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마스터 II 다이버 월드타임
볼 워치는 해밀턴처럼 미국의 시계 메이커였습니다. 미국의 시계 메이커라면 레일로드
크로노미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아메리카 대륙을 철도로 횡단하기 시작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비약적으로 빨라졌고 또 커지게 됩니다. 덕분에 철도회사는 성장하게 되었지만, 성장과 달리 여러 회사인 이들을
통합적으로 관제하는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열차사고가 빈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1891년 오하이오주 킵튼에서 발생한 대열차사고를 계기로 철도관제시스템의 필요성과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부적확한 시계를 개선해야 했죠. 이때 태어나게 된 것이 레일로드 크로노미터고 이것은 제법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레일로드 크로노미터를 만족하는 시계는 높은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고, 몇몇 메이커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일로드 크로노미터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는데 볼 워치도 그 하나였습니다.
현재 볼 워치는 스위스 메이드로 부활(?)하면서 스위스 메이커로 보아야 하는데, 이러한 미국의 레일로드 크로노미터를 유산으로 삼는 한편 기계식 시계의 여러 적으로부터 극복하려는 기술적인 요소를
정체성으로 들고 나오게 됩니다. 방수는 기본이고 내자성, 재충격성
같은 것인데 사실 다른 메이커에서도 테스트 과정에서 이뤄지는 항목이나 홈페이지 등의 스펙에서 명확한 수치를 제시함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근거로 사용합니다.
리뷰의 엔지니어 마스터II 다이버 월드타이머도 볼의 정체성을 따르고 있는데요. 다이버 워치 모델인 만큼 300m의 방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4,800A/m의 내자성, 5,000Gs의 내충격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ISO가 규정한 내자성 규격 ISO 764, 내충격 규격 ISO 1413에 준거합니다. 4,800A/m는 실제 생활에서 이어폰이나 핸드폰의 스피커에 5cm까지
근접했을 때 이상이 없는 수준이며, 5,000Gs는 1m 자유낙하를
상정한 시뮬레이션을 하여 문제가 없는 수준이 됩니다. 자성, 충격에
약한 기계식으로는 나름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펙을 갖춘 셈이죠. 이러한 것들이 가능토록 한
것에는 아무래도 케이스가 역할을 한 듯싶은데요. 45mm 지름과
15mm가 넘는 두께가 완충과 자성의 보호막 역할을 했지 싶습니다.
이 모델의 이력을 살펴보면 시계잡지 '워치 월드' 영국과 네덜란드판에서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시계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수상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요. 다이버와
월드타이머라는 흔치 않은 결합을 매끄럽게 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이너 베젤을 지닌 다이버 워치로 이너
베젤은 월드타이머의 상징이자 기능의 핵심인 24개 GMT 대표도시명이
들어간 도시명 링의 역할을 겸합니다. 케이스 2시 방향의
크라운을 이용해 다이버 베젤의 용도거나 월드타이머의 세팅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이 세팅용 크라운은
스크류 다운 방식입니다. 크라운을 푼 뒤 돌려보면 다이버 베젤용으로 사용하는 만큼 1분에 1클릭씩 이동합니다. 클릭이
없이 스무스하게 이동하는 월드타이머의 링을 떠올리면 다소 답답한 이동이 이뤄지나, 겸용을 생각하면 이해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1클릭씩 이동시키는 것이 상당히 빡빡해서
다이버 베젤을 조작하는 감각이라고 해도 조작성이 좋다라고는 말하게 힘들 것 같습니다. 이 모델의 유일한
단점이지 싶군요.
