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고노 칼리브로 303
불가리(Bulgari)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인 주얼리 명가입니다.
특히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내에서의 인지도나 매출 또한 상당한 수준이지요.
그런데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새삼스러울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아시다시피, 제랄드 젠타와 다니엘 로스의 합병, 핑거나 프레스티지 도르 등 부품 관련 고급 공방의 인수 같은
시계 사업과 관련한 불가리의 끊임없는 노력과 아낌없는 투자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필자 역시 지난 5~6년 간의 불가리의 행보에서 매번 기대 이상을 보았으며,
제랄드 젠타 매그소닉이나 다니엘 로스 그랑 소네리 퀀티엠 퍼페추얼, 최근의 코메디아 델라르떼나 일련의 투르비용 모델들,
그리고 나날이 풍성해지는 옥토 컬렉션을 지켜보면서, '불가리는 이제 시계 쪽으로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구나' 하고 저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 참고로 그간 타임포럼에서는 불가리의 최신 모델들이 출시될 때마다 발빠르게 공식 리뷰를 통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 옥토 크로노그래프 쿼드리 레트로(Octo Chronograph Quadri-Retro) by Tic Toc 님_ https://www.timeforum.co.kr/5342474
- 빠삐용 크로노그래프(Papillon Chronograph) by 김우측 님_ https://www.timeforum.co.kr/8155087
- 옥토 오토매틱 스틸 브레이슬릿(Octo Steel Bracelet) by Picus_K 님_ https://www.timeforum.co.kr/8683193
오늘은 불가리를 대표하는 스포츠 워치 컬렉션인 디아고노(Diagono)의 고급 모델 중 하나인 칼리브로(Calibro) 303을 리뷰하고자 합니다.
현재 불가리 워치 컬렉션의 대세는 제랄드 젠타로부터 이어진 옥토(Octo) 컬렉션임을 부인하기 힘들지만,
사실 불가리의 가장 오랜 베스트셀러 컬렉션은 불가리 불가리(BVLGARI BVLGARI)와 디아고노였습니다.
故 제랄드 젠타(Gerald Genta, 1931~2011)가 생전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1977년 등장한 불가리의 첫 본격 시계 컬렉션인 '불가리 불가리'는
불가리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컬렉션이며, 훗날 주얼리 등 다양한 컬렉션에 활용되는 브랜드의 시그너처로 자리하게 되지요.
1980~90년대 불가리 불가리의 크나큰 성공 이후로, 불가리는 1998년 '경쟁'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Agòn'에서 착안한 디아고노 컬렉션을 공식 런칭하게 됩니다.
바로 위 자료 사진 속의 시계들이 1998년 출시된 초창기 디아고노 모델들입니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디아고노 컬렉션은 기존 불가리 불가리 컬렉션의 DNA를 대부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의 코인(금화)에서 영감을 얻은 더블 로고 베젤과 신전의 기둥에서 착안한 원통형의 케이스,
그리고 특유의 미니멀하고 깔끔한 다이얼 디자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만 디아고노 컬렉션은 러그 형태가 일단 가시적으로 불가리 불가리와 차별화가 되었지요.
그리고 디테일한 스펙 면에서도 보다 스포츠 워치 컨셉에 맞게 제작되었습니다.(ex. 방수 기능 강화, 스틸 브레이슬릿 채용 등)
그리고 불가리는 같은 해(1998년) 디아고노 컬렉션에 단방향 회전 베젤과 200m 방수 기능 등을 적용한
본격 다이버 사양의 디아고노 프로페셔널(Diagono Professional)도 함께 런칭시킵니다.
디아고노 프로페셔널은 기존에 불가리에서는 볼 수 없던 보다 유니크한 디자인과 실용성 덕분에 2000년대 초반 상당한 인기를 누리게 되지요.(이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1999년에는 알루미늄 케이스를 적용한 디아고노 알루미늄 워치를 발표해 또한 큰 성공을 거뒀으며(위 사진 왼쪽 시계 참조),
2002년에는 처음으로 GMT 기능을 더한 스틸과 골드 버전의 시계를 선보여 역시나 좋은 반응을 얻었지요(위 사진 오른쪽 시계 참조).
그리고 2006년에는 레가타 기능을 추가한 디아고노 스쿠버 워치를 발표했으며(위 사진 왼쪽 시계 참조),
2007년에는 기존 디아고노 프로페셔널 컬렉션의 베젤 형태와 다른 일반적인 타키미터 스케일의 단정한 디자인으로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위 사진 오른쪽 시계 참조).
