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모니 트레디셔널 월드타임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19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역사상 가장 강대한 시대를 맞이한 유럽이 산업 혁명 이후 급속히 발달한 교통 수단에 힘입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이전 시대까지 책이나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을 세계일주 라는 말이 일반인들에게도 마음먹기에 따라 가능한 일이 되었음을 소설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 부분의 기막힌 반전은 이 소설의 백미인데, 반전의 도구가 이용된 것이 바로 표준시 - GMT 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표준시'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는 각 지역의 시간들이 바로 이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니 100년 조금 지난, 그리 오랜 역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표준시 이전에는 태양시라고 하여 지역마다 모두 다른 시간대를 사용하였습니다. 태양시는 태양이 해당 지역을 남중할 때를 '정오', 정북일 때를 '자정'으로 지칭하여 360도를 일정하게 나누어 시간으로 표시하였습니다. 동양에서는 달의 움직임을 통하여 시간의 흐름을 계산한 음력(Lunar Calendar)을 사용하였다면, 서양에서는 대부분 태양을 중심으로 시간을 표현한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 좌표마다 정오 시점이 달랐기 때문에 근접해 있는 도시라 할 지라도 분이 각각 다르게 표시되었습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유럽에 철도가 확장되면서 도시간의 달랐던 시간 때문에 철도회사나 여행객들은 각 도시마다 제각각인 시간에 골머리를 아파했습니다. 그때부터 기준시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1884년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가는 자오선을 기점으로 하는 Greenwich Mean Time - GMT를 발효하였습니다. 자오선을 따라 24개의 시간대로 나누고 그 지역의 대표 도시의 시간을 채택한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표준시입니다.
당연히 시계 역시 현지 시간과 함께 타 지역의 시간을 동시에 표기해 주는 기능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인근 지역이나 제 2 시간대의 표기야 크게 어렵지 않은 문제였지만 이보다 더 많은 지역의 시간들을 하나의 시계에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 이전의 월드타임 기능 시계 >
지금의 형태의 월드타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여러 지역의 시간대를 보여주기 위한 워치메이커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800년대 회중시계들을 보면 지금의 월드타임 시계와 비슷한 시계들이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얼 위에 각 시간대의 도시들을 표기하거나 하나의 케이스에 여러개의 시간을 넣는 방식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좀 더 직관적인 가독성에 조작이 용이한 월드타임 시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한 월드타임은 꼬띠에 매카니즘을 완성한 루이 꼬띠에(Louis Cottier)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루이 꼬띠에의 아버지 엠마누엘 꼬띠에(Emmanuel Cottier)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오토마통과 Clock을 제작하는 워치메이커 였으며, 아들인 루이 꼬띠에 역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워치메이커 였습니다. 1929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꼬띠에 패밀리와 함께 월드타임 제작을 착수합니다. 중심축에 현재위치의 시간을 표시하고, 다이얼의 바깥 부분에는 도시를 표시하는 기존 틀에서 큰 변화는 없었지만 단순하면서도 획기적인 디스플레이 방식이었습니다.
< 꼬띠에 매커니즘의 스케치 >
바쉐론 콘스탄틴의 칼리버를 사용하여, 꼬띠에 모듈을 탑재한 월드타임은 1930년 아버지 엠마뉴엘의 죽음으로 잠시 개발을 중단하게 되고, 아들 루이 꼬띠에에 의해 완성됩니다. 하지만 뉴욕에서 발생했던 대공황의 여파로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루이 꼬띠에의 고용을 망설이는 사이 루이 꼬띠에는 제네바 지역의 보석상 Beszanger 의 이름으로 1931년 세계 최초의 월드타임 시계를 출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쉐론 콘스탄틴은 그 이듬해인 1932년 루이 꼬띠에와 함께 월드타임 Ref. 3372 을 출시합니다. 이로써 바쉐론 콘스탄틴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월드타임을 생산한 2번째 브랜드입니다.
< 1932년 바쉘론 콘스탄틴 월드타임 Ref. 3372 >
이후, 바쉐론 콘스탄틴은 1936년 월드타임 Ref. 4414, 1936년 생산된 Ref. 3638, 1937년 생산된 Table Clock에 이어1956년 세계 최초로 월드타임 손목시계를 선보입니다. 회전식 이너베젤 형식의 디스플레이로 현대적인 월드타임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24시간대으로 나뉘어진 GMT 체계를 따르면 얼마나 간단하겠습니까만, 꼭 그렇지 않은 예외들이 존재합니다. 즉 30분 단위(Half-Time Zone) 또는 15분 단위(Quarter-Time Zone)의 다른 시간대를 쓰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나라까지 포함하면 세계의 시간대는 37개의 시간대가 필요합니다. ( 위쪽 세계지도의 붉은색으로 표기된 나라 참조)
바쉐론 콘스탄틴은 세계최초로 37개의 Full-Time Zones을 표기한 새로운 월드타임 손목시계 - 패트리모니 트레디셔널 월드타임(Ref. 86060)을 선보이게 됩니다.
SIHH 2011을 통해 공개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새로운 월드타임 시계는 기존의 24시간대를 대표하는 도시는 블랙 컬러로 표기하고 30분 단위, 또는 15분 단위를 사용하는 13개의 대표 도시들을 레드 컬러로 표기함으로써 각 도시간의 명확한 분별력을 갖추며 복잡함을 최대한 피했습니다.
다이얼을 읽는 법은 이렇습니다.
6시 방향의 삼각형과 만나는 역삼각형이 나타내는 도시(제네바)가 바로 현지 시각인 오전 10:10분입니다. 따라서 제네바의 시간이 오전 10:10분일 때, 다른 도시들의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조작이 크라운 하나로 다 가능합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제작한 동영상 한편을 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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