조작을 위한 크라운 또한 스크류 다운 방식입니다. 크라운을 풀고 포지션 0에서 와인딩, 한 칸 당겨 포지션
1에서 날짜와 요일 조작, 한 칸 더 당겨 포지션 2에서
시간을 조작하며 시간 조작시에는 낮과 밤 각 12시간이 절반씩 그려진 시간 인덱스 바로 바깥의 링이
연동되어 회전합니다. 월드타임의 세팅은 이것과 도시명을 일치시키면 되는데요. 다이버 베젤과 겸용되는 만큼 다이버 베젤 용도로 사용했다면 다시 세팅해야하는 소소한 불편(?)은 있겠습니다. 탑재된 무브먼트는 칼리버 RR1501로 정확한 정체를 알기 어려운데, ETA 베이스거나 ETA의 설계를 빌린 제네릭이 아닐까 싶은데요. 와인딩시의 감촉은 ETA의 칼리버 2892와 유사한데요. 크라운을 돌릴 때 저항이나 사각거리는 느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데, 사실
칼리버 RR1501은 2824베이스에 데이데이트와 월드타임
기능을 넣은 무브먼트입니다. 이것이 ETA인지 셀리타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볼에서는 인 하우스에서 이들 기능을 수정했다고 밝히고 있고, 월드타임 기능 때문인지
통상의 2824보다 지름이 훨씬 큰 30mm가 넘는 지름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능이 추가되었으나 조작성은 ETA 베이스나
제네릭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고, 날짜 전환, 시간 조정
시는 무난합니다. 조금 특이한 부분은 요일 표시인데요.토요일은 초록색,일요일은빨간색으로 되어있고 영어이외에 스페인어가 병기되어 있습니다.하나의 언어를 선택한 뒤에는 계속 그것만 표시되나 전환되는 과정에는 다른 언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스페인어의 토요일입니다.
이 모델의 매력은 위와 같은 기능성에 있지만 이를 표현하기 위한 다이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볼이 방수, 내자성, 내충격성
같은 부분 못지 않게 신경쓰는 부분이 시인성인데요. 트리튬 가스 캡슐을 사용한 자체 발광 야광이 특징입니다. 인덱스, 핸즈의 기본적인 부분에 이것이 사용되었고 다이버 베젤에도
사용되었는데요. 12시 인덱스를 보면 알 수 있듯, 직선형태로만
가공이 되는 트리튬 가스 캡슐로 곡선의 아라비아 숫자를 표현하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10분
단위 인덱스에서 볼 수 있는데요. 몇 개의 캡슐을 나란히 겹치고 아라비아 숫자를 도려낸 판을 그 위에
올려 자연스럽게 숫자를 보여줍니다. 덕분에 무려 55개의
캡슐이 사용되었고, 위 이미지처럼 발광 시 멋진 그림이 나옵니다. 오랜지, 블루, 그린의 세가지 색으로 발광하며 시, 분침과 다이버 베젤의 인덱스는 같은 색상을 사용해 가시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45mm케이스이기 때문에 이너베젤에 도시이름을 올리고, 24시간 링을 배치하고도 여유가
있습니다. 단차를 이용해 입체적이며 잘 마무리한 공업제품 같은 이미지가 매력적입니다.
케이스 표면은 헤어라인에 의한 무광가공이 주를 이릅니다. 헤어라인이 약간 겉도는
듯하지만 만져봤을 때 느낌은 부드러운 것이 괜찮습니다. 러그 끝 부분은 둥글게 디자인되어 피부 손상을
방지합니다. 솔리드 백의 가공이 인상적인데요. 아마 볼의 앰버서더인 기욤 네리를 모델로 삼았을 다이버의
형상과 내자성을 의미하는 안티마그네틱 같은 문구, 트리튬 가스 캡슐의 원천기술을 지닌 mb microtec의 각인도 보입니다. 브레이슬릿은 착탈이 편한
버튼 방식이며, 다이버 익스텐션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브레이슬릿의
반 개 길의 링크로 손목에 최적화해야 할 것 같군요.
볼 워치를 구입하면 증정되는 UV라이트
결론을 짓는다면 하나의 시계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델입니다. 인기가 높은
다이버 워치에 기능적으로 실용성이 높은 GMT를 결합했는데, 여러 GMT 방식 중 월드타이머라는 점이 특색을 부여합니다. 월드타이머
특유의 형태가 모델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하겠군요. 물론 볼 워치가 제공하는 정체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도 매력을 더하는데 영향이 있겠습니다.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와 개성, 특히 케이스 피니시는 수년 전에 비하면 상당히 향상된 점이 인상적인 모델입니다.
촬영 : 2nd Round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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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8명이 봤어요 2014.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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