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르트 레베르소 스콰드라 홈타임 (JLC Reverso Squadra Hometime)
똑같은 모델의 리뷰를 두 번 쓰는 일은 어쩌면 불필요할지는 몰라도 리뷰를 쓸 그때 그때의 시점과 감정,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나중에 찾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 있고 또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작업이 있는데 공통점을 지니게 되는 어떤 라인업에 속하는 다른 두 모델의 리뷰를 쓰는 일입니다. 비교를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막 태어나 썰렁한 타임포럼의 리뷰 란 의 몇 칸을 채우기 위해 작성한 초기의 리뷰들 중의 하나가 예거 르쿠르트(JLC)의 대표 모델인 레베르소였습니다. 레베르소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던 썬문은 꽤 정성을 들여 작성한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동일한 라인업의 다른 모델 레베르소 스쿼트라 홈타임에 대해서 써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으실 때 어떠실지는 몰라도 저에게는 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꽤나 긴 전통을 가지는 레베르소가 태어나게 된 기원은 이전의 썬문의 리뷰에도 말한 바 있습니다. 다시 간단하게 말하면 폴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내구성을 갖춘 시계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의해서 입니다. 1920년대 레베르소의 역사가 시작될 시대에서는 시계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글라스였습니다. 종종 글라스가 깨지거나 데미지를 입곤 했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폴로 경기를 할 때에는 케이스를 뒤집어 단단한 케이스 백으로 시계를 보호하려는 시도가 지금의 레베르소를 있게 한 것이죠.
레베르소의 변화상을 보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라인업은 전통적인 클래식, 최근에 편입된 스쿼드라는 스포츠 워치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함이고 쥬얼리 워치의 색채가 강한 여성용과 한정판으로 구분됩니다. 사실 폴로 경기에 사용하기 위함이 태생인 스포츠 워치이긴 하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나 스쿠바 다이빙과 같은 20년대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가 생겨난 요즈음 요구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요. 클래식 모델 중에는 이름 앞에 단 ‘그랜드’ 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큼직한 케이스의 모델이 등장한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스쿼드라는 스포츠 워치로 태어난 레베르소의 하위 라인업으로 지금의 레베르소들과 가장 큰 차이는 자동 무브먼트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레베르소 = 수동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몇 년 전인가 뜬금없이 자동 모델이 하나 만들어지더니 스쿼드라는 자동 무브먼트와 자동 크로노그라프를 사용하는 사각 시계들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직사각형이 상식이었던 레베르소 세계에서 케이스의 형태 변화까지 가져오게 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부채꼴 모양의 로터가 회전을 해야 하는 자동 무브먼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직사각형보다는 정사각형의 케이스가 공간 활용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합니다.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이나 원형의 자동 무브먼트를 태울 수는 있습니다. 공간의 활용도에서는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죠. 리뷰의 모델에 사용한 무브먼트는 Cal.977(베이스 Cal.970) 입니다. 처음부터 사각형 시계에 사용할 것을 계획하고 만들어진 무브먼트로 사각형의 자동 무브먼트입니다. 사각형에 딱 맞게 들어가므로 불필요한 공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 Cal.97X 씨리즈 중 주력 무브먼트인 Cal.975의 기어 트레인을 엿보면 사각형 무브먼트인 Cal.970이 모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JLC의 8데이즈 파워리져브를 가진 수동 사각 무브먼트인 Cal.875를 베이스로 원형의 무브먼트를 만든 Cal.877과는 반대의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각에 최적화 된 Cal.970이 모체가 된 Cal.975은 원형으로 만들어지며 공간이 늘어나며 여유 공간을 가지게 된 (뭐 여러가지 기능을 붙이기에 좋겠지요) 특이한 케이스가 될 것 같습니다.
최신에 속하는 무브먼트이므로 유행하는 최신의 요소들은 전부 담겨 있습니다. 양방향에서 밸런스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밸런스 브릿지, 프리스프렁, 위의 사진에서도 확인 할 수 있는 회색의 세라믹 볼 베어링, (로터를 보면 7개의 볼 베어링이 있습니다) 단방향 와인딩 시스템. 특히 단방향 와인딩 시스템은 양방향 와인딩 시스템을 버리고 단방향으로 갈아탄 JLC의 확신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수동으로 감을 때 느껴지지 않는 메인스프링의 토크에도 큰 영향이 있지만 살짝 만 시계를 움직여도 ‘끼릭 끼릭’하는 반가운 소리를 내는 것은 실 착용을 했을 때 단 방향 와인딩의 효율이 결코 양방향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Cal.970과 같이 직경이 작은 무브먼트에는 상대적으로 구조가 간단해 부품수도 적은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단방향 방식이 적합합니다.
무브먼트의 피니싱. JLC의 자동 무브먼트 피니싱은 Cal.975 이전의 Cal.889 시대에도 썩 훌륭하다고 할 수 없었는데 이 최신의 무브먼트는 더욱 간략화 된 피니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를라쥬, 앵글라쥬와 같은 전통적인 피니싱 기법이 조금씩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라고 하듯 그저 깔끔한 인상을 받을 뿐입니다. 블루 스틸로 장식된 무브먼트는 보기에 결코 나쁘지는 않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대량 생산품이라는 인상이 좀 더 강해졌습니다.
스쿼드라 홈타임의 무브먼트는 GMT 기능이 가능한 Cal.977로 날짜의 표시 기능과 함께 AM, PM 인디케이터도 갖추고 있습니다. 조작 방법은 크라운을 꺼내지 않은 상태에서 수동감기, 한 단 꺼낸 위치에서 시침만 구동 (전,후 자유롭게 가능)과 날짜 조작 (시침을 연속하여 돌리는 방법으로), 한 단 더 꺼내고서 시간 조정입니다.
스쿼드라는 지금껏 레베르소가 가지지 못했던 스포티함을 한껏 발산하는데 레베르소 일가의 공통적인 매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케이스를 180도 반전시켜 씨스루백으로 든든하게 보호되는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죠. 로터의 회전이나 밸런스의 움직임을 보며 시계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을 겁니다. 다이얼의 인덱스나 핸즈의 생김새도 레베르소 가문의 후손이라고 하는군요.
리뷰의 모델은 케이스와 밀착되는 두툼한 가죽 스트랩 모델입니다. 가죽 스트랩 말고도 브래이슬렛에 스포츠 워치 라면 꼭 있어야 할 러버 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D 버클을 사양이나 레베르소 썬문에 사용된 D 버클과는 방식이 다릅니다. 과거의 D 버클은 유저의 손목 두께나 모양에 따라 압박이 가해지기도 하여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스쿼드라에 사용된 것은 버터플라이 식으로 그와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것 입니다. 방식 마다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후자가 좀 더 압박 부위나 정도가 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클이 뼈를 누르는 것 보다는 살과 혈관을 누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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