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밀 커머셜 디렉터 알렉스 밀 인터뷰
-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 전경
타임포럼은 지난 7월 1일 강남구 압구정로 450에 새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Richard Mille Seoul boutique)의 공식 오프닝 행사에 함께 했습니다. 1층 부티크, 2층 라운지, 3층 사무실로 이뤄진 총 300평 규모의 독창적인 건축 컨셉을 자랑하는 서울 부티크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리차드 밀 스위스 본사에서 브랜드 설립자인 리차드 밀의 두 자녀들이자 2세대 경영진을 대표하는 리차드 밀 브랜드 및 파트너십 디렉터 아만다 밀(Amanda Mille)과 커머셜 디렉터 알렉상드르 밀(Alexandre Mille, 이하 알렉스 밀)까지 방한해 자리를 빛냈는데요. 서울 부티크 오픈이 리차드 밀 브랜드 차원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관련해 타임포럼은 알렉스 밀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 오픈 및 차세대 경영인으로서의 남다른 포부와 각오 등을 포괄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리차드 밀의 밝은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젊은 리더의 육성을 통해 리차드 밀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알렉스 밀 약력:
알렉스 밀은 대학에서 법학과 영상 제작 학위를 취득한 후, 2012년 리차드 밀의 3D 모델링 및 영상 협력업체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으로 워치메이킹 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1년 후 리차드 밀 영상 제작팀에 합류, RM 27-02의 프레스 릴리즈 영상물 제작에 관여하며 본격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이미지화해서 영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주요 타임피스의 디자인부터 제작, 피니싱, 조립을 아우르는 워치메이킹 전반의 과정을 영상에 담는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2016년 그는 리차드 밀 파리 본사를 떠나 미국으로 거처를 옮겨 아메리카 지역 유통 총괄인 존 시모니안과 함께 하며 관련 비즈니스를 익혔고, 특히 커머셜 부문에 탄탄한 배경지식을 쌓았다. 이듬해인 2017년 북미 시장을 담당하는 트레이닝 매니저로 근무하며 리차드 밀 부티크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한편, 주요 VIP 고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렇듯 필드에서 커리어를 다진 그는 약 3년만인 2019년 커머셜 디렉터(Commercial Director) 자격으로 프랑스 파리 본사로 복귀해 매뉴팩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세일즈 팀 등 다양한 분야의 팀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브랜드를 이끌 포괄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서울 부티크 1층 매장 공간
서울에 리차드 밀의 새로운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을 축하한다. 더 큰 서울 부티크 오픈은 브랜드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엔 나는 두 종류의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컨셉의 부티크를 여는 것은 마침내 브랜드를 이끌 새로운 세대의 출현과 새로운 리더십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분명 설립자인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비전을 갖고 다른 방식으로 일하며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유형의 부티크를 선보이는 것은 또한 우리 부티크를 찾는 고객들의 변화하는 의견을 수용하고 진정성 있게 반영한 결실이기도 하다.
