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01 Heading Indicator & BR01 Climb
사람의 일이란 것도 그렇지만, 한 브랜드도 시절운이 따라야 성공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벨엔로스(Bell & Ross)는 21세기 초부터 부상한 빅사이즈 워치 트랜드에 발맞춰 파일럿 워치의 유행을 본능적으로 예감한 브랜드였습니다.
특히 2005년 첫선을 보인 이들의 BR01 시리즈는 벨앤로스라는 프랑스 태생의 루키 브랜드를 단숨에 핫한 브랜드로 만들어 주었죠.
항공기 칵핏 대쉬보드(Cockpit Dashboard, 조종석 계기판)에서 그대로 떼어낸 듯한 정사각형 케이스와
블랙 다이얼 바탕에 강한 컨트라스트를 보여주는 큼지막한 화이트 루미노바 코트된 아라빅 인덱스와 핸즈,
케이스 상단 및 다이얼에까지 노출시킨 4개의 스크류 같은 디테일들은 그 외형부터 일단 비범한 것이었기에
등장과 함께 벨앤로스만의 분명한 아이덴티티가 되었고, 파일럿 워치를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됩니다.
칵핏 대쉬보드 클락서 영향을 받은 다이얼 디자인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습니다.
파일럿 워치의 대부 격인 IWC서부터 대중적인 해밀턴의 카키 파일럿에 이르기까지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차용하고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럼에도 벨앤로스의 BR01이 업계의 수많은 종류의 파일럿 워치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처럼 돋보일 수 있었던 건, 누구보다 대범했기 때문입니다.
벨앤로스는 올해 바젤월드에서 위 사진과 영상으로 보시는 바와 같이 새로운 종류의 독특한 파일럿 한정판을 선보였습니다.
BR01, 03시리즈는 지난 7년여 간 다양한 버전으로 그 종류가 꾸준히 늘었는데, 초반엔 특유의 단순한 디자인에만 주력하다
어느 순간부터 컴퍼스 형태의 다이얼에, 관재 레이더 시설에서 볼 수 있는 디스크 형태의 레이더 모델(2010년)이 등장하는 등
그 형태는 물론 컨셉부터 실제 비행용 인스트루먼트(Flight Instruments)에 가까운 제품들이 속속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출처: 벨앤로스 공식 페이스북>
파일럿 아이덴티티에 천착하는 벨앤로스만의 근성이랄까요. 그 집요한 노력 하나만큼은 시계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 어찌됐든 인정해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벨앤로스만큼 대범하고 또 다양하게 그리고 한결같이 칵핏 디자인을 응용하는 브랜드는 벨앤로스 이전에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 같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Pam Pan님 & 2013 바젤월드 리포트(https://www.timeforum.co.kr/7940238>
지난해의 BR01 Horizon, BR01 Altimeter, BR01 Turn Coordinator(관련 리뷰) 3종 한정판에 이어
올해는 위와 같이 BR01 Heading Indicator, BR01 Airspeed, BR01 Climb 3종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총 6종류의 시계들을 한 박스 안에 놓고 보면, 실제 항공기 계기판을 보는 듯한 착시를 경험하게 됩니다.
각각의 시계들은 999개씩 한정 제작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6개 한 세트로 묶어서도 총 99개 리미티드로 선보입니다.
그리고 오는 9월 말에 있는 온리 워치 경매에는 인덱스 일부를 빨갛게 도색한 특별세트(바로 위 사진 참조)도 출품됩니다.
<사진 출처: 벨앤로스 공식 포럼>
올해 바젤월드 행사장 안에도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실제 민간 항공기 조종석을 떼어다 놓고 전시를 했을 정도로,
벨앤로스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선보인 일련의 한정판 모델들이 얼마나 항공기 계기판의 그것에 가까운지를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 계기판을 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앞으로 벨앤로스서 어떤 종류의 시계가 또 출시될지를 미리 어느 정도 예상하실 수 있습니다. ㅋ
올해 신제품 중에서 오늘 리뷰를 통해서는 BR01 Heading Indicator(헤딩 인디케이터)와 BR01 Climb(클라임)을 다루고자 합니다.
