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래프
1997년 시계 시장에 뛰어 든 이후, 몽블랑은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시계 개발에 몰두해 왔습니다. 필기구로 시작한 몽블랑이 시계 분야로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도출해 낸 브랜드의 생존 전략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합당한 설명일 듯 합니다. 기록(Writing)이라는 필기구 이미지에 시간(Time)이라는 시계의 이미지를 결합한 '시간의 기록(Writing Time)' 이라는 컨셉을 크로노그래프 시계로 표현하려 시도하고 있는데,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라는 단어의 어원 역시 그리스어로 ‘Chronos(시간)’ 와 ‘Graphein(쓰다)’ 이 합쳐져서 즉, ‘시간의 기록’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몽블랑의 이런 행보는 부자연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리치몬트 그룹에서 인수하면서 몽블랑의 고급 워치 매뉴팩처로 2008년 몽블랑 브랜드에 완전히 통합된, 153년의 역사를 가진 워치 아뜰리에 미네르바(Minerva)가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제작에 강점을 가졌다는 이유도 큽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08년 발표한 니콜라스 뤼섹 컬렉션은 대중들이 몽블랑을 시계 메뉴팩쳐로서 인식전환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해 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소개할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래프 역시 이런 몽블랑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몽블랑에서는 최근 연속해서 크로노그래프용 무브먼트인 칼리버 MB R100, MB R200, MB LL100 를 선보였습니다. 칼리버 MB R100(수동)과 MB R200(자동) 무브먼트는 니콜라스 뤼섹 컬렉션을 위한 무브먼트로 이미 알라롱님의 리뷰를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리뷰를 통해 칼리버 MB LL100 무브먼트와 이를 장착한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라프 모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 니콜라스 뤼섹에 관해서는 알라롱님의 리뷰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timeforum.co.kr/5121057
<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로그래프. 악어가죽 스트랩과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이 있다 >
몽블랑 시계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니콜라스 뤼섹 컬렉션은 어느 정도 고급 레벨의 유니크한 타임피스를 지향한다면, 스타(Star) 컬렉션 , 타임워커(TimeWalker) 컬렉션 등은 좀 더 대중적인 컬렉션으로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타임워커 컬렉션에 몽블랑의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장착되었다는 것은 범용 무브먼트가 다수를 이루던 이 라인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래프는 몽블랑 르로클 매뉴팩처(Le Locle Manufacture)에서 무브먼트 개발부터 제작, 디자인 설계와 엔지니어링, 그리고 마지막 부품조립 및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공정이 이뤄집니다.
< 몽블랑의 시계는 두 곳의 매뉴팩쳐에서 생산된다. 하나는 르 로클(Le Locle) 매뉴팩쳐(좌)로 몽블랑의 스타 니콜라스 뤼섹 컬렉션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계들이 이곳에서 생산되며, 또 하나는 미네르바의 새로운 이름인 빌르레(Villeret) 매뉴팩쳐(우)로 오직 하이엔드 에디션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
2011년 SIHH를 통해 소개된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몽블랑 시계 라인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스타(Star) 컬렉션과 타임워커(TimeWalker) 컬렉션 중 타임워커 컬렉션에 포진시킨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클래식한 풍의 스타 컬렉션과 모던한 풍의 타임워커로 시계 시장의 다양한 니즈(Needs)를 잡겠다는 몽블랑의 전략이었습니다. 지금은 독립적인 컬렉션이 되었지만 니콜라스 뤼섹 컬렉션이 처음 선보일 때 '스타 니콜라스 뤼섹'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것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니콜라스 뤼섹의 케이스나 다이얼을 보면 확실히 스타 컬렉션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칼리버 LL 100 무브먼트를 장착한 모델을 타임워커 컬펙션에 포진시킨 것은 스타 컬렉션과 타임워커 컬렉션을 동등한 지위에서 몽블랑의 시계 부문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시계 이름으로는 꽤나 근사한 느낌의 타임워커는 몽블랑 만년필 중에 스타워커 컬렉션으로 부터 이름과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43mm 케이스 사이즈에 심플한 베젤, 그리고 블랙 다이얼이 주는 시원스런 가독성은 일품입니다. 