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탐험 2 : 심플와치에 대한 탐구 - 수동편
심플와치...
말 그대로 아무런 특별한 기능도 없이 시간-분(2 바늘) 모델 혹은 시간-분-초 (3 바늘) 모델을 의미합니다.
심플와치란 다이얼의 형태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심플와치라고 해도 수동(manual winding) 모델과
자동(automatic) 모델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글은 심플와치 중에서도 수동 모델에 제한되는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일부 전설적인 빈티지들에 대한 내용을 일부 포함합니다만,
현행품들을 중심으로 심플와치들과 그들을 구동하는 무브먼트들에 대해 탐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의 주요 테마는 현행품의 수동 심플와치를 구성하는 무브먼트들의 종류와 특징 및
수동 무브먼트의 수정과 피니싱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요 무브먼트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무브먼트들을 사용하는 개성적인 모델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1. 심플와치의 케이스와 다이얼
아무런 복잡한 기능을 포함하지 않는 심플와치에서 케이스와 다이얼의 디자인은 매우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소비자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지 않으므로 케이스와 다이얼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못하면
심플와치에서 달리 매력을 느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950년대에 파텍과 바쉐론의 명성을 만들었던 전설적인 시계들입니다.
좌측은 파텍의 Ref. 2545 모델로 최초의 칼라트라바인 Ref. 96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칼라트라바의 전형적인
디자인입니다. 우측은 "눈물(tear drop)" 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특한 러그(lug)를 가진 바쉐론의 정장용 시계를
상징하는 모델입니다.
스몰 세컨드와 센터 세컨드라는 차이점 보다는 케이스와 다이얼로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의 차이가 감지되지 않습니까?
파텍의 칼라트라바가 엄숙하고 장중한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시계라면, 바쉐론은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시계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두 모델 모두 바아 인덱스를 채용하고 있습니다만, 칼라트라바의 짧고 굵은 인덱스와 바쉐론의 가늘고 긴 인덱스는
시계의 바늘들과 조화되어 육중하고 섬세한 케이스의 분위기를 다이얼에서도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1950년대와 60년대 파텍과 바쉐론이 고급 정장용 시계를 양분하던 시절.......
파텍과 바쉐론의 시계들은 케이스와 다이얼에서 칼라트라바와 티어드롭으로 구분되는 정도의
매우 느낌을 달리하는 시계들이었습니다.
육중하면서 완고해 보이는 파텍, 가늘고 섬세해 보이는 바쉐론....
이와 같이 단순한 구성을 가진 심플와치의 다이얼과 케이스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보려는
브랜드들의 노력은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견 비슷해 보이고 그것이 그것 같은 정장용 시계들, 군용시계들 혹은 스포츠 시계들에서 미묘한 변화에 의해
얼마나 다양한 시계의 표정들이 만들어지는 가를 탐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상당히 넓은 테마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러한 케이스와 다이얼의 디자인적인 다양성에 대해 탐구하는 대신, 그러한 심플와치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무브먼트들에 대한 탐험이 주요 테마가 될 것이며, 다양한 다이얼과 케이스의 구성은
해당 무브먼트의 설명을 위해 제한적으로 인용될 것입니다.
그러나, 되도록 빈티지와 현행품들중 중요한 모델들의 사진이 포함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향후 몇 편의 글을 통해 현행품들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무브먼트들을 그 스펙과 수정형태들과 함께 설명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설명을 통해 무브먼트의 다양한 구성들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이 시작될 것입니다.
2. 심플와치의 수동 무브먼트들
회중시계 시대에 케이스백을 열고 무브먼트를 구경하는 것은 손목시계 시대와 달리 매우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회중시계 시대의 다이얼에서 바아 인덱스 모델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아라비아숫자도 군용 모델들이나 철도시계 등 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이례적인 것이었으므로 인덱스조차 대부분
로마숫자가 채용되었습니다. 하물며, 케이스의 디자인에서는 장식의 여부를 제외한다면 거의 통일된 형태의
심플한 원형의 케이스 일색이었습니다.
그 결과, 케이스나 다이얼의 디자인에 큰 변화를 만들기 어려웠던 브랜드들은 도리어 무브먼트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회중시계 시대의 무브먼트들의 디자인은 대개 한 회사에서 비슷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20세기초 손목시계가 등장하게 되었을 때, 가장 작고 얇은 회중시계 무브먼트들이 손목시계의 무브먼트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1930년대와 1940년대를 통해 회중시계 무브먼트를 소형화하고 손목시계의 다이얼에 적합하도록 소위
헌터스타일(3시 크라운-6시 스몰세컨드)의 손목시계용 무브먼트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물론, 소형화되면서 배럴 브릿지와 크라운휠 브릿지가 통합되어 하나의 브릿지로 단순화되고,
소형화가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레귤레이터 시스템이 손목시계에 적합한 사이즈의 레귤레이터로 변화되는 등
소형화에 따라 톱플레이트의 디자인에 일부 변화가 생겨납니다.
하지만, 파텍의 경우 S 브릿지로 특정되는 센터휠과 3번휠을
지지하는 센터 브릿지의 형태는 회중시계 시대에서 손목시계 시대로 변화한 후에도 오랫동안
파텍의 무브먼트를 상징하는 무브먼트의 톱플레이트 디자인으로 유지되게 됩니다.
바쉐론의 리벌버타입 센터 브릿지는 파텍과 바쉐론의 케이스며 다이얼의 디자인 이상으로 파텍과
바쉐론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매우 특징적인 차이점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케이스의 이미지와는 달리 파텍의 경우가 톱플레이트의 브릿지나 콕의 디자인에서 매우 섬세함을 보여주고
바쉐론의 톱플레이트의 디자인이 도리어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등 케이스와 다이얼의 디자인과는 다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케이스와 다이얼의 디자인을 넘어 무브먼트의 디자인까지 감상할 때 발견할 수 있는 단순시계들의 복잡한 매력들입니다.
따라서, 종합하자면, 파텍은 중후한 남성적인 외모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마음(무브먼트)을 가진 시계처럼 느껴지며
바쉐론은 섬세한 여성적인 외모에 강건한 정신력을 가진 시계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1950년대와 60년대에 구매자에게 있어서 이 둘간의 선택이란 우열을 통한 선택이 아닌
구매자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었던 것이며...
스위스를 대표하는 위대한 두 가문은 그 위대성에서 어느 한 쪽이 한 치의 부족함이 없었다고 할 지라도
두 가문이 만들어온 시계들의 이미지는 서로 너무도 틀렸던 것입니다.
한편, 1994년에 재등장한 A. Lange & Sohnne에서 브릿지형의 톱플레이트를 회피하고 Adolf Lange에 의해
글라슈테에서 처음 디자인된 것으로 알려진 개성적인 3/4 플레이트를 채용한 것도 과거의 전통에 대한
계승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역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파텍과 바쉐론의 무브먼트처럼 배럴 브릿지, 센터휠(2번휠)-3번휠- 혹은 4번휠을 지지하는 센터 브릿지를 사용하는
타입의 무브먼트들을 브릿지 무브먼트로 부르며, 랑게의 무브먼트 처럼 밸런스콕 혹은 밸런스콕과 이스케이프휠콕을
제외한 무브먼트 전체를 단일의 톱플레이트로 지지하는 형태의 무브먼트를 통상적으로 3/4 플레이트 무브먼트라고 부릅니다.