우선 BR01 헤딩 인디케이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 공홈 관련 제품 설명 페이지: http://www.bellross.com/kr/collections/aviation/br_01/#/127/
BR01 헤딩 인디케이터의 다이얼을 보시다시피, 기존의 레이더(Radar)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에 첨부한 사진에서 자세하게 가리키고 있듯이, 다이얼은 총 3개의 디스크 형태로 분리돼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바깥쪽(노란 화살표 모양의 핸즈)은 시를, 그 안의 미닛 트랙 디스크는 분을, 가장 안쪽에 로고 &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형태의 노란 침은 초를 가리킵니다.
처음엔 시간을 어떻게 확인하는 거야?라고 낯설어 하실 분도 시계를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 보시면 금방 파악하실 수 있을 만큼 설계 자체는 사실 단순합니다.
항공기 계기판의 자이로컴퍼스(Gyrocompass, 회전나침반)서 직접적으로 착안한 다이얼의 원형도 위 자료 사진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회전나침반의 그것처럼 벨앤로스 헤딩 인디케이터의 비행기 형상도 회전하는 종류였다면 더욱 생동감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BR01 헤딩 인디케이터를 보자마자 떠올렸던 시계 하나가 있습니다. 인빅타(Invicta)의 에비에이터(Aviator)란 시계인데요. ㅋ
인빅타의 해당 시계 디자인도 들여다 보면 칵핏 대쉬보드 회전컴퍼스에서 착안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인빅타의 그것이 단순히 그냥 그 형태만 따라한(프린트한) 평면적인 종류의 그것이라면,
벨앤로스 헤딩 인디케이터는 3개의 독립 디스크 다이얼을 통해 좀더 입체적으로 응용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겠네요.
BR01 헤딩 인디케이터의 접사된 고화질 사진도 그럼 몇 장 보실까요?!
시, 분, 초가 각각 분리돼 있다보니 언뜻 보기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각각의 디테일들이 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만 눈에 익으면 시인성은 좋습니다.
시를 가리키는 화살표 모양의 핸즈와 초침에 도포된 노란색이 블랙 바탕이라서 은근히 팝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분침 역시 블랙과 대비가 좋은 화이트 인덱스라...
다이얼 전면을 꽉 채우는 비행기 형상은 사파이어 글라스 내부 단면에 프린트된 것이기에 혹시라도 벗겨짐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ㅋ
더불어 사파이어 글라스는 무반사 코팅처리가 돼 있어 어느 각도에서든 다이얼이 한결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원형의 회전 디스크 가장 바깥쪽 챕터링에는 5분 단위 바형태로 프린트돼 있어 자칫 분주해 보이는 다이얼 안에서도 심플함의 중도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시계 전체적인 모습은 이렇습니다.
전체 블랙 코팅된 케이스에 블랙 다이얼, 블랙 스트랩까지 매칭시켰기에 시계 단독으로 놓고 봤을 때나 손목에 착용했을 때나 단연 강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블랙 색상 자체가 또 카리스마 있고 시크한 매력이 있지요. 더불어 시계 외관 전체가 블랙이면 오히려 흔하지 않고 유니크해 보입니다.
게다가 헤딩 인디케이터의 다이얼은(특히 가운데 비행기 모티브는) 시계를 잘 모르는 이가 봐도 한눈에 시선을 끌만큼 개성만점입니다.
리뷰를 진행하기 위해 시계를 훑어본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만히 계속 보고 있자니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다이얼 디자인이더군요.^^
벨앤로스의 시계들은 굳이 파일럿 워치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시계의 기계적인 특징들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 및,
그저 악세사리의 일부처럼 생각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어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찾는 이들에겐 썩 매력적인 소품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또 벨앤로스 특유의 디자인 파워에 우선적으로 매료돼 빠져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벨앤로스를 단지 그 디자인과 존재감, 주변에 흔치 않은 유니크함에 끌려 실제 구입했던 사람으로써(제가 경험한 시계는 BR03-92였습니다.,.)