격자무늬(graticule) 의 문양으로 처리된 크라운의 옆면은 조작의 용의성을 주는 한편 우하하고 세련된 감각을 느끼게 하며, 몽블랑의 상징 화이트 스타가 영롱하게 박힌 크라운은 기능성을 넘어 최상을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고광택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가 주는 차갑고 이지적인 느낌에 칼날처럼 예리함으로 빛나는 핸즈와 인덱스, 컴퓨터 그래픽같은 방사형 격자무늬의 다이얼이 보태져, 같은 곡선과 직선의 조합이라 하더라도 분명 니콜라스 뤼섹이나 스타 컬렉션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 따스한 감정과는 대치점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심플한 모양에 폴리싱 처리로 유려한 원형 케이스, 견고한 강철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러그는 최신의 하이테크 건축 구조 같아 보입니다. 러그는 크라운의 몽블랑 로고와 함께 이 모델을 다른 시계들과 차별화시키는 요소로 기능적으로는 무게를 줄이면서 시각적으로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견고해 보이도록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러그와 스트랩을 연결하는 핀홀 부분의 몽블랑 로고는, 몽블랑 로고를 나사의 머리처럼 보이도록 한 기능미와 함께 몽블랑이 자신들의 로고에 얼마나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돔 형태에 양방향 무반사 코팅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래스는 어느 방향에서도 좋은 가독성을 확보해 줍니다.
측면을 보면 상당한 두께가 느껴지는데, 15.3mm 의 두께를 갖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무래도 장착된 무브먼트의 두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집니다.
뒷면을 보면 씨스루 방식의 케이스백으로 몽블랑의 신형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MB LL100 을 볼 수 있습니다.
칼리버 MB LL100 은 몽블랑이 MHVF(Manufacture Horlogere ValFleurier)의 워치메이커들과 콜레보레이션을 진행하여 탄생시킨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입니다. 기존의 크로노그래프 구조와 달리 몽블랑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다이얼의 센터에 크로노그래프용 초침과 분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1970년대에 유행하던 크로노그래프 스타일로,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센터 표기에 맞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제작이 줄어들면서 점차 모습을 보기 어려워 졌으나, 몽블랑의 크로노그래프에 대한 관심이 잊혀졌던 센터 표기 방식의 크로노그래프를 칼리버 MB LL100 을 통해 다시 부활시킬 수 있었습니다.
칼리버 MB LL100 무브먼트는 플라이백 기능의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오토매틱 무브먼트 입니다. 시, 분, 초, 날짜창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스크류 조정 방식의 밸런스, 28,800 vph (4 Hz), 36석, 트윈 배럴의 파워리저브 72시간 성능을 갖고 있으며 최근 고급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에 적용되는 컬럼휠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경우 센터에 크로노그래프용 초침과 분침이 같이 세팅되어 있는데, 플라이백의 기능을 실행할 때 두 바늘이 같이 리셋되기 때문에 ‘트윈플라이(TwinFly)’ 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습니다. 크로노그래프용 초침의 경우 다이얼 가장자리 눈금을 통해 1/4초 단위까지 초를 측정할 수 있고 두 바늘의 구분은 길이와 색깔의 차이를 통해 구분해 놓고 있습니다.
더불어 12시 방향에 세컨드 타임존을 둔 GMT 기능을 추가해서 보다 기능적으로 탁월한 무브먼트로 완성했습니다.
스켈레톤 타입의 로터는 양방향 감기 방식이며, 역시 몽블랑의 로고가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로터가 무브먼트를 가려버리는 자동 무브먼트만의 단점을 잘 보완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로 꼬뜨 드 제네브 문양과 블루 스크류로 장식된 플레이트가 보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꽤 두께감을 느끼게 하는 무브먼트인데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 무브먼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두껍다는 느낌이 듭니다.
