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르트 AMVOX2 (Jaeger LeCoultre AMVOX2 Concept)
프랑소와 폴 쥬른이 예상한 미래의 기계식 시계는 ‘장난감’이 될 것이라 했습니다. 정확성이라는 시계의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했고, 또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정점에 이른 지금 기계식 시계가 나아갈 방향의 하나로 놀이 도구라 말한 것이지요. 그의 말이 옳았다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등장한 값비싼 장난감들. 지라드 페르고의 슬롯 기능이 있는 잭 팟 토빌론. 그러한 맥락에서는 한참 먼저 등장한 프랭크 뮬러의 카지노 같은 시계들. 그것들은 단순히 시간만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손가락이 근질근질해 안달이 난 남자들을 위한 장난감인 셈입니다.
예거 르쿠르트(JLC)가 발표한 AMVOX 2도 장난감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시계입니다. 개발 컨셉은 운전 중 쉽게(장갑을 벗지 않고) 크로노그라프를 조작할 수 있도록 위함입니다. (AMVOX 씨리즈는 영국의 자동차 메이커 애스턴 마틴과 연계하여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조금 약하지만, 무엇인가를 만지작 거리고 싶은 충동을 충분히 해소 할 수 있습니다.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계이기도 합니다.
디자인(Design)
AMVOX2의 가장 큰 특징은 크로노그라프 답지 않은 크로노그라프 입니다. 크로노그라프라고 하면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와는 어딘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크로노그라프 버튼이 없는데다가, 다이얼의 구성은 크로노그라프와 거리가 멉니다. 크로노그라프에 버튼이 없으면 어쩌라는 걸까요? 그저 구경만 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거 참 난감하군요. 어떻게 조작을 해야 저 붉은 크로노그라프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정답을 아시는 분 들도 계실 겁니다. 해외 포럼에서 꽤 요란하게 소개된 적이 있지요. 힌트는 서두에 있는데 작아서 누르기 힘든 일반의 크로노그라프 버튼 대신, 다이얼의
예전에 게시판에서 한번 소개를 한적이 있습니다. 케이스는 위의 그림과 같이 4도 가량 가동이 됩니다. 다이얼을 눌러 구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케이스가 제법 복잡한 편이죠. (작동 원리가 궁금하신 분은 하이엔드 게시판에서 알라롱의 이름을 찾으신 후 ‘search name’을 클릭. 리스트가 나온 후 6번 글입니다) 내부는 복잡한데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두터운 케이스는 조금 투박해 보입니다. 러그와 케이스의 옆 라인에서 자동차의 옆 라인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만 애스턴 마틴의 날렵한 라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군요)
다이얼은 AMVOX1 이 등장했을 때 찬반이 있었던 다이얼로, 특이한 편입니다. 짝수를 강조한 입체적인 인덱스, 시침보다 훨씬 더 강조된 분침. 일부러 밸런스를 깨려는 의도 같습니다. ‘차분한 느낌이 싫다’, 엔진에 시동을 걸면 귀를 울리는 엔진음과 온몸을 흔드는 진동이 느껴지는 출발전의 긴장감을 다이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면 오버일까요? 무채색 다이얼 위의 붉은색 크로노그라프 핸드,
말랑말랑 야들야들한 가죽 스트랩. 촉감과 착용감도 좋고 다이얼과 잘 어울립니다. 또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컬러이죠.
케이스 (Pt + Ti) 44mm, 50m 방수
무브먼트 (Movement)
자동 크로노그라프 무브먼트 Cal.751을 사용합니다. 독특한 조작성에 이끌려 무브먼트에 대한 느낌은 크게 느낄 수 업었습니다. 크로노그라프 버튼을 눌렀을 때의 섬세한 조작감과 같은 것은 다이얼을 눌러 구동하는 방식 때문에 체감이 불가능한 부분이 된 것이죠. 크로노그라프의 구동은 다이얼 위를 회전하는 크로노그라프 핸드의 움직임으로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수동으로 와인딩을 할 때의 느낌은 무난한 편으로 그다지 특징적인 부분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조작시 역시 마찬가지로 특별한 점은 없더군요. 조작은 일반적인 시계와 동일하며 0단에서 수동 와인딩, 1단에서 날짜 조정, 2단에서 시간 조정입니다.
JLC Cal.751 : 28,800bph, 72시간 파워리져브, 41석.
고등학생이었던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면 카시오의 계산기와 전화번호 저장 기능이 있는 시계(데이터 뱅크)를 한 친구가 차고 오면, 반의 전체가 한번씩 만져 보겠다고 난리를 치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번 반을 돌고 오면 시계의 버튼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된다던가 어딘가 한군데 불구가 되었죠. 어릴적 데이터 뱅크와 AMVOX2는 만지고 누르고 하고 싶은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계라는 것에서 닮은 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AMVOX2가 데이터 뱅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비싼 장난감이라고 할 지 라도요.
<리뷰 협조 : 빅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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