벨앤로스만의 디자인적 특징들은 분명 어필하는 대상이 있습니다. 모두가 좋아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이들에겐 팬덤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있지요. ㅋ
이는 어쩌면 파네라이와도 비슷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네라이 모델들은 물론 히스토리컬한 배경도 있어 이에 끌리는 이도 많겠지만, 파네라이 신드롬의 실체는
그에 앞서 우선 파네라이 특유의 단순미, 대범한 사이즈에 매료되고 이를 즐기고 공유하는 유저들의 열정 같은 요소들이 지속적인 중독의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봅니다.
벨앤로스도 그러한 파네라이의 전철을 밟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는 유난히 스퀘어(사각) 케이스 형태가 그리 인기가 없는 현실이지만,
해외 벨앤로스 매니아들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상당히 액티브합니다. 25만 여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팬들이나 벨앤로스 포럼 활동들이 그 비근한 예지요.
BR01 헤딩 인디케이터는 케이스백까지 전체 매트하게 블랙 PVD코팅 처리가 돼 있습니다.
블랙 코팅은 시각적인 밸런스 차원에서이기도 하고, 지금껏 한정판 모델들은 대체로 거의 전체 블랙 케이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가벼운 생활 스크레치 정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지요.(구체적인 표면 경도 데이타는 공개되지 않았음.)
코팅 처리 자체도 전체적으로 균일하고 고급스럽게 잘 마무리돼 있었습니다.
기존 스틸 모델에서도 유저로서 느낀 사실이지만, 벨앤로스의 케이스 피니싱은 기대이상으로 훌륭하답니다.
범용인 ETA 2892 칼리버를 넣고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자주 듣지만 ㅋ
전체적으로 수준높게 가공된 고급스러운 케이스와 여러 디테일의 깔끔한 마무리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입니다.
솔리드백 케이스이고 러그쪽 스프링바 헤드와 마찬가지로 케이스백 역시 육각 렌치로 열고 닫을 수 있게 4개의 스크류로 고정돼 있습니다.(가운데 일자 스크류도 있음)
크라운은 스크류인(스크류다운) 형태라서 일반 푸시인 방식의 BR03 라인 보다 기밀성(방진) 및 방수차원에선 플러스 요인입니다.(둘다 같은 100m 방수이긴 하지만...)
스퀘어 케이스지만 각 모서리를 둥그스름하게 처리하고 앞 뒤 덮개 케이스 측면을 안쪽으로 베벨(beveled) 처리해서
전체적으로 매우 단순한 형태의 묵직한 덩어리 느낌을 주면서도 디테일의 섬세함도 느낄 수 있는 케이스 형태입니다.
벨앤로스의 러버스트랩은 품질도 좋습니다. 착용감은 보통의 이태리 러버 느낌이면서도 더 유연하고(PU밴드스러운 ㅋ), 탄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상 1년 가까이 오래 착용하고 자주 탈착하고 해도 러버 밴드의 특별한 손상을 체감할 수 없었을 만큼 상당히 견고한 밴드였습니다.
다만 밴드 키퍼가 하나뿐이라는 점이 아쉽고, 또 버클에 체결되는 밴드 홀(hole)이 그 수가 부족해서
손목이 가는 사람 같으면 시계를 손목에 맞게 타이트하게 착용시킬 수 없다는 점이 약간의 단점입니다.
제 손목 사이즈가 17 정도 되는 데도 항상 밴드 홀 가장 안쪽에 채워도 약간 헐렁하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버클은 넓직하게 생긴 소위 말하는 파네라이 스타일의 버클입니다. 버클 역시 전체 PVD 코팅 처리가 돼 있으며, 버클 한쪽에 BR이라고 음각돼 있습니다.
<과거 저의 BR03-92 스트랩 교체(일명 '줄질') 사진 중에서...>
벨앤로스는 BR01 라인이건 BR03 라인이건 러그 사이즈가 24mm로 동일합니다.
24mm는 파네라이의 영향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에프터마켓 스트랩이 나와있지요.
그런데 벨앤로스는 헤드 쪽이 러그 턱을 감싸는 날개형이 기본이라서, 일반형 일자 스트랩보다는 줄질에 제한이 조금 있습니다.(일반 스트랩도 잘 어울리지만..)