그리고 디아고노 런칭 10주년을 맞은 2008년에는 컬렉션 최초로 투르비용 기능의 모델(위 사진 왼쪽 시계 참조)과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요일과 날짜를 표시하고 문페이즈를 추가한 모델(위 사진 오른쪽 시계 참조)을 발표해
디아고노 컬렉션을 통해서도 컴플리케이션의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2012년에는 트렌드를 의식해서인지 블랙 & 화이트 세라믹 베젤을 도입한 남녀 컬렉션을 각각 선보여 눈길을 끌었으며,
그리고 지난해(2013년)에는 150°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로 날짜와 요일을 표시하고
새 인하우스 칼리버 BVL 347를 탑재한 199개 한정의 디아고노 문페이즈 워치를 발표했으며(위 사진 왼쪽 시계 참조),
오늘 리뷰를 통해 소개할 블루 다이얼 버전의 500개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인 디아고노 칼리브로 303도 발표하지요.
지금까지 보신 바와 같이 불가리는 1998년 디아고노 컬렉션 런칭 이래 지속적으로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모델들을 추가해 왔습니다.
이렇듯 계속 리뉴얼과 함께 베리에이션이 추가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불가리 고객들로부터 선호도가 꾸준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서론이 좀 길어졌네요. 이제 그럼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디아고노 칼리브로 303에 블루 다이얼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 2010년도에도 블루 다이얼 모델(Ref. DG42C3SWGLDCH)이 출시된 바 있지요(위 사진 참조).
다만 오늘 소개할 블루 다이얼 모델(Ref. DG42C3SLDCH)과 차이점이 있다면 다이얼과 베젤에 있습니다.
2010년도 블루 다이얼 모델은 위 사진에서도 보시다시피 세로로 패턴이 들어가지요. 그리고 베젤 소재 역시 18K 화이트 골드입니다(케이스는 스틸임).
반면 오늘 소개할 2013년형 블루 다이얼 모델은 패턴이 생략된 보다 단순화된 래커 다이얼이고, 베젤 소재도 케이스와 동일하게 스틸로 제작되었습니다.
2013년형 블루 다이얼 디아고노 칼리브로 303(Ref. DG42C3SLDCH)의 정면 사진입니다.
확실히 구 버전과 다이얼에서부터 가시적인 차이가 느껴지시지요?!
이전 모델이 보다 입체적이고 럭셔리한 느낌이라면, 신형 모델은 블루 색감이 잘 살아나 있고 또한 더 깔끔하고 클래식한 인상입니다.
우선 다이얼부터 언급하면, 사진상으로는 잘 포착하기 힘든 특유의 깊은 다크 블루톤이 매우 인상적인 시계입니다.
사진으로 처음 접했을 때는 좀 더 채도가 높은 블루로 생각했는데, 실제 시계를 보니 네이비에 가까운 깊은 색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오묘한 청판의 느낌이 예사롭지 않아서 스펙을 꼼꼼이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전통 에나멜링 테크닉 중 하나인 샹르베(Champlevé) 기법으로 완성되었다는 군요.
미리 잘 가공된 동판 베이스에 오직 수작업으로만 총 20회 가량 래커 도료를 덧칠하고 구웠다 건조시키고 광택을 내는 작업들을 거친답니다.
이런 과정은 다이얼 메인의 블루 다이얼 외에도 각 서브 다이얼 바탕의 화이트 색상도 이같은 수고로운 과정을 통해 제작되며,
이후 로듐 도금 처리한 서브 다이얼 외곽의 틀과 아워 마커를 추가로 세팅함으로써 마무리됩니다.
이런 식으로 다이얼만 만드는 데도 총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네요(물론 한 번에 여러 개의 다이얼을 함께 제작하겠지만요).
다이얼 접사 사진입니다. 사진상으로는 샹르베 블루 다이얼 특유의 색감을 포착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좀 있습니다.
그럼에도 특유의 깊은 색감과 폴리싱 처리된 로듐 테두리 서브 다이얼과 인덱스, 핸즈가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거 같습니다.
3-6-9시 방향의 쓰리 레지스터 배열도 디자인상으로 밸런스가 훌륭하고, 6시 방향의 날짜창도 조화로운 다이얼 디자인에 기여합니다.
역시나 폴리싱 처리된 유광 베젤과 특유의 불가리 불가리 로고도 다이얼과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시계를 더욱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구요.
사진상으로나 육안으로나 제법 블링블링하고 아름다운 시계입니다. (단, 다이얼 색감은 육안상으로 볼 때 훨씬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쓰리 레지스터 배열의 서브 다이얼은 각각 3시 방향은 30분 카운터, 6시 방향은 초침, 9시 방향은 12시간 카운터를 표시합니다.