브릿지 무브먼트는 브릿지들 사이로 각종 휠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뿐, 브릿지들의 사용으로
성능상으로는 아무런 잇점도 없습니다. 도리어, 얆고 작은 브릿지들과 콕들의 사용으로 인해 조립시나 수리시
브릿지들의 변형으로 인한 조립불량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단점도 많은 것이지만, 브릿지들의 디자인과
브릿지들 사이로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가동 부품들을 볼 수 있는 매력 때문에 오랜 기간 고급 시계들의
무브먼트 디자인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한편, 3/4 플레이트는 단일의 두터운 플레이트로 가동 부품들을 지지하므로 무브먼트를 견고하게 만드는
매우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영국과 독일 등에서 널리 채용되던 방식입니다.
글라슈테에서는 이러한 단순하고 견고한 3/4 플레이트를 파란색 나사를 사용하여 보석 베어링을 지지하는 채톤링을
고정하는 방식의 채용 등 단순한 3/4 플레이트의 넓은 표면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노력들이 행해졌습니다.
또한, 너무 단순한 플레이트들의 미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밸런스콕에 수공의 조각을 넣는 것도
19세기부터 랑게, Assman 등 글라슈테 지역의 고급 시계 무브먼트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글라슈테 무브먼트들의 특징적인 구성의 하나였습니다.
1994년에 재등장한 A. Lange & Sohnne에서는 이런 전통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금도금하지 않은
저먼실버(German Silver, 니켈 합금 : 백동)에 제네바 스트라입을 가공하는 등 19세기와 20세기초
랑게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었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인의 취향을 아울러 고려한 매력적인 무브먼트로
많은 매니아들에 의해 파텍과 대등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전통으로의 복귀를 택할 것인가... 현대에 맞도록 재해석해낼 것인가...
평범한 시계와 명품의 갈림길은 어떤 구성의 유무나 단순한 품질의 우열을 넘어
이러한 기본적인 선택들이 하나, 둘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계탐험 제 1 부에서 탐험한 바와 같이, 1969년 쿼츠 시계의 등장 이후....
기계식 시계의 부흥은 쿼츠 무브먼트에는 없는 기계식만의 어떤 매력에 대한 매니아들은 물론
시계제조업체들의 눈을 뜨게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며...
그 매력이란 더 이상 무브먼트의 정확성이 아닌 기계식 무브먼트만의 개성이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계의 다이얼과 디자인을 넘어 무브먼트에 대한 개성의 요구...
기계식 시계를 구입하는 대다수 매니아들의 요구란 표현은 달라도 결국은 이 한 마디로 요약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랑게의 Gunther Blumrein은 1990년 A. Lange & Sohnne의 부활을 도모하면서....
아주 정확히 미래의 매니아들이 기계식 시계에 요구하게 될 무브먼트의 개성이라는 것을 읽고 있었던 것이며
바로 이 점이 오늘날 파텍-랑게의 구도를 가져오게 된 중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탁월한 선택은 1932년 스턴 일가가 파텍을 인수했을 때 읽었던 미래와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었습니다.
LeCoultre의 무브먼트들을 베이스 무브먼트로 사용하던 파텍이 경제공황의 여파로 도산하던 무렵...
이를 인수하던 스턴일가는 "미래에 자사 무브먼트를 만들지 않는 브랜드들은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러한 선택하에 20세기를 상징하는 스위스 최고의 수동과 자동 무브먼트들이 등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선택이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비단 시계 브랜드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3. ETA 2801, Peseux 7001, Unitas 6497/8
이 세가지의 무브먼트가 현재 자사 수동 무브먼트를 개발하지 못한 스위스의 중급 이하의 브랜드들이
사용할 수 있는 3 개의 수동 무브먼트들입니다.
센터세컨드 모델을 만들려면 ETA 2801을 사용하고, 얇은 정장용 섭세컨드 모델을 만들려면 Peseux 7001을
회중시계나 큰 수동 시계를 만들려면 Unitas 6497/8을 사용해야하는 것입니다.
(1) Unitas 6497/8 (ETA 6497/8)
최근 큰 시계의 유행으로 이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Unitas 6497/8입니다.
이중 사진의 파네라이에 사용된 Unitas 6497과 같이 손목시계에서 9 시 위치에 스몰세컨드를 가진 무브먼트를
Lepine 무브먼트라고 부르며, Unitas 6498과 같이 손목시계에서 6시 위치에 스몰세컨드를 가진 무브먼트를
Savonnette(Huneter) 무브먼트라고 부릅니다.
Lepine은 Abraham Breguet에게 큰 영향을 준 시계기술자의 이름으로 후에 Lepine 무브먼트로 불리웠던
브릿지 무브먼트를 발명하고 19세기와 20세기의 전형적인 회중시계의 디자인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다.
보편적인 회중식인 정면이 유리로 된 회중시계(Open Face) 무브먼트가 12시 크라운-6시 스몰세컨드였고,
이를 손목시계에 그대로 옮겨 놓으면 3시 크라운-9시 스몰세컨드가 되므로(90 도 회전)
손목시계에서 9시에 스몰세컨드가 위치하는 무브먼트들을 Lepine 타입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Savonnette란 영어로 Hunter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입니다. 회중시계 시대에 유리가 작은 충격에도
파손되었으므로, 야외에서 수렵활동을 하는 사냥꾼들은 회중시계의 유리를 덮는 덮게를 가진 회중시계들을
사용하였으며, 이런 헌터스타일의 회중시계에서는 3시 크라운-6시 스몰세컨드가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의 시계에 사용되는 무브먼트를 Savonnette 스타일 혹은 Hunter 스타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손목시계에서는 3시 크라운 - 6시 스몰세컨드가 가장 자연스러운 배치로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회중시계 시대의 헌터 스타일의 무브먼트들이 손목시계용 무브먼트로 사용되고 이를 개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유니타스 6497/8은 스몰세컨드의 배치가 다르므로 시계탐험준비에서 설명드렸던 초침을 구동하는 휠인
4번휠의 위치가 다르게 설계됩니다.
Unitas 6497 Unitas 6498
사진에서 크라운은 모두 12시 방향에 배치되어 있습니다.(손목시계에서는 3시 방향이 됨)
따라서, 유니타스 6497에서는 크라운과 180도를 이루는 위치에 4번휠이 배치되게 되며
유니타스 6498에서는 크라운과 90도를 이루는 위치에 4번휠이 배치되게 됩니다.
따라서, 유니타스 사진을 보면서 크라운(스템) 혹은 크라운휠과 4번휠의 배치만을 보고서
유니타스 6497인지 6498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Unitas 6497 Unitas 6498
그러나, 이러한 배치를 위해 크라운휠과 라쳇휠(배럴 와인딩휠)의 위치가 반대로 위치되어 있으므로,
크라운휠과 라쳇휠의 배치를 보아, 라쳇휠이 크라운휠의 좌측에 있으면 유니타스 6497,
라쳇휠이 크라운휠의 우측에 있으면 유니타스 6498 이 됩니다.
밸런스콕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밸런스콕에 가깝게 라체트휠이 배치되면 유니타스 6498이며
밸런스콕 측에 가깝게 크라운휠이 배치되면 유니타스 6497이 됩니다.
이런 원리를 머리속에 잘 넣어둔다면 사진의 유니타스는 Unitas 6497 입니다.
이와 같이, 유니타스 6497과 6498은 서로 간단히 변경될 수 있는 무브먼트가 아니라,
설계적으로 배치를 전혀 달리하는 무브먼트입니다.
다만, 가동 부품들의 규격이 동일하므로, 부품들은 서로 호환성을 가지는 무브먼트입니다.
