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위스 오토매틱 리뷰에서 크로노스위스의 카이로스가 상표권 사냥꾼들의 타겟이 되었고, 더이상 카이로스란 이름을 쓸 수가 없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밖에 몇몇 브랜드명 또한 분쟁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오랜 시간을 크로노스위스의 수장으로 회사를 이끌어 온 게르트 랑이 이렇게 자사의 상표권 보호에 무지했던가...라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일단 저는 게르트 랑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생을 시계 장인으로 살아온 게르트 랑의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로 잘 포장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크로노스위스 입장에서는 그들의 성공에 일등공신인 카이로스 브랜드를 완전히 버리기는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카이로XXX 시리즈로 카이로스를 연상시키면서 상표권 분쟁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는 묘안을 찾은 듯 합니다. 그 전 리뷰에서 다룬 크로노스위스 오토매틱 모델은 '카이로매틱(Kairomatic)'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올해 새롭게 출시된 빅데이트 파워리저브 무브먼트를 장착한 모델은 '카이로데이트(Kairodate)'로 명명되었습니다. 당연히 카이로스 브랜드가 현존했다면 카이로스 빅데이트 란 이름으로 출시되었을 것입니다. 동일한 무브먼트를 장착한 타임마스터 빅데이트(Timemaster Big Date) 처럼 말이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카이로데이트와 타임마스터 빅데이트는 동일한 무브먼트를 장착하기 때문에 많이 닮았습니다. 자동차에서 같은 엔진을 세단과 SUV 차량에 탑재했다고 하면 가장 적절한 비유일 듯 한데, 크로노스위스의 드레스 워치 라인을 대표하는 카이로스와 스포츠 워치를 대표하는 타임마스터에 같은 기능을 가진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무브먼트의 매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장착된 무브먼트는 C. 351 무브먼트로 베이스는 라 쥬 페레(La Joux Perret)의 LJP 3513 무브먼트입니다. 라 쥬 페레는 ETA 2892-A2를 베이스로 그 위에 빅데이트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모듈을 추가 수정했습니다. 빅데이트 기능의 ETA 2896 이 두개의 원형 디스크(열자리, 한자리)를 이용하는것에 비해 하나의 원형 디스크와 하나의 십자 디스크를 이용하며 랑게 & 죄네의 방식과 유사합니다. 직경 25.6mm, 두께 5.10mm, 22석, 진동수 28,800 vph 기본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크로노스위스가 라 쥬 페레에 이 무브먼트를 특별(exclusive) 주문하고 자사에서 수정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 무브의 수정이나 감리는 게르트 랑이 계속 하고 있으니 랑의 손때가 묻은 무브먼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시계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크로노스위스가 제공하는 스펙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두께가 4.95mm 로 더 얇게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은 정확하게 크로노스위스에서 수정작업을 한 것인지 아니면 라 쥬 페레의 스펙을 잘 못 알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을 못했습니다. 크로노스위스에서는 플레이트의 페를라쥬 및 코트 드 제네브 문양 코스메틱 작업, 스켈레톤 타입의 로터 교체 등을 한 것은 외관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모듈이 무브먼트 전면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시스루백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잘 코스메틱된 ETA 2892-A2 의 모습뿐이다 >
사실 라 쥬 페레의 LJP 3513 무브먼트는 나온지 꽤 된 무브먼트로 이미 몇몇 브랜드에서 이 무브먼트를 장착한 모델을 이미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계업계에서 크게 존재감이 없는 회사였기 때문에 크로노스위스와 만나면서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무브먼트라 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상당한 기간 동안 검증을 끝냈다는 점도 큰 장점이 될 듯 하고요.
시계의 외관상으로 느껴지는 이 무브먼트는 정말 크로노스위스의 자사 무브먼트가 아닐까 할 정도로 크로노스위스와의 뛰어난 매치를 보여주는데, 크로노스위스가 지금까지 여느 시계 브랜드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과 기능미를 추구해 왔다는 점이 이런 느낌을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레귤레이터나 타임마스터를 처음 만났을 때도 느꼈던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한 감정은 이제 카이로데이트를 통해 계승되고 있습니다.