오랫동안 사랑 받은 디자인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새삼 또 한번 깨닫습니다.
불가리 불가리 더블 로고 베젤부터 미니멀하면서도 입체적인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깊은 색감의 블루 다이얼까지 정말 고급스럽고,
전체적으로 보나 각각의 디테일에 주목해 보거나 볼수록 무엇 하나 빼고 더할 게 없는 균형미가 잘 잡힌 디자인이라는 생각입니다.
케이스 지름은 42mm에 전체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었구요. 베젤과 측면 푸셔 부분만 유광 처리를 하고 나머지 부분은 브러시드 마감을 했습니다.
케이스 두께는 11.9mm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 시스루백을 채택한 시계치고는 제법 얇은 편에 속합니다. 무브먼트 관련해서는 차차 또 덧붙이겠습니다.
전면, 후면(투명 케이스백) 모두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사용했구요. 전면 글라스에는 내부 단면 무반사 코팅처리를 해서 보다 선명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측면이 비스듬하게 처리된(Facetted) 핸즈는 로듐 코팅 되었으며, 가운데에는 수퍼 루미노바(C1 계열) 도료를 채워넣었습니다. 12시 제외한 아워 마커 역시 마찬가지구요.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다이얼과 베젤부와 달리 시계의 프로파일(측면)은 디아고노 컬렉션 특유의 스포티하고 남성적인 박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간결하게 선과 면이 강조된 케이스 측면은 크라운과 양쪽 러그 고정 스크류 부분은 동일하게 일자선을 가운데에 새겨 넣었고,
크로노 푸셔는 보다 입체적인 요철을 새겨 조작시에도 유리합니다. 원과 사각형이 번갈아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상으로도 매력적인 측면입니다.
그리고 크라운은 일반적인 푸시 인 형태가 아닌, 스크류 다운 크라운입니다.
각 푸셔까지 스크류 다운 처리하지 않는 한 상대적으로 방수에 취약한 구조인 크로노그래프 워치임에도
견고한 스크류 다운 크라운과 넓직한 푸셔 형태, 특별한 오링 처리를 통해 디아고노 칼리브로 303은 100m 방수를 보장합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무브먼트입니다.
이 시계의 이름이 애초 이탈리아어로 '칼리버'를 뜻하는 칼리브로 303으로 불리게 된 이유도 바로 무브먼트 때문이지요.
BVL 303 칼리버의 베이스 무브먼트는 ETA나 혹은 ETA 베이스에 뒤브와 데프라나 라쥬 페레가 크로노 모듈을 얹어 수정한 보통 흔히 접하기 쉬운 칼리버가 아닙니다.
눈썰미 좋으신 분께서는 위 사진 한장만으로도 간파하셨겠지만, 또한 불가리가 애써 칼리버명을 컬렉션명에 붙인 것만으로도 무브먼트가 특별함을 어림할 수 있습니다.
BVL 303 칼리버는 크로노그래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제니스의 엘프리메로(El Primero), 롤렉스의 4130과 더불어 현행 3대 자동 크로노그래프 명기로까지 회자되는
프레드릭 피게(Frederic Piguet)의 1185 칼리버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단, 303은 이제 불가리의 매뉴팩처서도 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인하우스 칼리버처럼 편입됐지요.
1858년 스위스 르 브라쉬스(Le Brassus)에 설립된 프레드릭 피게는 규모는 작지만 일찍이 고급 무브먼트 공방으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이후 스와치 그룹 블랑판 산하로 인수되면서 현재는 블랑팡의 컴플리케이션 매뉴팩처로 탈바꿈했지만, F. 피게의 유명한 몇몇 칼리버들은
여전히 非-스와치 그룹 사이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불가리가 있고, 오데마 피게와 바쉐론 콘스탄틴에서도 베이스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말에 개발된 F. 피게의 1185 칼리버는 컬럼휠(Column-wheel)과 버티컬 클러치(Vertical clutch) 같은 고급 사양 크로노그래프가 갖춰야 할 부속들을 갖추고 있고,
25.6mm(불가리의 303 칼리버는 26.2mm) 직경에 두께 5.5mm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로는 크기 면에서나 두께 면에서나 작고 얇은 편에 속합니다.
(일례로, 엘프리메로가 직경 30mm에 두께 6.6mm이고, 대표적인 ETA 범용 칼리버 7750은 직경 30mm에 두께 7.9mm라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1990년대 초중반 까르띠에서 출시된 F. 피게 1185 베이스의 시계(위 사진 좌측 시계 참조). 단, 까르띠에는 해당 칼리버를 코스메틱 수정해 Cal. 205로 탈바꿈 시킴.