비록 초침휠의 배치를 변경하기 위해 배럴의 배치가 바뀌었으나 둘의 기본적인 스펙은 완전히 동일합니다.
유니타스 6497/8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스펙을 갖습니다.
직경 : 36.6mm (16 1/2 ligne-리뉴-)
두께 : 4.5mm
보석 : 17 석
박동수 : 18000 bph (5 beats, 2.5 Hz)
파워리저브 : 46 시간
20세기에 손목시계가 등장한 이후 전통통적으로 13 리뉴(30mm) 보다 작은 무브먼트를 손목시계 무브먼트로
분류해왔으므로 16 리뉴를 넘는 유니타스는 그 크기 때문에 "회중시계 무브먼트"로 분류되게 됩니다.
유니타스에 대한 추가의 설명을 하기에 앞서....
푸조(Peseux) 7001과 ETA 2801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 서로 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Peseux 7001 (ETA 7001)
Nomos의 Tangente입니다.
Nomos는 ETA 7001을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시계의 사이즈가 35mm 이하이면서 스몰세컨드형 수동 시계라면 대부분 ETA 7001을 사용하는 시계들입니다.
ETA 7001 혹은 Peseux 7001로 불리우는 스몰세컨드형 손목시계 무브먼트입니다.
좌측이 Peseux 7001의 오리지날한 형태이며, 우측은 이를 독일의 전통적인 3/4 플레이트 형태로
수정한 Nomos의 Alpha 무브먼트입니다.
Peseux 7001은 1970년대부터 매우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무브먼트입니다만, 이를 사용한 유명한 모델이 없어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었던 무브먼트입니다만....
1990년대 Nomos의 주전 무브먼트로 채용되고, 이후 길트형 3/4 플레이트, 최근의 제네바 스트라입 및
로듐도금형 3/4 플레이트로 수정되며 매우 매력적인 베이스 무브먼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Peseux 7001 Unitas 6498
같은 6시 스몰세컨드 무브먼트인 Unitas 6498과 대비해 보면...
크라운휠, 라체트휠 및 4번휠의 배치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사진에는 표기되지 않았으나 "라체트휠 클릭" 각종 브릿지 및 밸런스 콕의 형태가 서로 달라서,
무브먼트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사진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서로 구분가능한 매우 틀리게 생긴 무브먼트입니다만...
초보자분들은 스플릿 3/4 플레이트(3/4 플레이트를 2 조각 혹은 3조각으로 분할한 브릿지 형태)의 형태나
윤열, 크라운휠 및 라체트휠의 배치의 동일성 때문에 자주 헤깔리는 무브먼트입니다.
그러나, 사진이 아닌 실물로 본다면 아무도 헤깔릴 수 없는 전혀 다른 무브먼트입니다....
스펙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경 : 23.3mm (10 1/2 ligne-리뉴-)
두께 : 2.5mm
보석 : 17 석
박동수 : 21600 bph (6 beats, 3 Hz)
파워리저브 : 42 시간
즉, 유니타스의 36mm와 크게 차이가 나는 23mm의 매우 작은 무브먼트이므로, 실물로 본다면
그 크기만으로 누구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즉, 위의 비교 사진 처럼..... 유니타스와 푸조는 자세한 구성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실물이라면 그 사이즈만으로도 쉽게 구분되는 무브먼트들입니다.
시계에 대해 인터넷 상의 사진으로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이 크기의 함정은 곳곳에서 우리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입니다.
유니타스와 프조의 무브먼트 스펙을 대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Unitas 6497/8 Peseux 7001
직경 : 36.6mm (16 1/2 ligne-리뉴-) 23.3mm (10 1/2 ligne)
두께 : 4.5mm 2.5mm
보석 : 17 석 17 석
박동수 : 18000 bph (5 beats, 2.5 Hz) 21600 bph (6 beats, 3 Hz)
파워리저브 : 46 시간 42 시간
대비로부터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직경만 큰 차이가 아는 것이 아니라, 두께도 4.5mm vs 2.5mm로 푸조 7001은
유니타스에 비교한다면 매우 얇은 무브먼트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유니타스를 사용하는 시계에 비해 푸조를 사용하는 시계는 매우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것입니다.
그 결과 직경 30mm~35mm 정도의 정장용 시계의 무브먼트로 매우 적합한 것이며, 시계의 두께는 문자판과 유리를
포함하여 6~10mm 정도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흥미 있는 점은 둘 다 17 석이라는 것입니다.
수동 무브먼트에 사용되는 쥬얼들
무브먼트의 보석이란 팰릿과 롤러 쥬얼을 제외하면 가동 휠들의 상하에서 휠들의 스탭이나 피벗(회전축)을 지지하는
베어링(회전축 지지부)으로서 사용되는 것들이며, 사이쥬와 상관없이 가동 부품들에 채용되므로 크기와 상관없이
같은 수의 쥬얼들이 사용되게 됩니다. 수동 무브먼트에서 17 석이 가장 적절한 수의
보석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Pallet Jewels Roller Jewel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의 쥬얼수는 5 석, 7 석, 15석, 17석 등 홀수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데, 이것은
팰릿 쥬얼, 홀쥬얼과 캡쥬얼(베어링으로 사용되는 쥬얼) 등은 대부분 짝수로 사용되지만, 밸런스에 채용되는
롤러 쥬얼이 하나이기 때문에 홀 수가 되는 것입니다.
Hole Jewel Hole & Cap Jewels
쥬얼들은 밸런스의 롤러쥬얼과 홀쥬얼로 3개가 사용되며, 팰릿 쥬얼까지 사용될 경우 5석이 되며
이어, 팰릿 포크의 베어링으로 사용되는 홀쥬얼(2개), 이스케이프휠의 홀쥬얼 2개,
2번휠에서 4번휠까지의 홀쥬얼(각 2개), 그리고, 밸런스휠, 팰릿 포크 및 이스케이프휠에
채용되는 캡쥬얼(1개 혹은 2개)로 사용되게 됩니다.
쥬얼들은 팰릿과 롤러 쥬얼로부터 사용되어, 밸런스, 팰릿 포크, 이스케이프휠, 4번휠, 3번휠, 2번휠의
순서로 사용되어 3석~17 석으로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회중시계 시대에는 배럴과 각종 캡쥬얼의 사용으로 23석까지도 사용되었으나
손목시계 무브먼트에서는 17 석이 가장 보편적인 쥬얼수입니다.
기계식 무브먼트에 사용되는 쥬얼들은 인조루비이므로, 많은 쥬얼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고가 혹은 고급 무브먼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식 무브먼트에서 쥬얼의 사용은 마찰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각 쥬얼에 오일을 발라 추가로 마찰을 줄이게 되며, 오버홀이란 기본적으로 쥬얼들에 발라졌던
오일들이 수지화(고체화)되거나 엷어진 것을 앃어내고 새로운 오일을 도포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버홀을 하지 않는다면, 쥬얼과 각종 축(스탭, 피벗)의 마찰이 커져서 축의 마모를 가져와 교체해야 하는
고장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흥미있는 점은 박동수입니다.
유니타스가 18000 bph의 박동수를 가진 것에 비해, Peseux는 21600 bph의 박동수를 가진 것입니다.
