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SINN) 856.S UTC
진 856.S UTC(SINN 856.S)
진의 명작 파일럿 워치 Ref.155가 창립자인 헬무트 진에 의해 탄생된 것 이라면, 진을 이어받은 로터 슈미트의 파일럿 워치는 아마 Ref.656이나 756과 같은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항공기의 계기판을 모티브 하여 강력한 시인성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Ref.X56 시리즈 라인은 지금까지 진이 만들어 온 파일럿 워치들과 차별화 된 라인을 긋고 있습니다.
진은 독일을 비롯 스위스 등의 많은 메이커들과 달리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메이커입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Ref.155와 Ref.X56 시리즈의 큰 차이점은 디자인이 아닌 진의 새로운 시계 만들기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 입니다.
진의 모델넘버는 간단한 세 자리의 숫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뷰에 관련해 정리해보면 센터 세컨드와 데이트 기능이 있는 Ref.656, 656에 회전 베젤이 달린 Ref.657, 크로노그라프인 Ref.756이 있으며 리뷰의 모델은 Ref. 856로 센터 세컨드와 데이트에 2 타임 존 기능이 있습니다.
무브먼트(Movement)
베이스 무브먼트는 ETA Cal.2892-A2로 타임 존 기능을 추가한 ETA의 Cal.2893을 사용합니다. Ref. 넘버 뒤의 UTC(coordinated universal time)는 세계 협정시를 뜻하는 약자입니다. 보통 GMT기능을 가진 시계라 하면 현지의 타임 존 이외의 하나 이상의 타임 존을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며, UTC는 여기서 GMT기능과 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진 856에서는 인 다이얼의 작은 다이얼이 다른 타임 존을 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씨스루백을 즐겨 사용하지 않는 메이커이기 때문에 진의 시계에서는 무브먼트를 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무브먼트를 본다고 하더라도 장식과 같은 치장이 없어 별 감흥은 없을 것입니다. 요즈음 진의 시계 만들기는 궁극적으로 정확하고 튼튼하며 오버홀이 돌아오는 주기를 줄이는 것으로,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 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있습니다. 해외 매니아의 호평을 받는 이유도 앞의 그것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시계의 핵심적인 부분(예를 들어 헤어 스프링과 같은 부품에는 Nivarox 1등급을 사용하는 등)에는 최상의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656을 비롯한 몇 개의 모델을 수동으로 감아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손을 통해 느껴지는 감촉은 약간의 탄력이 느껴지면서 부드러운편 이었습니다.
2893의 조작은 UTC 기능의 추가로 인해 크라운을 2단으로 하고 데이트 조정의 역방향으로 크라운을 돌리면 UTC의 시침을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외에는 보통의 조작 방식과 동일합니다.
양방향 와인딩 방식으로 일주일간 실 사용을 해보았습니다. 보통의 ETA Cal.2892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로 매일 착용이라면 시계가 멈추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7일 평균 일 오차 +4초의 정도로, 오차는 상당히 만족할 만한 정확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디자인(Design)
다이얼은 기본적으로 매트(Matt) 블랙이며 항공기 계기판을 모티브 한것으로 3,6,9,12의 굵은 아라빅 인덱스와 분 단위의 굵은 바 인덱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이얼의 크기에 비해 인덱스가 상당히 큰 편인데 이로 인해 확실한 시인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인 다이얼에는 24시간계가 표기되어 있어 다이얼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찬 배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 다이얼의 숫자는 인덱스와 달리 야광 기능은 없습니다. 4시 방향에 데이트 창이 위치하는데, 창의 크기는 제법 작은 편으로 날짜를 읽기에도 약간 불편함이 있을 듯 합니다. 이는 시각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한 희생(?)이라고 보여지는군요.
X56 시리즈는 핸즈가 짧은 편입니다. 핸즈가 짧고 두꺼워 답답한 느낌이 있습니다. 야광 염료를 칠한 면적이 넓어져 시인성에서는 유리한 면이 있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답답한 느낌을 주며, 856의 경우 인 다이얼의 UTC 핸즈는 인 다이얼의 크기에 맞추었기 때문에 상당히 짧습니다. X56 시리즈는 핸즈는 기능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없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는 약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테기먼트의 어원은 테기멘티움이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조어로, 스테인레스의 표면을 경화시켜 경도를 올리는 케이스 보호 기술입니다. 원래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도료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케이스의 색은 티타늄과 비슷합니다. Ref. 넘버 뒤에 붙게 되는 S는 독일어 Schwarz로 검은색을 뜻합니다. 진에서 발표한 테기먼트의 경도는 1200 비커스로 일반 스테인레스의 5배 정도라고 합니다만, 장시간을 두고 실제 사용을 해봐야 테기먼트의 케이스 보호 능력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케이스는 큰 특징은 없으나 200M 방수와 크라운 보호를 위해 크라운 가드가 제법 많이 돌출되어 있습니다. 크라운에는 진의 머리글자인 ‘S’가 양각처리 되어 심플한 케이스에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케이스 백은 솔리드 백으로 내 자성 기능을 가지는 만큼 당연한 것으로 80,000A/m의 자력에서 내부 부품을 보호 할 수 있습니다.
왼쪽 케이스 사이드를 보면 하얀색의 홀이 있습니다. 드라이 캡슐로 부르는 진의 독자적인 기술로 시계 내부에 침입하는 미세한 수증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드라이 캡슐에는 황산구리가 들어있는데 습기를 빨아들이는 건조제 역할을 하는데, 습기를 머금을수록 하얀색에서 점점 청색으로 변화합니다. 시계의 부품에 사용하는 오일은 공기와 공기중의 수증기와 반응하여 성질이 변하고 열화를 일으킵니다. 드라이 캡슐의 사용은 그것을 차단하여 오일의 열화를 막아 오버홀의 기간을 연장함에 목적이 있습니다. 드라이 캡슐이 사용되고 그다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는 그 효용성을 알 수 없지만 조만간 그 효력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스트랩과 그 외(Strap & Etc)
스틸 브래이슬랫과 가죽 스트랩이 존재합니다. 스틸의 경우 케이스 소재와 동일하게 테기먼트 처리가 되어 있고 가죽 스트랩은 굵은 스티치가 인상적입니다. 가죽 스트랩은 도톰하게 되어 있어 편안한 착용감을 가집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사용하며 글라스 안쪽에 무반사 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 코팅막이 손상을 받는 것을 막습니다. 200미터 방수 기능으로 일상 사용에는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856은 해외 출장이나 외국 기업과의 거래를 하는등 투 타임존을 알아야하는 유저에겐 매우 유용한 시계이며, 단순히 일상생활을 비롯 아웃도어에서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튼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해외 리테일가에 비해 국내 리테일가가 낮게 측정된 것은 시계가 상당한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여타의 시계와 달리 드라이 캡슐이나 아르곤 가스와 같은 진에서만 볼 수 있는 기능때문에 진은 정식 수입품의 구매가 유리할 듯 합니다. 수입원에 의뢰해 본 결과 드라이 캡슐과 같은 소모품은 정식 수입품이 아니면 교체가 어려울듯 하며 해외에서 구입한 유저는 직접 진의 본사로 의뢰를 해야하는 번거러움이 발생할 듯 합니다.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하는 시도 역시 시계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볼것인가 아니면 저렴하게 구입하여 짜릿함을 맛볼 것인가는 유저의 선택일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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