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티에 다르 ‘레 주니베르 장피니' 리자드(Les Univers Infinis Lizard)
레 주니베르 장피니 시리즈 첫 번째
메티에 다르 ‘레 주니베르 장피니(Les Univers Infinis)’는 2012년 S.I.H.H에서 첫 선을 보입니다. 그래픽 아트와 다이얼 (장식) 기법이 만나 탄생한 시리즈인데요. 이 시리즈의 첫 번째는 비둘기, 불가사리, 조개를 다이얼에 담아낸 세 모델로 구성되었습니다.
모리츠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것을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판화가이자 조각가였던 모리츠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에게서 영감을 받아 테셀레이션이라고 하는 그래픽 아트에 헌정 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테셀레이션은 미술 기법의 하나로 도형을 이용해 틈을 남기거나 겹침이 없이 구성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테셀레이션의 어원으로 볼 수 있는 테셀라(Tessela)는 부석(敷石) 혹은 기와, 타일을 의미하는 라틴어라고 합니다. 모리츠 에셔가 테셀레이션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스페인 여행 중에 알함브라 궁전이나 코르도바의 모스크에서 본 모자이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뒤, 그의
화풍에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모자이크의 대칭성 중에서 공간을 구획 짓고 비슷한 형태로
공간을 채우는 무수한 가능성에 매료됩니다. 이에 탄생한 그의 작품은 수학적 요소가 대단히 풍부해 수학, 과학자의 호평을 받게 됩니다. 예술과 과학에 위치하며 둘의 상관관계를
드러낸 모리츠 에셔의 작품을 바쉐론 콘스탄틴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을 사용해 다이얼에 옮겨왔는데요. 이를
위해 조각, 기요쉐, 에나멜, 보석 세팅을 담당하는 장인이 총출동하는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레 주니베르 장피니 시리즈 두 번째 눈속임 그림. 젊은 여성의 측후면으로 보이거나 노파로 보이거나 메티에 다르 레 주니베르 장피니는
2013년 두 번째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천사, 기마병, 도마뱀의 세 모델로 구성되며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그 중
도마뱀입니다. 모리스 에셔가 남긴 드로잉과 판화에서 영감을 얻은 리자드의 다이얼은 도마뱀의 구체적인
형태가 맞물려 나가며 추상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시리즈의 천사나 기마병에 비해
눈속임 그림 같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약한데, 이유는 가장 많은 수의 기법이 사용되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시리즈의 세 모델은 기본적으로
조각으로 윤곽을 잡습니다. 기마병의 경우 조각한 다이얼에 진주와 골드를 이용한 상감기법으로 속을 채워
넣습니다. 천사의 경우 조각한 골드 다이얼에 에나멜, 기요쉐
기법을 사용하는데 리자드는 여기에 다이아몬드 세팅이 하나 더 들어갑니다. 가장 많은 장인의 손을 거치는
다이얼인데요. 앞서 눈속임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기마병이나 천사는 테셀레이션의 규칙성과 반복을 잘 따르는데 비해 리자드에 추가된 다이아몬드 세팅의 도마뱀이
이를 다소 흐트러트리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물론 다이아몬드 세팅한 도마뱀도 규칙적이나 저처럼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 도마뱀의 배율을 축소하여 반복적인 느낌을 보다 강하게 주거나 아니면 캔버스(다이얼)가 좀 더 크거나 그것도 아니면 하얀색 도마뱀 모두에게 다이아몬드 세팅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윤곽을 남기고 속을 파낸 뒤 도마뱀의 피부를 조각하는 과정
에나멜로 파낸 속을 채워넣는 과정 하지만 리자드를 선택한 이유는
기법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복잡해 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얼이 완성되는 순서를 본다면 다이얼 플레이트가
