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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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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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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앞서, 다소 격한 표지를 보고 얼른 이 글을 클릭하신 많은 회원님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타포 들어오자마자 대문에 걸린 사진때문에 '헉!' 하셨을겁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올리는 제 손도 파르르르. 근데,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야한 얘긴 없어요. 혹시 또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모를까.. 제가 작정하면 아마 여럿 코피 쏟으실지ㄷ...


... 그렇다고 ;뒤로가실 것 까진 또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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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진은 이겁니다. 흠흠. 페리스 힐튼. 저는 나쁘고 머리빈 여자가 좋습니다. 게다가 돈까지 많으면 더 좋죠. 응?


 저는 현재 스위스에서 여행(중이지만 내일이면 출장으로 바뀌는)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DSLR로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으나.. 여행기와 SIHH 특집 때 예쁘게 편집해서 올릴 것을 기약합니다. 사실 방돔 매장 안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고 하다가 몇 번 뺀찌먹은 이후로 내부 사진이나 쇼윈도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저도 삐져서 사진이 많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안삐지도록.. 응? 아무래도 생업과 매출의 대부분이 결정되는 주말에, 한국에서 온 리뷰어 하나가 그들 마음에 썩 와닿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사람도 많았구요. 아무튼, 저는 현재 스위스에 있지만, 이 이야기는 파리. 그리고 파리 그 중에서도 1번가이자 명품거리인 방돔광장 이야기입니다. 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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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이 파리 이야기가 아니죠. 어쩄든 태희씨는 비군과 백년해로하기 바랍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방돔광장은 프랑스 파리 1번가에 위치한 명품거리입니다. 부유한 파리지앵들이 한껏 쇼핑하는 거리. 여기서 팔리면 세계적으로 팔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거리입니다. 역사적으로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궁중 건축가였던 망사르가 디자인한 광장입니다. 광장은 나폴레옹 1세가 서 있는 청동기둥을 중심으로 8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팔각형이죠. 옥타곤입니다. 여덟 팔이라는 한자와 옥타. 삼라만상과 사방을 뜻하는 팔방에도 8이 들어갑니다. 나폴레옹이 사방팔방 진출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인지까진 잘 모르겠지만, 8이라는 숫자는 여러므로 신비한 것 같습니다. 균형적이고, 작도하기도 쉽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공돌스러워질테니, 계속 방돔광장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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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보이는 나폴레옹 1세 기둥. 이 길을 따라 저 끝까지 가면 방돔광장 한 가운데 서게 됩니다.


 방돔광장의 거리(팔각형이지만 길은 두 갈래로 뚫려 있습니다)는 샤넬의 히트 상품인 No.5 향수병을 디자인 한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중한 도시개발 정책과 정부의 지원아래, 방돔광장은 엄격한 보호를 받으며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고, 현재까지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파리의 랜드마크 중에서도 방돔광장은 변하지 않는 외관으로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고, 콩코드 광장의 시청이나 주요 기관으로의 용이한 접근성 덕분에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입점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오래' 사랑받은 브랜드들이 오늘날 '명품'이 된 것이죠.


 '오래도록 사랑받은 브랜드가 명품이 된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방돔광장의 '디올' 브랜드 매니저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 입니다. 제가 들어갔던 많은 부띠끄 중에서 한국의 글쟁이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흥미를 보여준 이 매니저는 자신의 브랜드를 자랑스러워 했으며, 딱 봐도 이 광장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바쁜 와중에도 다른 직원에게 자신의 일을 시키고 제게 5분여의 시간을 내 주었죠. 수다스러웠지만, 유쾌했습니다. 보통 파리지앵들은 이렇지 않거든요. 어쨌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 가봐야 될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제가 '여기 말고, 다른 추천 할만한 멋진 부띠끄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Every direction, everywhere!"라고 활기차게 말했습니다. 뭔가 뻔한 말이긴 했는데, 직접 들으니까 전율이 돋았습니다. 닭살. 그리고 그녀가 말한대로 저는 어느 골목을 가도 심심찮게 쟁쟁한 가격표의 물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부띠끄 내부는 그냥 그랬지만, 각 브랜드와 대표 디자이너들이 밀고있는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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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맵으로 내려다 본 방돔광장과 샤넬 No.5 향수병의 모습. No.5의 뚜껑이 여기서 영감을 받은 물건이죠. 다음 향수는 이걸로. 근데 난 남자잖아!


