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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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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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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신제품으로 소개하는 바람에 아주 일말의 죄책감에서 시작하는 리뷰입니다. (변명을 하자면 저와 소스를 공유하는 다른 해외매체는 신제품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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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시작하면 좀 허전해서 부로바를 조금 소개하면 미국 뉴욕에서 시작되었다가 현재는 일본의 시티즌에 매각되어 정체성이 좀 모호하긴 한데 일단은 스위스 메이드입니다. 부로바의 심벌인 소리굽쇠(음차)는 최대 히트작인 음차시계 아큐트론에서 가져온 것인데요. 일정한 진동을 얻을 수 있는 음차를 이용해 정확한 시계를 만들려고 했던 시도로 쿼츠로 천하 통일되기 이전 전기/전자 시계의 과도기적 형태였습니다. 아큐트론은 가끔 오리지날 모델을 복각하기도 하지만 부로바 아큐트론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리뷰의 주인공은 아큐트론 캘리브레이터로 재미있는 기능을 가진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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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관대하거나 아니면 시계 짬이 차서 오차 그 까이꺼라고 해탈을 한 게 아니라면 시계가 빠르거나 늦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성격에서 따라서는 층간소음 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요. 이런 증상에는 그랜드 세이코 쿼츠 쓰시라는 처방전을 드리고 싶긴 하지만 그건 좀 무책임한 것 같네요. 층간소음 갈등의 해결책이 전무한 것만큼이나 사용자 입장에서 거슬리는 오차의 해결책이 많지 않습니다. CS에 가는 것도 한 두 번이고 오차만 생각하다가 신경쇠약에 걸릴 수도 있으니 답답할 따름인데요. 직접 시계의 빠르고 늦음을 조정하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아큐트론 캘리브레이터가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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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C 인증서의 예



하루 오차 -4~+6라는 COSC 통과 범위는 실제 사용과 비교해서 제한적인 포지션을 측정한 값을 가지고 한 것입니다. 대체로 COSC를 통과했다면 허용 오차 범위를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손의 사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채로운 포지션과 사용자의 생활 습관 좀 더 까칠하게 따지면 사용자가 지구상에 있는 위치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게 되죠. COSC 인증서가 있는 시계 중에서 달랑 COSC를 통과했다고만 하는 것이 있는 반면, 포지션 별 상세 오차를 모두 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시계를 사용하지 않는 밤을 이용, 오차를 상쇄하는 게 가능한데요. 예를 들어 +경향의 오차가 나는 시계라면 어떤 포지션에서 나타나는 오차를 이용 사용하지 않는 밤에 그 포지션에 두어 오차를 어느 정도 상쇄하게 되는 것이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시계를 열지 않고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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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트론 캘리브레이터는 이름의 캘리브레이터에서 알 수 있듯 빠르고 늦음을 사용자가 직접 교정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 9시 방향에 있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유사한 형식의 부채꼴 눈금이 빠르고 늦음을 표시하는 창입니다. EFAS(External Fine Adjustment System)라고 이름 붙은 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패키지에 들어 있는 조정용 툴을 삽입해 돌리면 됩니다. 이 툴이 EFAS를 시동하기 위해 도킹되는 부분의 생김새는 육각렌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툴을 끼워 보면 완전한 밀착 상태가 되지 않는데요. 한 치수 작은 육각렌치를 쓰는 것처럼 좀 헐렁거립니다. 물론 툴을 돌리는 데에는 불편하거나 헛돌거나 하지는 않지만 EFAS라는 조금 거창한 이름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새입니다.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 - 눈금 하나당 약 5초 정도로 최대 +15, -15초의 빠르고 늦음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특정 포지션에 두는 방법과 병행하면 최적의 오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드는군요. 다만 이것은 시계 내부의 레귤레이터나 프리스프렁 방식의 조정용 웨이트를 이용해서 오차를 조정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제한적인 폭입니다. 레귤레이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정 범위가 협소한 프리스프렁 방식의 경우 약 2~5분 정도의 빠르고 늦음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서도 조정 범위가 훨씬 적죠. 메이커 입장에서 레귤레이션에 무한한 자유를 줬다가는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시계가 적지 않을 테니 안전장치를 걸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로바 캘리브레이터의 의의는 팩토리 레귤레이션을 거친 뒤 사용자가 최적화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만족스러운 기능입니다.

 