될 옐로우 골드 플레이트를 샹르베(Champleve) 기법으로 가공합니다. 샹르베는 에나멜 기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죠. 사물의 윤곽을 남기고
안쪽을 파낸 뒤 그것을 에나멜로 채워 굽는 방식인데요. 엄밀하게 말하면 샹르베는 조각 기법으로 에나멜을
입히기 전의 과정을 지칭합니다. 샹르베를 조각 기법으로 보건 에나멜 기법으로 보건 조각 후 에나멜을
입히는 것은 여기에서 동일한데요. 도마뱀 패턴의 윤곽을 만들고 속을 파낸 다음, 도마뱀의 피부를 묘사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조각도로 정교하게 파낸
도마뱀의 피부를 완성하면 조각 장인의 임무는 마무리됩니다. 그 다음은 에나멜 장인의 차례인데요. 머리가 8시 방향을 향하는 도마뱀은 반투명의 빨강, 4시를 항햐는 도마뱀은 회갈색(Taupe) 에나멜로 채우게 됩니다. 에나멜이 오븐에서 건조될 때까지 아직 속을 파지 않은 도마뱀이 있는데요. 이것은 830~850도 사이(바쉐론 콘스탄틴 권장 온도)의 오븐의 온도는 옐로우 골드의 녹는점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이로 인한 다이얼 팽창에 따른
변형을 최소화 하기 위해 표면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또 한가지 제작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다이얼의 보이지않는 뒷면에도 에나멜을 바릅니다. 이유는 앞서의 속을 파지 않은 도마뱀과 같습니다. 뒷면에 바른 에나멜이 다이얼을 잡아주어 팽창 등에 따른 전면 에나멜의 아주 미세한 크랙을 방지합니다. 두 가지 색상의 에나멜이 다이얼에서 광택을
발하기 시작하면 에나멜 장인의 역할은 끝입니다. 다음은 보석 세팅을 하는 장인이 맡게 됩니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과정
로즈 엔진을 사용해 기요쉐를 넣는 과정 바쉐론 콘스탄틴은 보석 세팅에서도
다채로운 기법을 보여주는 메이커입니다. 보석을 고정하는 다리(Claw)가
보이지 않는 인비저블 세팅이 대표적인데요. 여기서는 일반적인 세팅 기법이 사용되었으나 라운드 컷 한
다이아몬드의 투명함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습니다. 보석 세팅 장인이 역할이 마무리되면 속을 파내지 않은
부분을 기요쉐 장인이 담당합니다. 로즈 엔진을 돌려 도마뱀의 비늘을 기요쉐 기법으로 만들어 내면 거의
마무리 된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제작 과정을 보면 다이얼의 베이스 플레이트는 옐로우 골드입니다. 하지만
완성된 다이얼은 옐로우 골드가 아닌 화이트 골드 같은 하얀색 빛을 내는데요. 최종과정에서 하얀색을 띄는
처리가 들어갑니다. 상세한 기법은 워치스&원더스에서
직접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영화 식스센스급 반전입니다. 어렵게
옐로우 골드로 만들었는데 결과물은 하얀색을 띄기 때문이죠. 애초부터 화이트 골드로 만들면 될 일을 어렵게
한 이유는 반투명 에나멜 아래에서 비치는 옐로우 골드의 색상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촬영한 사진을
보면 다소 노란빛이 감도는데요. 제대로 된 색감을 잡아내기가 어려울 만큼 미묘한 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양면 에나멜 기법과 함께 바쉐론 콘스탄틴의 변태(?)스러움이 잘 드러나는군요. 그 다음은 전체의 정리를 하는 최종 마무리를 하고 나면 무려 4명의
장인을 거친 다이얼이 완성됩니다.
케이스는 화이트 골드입니다. 다소 얇은 폭을 지닌 베젤에 극단적으로 짧은 러그가 특징입니다. 이
러그는 일명 메티에 다르 러그로 메티에 다르 모델에만 사용됩니다. 케이스와 스트랩을 연결하는 기능 다음으로는
다이얼을 집중해서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존재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 위한 형태입니다. 40mm 지름의
케이스는 작품인 다이얼을 보호하고 부각시키는 액자 역할에 충실하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러그 뿐 아니라
시침과 분침에서도 나타납니다. 스켈레톤으로 가공해 다이얼을 가능한 한 가리지 않도록 하는데요. 시간을 읽기 위한 가독성 측면은 바늘을 한번 접었다가 핀 듯한 형태를 통해 꾀합니다. 빛을 받으면 나타나는 바늘의 명암이 시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죠.
