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HOCK 프로그맨 GW-201NT-1-JF
통칭 카본 개구리로 불리우는 이 모델은 2001년 11월에 출시되었습니다. 별명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표면 무늬에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보아서는 2000년 11월에 발매된 리얼블랙보다 약 1년 후에 발매된 제품입니다. 프로그맨 모델들은 대체로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만 특히 1999년에서 2001년 사이에 발매된 제품들이 인기가 높은데 다른 모델들처럼 카본 개구리는 희소성으로 인해 더욱 유명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1999 ~ 2001)의 프로그맨들은 색상적으로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제품 자체도 2대, 3대, 4대 프로그맨이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었습니다. 2대의 DW-8200 계열과 현행의 4대 GW-200 계열은 프로그맨을 대표하는 모델인데 반해 3대의 DW-9900, 통칭 매드독 모델은 다소 부진했던 모델이었고 금새 단종되고 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시기에는 매드독 모델도 나름대로 여러 바리에이션이 출시되어 적어도 양적으로는 선대, 후대와 겨루어 볼 만했던 시기였습니다. 어쨌든 지금에 와서 이 시기를 뒤돌아 보면 그야말로 프로그맨의 전성기였던 동시에 적자생존의 시기였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대미를 장식한 것이 카본 개구리가 되지 않나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카본 개구리 모델은 3대 DW-9900의 심장에 4대 GW-200의 껍데기를 씌운 제품입니다.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에 비해 지샥의 그것을 보통 모듈이라고 하는데 지샥과 같은 대량 생산형 제품들은 모듈은 동일하고 껍데기만 다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리얼블랙, 흑금, 멘 시리즈 등등의 프리미엄 모델들도 결국 EL, 액정 색상 등만 다를 뿐 동일 모듈을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그 희소성으로 인한 가치가 상승한 경우입니다. 마치 서브마리너의 블랙과 그린의 관계와도 비슷합니다. 2대인 DW-8200에 사용된 모듈은 1294 모듈이며 3대의 DW-9900에는 2016이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현행의 4대에는 2422 모듈이 사용되었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보자면 후기에 사용된 모듈이 더 좋다고 볼 수 있지만 각각의 특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우선 1294 모듈을 베이스라고 했을 때 2016 모듈에는 월드 타임 기능이 추가되었고 다시 2422는 월드 타임 기능과 함께 태양광 축전 기술이 채용된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GW-200 계열에는 태양광 축전 기술이 기본이라고 생각함에도 모든 GW-200이 그러한 것은 아니며 카본 개구리를 비롯한 초창기의 GW-200 모델들에는 3대의 모듈인 2016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카본 개구리는 외형상 4대와 같지만 모듈은 3대의 것을 사용하고 있는 일종의 과도기적 모델이므로 3.5대 프로그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미 동년 6월에 태양광 축전 기술을 탑재한 2422 모듈을 사용한 GW-200 제품이 먼저 발매되었음에도 카본 개구리에는 과거 3대의 모듈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세한 내막이야 모르겠지만 이미 카본 개구리는 3대인 DW-9900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되었는데 외피를 4대로 교체하면서 생긴 변형일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카본 개구리 이후에는 2016 모듈을 사용한 프로그맨이 없으므로(GW-200의 외형에 2016 모듈을 사용한 제품은 카본 개구리가 처음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카본 개구리는 3대와 4대를 연결해 주는 미싱 링크가 됩니다.
이러한 태생적인 특이함은 당시로서는 잘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지샥의 역사를 보면 꽤 재미있게 느껴 집니다. 그런데 태생의 미스테리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 제품은 정말 외관부터 독특함을 자랑합니다. 어떻게 보면 송장 개구리나 브라질리언 캐모보다도 더욱 특이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카본 파이버는 원래 가볍고 내구성, 내마모성이 뛰어난 소재로써 각종 기계, 기구 등의 경량화 소재로서 많이 채택된 신소재입니다. 그런데 이 카본 파이버는 단순한 용재에 그치지 않고 표면에 나타나는 패턴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장식성 소재로서도 널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장식성 소재로서 채택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시계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경향을 보더라도 전자 시계, 특히 쿼츠도 아닌 디지털 시계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채택한 것은 그야말로 시대를 앞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 제품에 사용된 카본 파이버는 일종의 스티커로써 본래의 합성 수지 재질 표면에 부착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무늬만이라도 내려던 시도는 상당히 신선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쨌든 이러한 소재나 디자인의 특성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인터넷의 발달이 현재보다는 못했으므로 그런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후에 이러한 제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현재의 감각으로 보았을 때는 상당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되는데 문제는 해당 제품을 구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것입니다.
밴드를 보면 그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전면에만 카본 파이버 무늬가 있고 후면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샥, 특히 프로그맨은 그 개성이 워낙 강하고 바리에이션도 많은데 개개의 모델은 각각 나름대로의 호감이나 선호 등으로 인해 널리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프로그맨 중에서도 일부 모델들은 아직도 음지에 있다고 생각되는 제품들이 있으며 그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카본 개구리가 아닐까 합니다. 다른 제품들도 그렇지만 당대의 평가보다는 후대의 평가가 훨씬 높은 경우가 있는데 카본 개구리도 그러한 경우에 해당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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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에 의해 2008-08-05 오후 12:21:07 에 복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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