이 이유는 역사적으로 회중시계에 사용되는 밸런스의 규격으로는 18000 bph 만으로도
충분한 정확성을 얻을 수 있었지만, 무브먼트가 소형화되자 밸런스의 크기도 작아져서
25mm 이내의 무브먼트가 되면 18000 bph만으로는 하루 10 초 이내의 정확성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경험에
의한 것입니다. 그 이후, 박동수들이 19800 bph, 21600 bph, 28800 bph, 36000 bph 등 고진동화의 길을 걷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주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주제이므로 다른 탐험을 통해 자세히 설명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흥미있는 것은 유니타스의 파워리저브가 46 시간인데... Pesuex는 42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유니타스에 사용된 상대적으로 커다란 배럴을 생각한다면, 푸조와 너무 미약한 차이밖에 없는 것입니다.
즉, 밸런스가 커지면 에너지의 소비가 늘어나서 큰 배럴을 가지고도 파워리저브를 크게 늘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설명을 더 진행하기 전에, ETA 2801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3) ETA 2801과 ETA 2660
Stowa의 Airman 모델입니다.
IWC의 빅파일럿의 원조인 독일군의 B-Uhr의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여 40mm의 수동 시계로 만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동이면서, 센터세컨드의 스위스 혹은 독일의 중급 이하의 시계와 마주친다면,
ETA 2801 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면 옳을 확률이 80 % 이상은 됩니다.
다른 20 %는 과거의 NOS 무브먼트, 자사 무브먼트 및 ETA 7001의 수정일 가능성 등이 포함됩니다.
위의 사진은 길트(gilt, 금도금) 피니싱의 ETA 2801-2 (ETA 2801의 현행 버전)의 사진입니다.
이 무브먼트는 앞서 설명한 유니타스 6497/8 및 푸조 7001과 달리 센터세컨드 무브먼트입니다.
생김새 부터가 앞서 유니타스와 푸조를 설명하던 것과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자, 그 이유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TA 2801 ETA 7001
ETA 2801을 ETA(Peseux) 7001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스몰세컨드 무브먼트의 표준 윤열인 ETA 7001에서
분침휠인 2번휠이 무브먼트의 센터에 위치하는 것에 비하여, ETA 2801은 초침휠인 4번휠이 무브먼트의 센터에
위치하며, 분침휠인 2번휠은 라체트휠의 옆으로 이동하여 있습니다.
라체트휠 밑에 메인스프링 배럴이 배치되어 있으므로, 2번휠은 표준윤열에서와 같이 메인스프링배럴과
맞물려 있지만, 초침휠이 센터에 배치되도록(초침이 센터에 배치되도록) 라체트휠 근처로 이동한 것입니다.
ETA 2801와 같은 배열을 가진 센터세컨드형 윤열(치차들의 배열)을 ETA 윤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TA 2824, 2892, Rolex 3315 등이 이러한 센터세컨드형 윤열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무브먼트들입니다.
ETA 2801-2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경 : 25.6mm (11 1/2 ligne-리뉴-)
두께 : 3.35mm
보석 : 17 석
박동수 : 28800 bph (8 beats, 4 Hz)
파워리저브 : 42 시간
ETA 2801은 ETA 6497 보다 10mm 정도 작고 ETA 7001 보다는 2mm 정도 큰 무브먼트입니다.
유니타스와 푸조 및 ETA 2801의 무브먼트 스펙을 대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Unitas 6497/8 Peseux 7001 ETA 2801-2
직경 : 36.6mm (16 1/2 ligne-리뉴-) 23.3mm (10 1/2 ligne) 25.6mm (11 1/2 ligne)
두께 : 4.5mm 2.5mm 3.35mm
보석 : 17 석 17 석 17 석
박동수 : 18000 bph (5 beats) 21600 bph (6 beats) 28800 bph (8 beats)
파워리저브 : 46 시간 42 시간 42 시간
데이타의 비교로부터 알 수 있듯이 ETA 2801은 Peseux 7001 에 비해 직경이 2mm 정도 크고,
두께가 1mm 정도 두꺼운 무브먼트이며 박동수도 28,800bph로 소위 하이비트 무브먼트입니다.
무브먼트의 박동수가 28,800 미만인 Unitas 6497/8과 Peseux 7001을 "로우비트(Low Beat)"라고 부르며,
박동수가 28,800 bph 이상인 ETA 2801, Rolex 3135 (28,800 bph), El Primero (36,000 bph)와 같은 무브먼트들을
"하이비트(High Beat)"라고 부릅니다.
ETA 2801과 비슷한 구성을 가진 소형 무브먼트가 ETA 2660 입니다.
직경 : 17.2mm (7 3/4 ligne)
두께 : 3.5mm
보석 : 17 석
박동수 : 28800 bph (8 beats, 4 Hz)
파워리저브 : 42 시간
직경이 17.2mm의 매우 작은 무브먼트로 여성용 시계, 폭이 좁은 사각시계 등에 사용되는 무브먼트입니다.
밸런스콕의 위치만 제외하면 브릿지의 형태들도 ETA 2801과 비슷하여 ETA 2801의 축소판으로 보이는
무브먼트입니다.
그러나, 대형 시계에서도 비용 절감 등의 목적으로 ETA 2660 을 사용하는 경우도 발견됩니다.
케이스백을 개방하면 이런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계식 무브먼트란 기본적으로 직경이 크고 두께가 두꺼울 수록 부품들이 커져서 정확하고 튼튼한
무브먼트가 되므로, 무브먼트의 크기는 케이스의 규격이 허용하는 한 가장 큰 것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케이스가 큰 데도 작은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것은 제조비용의 절감이라는 목적 외에는
다른 목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4. 무브먼트의 숨겨진 스펙들과 수정
위의 사진들은 좌측으로부터 Unitas 6497의 오리지널 무브먼트, 파네라이의 OP XI, Dornblueth의 Caliber 99의 사진입니다.
스위스 브랜드들의 무브먼트들이란 ETA라는 거대한 에보슈 전문 업체로부터 구입한 에보슈(일부 부품들이 누락된
무브먼트)나 베이스 무브먼트(조립되고 조정된 상태의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부품교체, 피니싱 등 다양한 수정을
가한 상태로 사용되며, ETA로부터 구입하는 베이스 무브먼트에도 스탠다드, 엘라보레(Elabore), 톱(Top),
크로노미터 버전 등 ETA에서 다양한 형태로 피니싱되고 조정된 형태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Sellita S.A., Soprod, Dubois-Depraz, Jaquet S.A. 등 ETA로부터 에보슈를 구입하여 브랜드들의 요구조건에 따라
무브먼트를 수정하고 피니싱하여 판매하는 2차 무브먼트 가공업체들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베이스 무브먼트가 ETA라고 할 지라도 실제로 각 브랜드에서 사용되는 ETA들은 Seiko의 7S 등과 달리
그 품질이 매우 다양하게 됩니다.
따라서, ETA를 사용한 시계를 고를 때에는 단순히 그것이 ETA 베이스 무브먼트라고 하여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계품질의 평가에서 초보자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입니다.
무브먼트들의 기본적인 스펙이 앞서 설명드린 직경, 두께, 박동수, 파워리저브 같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시계의 설명에서 발견하게 되는 또 다른 스펙들이 있습니다.
밸런스의 재질과 종류,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과 종류, 레귤레이터의 종류 같은 것들입니다.