팀의 리더로서 최초로 내가 깊게 관여한 프로젝트는 지난해 싱가포르 세인트 마틴(St Martin's Drive)에 오픈한 플래그십 부티크였다. 그것은 이전의 우리와는 매우 다른 컨셉의 부티크였고, 나를 포함한 우리 팀 모두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했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에 완전한 창조적 자유를 누렸다. 그리고 세인트 마틴 부티크 공사가 한창일 때 우리는 서울 부티크를 위한 새로운 위치를 확정했고 '그래, 우리에게 이 건물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꾸밀까?'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본능적으로 싱가포르 세인트 마틴 부티크의 복제물과도 같은 결과물을 원하지 않았다. 지역의 특성에 맞게 완전히 다른 부티크이길 희망했고 리차드 밀 코리아 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러한 나의 생각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새로운 서울 부티크를 위해 우리는 2가지 핵심 가치를 담고자 노력했다. 우선 가장 순수한 형태의 리차드 밀 브랜드의 DNA를 건물 외관만 보고도 바로 알아챌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단지 비주얼적인 것 뿐만 아니라 한국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면서 우리의 가치를 진실하게 알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심하고 여러 전문가들과의 토론 및 협의를 통해 형태를 다듬어 나갔다. 유럽인들의 관점이 아닌 한국인들의 시선으로 한국 시장을 향한 트리뷰트(헌사)의 의미까지 담아서 말이다. 리차드 밀만의 디자인 요소를 바탕으로 스위스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조화를 추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결과물에 매우 만족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부티크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한국의 서울 부티크만을 위한 것이다. 앞으로 다른 국가의 부티크도 리노베이션을 이어갈 예정인데, 한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부티크 컨셉이 또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서울 부티크는 건물 외부 전체에 전 세계 어느 리차드 밀 부티크에서도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파사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당신도 공감하겠지만 리차드 밀 제품 하면 사람들은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소재부터 떠올리게 마련이다. 실제로 우리가 현행 컬렉션의 진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투자를 아끼지 않은 부분이 바로 소재 개발이다. 그렇기에 한국에 새로운 부티크를 연다고 할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파사드(Façade)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두고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시계 케이스처럼 토노 쉐입의 파사드를 떠올린다면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다. (웃음) 또한 카본과 같은 첨단 소재를 선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건 우리 시계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한국과 리차드 밀을 연결할 수 있는 소재를 떠올렸고, 가장 먼저 스톤(석재)이 선택됐다. 한국은 국토 면적의 상당수가 산과 숲으로 이뤄져 있는데 스위스도 비슷하다. 산과 숲에서 흔한 것이 바로 스톤(석재)과 우드(목재)가 아니겠는가. 더불어 리차드 밀이 애정해 마지 않는 메탈(금속재)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3가지 소재를 가지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특색 있는 파사드를 완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다고 너무 드러내놓고 브랜드 색깔을 강조하고 싶진 않았다. 우린 이미 개성 강한 컬렉션을 운용 중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자 우리를 봐' '이게 리차드 밀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쇼-오프(과시)하는 듯한 파사드 디자인은 지양하고 싶었다. 애초 서울 부티크 위치를 선정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주변 건물 및 풍광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나아가 한국의 문화와 노하우(Savoir-faire)에 헌사하는 의미를 담아 절제된 아름다움을 간직한 파사드를 선보이고 싶었다. 리차드 밀의 개성은 우리 제품이 알아서 얘기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지, 너무 떠벌리듯 시끄럽게 우리 브랜드를 알릴 필요까진 없는 것이다.
서울 부티크 곳곳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접할 수 있어 들어오자마자 매우 환영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컨셉을 적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서울 부티크는 한국적 노하우에 대한 리차드 밀 스타일의 헌사라 할 수 있다. 부티크 건축 관련한 모든 한국의 근로자들과 각종 자재 공급자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우리는 한국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부티크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설립 이래 우리 브랜드는 항상 제품 개발을 포함한 모든 의사 결정을 경영진 내키는 대로 하지 않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을 매우 중시해왔다. 아버지는 내게 항상 말씀했다. "네 의견에 완전히 반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의견을 늘 경청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이렇듯 리차드 밀에게 있어 협업은 우리의 ‘심장(Heart)’과도 같다. 이러한 팀 플레이 정신은 서울 부티크 오픈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아버지가 선호한 이전 컨셉의 부티크는 매우 차갑고 절제된 디자인의 마치 병동을 떠올리게 할 만큼 크리니컬하고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선사했다면, 아만다(Amanda Mille, 리차드 밀의 장녀로서 알렉스 밀의 누나이자 현 리차드 밀 브랜드 및 파트너십 디렉터)와 나는 아버지와 달리 원목 소재와 고급스러운 소파 및 오브제 등을 활용해 한결 따스하고 여유로운 라운지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다.