40mm의 뉴 케이스에 스무스베젤에 사이드에만 코인베젤을 적용시킨 세미플러티드(Semi-fluted) 베젤은 이제 제법 익숙해진듯 합니다.
공식적인 두께는 10.2mm 인데 실제로 측정해 보니 10mm 입니다. 빅데이트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기능이 추가되었음에도 드레스 워치로서는 마지노선이라 할 두께 10mm 를 지켜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당연히 두께가 얇아지면 착용감이 좋아지는데 신형 케이스에 적용된 기존보다 짧아진 러그와 더불어 실제 착용했을 때 좀 더 편안한 착용감을 만들어줍니다.
무반사 코팅 처리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측면 시인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양파 모양의 크라운 외에 크로노스위스 특유의 클래식하면서 우아한 느낌을 주는 케이스 라인과 러그는 여전합니다.
케이스백은 시스루 타입으로 무브링까지 보여주는 화끈함은 이젠 크로노스위스의 전통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방수 성능은 30m 입니다.
길로쉐 패턴이 촘촘하게 새겨진 실버 소재의 다이얼은 골드 케이스, 블루 핸즈, 블랙 인덱스의 색상 대비를 통해 유쾌한 시인성을 확보하면서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12시 방향의 빅데이트 날짜창과 6시 방향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기능이면서 다이얼의 상하로 배치되어 뛰어난 다이얼 밸런스를 완성했습니다.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날짜창은 크로노스위스만의 독특한 감성을 만들며 확실한 시인성을 보장합니다. 두장의 디스크가 겹쳐 있기 때문에 단차를 느낄 수 있고 1~9일 까지는 앞자리에 '0'을 넣어 공허함이 덜합니다. 약 40시간 파워리저브의 성능을 표기하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실제로 부채꼴 모양으로 작동하지만 서브다이얼처럼 원형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안 쪽에도 격자무늬의 길로쉐 패턴으로 장식했습니다.
인덱스는 바(bar)와 도트(dot)만을 이용하여 인덱스를 구성해 모던한 느낌을 한층 높히고 있는데 여기에 300도 이상의 온도에서 구워낸 블루 핸즈가 다이얼 위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브레게 타입의 핸즈는 둥근 모양이 날짜창을 지날 때 시침은 아래쪽으로, 분침은 위쪽으로 지남으로써 날짜를 읽는데 방해하지 않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스트랩은 다크브라운의 악어가죽 스트랩이 기본 제공되는데 리뷰한 시계는 까르네 제품이기 때문에 정식 악어가죽 스트랩이 장착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느낌만 이런거다 하고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스트랩 사이즈는 20/18mm 입니다.
버클은 케이스와 같은 18k 레드 골드 소재에 크로노스위스 로고가 장식된 핀버클 입니다.
착용샷입니다. 지난 바젤월드 2013 때 촬영한 것인데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과 비교할 수 있어 이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리뷰를 한 모델은 레드 골드 케이스의 CH 3521.1 R 모델이며,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CH 3523.1 도 같이 출시되었습니다.
게르트 랑에서 엡스타인 가문으로 경영권이 이양된 크로노스위스는 새로운 디자인의 도입과 컬렉션 정리 등을 이제 마무리한 듯 합니다. 그리고 올해 레귤레이터 30주년 모델을 통해 그들이 만들어 온 역사를 자축하면서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아이코닉 모델 - 카이로데이트를 출시했습니다. 자칫 이름을 잃고 영원히 사라질 뻔 한, 하지만 더 업그레이드 된 기능미로 돌아온 카이로스의 계승자이기에 시계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클래식한 우아함에 뛰어난 개성미를 녹여낸 것은 물론 실용적인 기능성으로 무장한 간만에 접하는 웰메이드 시계라는 점이 더 저를 흥분시킵니다.
크로로스위스의 약진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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