(1) 밸런스의 재질과 종류
Bimetal Balance Monometal Balance Glucydur Balance
밸런스는 철제에서 시작되어 오랜 동안 황동의 단일 재질의 밸런스(모노메탈 밸런스)들이 사용되었고,
이어 황동과 철을 맞붙인 바이메탈형태(Earnshaw Balance, Guillame Balance) 등이 사용되었으며
이후 금속 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재차 모노메탈 밸런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밸런스 스프링의 온도팽창에 따른 탄성변화를 보정하기 위해 자체 보정 밸런스로 불리우는
틈새를 가진 바이메탈 밸런스들이 고급 무브먼트들에 사용되었으나
Nivarox 1 등급 등 온도팽창이 거의 없는 밸런스 스프링이 개발과 함께 틈새가 없으며 단일 재질의
모노메탈 밸런스들이 재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스크류 밸런스 스므스 밸런스
또한, 균일한 진동을 위해서 원주를 따라 무게분포가 일정해야 하는 밸런스의 무게분포를 조절(poising)하기 위해
밸런스의 원주에는 스크류(screw)라고 불리우는 중량체들이 배치되어 소위 "스크류 밸런스(Screwed Balance)"가
오랫동안 사용되었으나 레이저 컷팅을 사용한 밸런스의 무게분포 조정기술이 발달하여 현대에는 스크류를 사용하지 않는
스므스한 형태의 밸런스들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일부 브랜드에서 일종의 장식으로서 스크류 밸런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현재 밸런스의 최고급 재질은 Swatch그룹 소속의 Nivarox-far에서 제조판매하는 Glucydur라는 재질입니다.
Glucydur는 베릴륨과 구리의 합금입니다. 그러나, 염가의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에서는 니켈 합금을 사용하는
소위 "니켈 밸런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니켈 밸런스는 은색이므로, 금색의 글류시듀르와 구분이 됩니다만, 금도금된 니켈 밸런스도 사용됩니다.
금도금된 니켈 밸런스와 글루시듀르 밸런스는 밸런스 스포크의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3개의 밸런스 스포크를 가진 밸런스의 경우 밸런스의 림(원주의 테두리)과 밸런스 스포크와 접속부분을 보아
폭이 좁아지는 것이 니켈 밸런스이며, 폭이 넓어지는 형태가 글루시듀르 밸런스입니다.
앞서 밸런스에 대한 설명을 시작할 때 예시했듯이 3개의 스포크를 가진 밸런스에서 글루시듀르 밸런스는
독특한 형태의 밸런스 스포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루시듀르 밸런스 (3 스포크형) 글루시듀르 밸런스 (2 스포크형)
그러나, 4개의 밸런스 스포크를 가진 글루시듀르 밸런스에서는 이런 형태의
밸런스 스포크를 사용하지 않지만 대부분 글루시듀르입니다.
글루시듀르 밸런스 (4 스포크형)
ETA에서 제조하는 무브먼트에 일반적으로 채용되는 밸런스는 3 스포크형이며,
2 스포크형과 4 스포크형은 브랜드들의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데,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재거 르컬트르 등에서는 2 스포크형을 주로 사용하며
롤렉스와 오메가는 4 스포크형을 채용하며 모두 글루시듀르입니다.
따라서, 니켈 밸런스와 글루시듀르 밸런스의 구분은 적어도 스위스 무브먼트에서는 3 스포크형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3 스포크형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은 밸런스 스포크의 형태로 육안으로 구분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밸런스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게 되므로,
구입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무브먼트에 대한 상세한 스펙을 조사해 보는 것이
무브먼트의 실질적인 품질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오메가, 롤렉스 등 넓리 알려진 중고급 브랜드들에서는 예외 없이
최고급 재질의 밸런스를 사용하므로 이런 고급 브랜드들의 무브먼트를 세심하게 구경하는 것이
새롭게 등장하는 고급 재질들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재 최고급 밸런스는 "프리스프렁 밸런스(Free-sprung balance)라고 불리우는 밸런스들입니다.
프리스프렁 밸런스란 이후 설명할 레귤레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무브먼트의 진동주기를 조정할 수 있는
밸런스를 의미합니다.
레귤레이터를 통해 밸런스 스프링의 길이를 조절하지 않으므로 밸런스 스프링이 자유롭게 진동할 수 있으므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마린크로노미터에 사용되던 밸런스로서
손목시계에서는 파텍 필립의 자이로맥스 밸런스를 통해 처음으로 등장하였으며
마슬롯이라는 틈새를 가진 원형의 중량체를 밸런스의 원주에
배치하여 밸런스의 관성모멘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파텍의 자이로맥스 형태의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현재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 프랑소와 폴 쥬른, 필립 듀포 등
하이엔드 브랜드들에서 주로 채용되고 있습니다.
그 후 롤렉스에 의해 마이크로 스텔라라고 불리우는 나사형태의 중량체를 사용하는 프리 스프렁이 개발되었으며
현재 롤렉스, 오메가 등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매니아들에게 프리스프렁 밸런스의 채용은 하이엔드 무브먼트와 중급 무브먼트를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이기도 했으며 글루시듀르 밸런스의 사용과 니켈 밸런스의 사용은 중급 무브먼트와 중저급 무브먼트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인식될 정도로 밸런스의 재질은 이후 설명할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과 함께
무브먼트의 품질을 판단하는 재질상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2)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과 종류
무브먼트의 정확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밸런스 스프링입니다.
Flat Hair Spring Overcoil Hair Spring
사진에서 좌측과 같이 밸런스 스프링의 전체가 단일 평면에 놓이는 형태의 스프링을 플랫 스프링(Flat Spring)이라고
부르며, 우측과 같이 밸런스 스프링이 스프링 위로 한 가닥 위로 올라가 있는 타입의 밸런스 스프링을
오버코일(overcoil) 스프링이라고 부릅니다.
메인스프링과 달리 스프링이 매우 가늘기 때문에 밸런스 스프링을 헤어스프링(hair spring)으로도 부르므로,
플렛 헤어스프링 혹은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은 자세차를 줄이기 위해 아브라함 브레게에 의해 발명된 것이므로
"브레게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으로 다소 긴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플랫 헤어스프링의 가장 외측의 조금 벌어진 곡선을 헤어스프링의 외단곡선(terminal curve)라고 부르며
이 외단곡선의 형태에 따라 헤어스프링의 자세차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외단곡선의 형상은 주요 브랜드들마다 다르며, 해당 브랜드의 노우하우에 속하는 것입니다.
또한, 브레게 오버코일도 오버코일에는 수백가지의 형태가 있으며, 역시 각 브랜드마다 독특한 형태의 오버코일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Lossir 커브니 Philips 커브니 하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오버코일들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이 플랫 헤어스프링에 비해 자세차를 줄일 수 있는 이상적인 헤어스프링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그 결과 필립 듀포, 프랑소와 폴 쥬른, LUC 1.96 등과 같은 하이엔드 무브먼트로부터 Rolex 무브먼트까지
채용되고 있습니다.
Philippe Dufour의 Overcoil Hairspring
아브라함 브레게 이후 회중시계의 보편적인 헤어스프링이었던 브레게 헤어스프링은
무브먼트의 슬림화를 추구하면서 하나, 둘 사라져, 현재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A. Lange & Sohnne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에서도 거의 발견하기 힘든 헤어스프링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매니아들에 의해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이 플랫 헤어스프링에 비하여 이상적인 헤어스프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필립 듀포 등 유명한 시계제작자들에 의해 오버코일과 프리스프렁의 채용이 정확한 무브먼트를 추구하기 위한
기본적인 구성으로 주장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스크류 밸런스와는 달리 브레게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은 밸런스 스프링으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지만
슬림한 무브먼트를 추구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에서 무브먼트의 슬림화를 위해 포기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하여 일부 매니아들은 플랫 헤어스프링의 외단곡선이나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의 곡선은 아직도 수작업에
의지해야 하는 기술이므로 숙련된 기술자들의 부족이 제조가 어려운 오버코일 대신에 상대적으로 제조가 쉬운
플랫 헤어스프링을 채용하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Rolex Microstella와 overcoil hairspring
그런 점에서, Rolex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들이나 같은 중급의 오메가 등 다른 브랜드들의 무브먼트에 비해
정확성에서 우수한 것의 이유를 Rolex의 탁월한 와인딩 효율과 함께 바로 이 오버코일의 채용 때문인 것으로
평가하는 매니아들이나 시계기술자들이 많습니다.