- 서울 부티크 2층 라운지 공간
한옥의 서까래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천장과 전통 창호 및 문살을 조화롭게 사용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리차드 밀이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일관되고 놀라운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는 우리 브랜드의 코어 밸류(핵심 가치)와 관련된 질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매우 뚜렷한 DNA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알고 있다. 아버지는 이를 우리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한 '약속(Commitment)'으로 정의한 바 있다. 관련해 워치메이킹 파트너들, 비지니스 파트너들과 작업할 때 절대로 순순히 타협하지 말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면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고 배웠다. 우리는 처음부터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고 뚜렷한 컨셉이 있었다. 특정 모델을 개발하기까지 7년, 9년, 12년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릴 지라도 목표하는 바를 향해 아버지 말씀대로 '계속하라, 계속하라'고 채찍질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체계(Mentality)를 갖게 되면 비지니스의 모든 측면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언제나 열정을 가지고 마음이 움직이는 쪽으로 향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는 뒤따르게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리차드 밀이 여전히 매우 성공적일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우리의 시계를 보고, 부티크를 방문하고, 우리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단번에 리차드 밀이 언제나 일관되게 추구해온 가치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 RM UP-01 페라리
케이스 두께 1.75mm로 2022년 론칭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 타이틀을 자랑한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첫 시계 2001년 RM 001부터 가장 최근은 아니지만 2022년 RM UP-01까지 우리의 마일스톤과도 같은 시계들을 보면 단번에 리차드 밀 제품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DNA가 강력하기 때문에 로고를 떼어놓고 봐도 리차드 밀 워치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매년 선보이는 시계들은 워치메이킹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쉐입, 컬러, 펑션과 관련해 이 정도의 창의력(Creativity)을 발휘한 결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계들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한눈에 리차드 밀 워치임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파워풀한지를 보여주는 쇼케이스이자 성공의 비결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새로움을 갈망하고 다이내믹한 열정과 또 다른 미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우리는 단 한번도 새로운 컨셉을 시도할 때 두려워 한적이 없다. 또한 아무리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모두가 원하는 모델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목표를 채우면 미련 없이 거기에서 멈추고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는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전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제품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이러한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사람들은 특정 모델만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매우 특별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 매뉴팩처에서 시계를 창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라 할 정도로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구쳐 자극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마련이다. 실제로 우리는 오는 2031년까지 우리가 제작할 시계들에 관한 프로젝트를 시작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그 사이 매년 8~12개 사이의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인데, 우리의 워치메이커들은 절대로 지루할 틈 없이 하루는 크로노그래프, 하루는 RM UP(엑스트라-씬) 등등 매번 새로운 작업을 진행하며 앞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미안하게도 자꾸만 답변이 길어진다. (웃음) 나는 우리 브랜드를 위한 영상 제작 작업을 주도적으로 도맡아 하고 있다. 팩토리 방문시 워치메이커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은데, '리차드 밀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수대째 대를 이어서 워치메이킹 분야에 종사한 집안의 사람들인데, 선대인들은 고도로 분업화된 시스템에 맞춰 그저 맡은 임무를 매일 기계적으로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차드 밀은 정반대로 굴러간다. 우리의 워치메이커들은 업계에 드문 예인데 하나의 시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전담하고 책임진다. 때문에 전담 워치메이커가 하나의 시계 조립까지 마치고 나면 또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시계 제작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매번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워치메이커의 성장에 결정적인 동기를 부여한다.
내가 주도하는 영상 제작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제품 컨셉에 맞춰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비주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아이템을 구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벨티를 적절하게 알릴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한다. 올해는 그린, 내년은 블루, 내후년은 레드 이런 식으로 매년 새로운 컬러 웨이나 하는 안이한 방식을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리차드 밀은 매년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시계를 선보이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제품 개발이나 관련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각 리전의 부티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 매니저들과 세일즈 직원들은 단지 고객들과 신제품의 컬러 다이얼이나 이야기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완전히 새로운 소재, 가령 특허 받은 신소재에 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곤 한다. 우리 고객들은 그만한 열정과 관심이 있다.
그리고 당신 질문에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한국 시장의 특수성에 관한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한국인들은 매우 매우 테크니컬하다. 일례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한국영화들을 보더라도 스토리텔링 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측면과 장면 장면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카메라를 쓰고 어떤 스타일의 카메라 워크를 할지 등을 매우 면밀하게 고려하는 식으로 기술적인 디테일이 엄청나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치밀한 성향과 리차드 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매우 닮아있다고 본다.
