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귤레이터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준시계라고 한다. 시계장인이 자작 시계의 시각조정을 위해 또는 천문대가 천체관측을 할 때 사용되는 시계. 그 특징은 시, 분, 초가 각각 단독으로 표시되어 그 중 많은 수는
위의 사진과 같이 상,하의 서브 다이얼을 가지고 있어 시계에 익숙치 못하다면 크로노그라프가 아닌가 하는 착각 할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시, 분, 초가 따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을 개별적으로 확인하기에 적합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단번에 시간을 읽기는 어렵습니다. 시인성이 좋지 못한 이유는 앞의 정의처럼 특별한 용도로 사용된 시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간단하게 정확한 표준시를 알 수 있게 되어, 원래의 용도로서는 활약할 기회는 없지만 그 독특한 스타일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에포스의 레귤레이터 이모션은 이름처럼 레귤레이터 스타일의 시계입니다. 그럼 본격적인 리뷰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무브먼트(MOVEMENT)
베이스 무브먼트는 현재 ETA사에 편입된 푸조(Peseux)사의 NOS(New Old Stock) 수동 무브먼트 Cal. 7046 입니다. 푸조사의 무브먼트 중 현재에도 활약중인 것은 노모스 등으로 익숙한 푸조 Cal.7001이 있습니다. 7046은 68년부터 82년까지 생산이 되었고, 7001은 71년부터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둘 다 23.3mm 직경에 21,600bph, 42시간 파워리져브라는 스펙인데, 이들 중 하나만 살아(?)남게 된 이유의 하나로는 두께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조건에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면 당연히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은 두께 4mm 이상의 7048 보다 얇은 2.5mm인 7001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쿼츠 혁명과 같은 시대적인 흐름도 영향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단종이 되었고 그간 시간이 흘러 눈에 잘 띄지 않게 되는데, 푸조 7046을 웹에서 검색 해보면 주로 등장하는 것이 모 메이커의 한정 모델로 이러한 NOS 무브먼트가 가지는 희소성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무브먼트 브릿지의 형태를 보면 직선이 눈에 띕니다. 직선 위주라는 것은 생산 및 가공을 용이하게 위함이고, 그것은 비용과 양산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릿지는 총 3개로 이스케이프먼트 휠을 비롯, 2~4번 기어를 동시에 덮는 것 하나와 밸런스용 브릿지(콕)외에 나머지 하나로 가장 전자의 브릿지는 밸런스를 가리지 않도록 하는 곡선을 그려 수동 무브먼트가 가지는 아름다움의 최소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나사류는 블루 스틸 처리를 하였고 붉은색의 루비와 기어류나 밸런스의 황색과 어울려 보는 즐거움을 줍니다. 브릿지의 표면은 제네바 스트라입 가공이 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조금 아쉬운 점은 가공이 균일하지 못한 부분인데, 사진을 보면 가공된 면의 편차 (세밀한 면도 있고 조금 굵게 가공된 면도 있습니다)가 확인됩니다.
빨간 원이 클릭(Click)
손으로 태엽을 감아보면 적당한 저항감이 느껴집니다. 손맛은 나쁜 편은 아니며 배럴(태엽통)을 제어하는 클릭의 형태가 조금 독특합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클릭은 두 개의 도트처럼 보이는데(실제로는 돌기와 같은 형태), 태엽을 감으면 클릭의 위치가 이동하여 하나의 도트가 라쳇휠(태엽통 위의 휠)과 접촉하며(그 때 따다닥 하는 소리가 납니다), 감기를 멈추면 사진과 같은 상태가 되어 두 개의 도트가 배럴을 고정시킵니다.
날짜는 푸시 홀을 통해 조정하게 되어 기본적인 조작계는 1단 감기, 2단 시간 조정입니다.
디자인(DESIGN)
도입부에서 말한 바와 같이 레귤레이터 스타일입니다. 시, 분, 초침이 전부 따로 따로 배치 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윈도우 중에서 위에는 시침, 아래에 초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분침입니다. 기본적인 레귤레이터에 포인터 데이트 기능을 추가하여 다이얼 외주에는 날짜가 배치됩니다. 시침에는 로만, 분침은 바, 초침에는 아라빅 인덱스가 사용된 점이 재미있습니다.
클래식한 스타일이 매력적이군요. 코인 엣지 베젤이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 있게 때문에 에나멜 톤의백색의 다이얼은 비교적 심플합니다. 바 인덱스를 사용한 이유도 다이얼까지 복잡해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베젤과 마찬가지로 각종 핸즈도 클래식한 스타일이며 사진에서는 검정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짙은 푸른색입니다.
케이스는 유광이며 씨스루 백만 무광 가공입니다. 씨스루 백을 유광으로 하고 케이스 사이드 부분을 무광 가공을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케이스 백이 무광이라 반짝이는 무브먼트를 더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효과라 하면 효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크라운은 크라운 가드(?)로 보호되는데 없는 쪽이 좀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크라운은 앙증맞은 양파 모양이며 베젤과 같은 방법으로 가공되어 돌릴 때 미끄러짐을 방지합니다. (제가 아쉽다고 하는 점을 수정해 원하는 대로 재 디자인을 하면 크로노스위스와 거의 똑같이 지게 됩니다. 껄껄)
레귤레이터는 시인성이 좋지 못하지만 금새 익숙해집니다. 에포스와 같이 중저가의 가격대에서는 쉽게 찾아 보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스타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뷰를 위해 자료를 찾아보며 재미난 발견을 했습니다. 완전히 동일한 모델이 다른 상표를 달고 있는 점 입니다. 홍콩자본에 상표만 넘어간 스위스 브랜드 산도즈, 일본 시장에서는 글리신의 상표를 달고 나오기도 합니다. 그들과 어찌된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계 자체는 에포스에서 그들에게 공급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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