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SIHH 2012를 통해 첫 선을 보였던 IWC Mark XVII(마크 17)이 드디어 국내에도 출시되어 그 실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SIHH에에서 마크 17의 실물을 직접 봤고, 타임포럼 - SIHH 2011 리포트를 통해 간략한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만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갈하기엔 많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마크 17의 소개를 해 보려 합니다.
IWC는 이번 SIHH 2012를 통해 대대적인 파일럿 워치 라인을 정비했습니다.
새롭게 정비된 "Pilot 's Watches" 는 크게 분류하여 3 가지의 Collection으로 분류됩니다.
Ⅰ. Classic (클래식)
Ⅱ. Spitfire (스핏파이어)
Ⅲ. TOP GUN (탑건)
< SIHH 2012를 통해 정비된 IWC의 파일럿 워치 라인 >
강렬하고 통일된 컨셉 하에 IWC 파일럿 워치만의 아이덴티티를 굳건히 다지고, 동시에 다양한 신모델로 라인업을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탑건 미라마, 월드타이머, 스핏파이어 퍼페츄얼 캘린더 등 화려한 스펙의 모델들이 동시에 너무 많이 선보인 덕분일까요? 우리의 마크 17이 조금 덜 스포트라이팅 받았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역시 마크 17이었습니다.
다이버 시계에서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은 은연 중에 파일럿 워치를 마크 시리즈와 비교하곤 합니다. 140년 역사의 워치 메이커인 IWC에서도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대표 모델이며, 그 속에서 2차 세계대전의 항공전투와 같은 히스토리와 로망이 깃들어 있으며, 시계 마니아들의 충성스런 사랑과 지지를 받아 온, 시계사에서도 몇 않되는 모델이 바로 마크 시리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마크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전작과 비교하며 호불호를 논하는 '마크 홀릭'들의 논쟁으로 시계 마니아들에게 적잖은 볼거리를 제공하곤 합니다.
이번 리뷰 역시 전작인 마크 16과 비교를 통해 어떤 부분이 계승되었고, 어떤 부분이 변화했는지를 중심으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마크 16은 2006년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이때 역시 IWC의 파일럿 워치 라인의 대대적인 정비가 있었습니다. (마크 16을 비롯한 마크 시리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알라롱님이 쓴 "타임포럼 리뷰 - 마크 16"을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TFWatchReview&page=7&document_srl=87848&parent_srl=87855
그리고 6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새로운 마크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을 것입니다.
발표된 공식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Reference : IW326501
Movement : Cal. 30110
Mechanical movement, Self-winding, 42-hour power reserve, Date display,
Central hacking seconds
Jewels : 21
Case Material : stainless steel
Diameter : 41 mm
Case height : 11 mm
Soft-iron inner case for protection against magnetic fields
Screw-in crown
Sapphire glass, convex, antireflective coating on both sides
Secured against displacement by drop in air pressure
Water-resistant : 6 bar
Bracelet/Strap : black alligator leather strap
.
.
Case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케이스 사이즈의 확대입니다. 마크 16이 39mm 였으며, 마크 17은 41mm로 2mm 더 커졌습니다. 마크 12 - 36mm, 마크 15 - 38mm, 마크 16 - 39mm, 마크 17 - 41mm로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케이스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마크 16이 처음 선보였을 때 이미 케이스 사이즈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한 부분입니다. 사실 39mm가 손목 시계로서 작은 사이즈라 할 수는 없습니다. 시인성에도 문제가 없으며 손목에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적당한 사이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크 16이 출시되었던 2006년은 이미 시계의 오버사이즈가 대세가 되어 가던 시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마크 시리즈 역시 좀 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IWC 입장에서는 빅파일럿(45mm)이란 큰 사이즈의 시계가 있어 서로 상충되지 않게 하려는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크는 너무 작고 빅파는 너무 크다"라는 생각을 한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런 점에서 마크 17을 통해 사이즈를 키운 것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크 17은 사이즈만 커졌을 뿐 마크 16의 외양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브러쉬 처리된 케이스와 엣지 부분의 유광 처리. 살짝 각진 심플한 베젤. 양면 무반사 코팅이 된 돔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 IWC 로고가 새겨진 심플한 모양의 스크류 인 방식의 크라운 등은 전작인 마크 16의 모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케이스백은 솔리드 케이스백입니다. 마크 16과 비교해서 크기 외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마크 17 역시 항자기 연철 이너 케이스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씨스루백으로는 만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식적인 방수 성능은 6기압(60m)입니다. 마크 시리즈가 파일럿 워치라고는 하지만 실생활에서 툴워치로 착용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최소한 100m 이상의 좀 더 높은 방수성능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Movement
탑재된 무브먼트는 Cal. 30110 로 마크 16과 동일합니다. 이 무브먼트는 익히 아는 것처럼 ETA 2892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IWC의 그것과 일반적인 ETA 2892를 비교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IWC의 무브먼트 수정 능력을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무브먼트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수동으로 태엽을 감을 때 어떤 저항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계식 시계 특유의 서걱거리는 느낌이 없습니다. 손으로 느껴지는 어떤 감촉에서 일단 기분을 좋게 합니다. 기타 조작감도 훌륭하고 오차는 하루에 +1초 내외입니다. 0단은 수동감기, 1단은 날짜창 조정, 2단은 핵기능에 시간 조정을 합니다.