Rolex 역시 오버코일을 포기하고 플랫 헤어스프링으로 전환했다가 다시금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으로
복귀한 역사를 통해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의 우수성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를 제공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한편, 시계 브랜드에서 발표하는 무브먼트의 스펙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들이 발견됩니다.
물론, 이런 상세한 스펙이 항상 발표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 발표된 다양한 자료들을
섭렵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스펙 설명중 가장 유의해야할 내용이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과 밸런스의 재질입니다.
위의 스펙에서 "Anachron"이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이며, "Glucydur"가 밸런스의 재질입니다.
각기 현재 생산되는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과 밸런스의 재질중 최고급 재질을 의미합니다.
필립 듀포와 프랑소와 폴 쥬른 같은 최고급 시계를 만드는 독립시계제작자들부터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는 물론 Omega와 같은 중상급의 브랜드들이 모두 아나크론과 글루시듀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밸런스 스프링은 최상급의 Anachron 밑으로 Nivarox-1, Nivarox-2, Nivarox-3 같은 등급의 밸런스 스프링이
Swatch Group 소속의 Nivarox Far라는 밸런스 스프링과 밸런스 제조 전문 업체로 부터 주요 브랜드와 ETA 등
무브먼트 전문업체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Parmigiani Fleurier S.A.의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 및 이스케이프먼트
그 외에, Rolex, A. Lange & Sohnne와 Parmigiani Fleurier S.A. 같은 브랜드는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을
자체 제작하는 브랜드들입니다.
밸런스의 재질은 이들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Glucydur를 사용하고 있으나, 밸런스 스프링의 경우는
합금 비율 등에서 Nivarox Far에서 만드는 재질과 일부 상이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중 하나로 불리우는 Invar니 Elinvar니 하는 재질들이 바로 이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이며, 온도의 변화에 따라 탄성의 변화가 거의 없는 재질들이며, 고급 밸런스 스프링들은 모두 Invar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것입니다.
따라서, 무브먼트의 스펙을 볼 때, 어떤 재질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하고 있는 가를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중급 시계라면 Nivarox-1 등급 이상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며, 이를 Nivarox-2 혹은 3 등급을
사용하면서 제네바 스트라입이며 파란나사와 같은 코스메틱 피니싱에 열을 올리는 브랜드라면
무브먼트의 실질적인 품질은 도외시하고 겉 보기만 좋은 무브먼트를 만드는 회사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크로노미터 경연 등에 참가하여 기계식 시계 최고의 정확성을 보여주었던 무브먼트들을 조사해 보면
이들은 글루시듀르 보다는 길롬 밸런스를 선호하고 있으며, 니바록스 보다는 강철제 스프링을 선호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매니아들 사이에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은 길롬 밸런스와 강철제 스프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조합에서 현대의 글루시듀르+아나크론(혹은 나바록스 1 등급)으로의 변화에는
무브먼트의 자화(magnetism)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Invar 등도 강철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나 그 성분이 적어서 엔티마그네티즘에 유리한 재질이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 이후 군용시계에서 엔티마그네티즘에 대한 연구들이 촉발되었고, 이어 발전소 근무자 등 전기장비를 사용하는
기술자들로부터 자화에 의한 무브먼트의 오차의 문제가 널리 알려지면서 시계의 내자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밸런스 스프링이 자화되면 매우 조밀한 밸런스 스프링들이 서로 달라붙게 되어 무브먼트는 그 구조로부터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하루 30 분, 1 시간 이상의 오차를 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자성에 대한 연구는 연철제 다이얼과 인너케이스의 채용 등 시계 구조에 대한 연구는 물론
자화에 치명적인 구성인 밸런스 스프링을 내자성이 강한 재질로 변경하려는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니바록스 등 온도에 따른 탄성변화를 최소로 하면서 내자성이 향상된 새로운 재질들이 속속 개발되었으나
Invar 등 철성분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재질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해 올해 처음 발표된 것이 파텍 필립의 Spiromax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유리섬유를 사용하는 헤어스프링 등 비철금속 혹은 비금속재질을 이용하는 밸런스 스프링의 연구와
개발이 있었으나 아직 비금속재질의 밸런스는 물론 비철금속을 이용하는 밸런스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파텍 필립의 Spiromax는 Invar나 Nivarox와 같은 정도의 온도 안정성을 보여주면서도 자화의 우려가 없는 반도체 웨이퍼로
만들어진 전혀 새로운 밸런스 스프링입니다.
Patek Philippe Spiromax
그러나, 아직 파텍의 일부 한정판에만 사용되는 등 Spiromax가 극복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으므로
머지 않은 장래에 Spiromax와 같은 비금속재질의 헤어스프링이 기존의 Nivarox 밸런스 스프링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3) 무브먼트의 조정과 레귤레이터
무브먼트의 조정(adjustment)이란 무브먼트의 최초의 조립시에 행해지는 주요 부품들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이를 정밀하게 조립하는 작업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는 밸런스의 편중제거, 밸런스 스프링의 내단 및 외단 곡선의 형성
밸런스 스프링의 내단 및 외단 고정 및 레귤레이터의 간극조정 등 밸런스 조립체의 조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무브먼트의 조정이란 무브먼트가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무브먼트의 오차를 가져올 여러 가지 요인들을
검사하여 그러한 요인들을 최소화하도록 추가의 가공을 하거나 조립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이스케이프먼트휠의 치차와 팰릿 포크의 팰릿의 종단의 정확한 각도 설정과 표면 피시닝 및 주유와
밸런스의 편중 제거 및 밸런스 스프링의 길이(밸런스 스프링의 탄성률)와의 최적의 조합입니다.