하지만 워낙 해외의 벨앤로스 유저들이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바람에 근래는 기존 스트랩 제작자들 중에도 벨앤로스 전용 호환 스트랩을 많이 선보이고 있지요.
물론 가장 좋은 건 OEM 스트랩이겠지만, 벨앤로스는 아직 파네라이나 다른 여타 메이저 브랜드들처럼 스트랩 옵션 선택이 다양하지가 못합니다.
고로 스트랩 교체의 소소한 즐거움을 원하는 유저라면 벨앤로스 공식 포럼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유저들의 줄질 정보를 공유받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스트랩만 몇 종류 잘 선택해 구비해도 벨앤로스 역시 파네라이 못지 않게 줄질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게 해주는 시계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벨앤로스는 구성품에 스프링바 교체를 위한 6각 렌치 한 쌍이 기본으로 제공되지요. 이것 부터가 줄질을 장려하는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ㅋ)
착용시 느낌은 이렇습니다. 제 손목은 아니구요.ㅋ 스튜디오의 한 직원분 손목입니다. 둘레가 제가 어림할 땐 한 16cm 정도 되는 듯 보였어요.
그렇게 두꺼운 손목이 아닌데도 46mm BR01 케이스가 그렇게 어색해 보이진 않습니다.(러그가 짧아서 크게 위화감을 줄 정도는 아닌 듯!)
물론 이 정도도 흔히 시쳇말로 방간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ㅎㅎ 어차피 벨앤로스는 크고 볼드한 맛에 차는 시계 아니겠습니까...
이는 비단 유저들의 자기 합리화적 표현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죠.
또한 태생이 파일럿 워치인 점을 감안해서라도 BR01의 사이즈에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게 됩니다.
그럼에도 위 시계 역시 42mm BR03 케이스였다면 동양인에게 더욱 잘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전체 블랙 코팅 케이스 시계는 피부가 하얗고 깨끗한 분들 손목에 더욱 확실하게 튀면서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모델은 BR01 Climb(클라임) 입니다.
- 공홈 관련 제품 설명 페이지: http://www.bellross.com/kr/collections/aviation/br_01/#/129/
클라임은 위 칵핏 인스트루먼트와의 비교사진을 보심 아시겠지만, 바리오미터(Variometer, 승강계)에서 그 디자인 모티브 및 제품 컨셉을 가져왔습니다.
기본적인 시분초침 외에도 다이얼 하단 6시에서 8시 방향 사이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표시하고 있구요. 3시 방향에 데이트창도 있습니다.
전체 아라빅 인덱스라서 즉각적인 시인성이 참 좋은 모델이며,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어 실용성과 편리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리오미터의 싱글핸드는 비행기가 상하로 움직일 때 고도변화를 보여주는데(Vertical Speed Indicator),
이를 시계의 기능으로써는 파워리저브 형태로 변주한 점이 나름의 독창성을 엿보이게 해줍니다.
또한 시침 끝을 블랙에 가까운 다크 그레이톤으로 페인티드 처리를 해서 분침의 화이트 루미노바 색상이 한층 더 돋보이게 하며, 바리오미터 느낌이 나게끔 합니다.
보통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는 ETA 2897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들에 비해 BR01 클라임의 다이얼은 좀 더 시원시원하고
Power(파워)라는 영문이 벨앤로스 브랜드로고보다 큼지막한 사이즈로 가운데 배치돼 옐로우 프린트로 들어가니 왠지 박진감마저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Down, Up 위로 양 화살 모양으로(흡사 포크를 뒤집어 놓은 듯한 ㅋ) 표시를 하니 또한 포인트가 확실히 되구요.
단, 3시 방향 데이트창 아래 Climb이라는 영문 프린트는 뭔가 좀 촌스러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 부분에 프린트가 생략됐다면 다이얼이 또 허전해 보였을 듯.
각각의 아라빅 인덱스에는 수퍼루미노바 처리가 돼 있구요. 분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흐릿하나마 야광 사진도 하나 찍었으니 보시지요.
