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퀘드올로지 Ref. 5345
- 브레게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Ref. 5347
수많은 시계 속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필자에게 브레게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Ref. 5347은 뇌리에 남은 시계 중 하나입니다. 실사용을 감안하고 만든 것인지 의심스러운 거대한 크기부터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기요셰 다이얼과 별과 행성이 운집한 은하를 그려낸 인그레이빙까지 한 눈에 봐도 이 시계가 비범하다는 알 수 있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바늘이 꽂힌 축을 중심으로 다이얼을 공전하는 두 개의 투르비용이었습니다.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Ref. 5347이 출시된 2006년은 바야흐로 컴플리케이션의 전성시대였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만의 레시피로 복잡 기능을 제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다름 아닌 투르비용이었습니다. 그런 투르비용을 두 개나 투입한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Ref. 5347에 두 눈이 휘둥그래진 것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Ref. 5347은 Ref. 5349를 거쳐 Ref. 5345로 진화했습니다. 더블 투르비용이라는 기본 뼈대는 그대로 둔 채 다이얼에 숨겨졌던 부품들을 모조리 드러내는 과감하고도 예술적인 시도를 꾀했습니다. 동시에 브레게의 설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가 1775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시테섬 부둣가에 세운 공방 퀘드올로지(Quai de l’Horloge)에 헌정하는 의미를 새롭게 부여했습니다.
전형적인 클래식 라인의 디자인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플래티넘 케이스의 지름은 46mm, 두께는 16.8mm입니다. 스포츠 워치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와 육중한 무게는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Ref. 5347을 감상에 적합한 시계로 만듭니다. 사실 이 시계를 숫자로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일자로 쭉 뻗은 러그를 따로 제작한 뒤 케이스에 접합한다거나 케이스 측면에 세로로 홈을 낸 케이스 밴드 플루팅을 적용하는 것은 브레게 시계를 정의하는 시그니처입니다. 모든 면은 폴리시드 처리해 화려함을 강조합니다. 전면에는 탑처럼 쌓인 부품과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위로 솟은 박스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나사로 고정한 글라스백에는 다양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정보 사이사이에 새긴 물결치는 문양은 디테일에 대한 브레게의 집착을 드러냅니다.
로마 숫자 인덱스와 점으로 이루어진 사파이어 다이얼은 바늘이 닿는 가장자리에 설치했습니다. 중앙은 텅 비어 투르비용과 각종 부품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12시 인덱스 양쪽에는 브레게 로고와 고유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디퍼런셜 기어에 의해 연결된 두 개의 투르비용은 독립된 기어트레인과 배럴을 통해 동력을 공급받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는 본연의 기능에 더해 서로가 오차를 보정하며 보다 뛰어난 정확성과 안정성을 발휘합니다. 더블 투르비용은 기울어진 달 모양의 브레게 시침과 한 몸을 이루며 하루에 2바퀴 회전합니다. 스크루 밸런스 휠, 브레게 오버 코일 밸런스 스프링과 같은 전통적인 기술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브레게의 로고를 형상화한 배럴 브리지, 투르비용을 포함한 여러 부품을 지탱하는 플레이트에 새겨진 패턴, 다양한 마감 기법 등 시계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스위스 발레드주의 브레게 매뉴팩처에서 개발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588N은 무려 738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주얼 수도 무려 81개에 달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18,000vph(2.5Hz)로 투르비용의 느긋한 움직임을 보는데 적격입니다. 파워리저브는 50시간입니다. 브레게의 설명에 의하면 두 개의 배럴 중 하나에는 마찰 제어 장치(friction bridle)를 삽입해 오버와인딩을 방지한다고 하는데 한 쪽 배럴에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용 메인스프링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투르비용과 기어트레인을 전면으로 끄집어낸 관계로 뒤에는 몇 개의 톱니바퀴와 주얼만 볼 수 있습니다. 대신 플레이트 전체를 파리 시테섬 퀘드올로지 39번가의 브레게 공방으로 수놓았습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모습은 순수하게 장인의 손으로 연출했습니다. 창문 너머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아낙네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천연 슬레이트 스톤 레이어를 입힌 독특한 질감의 러버 스트랩은 시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습니다. 스트랩이 가늘어 케이스의 묵직함이 손목에 그대로 전달됩니다. 시계의 무게와 손목과의 접지력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러버 스트랩은 검은색 외에도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도 있다고 합니다. 브레게의 로고 모양의 플래티넘 폴딩 버클을 연결했습니다. 조작은 간단합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는 와인딩을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한 칸 뽑으면 바늘을 이동시켜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Ref. 5345 퀘드올로지는 시계 제조 기술과 공예 기술을 총망라한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진수이자 투르비용, 기요셰 등 브레게를 상징하는 요소까지 한 가득 담아낸 예술 작품입니다. 원조 맛집답게 투르비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능수능란한 모습은 브레게가 아닌 다른 브랜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작이 그러했듯이 이 시계도 필자의 머리 속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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