1990년대 중후반 브레게서 출시된 F. 피게 1185 베이스의 시계(위 사진 우측 시계 참조), 브레게 역시 약간의 수정을 통해 Cal. 576로 칼리버명을 변경해 사용했습니다.
F. 피게의 베이스(단, 1185의 오메가 공급용 에보슈인 1285)를 바탕으로 진동수를 수정하는 등 총 3가지 다른 형태로 수정해 33** 패밀리를 선보인 오메가.
3301(스탠다드 피니싱), 주로 위 사진 속 브로드 애로우 모델에 탑재됐던 3303, 그리고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한 3313 칼리버 같은 형태로 나뉨.
블랑팡은 프레드릭 피게 인수 전에도 1185 에보슈를 많이 사용했으며,
인수 후에도 위 사진 속 피프티 패덤즈 크로노그래프 모델에 플라이백 기능을 추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블랑팡의 칼리버명은 F185로 1185와 또한 유사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리뷰와 관련해서도 다소 흥미로운 사례는,
바쉐론 콘스탄틴과 오데마 피게서 최근 선보인 블루 다이얼의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에도 F. 피게 1185 베이스가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다만, VC 같은 경우는 6시 방향의 날짜창을 12시 방향으로 이동시키고 빅데이트 형태로 수정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위 사진 속 오버시즈 모델에 탑재된 VC 1137 칼리버의 상세 스펙을 보면 두께가 기존 피게 베이스(5.5mm)보다 살짝 두꺼워진 6.6mm가 됐습니다.
그리고 위 사진 오른쪽의 시계인 오데마 피게의 로얄 오크 레오 메시(Leo Messi) 한정판(단 100개)에 탑재된 2385 칼리버도
기존 피게 1185 베이스의 6시 방향의 날짜창에서 4시와 5시 사이로 그 위치가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단 AP의 경우는 두께 변화는 없음)
오데마 피게의 위 한정판은 전체 플래티넘 케이스에 베젤은 또 탄탈륨이라서 가격대가 심히 고가이긴 하지만,
오늘 리뷰하는 불가리의 칼리브로 303 블루 다이얼 모델과도 제법 유사성이 느껴지기에 한층 더 시선을 끕니다.
다시 불가리의 BVL 303 칼리버를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 보시지요.
로터에는 기본적인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 패턴과 함께 불가리 로고가 잘 인그레이빙돼 있으며,
플레이트 구석구석 조밀하게 들어간 페를라주와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각 모서리 에지의 앵글라주 상태입니다.
수공으로 일일이 모따기를 하고 다이아몬드 페이스트로 미러 폴리싱 마무리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또한 눈에 띄는 부품들은 우선 상단에 보이는 컬럼휠과 버티컬 클러치,
그리고 사이즈가 작은 글루시듀르 밸런스와 트리오비스(Triovis) 레귤레이터가 있습니다.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는 우리에겐 노모스를 통해 조금은 친숙하지요.(탕겐테의 기본 알파 무브먼트에서도 볼 수 있음)
헤어스프링 스터드에 삽입된 나사를 살살 돌려 미세 조정이 가능한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인 레귤레이터로 선호도가 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잉카블록 형태가 아닌, 위 303 칼리버에는 내진장치로 키프(Kif)를 사용한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가리의 303 칼리버는 한눈에 봐도 장식적으로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쓴 무브먼트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흔히 접할 수 있는 ETA/밸쥬 베이스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매니아들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참고로 진동수는 피게 베이스와 동일한 21,600 vph(3 Hz)이며, 4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갖고 있습니다.(와인딩 효율은 좋아서 다소 짧은 리저브 시간이 신경은 안 쓰임)
흥미롭게도 주얼수에서 베이스와 차이가 있는데요. 피게의 1185가 37개의 주얼이 쓰였다면 불가리는 1개가 추가된 38개 주얼이 사용됐습니다.
스크류 다운 크라운을 풀고 1단에서 핸드 와인딩시 너무나 스무스하며 ETA 계열과는 확실히 다른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피게 베이스도 마찬가지지만, 불가리의 303 칼리버 역시 핵(Hack)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보다 정확한 시간 측정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고급 사양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답게 상하 크로노 푸셔 조작시(스타트- 스탑- 리셋) 경쾌하게 똑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4 Hz 이상의 하이비트 칼리버와는 다른 보다 정겹고 차분한 진동수 역시 듣기 좋았습니다(상대적으로 낮은 진동수는 내구성 차원에서도 유리한 면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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