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ger LeCoultre GRANDE REVERSO ULTRA THIN
"울트라씬" 이라는 이름으로 엔트리 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예거 르쿨트르의 2011 년 해답은 Reverso 였습니다.
특히 2011년은 리베르소의 탄생 8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했습니다. 리베르소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각종 기념행사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관심은 리베르소 80주년에 선보일 시계가 과연 무엇일까에 쏠렸습니다. JLC가 내놓은 해답은 "GRANDE REVERSO ULTRA THIN" 이었습니다.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씬은 리베르소의 현 모습을 토대로 한 기본형(레귤러) 모델과 80년 전 최초의 리베르소의 정취를 담은 일종의 복각 모델 "Grande Reverso Ultra Thin LE 1931 Tribute" 을 동시에 선보였습니다.
< 리베르소 그랑 울트라씬. 왼쪽은 1931 Tribute 리미티드에디션이며 오른쪽은 레귤러 모델임. >
리베르소가 탄생한 1931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세계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경제파탄으로 극우주의 나치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으며 일본은 만주침략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미국에서는 산업화로 인한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아 아르데코 스타일이 주류로 자리잡고 그 대표적인 건축물인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완공됩니다. 발명왕 에디슨은 사망했지만 찰스 린드버그가 자신의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합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임을 (마치 오늘날의 중국처럼) 공인하는 과정만 남았고 영국은 전세계에 아직 많은 식민지를 유지하며 제국의 마지막 영광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다들 아는 것처럼 리베르소의 공식 기록은 폴로 경기를 즐기던 영국 기병의 쉽게 파손되는 시계 글라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부터 시작합니다. 이 당시의 시계 글라스 파손은 단순히 폴로경기를 즐기는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요즘 당연시되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가 시계에 사용된 것이 비교적 근래의 일이며 당시의 시계 글라스는 강도가 매우 떨어지는 일반 유리를 썼을테니 조그만 충격에도 얼마나 쉽게 글라스가 파손되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초창기에는 회중 시계를 슈트 안 조끼 주머니에 휴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시계를 손목에 착용하는 것은 여성들이나 하는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손목시계가 대중화된 것은 1차 세계대전이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참호 전투 중 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손목시계가 차츰 남자들에게도 유용한 착용방식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손목시계의 잘 깨지는 글라스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서 아래 사진처럼 글라스 위에 보호용 덥개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을 하기도 했습니다.
<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손목시계 >
그런 점에서 시계 글라스의 파손 방지를 위한 르쿨트르의 해결 방법은 가히 혁명적 발상이었습니다. 회중시계처럼 단순히 뚜껑을 다는 방식이 아닌 시계 케이스 자체를 180도 반전시킨다는 발상은 생각 자체로도 독창적이었겠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력 또한 상당한 수준을 요구했을 것입니다.
<리베르소의 최초 설계 도면>
< 옛날의 리베르소 포스터 >
지금은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의 등장으로 유리의 보호를 위해 시계를 뒤집을 필요는 없어졌지만 리베르소만의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매커니즘은 당시 일반 휴대폰을 쓰다 애플의 아이폰을 접한 사람들이 느꼈을 신선한 충격과 비교해도 좋을 듯 합니다. 특히 시계를 뒤집었을 때 생기는 사각형의 케이스 뒷면은 자신만의 그 '무엇'을 표시할 훌륭한 캔버스가 되었습니다. 시계가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 외에 또다른 '유희'를 줄 수 있다는 사실로 리베르소의 인기는 치솟기 시작해 많은 사람들을 리베르소 마니아로 만들어 나갑니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를 비롯해 귀족과 명문 사학에서 리베르소의 뒷면에 자신들이 속해 있는 그룹의 로고를 새기는 것으로 유대감을 확인했으며, 미국의 유명한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 역시 자신의 기념비적인 비행 경로를 리베르소에 각인하기도 했습니다.