크라운의 조작은 0단에서 수동 태엽감기, 1단에서 GMT를 위한 시침 조정(날짜창 조정 기능은 없다), 2단에서 스톱 세컨드 기능이 있는 시간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이나 크로노그래프용 푸시 버튼의 조작감은 무난한 편입니다.
블랙 다이얼 위로는 신형 무브먼트의 기능성이 잘 투여되어 있습니다. 타임워커 컬렉션 특유의 인덱스와 핸즈는 컬렉션의 아이덴티티를 잘 설명하고 있고, 수직으로 세개의 서브 다이얼이 겹쳐 있는데, 12시 방향의 세컨드 타임존, 중앙의 크로노그래프 분단위 카운터, 6시 방향의 영구초침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시 방향의 날짜창과 3시 방향의 몽블랑 로고가 대칭을 이루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맞춰준 모습입니다. 센터 서브다이얼을 둘러 싼 방사형 격자무늬는 아워 인덱스의 보조기능을 하면서 밋밋해질 뻔 한 다이얼의 질감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다이얼 가장자리(로흐) 부분은 1/4초 눈금으로 표시되어 크로노그래프 기능에서 좀 더 미세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세컨드 타임존은 독특하게 12시가 위로, 24시가 아래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12시의 굵은 인덱스를 살리면서 24 시간의 표시 및 낮과 밤까지 구분할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방사형 무늬는 위, 아래 문양이 다른데 위쪽의 태양광선 문양은 낮 시간을 상징하고, 아래 천체 돔 문양은 밤 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핸즈와 인덱스는 로듐 도금 특유의 고광택 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영구 시침과 분침 및 로흐에 야광 처리를 해서 어두운 곳에서의 가독성을 유지시켜 줍니다. 센터에 자리 잡은 크로노그래프용 초침과 분침은 길이와 색깔로 구분해 놓고 있는데 강렬한 레드 컬러의 두 핸즈가 밋밋한 무채색으로 끝날을 뻔 한 다이얼에 시각적 포인트를 주는 효과가 좋습니다.
블랙 엘리게이터 악어 가줄의 스트랩이 기본 장착되어 있습니다. 러그 쪽이 두껍고 버클 쪽이 얇은 형태로 케이스의 두꺼움을 보완하는 디자인입니다. 스트랩 사이즈는 22/20mm 입니다.
양방향 디플로이언트 버클이 기본 장착됩니다. 버클의 측면 역시 러그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착용샷입니다.
43mm는 저의 손목이 커버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입니다.
곡선과 직선의 현대적인 만남. 실버와 블랙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그로테스크한 카리스마. 이 정도면 이 시계에 대한 느낌이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을 좀 피력하자면 두께를 좀 더 줄이고, 40~41mm 정도의 케이스로 나왔으면 더욱 매력적인 시계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너무 이기적인 욕심인가요...?
로고만 봐도 가슴 설레며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벤츠의 삼각별이 그렇고, 애플의 사과가 그렇고, 몽블랑의 하얀 별이 그렇습니다. 이런 브랜드들은 그 아름다운 로고에 걸맞는 최상의 품질과 디자인으로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몽블랑의 시계는 그래서 다른 브랜드들보다 분명히 하나의 더 큰 메리트을 갖고 있습니다.
몽블랑은 펜으로 시작했고 아직 펜 만큼 시계가 강력한 팬덤을 가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몽블랑이 시계 분야에 뛰어든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10년 넘게 그 일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어떤 열정과 비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노력과 열정이 이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몽블랑 시계를 기대합니다.
가격은 950만원대입니다.
< 지난해 SIHH 2012 를 통해 선보인 GreyTech 모델과 올해 SIHH 2013 에 공개된 화이트다이얼 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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