다이얼이나 케이스와 같은 외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베젤이나 러그, 케이스 백과 같은 부분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잘 만들어져 있고 마무리 또한 잘 되어 있습니다.
리뷰의 검정색 다이얼은 은은한 유광에 5분 단위로 입체적인 바 인덱스를 사용해 케이스에 지지 않을 정도의 고급스러움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바 인덱스의 위를 볼륨 있는 리프형 핸즈가 날아다닙니다. 깨끗한 느낌의 다이얼에 매끈하게 빠진 핸즈가 액센트 역할을 하며 제법 멋진 그림을 그려냅니다. 크로노그라프의 영구 초침은
케이스의 크기 자체도 작은 편은 아니지만 케이스 사이드가 폴리싱의 유광 가공만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측면에서도 보면 전체적으로 육중한 느낌이 듭니다. 그 때문인지 케이스 백의 측면은 오목한데 그것을 측면에서 보면 조금 독특한 곡선을 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씨 스루백을 즐겨 사용하지 않는 IWC이고 또 자사 무브먼트 역시 아니기 때문에 무브먼트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케이스 백의 각인과 헤어라인 가공이 아쉬움을 조금이나 달래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트랩은 케이스를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두께를 지닌 악어 가죽이며 버클은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디플로이먼트 버클을 사용합니다.
케이스 직경 41mm, 두께 13.5mm, 사파이어 크리스탈 (무반사 코팅), 솔리드 백
무브먼트(Movement)
앞의 디자인 부의 리뷰에서 이미 무브먼트는 무엇인가를 눈치채셨을 겁니다.
요 몇 년 사이 7750이나 7750 베이스 무브먼트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아예 수정이 안된 7750을 접하지 않은 탓이 크겠지만) 예전보다 손으로 크라운을 감거나 크로노그라프를 스타트 스톱과 같은 동작을 할 때 ‘빡빡한’ 느낌이 많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주물러(?) 온 IWC의 7750 무브먼트의 결정을 이번 포르토피노를 통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론 ETA의 퀄리티 업이라는 것도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에보슈 단위로 사와서 입맛에 맞게 부품을 새로 만들어 교체하여 양질의 7750을 선사하는 메이커에게도 ETA의 퀄리티 업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칠지. 머리 속이 복잡합니다)
두껍고 폭이 넒은 메인스프링을 사용하는 7750은 손으로 크라운을 감으면 메인스프링 덕분에 강한 저항을 느끼게 됩니다. 포르토피노의 크라운이 조금 작은 탓인지 핸드 와인딩이 매우 쾌적한 편은 아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토크가 강한 7750치고는 비교적 스무스한 와인딩이 가능했습니다. 크로노그라프의 스타트와 스톱은 넓직한 버튼의 어느 곳을 누르는가에 따라 체감하는 느낌이 다른데, 버튼의 끝 부분을 누르면 힘의 전달이 잘 되지 않아 상당히 힘이 들기 때문에 버튼의 중간 정도를 누르면 가볍게 스타트가 가능하고 또 스톱 또한 가능합니다.
30미터의 생활 방수가 되는 드레스 워치로 스크류 다운식 크라운은 사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본 위치인 0단에서 핸드 와인딩, 1단에서 날짜와 요일 (크라운을 각각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둘의 조정 가능), 2단에서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시간 조정을 할 때 무거운 핸즈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꽤 묵직한 조작감 입니다.
올 해 다빈치의 대 변신과 포르토피노 크로노그라프의 등장으로 IWC의 라인업 개조는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소외받았던 포르토피노도 앞으로 IWC의 시계로서 종종 언급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포르토피노에는 수동 모델이 추가되었으면 하는데 현재로서는 글쎄요 군요. 마지막으로 리뷰에 협조에 주신 빅 벤에 감사의 말씀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리뷰 협조 : 빅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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