< The Prince of Denmark's Reverso (Circa 1933, Caliber 411, Steel), King Edward VIII's Reverso (Circa 1937, Caliber 411, Steel and Yellow Gold), Amelia Earhart's Reverso (Circa 1935, Caliber 410, Ste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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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이 넘는 시간동안 JLC의 대표 컬렉션으로 사람들의 컬트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변형 모델들이 만들어졌던 리베르소! 하지만 시계는 역시 원초적인 오리지날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JLC는 그런 대중의 갈증을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씬'을 통해 해소시켜 주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선은 '1931 헌정판'에 더 쏠립니다만 오늘의 리뷰는 좀 더 접근 가능성이 용이하고 현재의 리베르소를 잘 표현하고 있는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씬 레귤러 스테인레스스틸 모델을 대상으로 해 보겠습니다.
참 잘 빠졌다...
이것이 JLC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씬을 처음 봤을 때 느꼈선 첫인상입니다.
심플한 기능, 케이스와 다이얼의 균형미, 단조롭지도 난잡하지도 않는 중도의 디자인, 흠잡을데 없는 피니싱 등등... 스포츠시계로 태어났지만 스포츠를 하면 안될 듯 한 유려한 외모와 귀족풍의 아우라. 80년을 이어온 리베르소 만의 오리지날리티.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반전형 케이스의 즐거움. 오랜 시간 검증된 무브먼트.
JLC 그랑 울트라씬 리베르소는 최근에 발표된 심플하고 슬림한 시계중 가장 돋보이는 시계입니다.
Case
케이스는 7.2mm 두께에 46mm X 27.5mm 케이스입니다. 리베르소의 케이스는 시계를 뒤집는 부분(A케이스)와 아래 베이스가 되는 부분(B케이스)로 구성되기 때문에 더이상 두께를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수동 무브먼트(Cal. 822)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정도로 얇아 질 수 있었습니다.
리베르소가 탄생한 1931년은 아르데코 풍이 절정기를 맞이하던 때입니다. 그냥 클래식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사각형의 직선미가 돋보이는 페이스는 80년이 흘렀음에도 리베르소 원형이 가졌던 그때 그 느낌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위쪽의 사진처럼 스테인레스 스틸 케이스 외에 18캐럿 핑크골드 케이스 버전도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채용하고 있어 시계를 반전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시계의 다이얼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A케이스의 볼 베어링과 B케이스의 홈을 통해 시계의 전환 매커니즘을 볼 수 있습니다. 시계를 반전시킬 때 베어링이 착! 소리를 내며 접합되는 '기분좋은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B케이스의 블링블링한 페를라쥬 문양 역시 리베르소의 전통적 양식입니다.
반전 후의 모습입니다.
거울같은 뒷면입니다.
최근의 리베르소 모델 중에는 뒷면을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채용해 무브먼트를 볼 수 있게 만든 모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의 경우 솔리드백을 채용해 오리지날 리베르소의 모습을 좀 더 느껴 볼 수 있습니다.
케이스백에 간단한 이니셜 정도는 한국에서 새겨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그림이나 페인팅은 스위스 본사로 주문해야 합니다. 그림이 복잡하거나 하면 시계 가격에 맞먹는 비용이 들 수도 있다 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심플한 크라운입니다. 오리지날 모델 보다는 조금 더 두껍습니다. 매일 태엽을 감아야하는 수동 무브먼트의 특성상 케이스보다 크라운이 살짝 커서 태엽을 감기에 불편하지 않습니다.
러그와 스트랩은 사각 케이스의 특성 상 빈틈없어 보입니다.
아시죠~ 아르데코 스타일... ^^
측면라인과 뒷면라인입니다.
케이스에서 스트랩으로 넘아가는 연결감이 마치 하나인 듯 일품입니다.
B케이스의 뒷면입니다.