벨앤로스는 다른 시계들도 대체적으로 마찬가지지만 루미노바 야광 밝기가 그렇게 발광력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발광력이 보다 좋은 C3 계열이 아닌 C1을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C3는 또한 원래 특유의 그린 색상이 있기 때문에
벨앤로스처럼 선명한 블랙 & 화이트 컨트라스트를 선호하는 브랜드에는 그다지 쓰일 일이 없는 도료입니다.
위 시계 같은 경우는 루미노바 자체도 인덱스에 얇게 발라서 더욱 밝기 수준은 그저 그렇습니다.
그래도 혹여 이 시계를 착용하고 야간 비행을 하는 파일럿이 있다면 어둠 속에서도 식별은 어느 정도 충분히 가능할 듯 싶습니다.
시계의 전체적인 인상은 이렇습니다. 또렷한 인덱스 덕분에 벽시계로 사용해도 될 수준이네요. ㅋㅋ
기존에 벨앤로스가 즐겨 사용하는 12-3-6-9 다이얼보다 가독성이 더욱 좋습니다.
헤딩 인디케이터와 마찬가지로 이 시계 역시 존재감 하나는 발군입니다.
이런 시계들은 국내에 들어오는 수량 자체도 각 모델별로 몇 개씩 밖에 되질 않는데다,
개성 하면 빠질 수 없는 벨앤로스 컬렉션 안에서도 더욱 '튀는' 에디션이기 때문에
만약 이런 시계를 찬 사람을 우연히 어딘가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일단 들거 같습니다.
왜냐면 적어도 이런 시계를 선택할 정도의 감식안을 지닌 사람이라면 시계선택에 관한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하다는 증거이며,
천편일률적인 시계들과 달리 그 사람 자체가 왠지 감각이 있어 보이고 개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한국사회에서 튀는 시계나 악세사리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보수적인 풍토가 만연돼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남들과 다른 가치와 특별함을 추구하려는 개인은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이지요.
벨앤로스는 아무나 차지 않았을 때 오히려 빛나는 시계입니다.
역시 이 정도면 희대의 방패간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ㅋㅋ
그러나 100m 거리에서도 어떤 시계인지 확실히 식별이 되는 시계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그런 점에서 벨앤로스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확실합니다.
다만 저 역시도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이 브랜드의 시계는 가격대가 늘 조금은 아쉽습니다!
국내에 몇 점 들어오지도 않은 귀한 시계들을 리뷰를 구실로 제일 먼저 접할 수 있게 해준 타임포럼 및 우림 FMG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벨앤로스는 저 자신도 이미 경험해 본 브랜드였기에 사실 이번 리뷰의 두 시계가 더욱 눈에 들어온 면이 없질 않습니다.
심지어 파일럿 워치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브랜드, 벨앤로스...
하지만 모두가 좋다고 외치는 대상보다는 조금은 소외됐지만 특별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대상이 저로썬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벨앤로스의 시계들, 그중에서도 요 몇년 간 출시된 일련의 리미티드 에디션들은 일종의 'One of a kind' 아이템입니다.
이런 종류의 시계들은 사실상 비교대상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에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재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젊고 독특한 브랜드를 향한 우려 또한 없질 않습니다.
집요하게 파일럿 워치 한 우물을 깊게 파들어가는 부분은 분명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도입해서 자칫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매년 바젤월드다 뭐다 각종 이슈화되는 행사를 만들면 만들수록 브랜드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가 오래되고 그에 걸맞는 기술력(R&D)과 인력 베이스를 갖춘 브랜드라면 그나마 좀 덜하겠지만,
벨앤로스처럼 비교적 어린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년 신제품에 대한 강박에 시달릴 것입니다.(도전이라는 순화된 표현보다는 강박이란 단어가 현실적이라는...)
이들의 그간의 대범한 시도들을 지지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써 그래도 이 브랜드가 쉽게 타협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데까지 멀리 가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 참고로 이번 리뷰에 소개한 두 시계 및 올해 바젤월드 신제품들은
지난 6월 초 새로 오픈한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벨앤로스 단독 매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문의: 02-3467-8796)
리뷰협조: 우림 FMG
촬영협조: 2nd Round Studio.
Photographer 김두엽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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