무브먼트의 정확성은 메인스프링에서 공급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밸런스를 매우 일정하게 진동시키는 것에 의해
성취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설계제조후에 실질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한 메인스프링의 탄성에너지 하에서
밸런스가 일정하게 진동하며 밸런스의 진동에 의해 이스케이프먼트휠이 균일한 속도로 회전하도록 하는 것에 의해 성취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스케이프먼트의 조정은 물론 밸런스 자체의 중량분포의 균일함과 이를 진동시키는 밸런스 스프링의
정확한 곡선 설정, 및 메인스프링의 탄성에너지의 변화와 온도 변화 및 자세차에 따른 밸런스의 진동각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밸런스 스프링의 내단곡선 및 고정 위치, 외단 곡선의 정확한 설정 및 레귤레이터 핀과 밸런스 스프링의
좁고 정밀한 간격(일본 표현 : 아가키) 확보가 무브먼트의 정확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정확하게 조정된 무브먼트는 각종 자세차, 온도변화 및 메인스프링의 풀림에 따른 밸런스 진동각의 변화가 적고
비트에러가 최소화되어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무브먼트의 오차의 변동폭이 작아지게 되므로
밸런스의 관성모멘텀이나 밸런스 스프링의 유효길이를 적절히 조절하므로서 착용오차 0 초에 근접하게 할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부정확하게 조정된 무브먼트는 밸런스의 진동각이 불안정하고 비트에러가 발생하며 각 자세차, 온도변화 및
메인스프링의 풀림에 따른 오차의 변동폭이 커져서 레귤레이터로 밸런스 스프링의 유효길이를 이리 저리 조정해도
기본적인 오차의 변동폭을 감소시킬 수 없으므로 오차가 큰 무브먼트로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잘 조정된 무브먼트란 레귤레이션에 의해 착용하는 사람과 관계 없이 하루 오차의 범위를 +- 3~5초로
설정할 수 있는 무브먼트를 의미하며, 잘 조정되지 않은 무브먼트란 착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레귤레이션만으로 오차의 범위를 +- 3~5 초로 조절할 수 없는 무브먼트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물론, 무브먼트의 정확성이란 설계에 의한 영향도 받게 됩니다. 메인스프링의 설정(메인스프링의 두께와 폭과 길이),
박동수의 선택, 밸런스의 재질과 구조, 밸런스 스프링의 재질 등에 의해 강력한 파워를 가진 메인스프링의 채용,
밸런스 스프링의 설계(오버코일, 내단곡선 및 외단 곡선의 설계), 온도변화에 따른 팽창이나 수축이 적인 밸런스의 채용,
온도에 따른 탄성률의 변화가 적은 밸런스 스프링의 채용 및 최적의 윤열 배치 등을 통해 단순한 조정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본질적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브먼트의 정확성이란 설계나 조정 어느 한 가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이 두가지의 완벽한 조화에 의해
서만 성취되는 무브먼트 설계 및 제조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 것입니다.
무브먼트를 공부하기 시작한 후 흔히 갖게 되는 착각의 하나가 무브먼트의 정확성이 설계나 스펙만으로 성취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된 무브먼트라 하더라도 충분한 지식과 숙력된 기술을 가진 조정 및 조립자 없이는
결코 크로노미터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도리어 시계의 역사에서는 우수한 재질의 발명전에도 기술자들의 숙련된 조정과 조립 기술만으로도 열등한
재질과 구조를 통해 크로노미터를 창조해왔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 2 가지중에서 무브먼트의 정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조정 및 조립을 행하는 기술자의 능력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ETA 2892의 정확성, Lemania 5100의 정확성에 대한 질문은
에보슈 상태로 판매되어 각각의 브랜드에서 조정 및 조립하는 각 브랜드의 내부 정확성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대답조차 불가능한 질문"에 해당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산수 문제에서.... "자연수를 더하면 그 답은 어느 정도인가요?"와 거의 대등한 질문인 것입니다.
자연수중 어떤 것인지를 특정하기 전에는 그 답은 1 일 수도 있고 무한대에 가까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동일한 ETA 2892 라고 할 지라도 IWC나 UN, GP 등에서 조정한 것의 평균오차가 하루 +- 5 초 이내라고 할 지라도
다른 염가의 브랜드에서 조정 및 조립된 ETA 2892는 하루 오차 1 ~ 2 분 정도를 보일 수도 있으며
짝퉁에 사용된 ETA 2892 라면 하루 오차 10 분을 나타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겉으로 보이기엔 동일해 보이지만 이스케이프먼트의 조정, 밸런스의 조정 및 밸런스 스프링의 조정에 의해
동일한 무브먼트라도 오차는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브먼트의 정확성 = 우수한 조정 80% + 우수한 설계 및 재료 20%"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한편, 레귤레이터란 조정이 종료된 무브먼트의 빠르기를 조절하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위의 사진은 회중시계 시대의 레귤레이터를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레귤레이터라고 하면, 레귤레이터 바아와 레귤레이터 핀의 조립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레귤레이터 바아의 밑에 Fast와 Slow 라는 글씨(인덱스)가 표기되어 있습니다만....
레귤레이터 바아를 Fast 쪽으로 이동시키면 무브먼트의 빠르기가 조금씩 빨라지게 되며
레귤레이터 바아를 Slow 쪽으로 이동시키면 무브먼트의 빠르기가 조금씩 느려지는 것입니다.
레귤레이터 바아를 이동시키면 밸런스 스프링의 종단부분에 배치된 "레귤레이터 핀"이
밸런스 스프링과 접촉하는 부분의 길이(밸런스 스프링의 내부종단으로부터 레귤레이터 핀까지의 거리로 유효길이라고 함)가
변하게 되어, 밸런스 스프링의 유효길이기 짧아지면 밸런스의 진동 주기가 조금 빨라지게 되고, 밸런스 스프링의
유효길이가 길어지면 밸런스의 진동 주기가 조금 늦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밸런스는 시간당 최저 18000 번에서 36000 번까지 진동하므로...
하루 24 시간 동안에 432,000 번에서 864,000 번이나 진동하게 됩니다.
이들은 초당 5 번 내지 10 번을 좌, 우로 진동하게 되므로 40 만번 혹은 80 만번의 진동에서 발생하는
하루 1 초 내지 10 초의 오차를 다른 구조에 의해 해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시계기술자들은 밸런스 스프링의 길이를 미세하게 조정하므로써 40 만번 정도의 진동에서 발생하는
하루 1~3 초 정도의 빠르기를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며 이것이 레귤레이터의 원리인 것입니다.
회중시계 시대에 밸런스가 톱플레이트 상부에 배치된 것은 한편으로는 넉넉한 레귤레이터 바아의 길이와
폭넓은 인덱스의 각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레귤레이터 바아를 길게하고 인덱스를 크게 하므로써 레귤레이터 바아에 의한 레귤레이터 핀의 정밀한 위치 조정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무브먼트를 보다 얇게 만들기 위해 밸런스가 메인스프링 및 윤열과 같은 높이로 내려오게 되면서
이러한 조절이 편리한 레귤레이터 바아와 인덱스의 구조를 그대로 채용할 수 없게 되게 됩니다.
즉, 레귤레이터 바아는 짧아졌고, 인덱스의 폭도 좁아져서 레귤레이터 바아의 이동만으로는 미세한 조정이
불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Etachron, Swan neck, Triovis 같은
미세조정 레귤레이터들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밸런스 스프링의 유효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은 레귤레이터 핀에 의해 밸런스 스프링의
자연스러운 진동을 방해하게 되므로, 아예 레귤레이터와 레귤레이터 핀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밸런스의 회전 모멘텀을
변경하므로써 밸런스 스프링의 진동을 방해하지 않고도 하루 1 ~ 5 초 정도의 오차를 수정하도록 하는 기술이
앞서 설명한 프리 스프렁 밸런스의 기술인 것입니다.
따라서, 조정이 매우 잘 된 무브먼트라면 레귤레이터 핀을 최대한 미세하게 이동시킬 수 있고, 설정된 위치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마이크로 레귤레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정확한 무브먼트를 위한 필수적인 구성의
하나이기도 한 것입니다.
(4) 무브먼트의 수정과 피니싱
현행의 ETA의 주요 무브먼트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만....
스위스의 브랜드들은 한 회사 내에서 시계의 모든 부품들을 제조했던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엽의 미국이나
현재의 일본과 달리 에보슈 시스템이라는 것이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에보슈 시스템이란 앞서 시계탐험준비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공장제 수공업과 같은 근대화된
생산방법이 도입되기전부터 시계를 생산해 온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에서 발전된 생산 방식입니다.
그리고, 스위스라는 나라의 특성(오랜기간,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등지로 시계 보다 많은 시계 무브먼트나
그 부품들을 수출해온 역사 및 국내 소비가 매우 적어 국외판매가 몇 배 더 중요한 수출 위주의 생산)에 따라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를 잡게 된 생산방식입니다.