탑재한 무브먼트는 칼리버 2460SC이며 센터 세컨드의 자동 무브먼트입니다. 기본적으로 데이트
기능이 제공되지만 리자드에서는 다이얼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했고, 크라운 조작계에서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크라운을 당기지 않은 상태의 포지션 0과 한 칸 당긴 포지션 1의 두 포지션만 존재합니다. 데이트 기능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포지션 0, 1, 2죠. 포지션 0에서는
수동 와인딩을 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주력 자동 무브먼트인 이것은 만져 볼 때마다 매우 무난합니다. 와인딩 시 크라운의 감촉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편입니다. 크라운은
케이스 백 쪽에 작은 홈을 내어 손톱과 케이스를 상하게 하지 않고 쉽게 당길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한 칸 당기면 데이트 조정 포지션을 생략하는 만큼 당기는 폭이 늘어나는 게 느껴집니다. 시간 조정도
와인딩과 마찬가지로 크라운을 돌려 분침을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습니다. 조금 가벼운 감이 있지만 조작이
불편할 정도는 아닙니다.
무브먼트는 제네바 실을 받은
것으로 기요쉐 가공을 한 골드 로터가 인상적입니다. 제네바 실은 시스루 백 주위에서 각인을 찾을 수
있고, 제네바 실을 받은 만큼 전체의 가공은 깔끔합니다. 다만
칼리버 2460SC가 구조적으로 기어 등을 브릿지 밖으로 노출하고 있어 다소 정돈된 느낌은 떨어집니다. 좋게 말하면 무브먼트의 구조적 특징이라고 하겠네요.
스트랩은 검정색 앨리게이터입니다. 스티치리스 기법을 사용했고 손목과 닿는 안감도 같은 소재를 사용해 호화스럽습니다. 메티에 다르 러그 케이스는 대부분 스티치리스 스트랩과 매치되는데 이것은 케이스와의 호화 혹은 케이스처럼 다이얼
집중도를 향상시키기 위함 같습니다. 버클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심벌인 말테 십자가를 한 핀 버클입니다.
지난 오데마 피게 리뷰의 마지막에서
잠깐 메이커의 성향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오데마 피게가 외관은 현대, 근미래 적이지만 무브먼트는 전통적이며, 파텍 필립은 이와 다소 반대라고
했는데요. 파텍 필립은 실리시움 부품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며 과거를 보아도 파텍 필립은 기술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반적이라도 해도 좋을 프리스프렁 방식, 파텍
필립으로 치면 자이로맥스로 이것은 지금부터 50년 이상의 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이면 스완넥 레귤레이터가 하이엔드의 기본이었지 싶은데요. 파텍
필립은 과감하게 자이로맥스를 도입했고 현재에는 많은 메이커가 이것을 답습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과 또 다른 성향을 드러냅니다. 리뷰의 리자드는 그것을 드러내는 좋은 예입니다. 손이 아니면 불가능한 리자드의 다이얼 같은 전통 공예 기법과 이를
통해 완성되는 예술성이 그들의 지향점 중 하나입니다. 물론 내년 260주년을
맞이해 기술적인 진보도 예고되어 있지만 다방면의 예술 후원, 전통 공예 기법 계승 같은 캠페인이나 꾸준한 마티에
다르에 속하는 모델의 발표로 본 바쉐론 콘스탄틴은 미술품을 보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시계를 큰 가치로 보는 메이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메티에 다르 ‘레 주니베르 장피니' 리자드는 이를 강력하게 대변하는 바쉐론 콘스탄틴다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촬영 : 2nd Round 스튜디오 Copyright ⓒ 2014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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