브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리더로서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리더십 측면에서 아버지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다들 내가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한다. (웃음)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곤 성장해가면서 나는 항상 아버지와 뜻이 잘 맞았다. 그래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도 ‘아버지와 굳이 다를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퍼블릭 퍼슨(공인)으로서의 나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지 보다는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항상 챙기고 나의 결정에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더욱 신경 쓴다. 일전에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들아, 우리는 한 연합이란다(My Son, We are the union)." 다시 말해 제품 개발부터 커뮤니케이션, 부티크 클라이언트 릴레이션 등 브랜드 관계자들 서로서로가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긴밀하게 소통하며 일하기 때문에 미래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나는 그것이 문제가 되기 전에 반드시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멀리하거나 피하려 하지 말고 직접 마주하며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브랜드를 이끌 때도 이러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회사를 설립하고자 초인적으로 분투했고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리차드 밀이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브랜드를 이어받은 사람으로서 나의 역할은 이미 성공적인 브랜드를 제대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성공을 향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테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 브랜드가 추구해온 가치들을 타협하지 않고 더 뚜렷한 비전과 함께 계승해 나가는 것이다. 리차드 밀 브랜드는 정말 거인과도 같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응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갖고 있다.
- RM 65-01 오토매틱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파스텔 블루 쿼츠 TPT® 케이스로 거듭난 2024년 신제품으로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는(5헤르츠) 하이비트 자동 스켈레톤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RMAC4를 탑재했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알다시피 지난 4년 간 우리 시계를 찾는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 나는 이 사실에 기뻐하기 보다는 '좋았어, 이번 노벨티가 대단히 성공적인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우리 고객들에게 가능한 더 빠르고 최적화된 방식으로 시계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골몰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연간 6천개 미만의 시계를 생산하는데, 엄청난 요청 대비 원하는 제품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고객들이 느낄 좌절감을 생각하면 늘 괴로운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세일즈 관계자들을 통해 우리 고객들이 매우 긴 웨이팅 라인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인지를 세심하게 살피고 피드백을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프로덕션 디렉터에 매달리며 특정 인기 레퍼런스 모델을 연말 안에 가령 5개 정도 더 빠르게 만들어 달라고 재촉하기까지 한다. 단 5점의 시계일지라도 어느 리전의 부티크에는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브랜드의 중심부에서 매일매일 행복한 매니지먼트를 목표로 모든 분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계자들과 협의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당신의 10년 후는 어떨까? 리차드 밀 브랜드에 어떤 새로운 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매우 좋은 질문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미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우리 브랜드가 니쉬(Niche, 틈새) 브랜드라 생각한다. 그러나 장담컨대 앞으로 10년 후 우리 브랜드는 지금 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고 고객들의 요청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고로 우리는 매우 조심스럽게 이러한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전략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소중한 워치메이커들을 비롯한 매뉴팩처 직원들이 너무 일이 많아져 큰 압박을 받지 않도록(지금도 비슷한 종류의 압박을 느끼고 있겠지만) 세심한 관심과 독려를 통해 소위 말하는 번아웃(Burnout Syndrome, 소진 증후군을 일컫는 표현)을 겪지 않으면서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우리 브랜드가 더 크게 성장하려면 물론 더 많은 제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도시에 우리의 새로운 부티크를 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더 많은 시계가 필요하고 제작수량도 늘려야 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서울 부티크의 이러한 공간(2층 라운지)이 우리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매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없는 고객들이 너무 큰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런 멋진 공간에서 그들을 충분히 환대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특정 모델이 매우 성공적이라서 단지 쉽게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더욱 간절하게 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들의 속내와 요구를 경청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브랜드가 제품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수고를 들이는지를 고객들이 진정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RM 30-01 오토매틱 디클러처블 로터 조립 모습