실험을 해봤습니다. 포지션은 다이얼이 위로 향하는 수평 포지션이고 풀 와인딩 한 뒤 12시간을 쟀습니다. +5초 정도의 결과입니다. 실제로 사용한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기본 상태에서 좋은 수치를 보입니다. 다음은 동일 포지션에서 동일 조건인데 +를 최대로 돌린 후 측정해 봤습니다. 1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30, 24시간 지난 시점에서는 +42초 입니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알려진 것과 달리 눈금 하나당 5초가 넘는 범위의 시간을 조정 가능한데요. 포지션에 따라 충분히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캘리브레이터가 기능한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제대로 최적화하려면 COSC 테스트하는 것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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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무브먼트는 ETA의 칼리버 2824인데 캘리브레이터가 되기 위해 변경된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레귤레이터에 추가된 부품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빠르고 늦음을 조절하기 위해서 더해진 것인데요. 이것은 무브먼트 바깥쪽에 있는 커다란 톱니바퀴와 연결이 되어 있고 다시 EFAS의 시작점과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툴을 EFAS에 끼우고 돌리면 커다란 톱니바퀴가 돌면서 최종적으로 레귤레이터로 연결이 되는데, 직접 레귤레이터와 연결하지 않은 이유는 미세 조정을 위한 것 같습니다. 숙련된 워치메이커가 아닌 일반 사용자가 조정한다는 전제이기 때문에 커다란 톱니바퀴를 중간에 두어서 기어비라고 하면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기어비를 바꾼 셈입니다. 직렬로 연결되어 있다면 대단히 미세한 조정 능력이 요구되는데 일반 사용자라면 쉽지 않은 일이죠. 이것을 한번 거쳐서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미지에서 보셨듯 보통의 2824에는 없는 부품이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로터가 높이 솟아있죠. 그리고 로터의 끝 부분은 회전력을 얻기 위한 웨이트 형태로 성형하는데 수정된 불로바의 2824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추가된 부품과 간섭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로터가 잘 돌지 않습니다. 보통의 2824 로터는 쉽게쉽게 회전하는 편인데 로터가 12시 방향에 거꾸로 매달린 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착용을 하면서 확인 해 봐야 하는 부분인데 그렇질 못했는데요. 이런 로터의 움직임이라면 회전 효율이 좀 우려되긴 합니다. 칼리버 2824에서 높은 수준의 표면 피니시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캘리브레이터에 집중한 나머지 표면 피니시는 거의 가공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부분은 아쉬운 것은 아니고 기능에 집중하는 것으로 현명한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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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포지션은 0, 1, 2로 보통의 2824와 다르지 않습니다. 포지션 0에서 수동 와인딩을 해보면 사각거리는 특유의 소리는 있지만 부드럽게 감깁니다. 어느 정도 와인딩이 되었을 때 텐션이 강해지는 게 느껴지긴 해도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와인딩이 가능합니다. 크라운의 포지션 간 전환은 아주 좋다고 하기 어려운데 0 1, 1 2의 경계가 처음에는 좀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크라운을 잡아당기면 어쩔 때는 바로 0에서 2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크라운 포지션을 변경해 날짜나 시간 조정 시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없습니다. 크라운이 포지션 0 상태에서 약간 헐렁하게 달려 있다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크라운 가드가 보완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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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길게 뻗은 러그를 보면서 심벌인 소리굽쇠가 연상됩니다. 전체적으로 딱히 거슬리는 것 없이 무난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케이스 측면을 코인엣지 처리하거나 크라운 가드에서 멋을 내려 하고 있습니다. 다이얼을 보면 가장 먼저 캘리브레이터가 시선을 빼앗습니다. 방사형 패턴에 둘러싸인 캘리브레이터의 파란색 바늘이 반짝거리죠. 지나치게 반짝거리는 것과 측면을 봤을 때 페인트로 처리한 바늘이긴 한데 하얀색 다이얼 위에서 청량감 있는 포인트가 됩니다. 다이얼 중앙은 클로 드 파리라는 패턴으로 처리했고 음양으로 통해 입체감을 들어내는 패턴 특유의 멋이 있습니다. 검정색 업라이트 인덱스의 바깥쪽에는 단차를 드러내는 링 형태의 초 인덱스 레이어가 있습니다. 5분 단위로 도트 야광을 사용했고 캘리브레이터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밀한 인덱스가 필수적입니다. 사람의 습관상 5분 단위의 시간을 볼 때는 자연스럽게 아라비아 숫자의 업라이트 인덱스로 눈이 향하죠. 8 10의 경우 캘리브레이터로 인해 살짝 위치가 비켜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시간을 읽을 때 바깥쪽에 있는 초 인덱스를 보거나 의식적으로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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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이 정도로 하고 케이스 피니싱을 보면 역시 무난한 편으로 폴리시와 헤어라인 가공을 병행했습니다. 러그의 헤어라인은 살짝 얕게 가공을 한 것 같지만 무난한 편이고 케이스 모서리 처리나 스테인리스스틸의 소재 자체도 좋은 것 같습니다. 브레이슬릿은 선택 사항이라 좀 다행이지 싶은데요. 케이스와 완전히 밀착되는 엔드 피스나 5연처럼 보이는 멋을 부린 3연 브레이슬릿은 좋지만 가공에서는 케이스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헤어라인 가공이 상대적으로 흐릿하고 모서리는 날이 느껴집니다. 전설적인 구형 롤렉스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각도에 따라 피부가 잘못 스치면 살짝 따갑다라고 느낄 것 같더군요. 디자인을 단순화 하더라도 모서리 가공에 공을 들이는 편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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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모델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재미있었습니다. 테스터를 빌려서 롱 텀 테스트를 해 볼만한 시계인 것 같습니다. 오차를 최적화하기 위해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캘리브레이터와 씨름을 해야 한 듯 한데요. 최적화가 된 이후에는 평범한 기능의 시계가 되어버리지만(장기적으로는 조금씩 조정을 해야 할 수도) DIY(?) 오차 조정을 통한 나에게 최적화 된 시계라는 점이 애정을 불러일으킬 것 같네요. 가격은 210만원으로 유일한 캘리브레이터 기능과 전반적인 완성도를 봤을 때 적절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사진촬영 및 착샷은 손에 털이 많이 나기 시작한 Picus_K님이 진행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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