Dial & Hands
다이얼의 시인성은 파일럿 워치의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크 17의 블랙 맷 다이얼과 믿음직한 아워 인덱스는 전작인 마크 16으로부터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시계 사이즈가 2mm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얼 상의 밸런스는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이얼이 커지면서 마크 16과 같은 다이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아라비아 인덱스가 좀 더 두꺼워졌습니다. 반면 6시 방향의 "MARK XVII AUTOMATIC" 마킹이 좀 더 슬림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핸즈는 마크 16부터 적용되어 온 빅파일럿 스타일의 핸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크 16이 처음 이 핸즈를 채용했을 때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크 시리즈만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다는 점이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더 세련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평을 내려 봅니다. 시계는 일단 예뻐야 한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
다이얼 상에서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어제, 오늘, 내일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날짜창 디스플레이 입니다. 3시 방향의 '오늘'을 표시하는 빨간 삼각형이 의외로 시선을 많이 뺏는 엣지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3일을 한번에 보여주는 날짜창(3일창)은 기존의 파일럿 라인에서 이미 적용되어 충분히 시각적으로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주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이번 파일럿 워치 재정비를 통해 전 라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 IWC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마크 17 또한 이런 정책 속에 기존 단일 날짜창을 버리고 3일창을 채택했습니다.
단일 날짜창이 3일창보다 기능적으로 불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꼭 비교해야만 한다면 초침, 분침이 날짜창을 가리는 3시15분 전후에 날짜를 어제와 내일 날짜를 통해서 오늘 날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 이 상황에서도 날짜를 확인 할 수 있다. >
좀 더 바람이 있다면 날짜창이 위쪽부터 어제, 오늘, 내일로 표기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과거의 시간에서 미래의 시간으로 인식하는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마크 17의 날짜창은 이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것은 무브먼트의와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쉬 고쳐질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좀 익숙해지면 별 불편함이 없을라나... ^^;
그리고 야광 모습입니다.
마크 17 다이얼의 야광 부분인 12시의 삼각형과 3, 6, 9시의 직사각형 모양은 인덱스 위로 야광 도료를 바른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야광 조각을 붙인 형태입니다. 아무래도 야광 효율 면에서 더 우월한 부분입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다이얼의 입체감을 주는 요소가 됩니다.
Strap & Buckle
큰 변화는 스트랩에서도 나타납니다. 중간에 크게 각이 꺽이며 얇아지는 빅파일럿 스타일의 스트랩을 기본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윗부분 역시 마크 16의 가운데 볼록한 패드가 들어간 스트랩에서 평평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블랙 엘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으로 사이즈는 20/18mm 입니다.
IWC 마크가 더 강렬해 진 버클도 눈에 띕니다.
착용샷입니다.
사이즈가 커진 만큼 확실한 존재감...
분명 시인성은 더 좋아진 만큼 무게는 살짝 무거워졌는데 이건 당연한 것이겠죠... ^^;
지난번 GS 리뷰 때 손목을 빌려준 데 대한 품앗이로 이번엔 알라롱님이 손목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마크 17 리뷰 준비중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냄새 맡고 찾아온 개코(?) 알라롱님~
자신은 아니라고 하는데... 왠지 의심스럽다는... ㅎㅎ ^^;
알라롱님과 커피를 마시며 한동안 시계에 대한 수다를 떨었습니다.
(위에 보이는 유리잔은 포도주가 아니라 Dutch Coffee(더치 커피)라는 일종의 냉커피입니다. 찬물을 사용하여 3시간 이상 추출한 독특하고 향기 좋은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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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17이 등장한 2012년은 마크 시리즈 역사에 또다른 페이지가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마크 17은 이미 검증된 파트는 계승하면서 대중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또한 새롭게 도입된 3일창 역시 이미 검증된 부분을 이식해 왔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스타일은 진보했지만 방향은 보수적이었다고 평가해 봅니다.
가격은 600만원이 넘어버렸습니다.
(공식가격은 가죽스트랩 모델은 620만원, 브레이슬릿 모델은 780만원 입니다. )
요즘 시계를 접할 때 마다 가격이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델도 바뀌지 않았는데 매년 10% 정도 가격 인상을 해 온 시계 업계의 관행을 생각하면 모델이 바뀌면서 오른 가격은 이해해 줘야 할 것만 같습니다.
*추신*
리뷰한 모델은 가죽 스트랩 모델입니다.
그래서 브레이슬릿 모델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드립니다.
신형 브레이슬릿은 더 쉽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링크 분해 및 조립이 더 쉬워졌고 단방향 디플로이언트 버클에도 미세 길이 조정 기능이 있습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그냥 참고 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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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