기존의 RM 030을 계승하면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오버사이즈 데이트를 새롭게 리-디자인해 2023년 출시한 신제품으로 티타늄과 레드 골드 2가지 소재로 선보인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나는 원래 영화감독을 꿈꿨던 사람으로서 영화 세트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우, 테크니션 등을 포함한 대략 150명 정도의 사람들이 감독 한 사람의 창조적 비전을 믿고 성공적인 작품이 되게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내 생각에 워치메이킹 분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가장 단순한 시계도(비록 우리 제품이 단순함과는 매우 거리가 멀지만) 대략 200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하고 이 한 제품의 성공을 위해 여러 사람들이 마치 행성이 정렬하듯 한 방향을 향해 뛰어들고 있지 않은가. 인류는 수세기 전부터 이렇듯 아주 작은 요소 하나까지 신경을 쓰며 한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해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러한 결과물을 높이 평가하고 박물관에 가서 보고 물건을 수집하고 하는 것이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그 도시를 뒤에서 묵묵히 일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매뉴팩처에 약 220명 정도가 근무하는데 이 모든 사람들이 한 제품의 성공을 위해 협력한다. 사람들의 성향, 문화적 배경, 라이프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그토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서울 부티크 역시 상상해보라.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 건설 관계자들,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서 분투했을지 말이다. 나 역시 매장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챙기며 직원들과 소통했으니 리차드 밀을 위한 이 공간 하나를 창출하는데 들인 우리의 모든 수고스러운 노력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정말이지 자랑스럽고, 더욱 자랑스러운 우리 브랜드의 미래를 위해 다방면으로 경주할 것이다.
워치메이킹 외 당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혹시 리차드 밀 브랜드가 추구하는 오뜨 오롤로제리(Haute Horlogerie)의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아티스트의 작품을 접할 때 단지 이건 뭐가 좋고 이건 내가 기획한 것과 결이 비슷하니 참고해야지 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나는 항상 '왜?'를 생각한다. 이 작품이 왜 내 가슴을 뛰게 하는지, 왜 나를 울리는지, 왜 내 마음 깊은 곳을 공명해 감동을 주는지를 면밀히 파헤친다. 그런 이후에야 나만의 호흡으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캔버스에서 어떻게 표현할 지가 그려진다. 내게 리차드 밀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알다시피 리차드 밀은 자동차(Automotive)의 세계에서 지대한 영감을 받았다. 자동차를 향한 아버지의 넘치는 열정을 연료로 삼아 최초의 RM 001 모델부터 우리의 놀라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영감을 주는 요소들과 별개로 시계는 또 다른 차원이다. 나는 우리의 몇몇 시계들이 당신이 접할 수 있는 가장 착용하기 편안한 시계이고 가장 신뢰성이 높은 시계라고 믿는다.
나는 영화, 코믹북, 아트, 컬쳐, 페인팅 등 다양한 분야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애정을 기울인다. 어쩌면 주변의 모든 것이 내게 영감을 주는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신이 어느 분야에 충분히 헌신적이고 진정성 있게 임한다면 당신에게 영감을 줄 리스트는 끝이 없을 것이다. 수많은 아티스트와 브랜드들, 서플라이어들과 협력할 의지를 불태울 것이다. 앞서 나는 영화에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는다고 했는데, 그러면 이를 어떻게 워치메이킹과 연결시킬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른 분야와의 협업에 관해서는 누나인 아만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는다. 어떤 파트너십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완벽한 시계로 이어질지를 항상 염두에 둔다. 어찌 됐든 우리는 어느 브랜드들에게나 열려 있고 언제든 새로운 파트너십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우리 브랜드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단지 수익창출 목적만이 아닌 서로 비슷한 바이브를 공유하고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관계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생각지도 못한 파트너십을 통해 또 다른 유형의 완전히 획기적인(Groundbreaking) RM 워치가 탄생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새로운 서울 부티크 오픈 관련하여 한국의 시계애호가 및 컬렉터 그리고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방문해주세요! 우리가 오늘 서울 부티크에 관해 나눈 얘기들을 다른 이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보길 바란다. 우리의 시계 역시 그렇지 않나. 아무리 온라인으로 시계를 보고 영상으로 접하고 남의 얘기를 듣는다 해도 실제 착용해 보면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것처럼 우리의 새로운 부티크 역시 직접 방문해서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길 바란다. 아늑한 부티크 라운지에서 우리 스태프들의 친절하고 전문적인 설명을 들으며 이 특별한 공간을 마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