1000 Hours Control 마크, 30m 방수, 시리얼 넘버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Dial & Hands
실버 컬러의 미니멀리즘 다이얼은 현대적인 리베르소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블루 소워드 핸드에 아라비아 인덱스. 중심부의 스트라이프 문양은 최초의 리베르소를 복각한 '1931 Tribute' 모델과 비교됩니다. 최초의 리베르소는 아워마크 역시 바 타입으로 좀 더 심플합니다.
중앙의 세로 줄무니는 A케이스의 위 아래로 있는 3선 가로무늬와 대비되어 너무 심심하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는 단아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레귤러 모델의 경우 예거 르쿨트르 로고가 12시 방향에 있습니다만 '1931 Tribute' 모델의 경우 'REVERSO' 라고 마킹 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리베르소가 만들어진 1931년에 회사 이름이 예거 르쿨트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회사 이름은 그냥 '르쿨트르' 였습니다.
< 초창기의 리베르소. 회사 이름이 '르쿨트르'로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
Movement
무브먼트는 Cal. 822 입니다.
수동무브먼트이며 가장 검증된 기본적인 무브먼트라 할 수 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cal. 822는 2.94 mm 두께에 수작업을 통해 조립 마무리 합니다. 21,600 vph, 21 jewels, 134 parts, 45 시간 파워리저브의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 케이스백에 적힌 것처럼 1000시간 넘는 검증 시간을 가집니다.
최근에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도 있지만 리베르소는 전통적으로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반전형 케이스의 특성상 두께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브먼트에 강한 JLC답게 리베르소마다 각기 다양한 무브먼트를 탑재하곤 했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볼 때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씬 모델이 가장 베이스가 되는 Cal.822를 탑재했다는 것은 저에게는 상당한 매력적 요소로 다가옵니다. Cal.822는 1992년 데뷔했습니다. 직사각형 형태로 작동상의 안정감과 아름다운 형태미가 돋보이는 무브먼트입니다. 최근의 신형 무브먼트들이 많이 양산되는데 20년 넘게 검증된 무브먼트라는 것은 무브먼트에 대한 역사적 전통이 없는 회사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Strap & Buckle
블랙 엘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입니다.
스트랩의 핀 버클 고정부분을 보면 다른 스트랩과 다른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스트랩과 러그 사이에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를 덧대어 러그에서 스트랩으로 이어지는 각도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도록 해 줍니다. 핀 버클 역시 쉽게 장착 및 탈착이 가능하도록 홈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버클은 클래식하면서 심플한 핀버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시계를 착용한 모습입니다.
손목에 감기는 느낌은 부드럽고 편안합니다. 생각보다 시계가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스포츠시계로 시작한 리베르소인데 오히려 셔츠 차림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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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리뷰한 '울트라씬 문 39' 에 이어 선보인 '리베르소 울트라씬' 역시 참 심플하면서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격적으로 엔트리급에 있어 JLC를 선택하기에 부담스러워 하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둥근 형태의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울트라씬 문 39'를, 사각 형태의 시계를 좋아하며 시계가 주는 또다른 재미를 느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리베르소 울트라씬'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억원이 넘는 초고가의 컴플리케이션 모델은 너무 매력적이지만 1천만원대의 엔트리급에서 마땅한 모델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본인에게 JLC의 '울트라씬'이라는 이름을 하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이름처럼 울트라하게 씬(?) 하지는 않지만 제작비를 많이 들인다고 '웰메이드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시계도 기능 많고 비싸다고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울트라씬'이라는 이름으로 JLC가 제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뭐라 흠잡을 데 없이 결과물로 "웰메이드 시계"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추후에 또 다른 울트라씬 이름을 가진 매력적인 모델이 엔트리급 가격으로 선보인다면 제 추측이 맞겠죠... ^^
* 사실 이 리뷰는 지난해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였지만 본인의 개인 사정으로 올해 첫 리뷰가 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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