그러나, 고급 시계의 대부분이 스위스나 스위스의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독일 시계들이다 보니,
에보슈와 이를 수정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무브먼트들을 만들고 있는 스위스, 독일 나아가 유럽의 시계들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이 됩니다.
스위스 등 유럽의 시계들에 사용되는 무브먼트는 4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자사 무브먼트
Patek 215 AP 2003
외부 설계에 따른 외부 제조 및 일부 부품의 외주 제작이 포함되더라도, 여타 브랜드에 공급되지 않고
오직 한 브랜드(혹은 연합개발의 경우 엽합 브랜드들)에서만 사용되는 무브먼트
(파텍의 대부분의 무브먼트, A. Lange & Sohnne의 모든 무브먼트, Rolex의 모든 무브먼트, JLC 803, JLC 2120 등)
JLC 889 zenith 410
그 외에 자신들의 제품에 주로 사용하지만 에보슈로서 다른 브랜드에도 판매하는 무브먼트
(JLC의 일부 무브먼트, Zenith의 엘프리메로, Blancpain의 F. Piguet 무브먼트 등)
엄밀한 의미에서 자사 무브먼트란 에보슈의 이미지와 단절되어야 하므로 여타 브랜드에는 공급되지 않는
무브먼트들만이 가장 순수한 자사 무브먼트라고 할 것이지만....
JLC 나 Blancpain 과 같이 에보슈 제조업체가 발전하여 자신들의 시계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Zenith 처럼 본래 자사 무브먼트를 생산하며 다른 브랜드에 무브먼트를 공급하지 않는 브랜드였으나
역사적인 굴곡과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일정시기에 다른 브랜드에 에보슈를 공급했으나 다시금 엄격한
자사 무브먼트로 회기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따라서, 자사 무브먼트들 간에도 보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2. 에보슈의 기능적 수정
무브먼트의 조정에 대한 설명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와 같이, 무브먼트란 동일한 부품들을 사용하여
조립하더라도 숙련된 기술자에 의한 조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시계의 정확성에서 매우 상이한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시계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시계의 품질이란 시계의 정확성 및 내구성의 동의어였습니다.
스위스에서 에보슈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후에도 브랜드별로 제품들간의 품질이 달랐던 것은
바로 각 브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숙련된 기술자들과 시계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그 브랜드만의
노우하우들 때문이었습니다.
초창기의 에보슈에서는 무브먼트의 정확한 조정의 관건이 되는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 조립체를 제외한
메인스프링배럴과 윤열 및 플레이트들로 구성되어, 각 공방이나 브랜드에서는 자신들만의
노우하우가 담긴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 조립체를 사용하여 에보슈를 사용하여 생산량을
높이면서도 매우 우수한 무브먼트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즉, 같은 베이스 무브먼트를 사용하면서도 주요 부품들의 교체와 마찰 감소를 통한 정확성의 향상은 물론
부품들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부품들의 기능적 피니싱, 숙련된 기술자들을 통한 정밀한 조정과 조립
나아가, 무브먼트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한 각종 코스매틱 피니싱의 추가에 의해 동일한 에보슈를 사용하는
브랜드들의 무브먼트의 품질은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며....
이는 스위스를 포함하는 유럽 대륙의 시계 제조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시계 제조 기법이기도 한 것입니다.
따라서, 에보슈를 사용하는 무브먼트의 정확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행해지는 부품교체, 피니싱의 추가
엄밀한 조정 및 조립 작업들이 무브먼트 수정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 되며 이러한 수정 작업에 소요되는
교체비용과 숙련된 기술자들의 조정 및 조립시간 등이 에보슈에 부가되어 그 무브먼트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3. 에보슈 + 자사 모듈
Lang & Heyne Caliber III
스위스 등 유럽에서 회중시계 시대부터 현재까지 지속되는 또 다른 수정은 타임온리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투루비용 등 추가의 기능을 부가하여 복잡시계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Lang & Heyne의 Caliber III은 유니타스 6498의 스몰세컨드형 회중시계 무브먼트를 사용하였으나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 조립체는 물론 톱플레이트를 새로 제조하고 라체트휠의 구조 등을 변경하는 등
기능적 수정 및 피니싱을 향상시킨 것 외에도 우측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무브먼트의 다이얼측에는
원래의 유니타스 에보슈에는 없었던 "퍼페츄얼 캘린더" 구성을 추가한 무브먼트입니다.
이와 같이, 에보슈에는 포함되지 않은 기능을 부가하기 위해 에보슈에 조립할 추가의 부품들을 설계하여
이를 에보슈에 결합하여 복잡기능들을 부가하는 것이 무브먼트 수정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의 추가에 의해 염가의 에보슈는 복잡기능을 가진 고가의 무브먼트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4. 에보슈 업체 혹은 2 차 가공업체에서 조립된 무브먼트의 전용
그러나, 신생 업체라면 에보슈를 사용하여 기능적 수정을 행하는 전통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나아가 이를 토대로 복잡기능을 추가하는 기술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 많은 브랜드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수 많은 에보슈 업체들이 통합되어 탄생한 것이 현대의 ETA 입니다만...
ETA는 아무런 기술도 없이 디자인만으로 시계를 만들려는 이런 신생업체들 혹은 신상품을 개발하려는
브랜드들에게 에보슈 외에도 조립된 무브먼트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소형화로 인해 제조가 난해한
손목시계 무브먼트가 주류를 이루게 되는 20 세기의 일입니다.
물론, ETA에서 그런 역활을 하기 전에 이미 최종 판매 브랜드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에보슈를 수정해 주는
에보슈 조립 및 수정 전문 업체들이 스위스에 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현대의 스위스나 독일 브랜드에서 생산되는 시계들중에는 그 브랜드 내의 전통이나 기준에 따라
조정이나 조립이 행해지지 않고 ETA에서 직접 구입한 무브먼트(소위 에보슈 상태의 조립 무브먼트)나
이를 2 차 가공해주는 수정 전문 업체에서 구입한 무브먼트들을 사용하는 브랜드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브랜드에서는 내부에 시계 무브먼트를 조정 혹은 조립할 기술자들이 필요 없게 되므로
전통적인 에보슈 수정 방식으로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대가로 무브먼트에 대한 신뢰성은 낮아지게 되는 것이지만....
"ETA 2892 는 모두 동일한 무브먼트"하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품질대비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라는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오랜 전통을 가진 전통 시계 브랜드들 보다는
디자인에만 의지하여 매년 수십종류의 신제품들을 발표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시계시장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하는 듯합니다.
이와 같이, 단순한 심플와치라고 하더라도....
자사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브랜드, 에보슈를 사용하지만 오랜 전통과 노우하우에 따라 에보슈의 단순 조립만으로
기대할 수 없는 정확하고 내구성이 향상되거나 에보슈에는 없는 기능을 탑재한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브랜드,
혹은 시계의 디자인 개발에만 열중하여 제 3 자에 의해 제공되는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시계를 제조하는 브랜드 등
스위스 시계, 독일 시계, 이태리 시계로 불리는 시계들이 수 없이 만들어져 시장에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더 공부할 내용 :
무브먼트의 수정의 양태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뉴스 & 정보 포럼의 "Information" 게시판의 20 번 글인
"Unitas로 보는 무브먼트의 수정과 피니싱"이라는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음글 예고 :
이 글에 이어서, 자사 무브먼트, 고급 에보슈, NOS 무브먼트 등 ETA를 제외한 심플수동 무브먼트들에 대해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