 어쨌든 디올 매장을 나오면 일반실이 1박에 80만원 정도 하는 리츠 파리 호텔이 보입니다. 바로 옆에는 쟁쟁한 규모의 까르띠에 매장이 있구요. 광장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 부쉐론 매장과, 반클리프 아펠, 샤넬, 피아제에 이어 쇼메, 디올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로는 파텍 필립, 브레게, 예거 르쿨트르가 있고, 가는 길에는 겔랑과 고디바 매장도 볼 수 있었습니다. 리츠 파리 호텔 앞에 주차된 차들은 벤츠, 911, 벤틀리 정도(?)였습니다. 물론 엄청난 가격대를 자랑하는 차들과 브랜드들이지만.. 여기는 너무나도 '툭' 떨어져 있습니다. 방돔 광장은 뭔가 당연하다는 듯 럭셔리합니다. 마니아로서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좋은게 좋은것은 또 아니죠. 괜시리 지갑을 한 번 들춰보곤 다시 길을 걷게 된달까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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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루부탱 앞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앞에 빨간 쇼핑백이 페라가모, 뒤에 흰 쇼핑백은 끌로에였던걸로.


 이 사진은 평일 루부틴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사람들을 찍은 장면입니다. 루부틴(루부탱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왠지 태연이 생각나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브랜드지만, 알만한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신 브랜듭니다. 강남가수 싸이씨가 좋아하는 브랜드기도 하구요. 파리 루부탱은 인기가 굉장히 좋아서, 보고 싶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실 다른 브랜드들도 다를 바 없긴 합니다. 신세계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이나, 압구정 까르띠에 플래그십 스토어도 그렇죠. 시계매장의 경우 '줄을 서기'까진 않는 것 같습니다만, 언제나 매니저가 따라다니며 고객의 요청을 기다립니다. 파리에서는 관리할 수 있는 손님의 수가 한도를 넘어설 경우, 아예 문을 잠그는 매장도 있습니다. 방돔은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길을 걷다 우연히 들어갔던 IWC 매장에서는 문을 잠그더군요. 두 분의 매니저가 한 지점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저를 포함 6명 정도의 손님이 들어오자 문을 철컥. 사람들은 움찔. 하지만 곧 당황하지 않은 척. 사실 속으로는 두근두근 하면서


 다시 방돔광장으로 돌아와서, 방돔광장의 시계 부띠끄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순환하고 있었습니다. 파텍 필립의 경우에는 평균 연령이 높은 남성분들께서 들어가는 경우가 잦았고, 예거 르쿨트르나 브레게 매장은 클라식 수트를 빼 입은 30대 후반-40대 고객들이 주로 들락거렸습니다. 브레게 매장의 경우 라트레디숑 tourby와 노벨티, 10hz등 2012년 모델들이 발빠르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사모님들도 자주 방문하시는 매장이라는걸 반영하듯 다이아가 가득 박혀있는 레인 드 네이플(Reine de Naples) 컬렉션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아는 정말 사진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쩝. 예거 르쿨트르도 플래그십 모델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Trevel time도 그렇고, PT Perpetual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방돔광장 매장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진짜 '각오하고' 사야 하는 시계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비엔나의 슈테판 광장에서 만났던 시계 브랜드 라인업과는 또 달랐습니다. 슈테판 광장의 시계들이 우리나라처럼 플래그십 모델 위주였다면,(물론 M&C 나 MB&F 같은 괴물들은 당연하다는 듯 있습니다. Austria는 wempe도 ㅎㄷㄷ합니다) 그러나 방돔광장은 '1번가'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주 당당하죠. 아, PP 얘기를 마저 하자면, Patek Philippe이라고 크게 씌여진 쇼윈도를 정면으로 마주하신 기억. 흔하지 않으실 겁니다. 제게도 그랬습니다. PP는 1번가에서도 가장 육중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쇼윈도에는 몇 점 되지도 않는 시계들이 넓은 평수를 차지하며 펼쳐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5196이나 6000은 당연히 없고.. 곤돌로 라인과 딱봐도 '나 비싸요'하는 컴플리케이션이 한 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쇼윈도 안쪽에는 쇼파와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노래방같이 생긴 방들이 이어져 있었는데, "아줌마, 여기 보너스 한시간이요.."는 농담이고, 당연히 프라이빗(Private) 룸입니다. 파리 1번가의 파텍 필립은 정말 고매합니다. 내가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움츠러들게하는 무언가가 있죠. 사실 평소 물건을 살 때, 굽신거리는 성격이 아닌지라 이런 경험을 제 손으로 쓰고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인데, 방돔 파텍 필립은 좀 그렇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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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쁘다고 찍은 것 같은데, 이제보니 그냥 그런 방돔가 근처 도로입니다. 아이폰 배경이기도 하죠.


 PP때문에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다시 펴고, 방돔광장을 지나 조금만 걸어나오면 익숙한 식당가와 함께 '만져봄'직한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버버리, 바나나 리퍼블릭, 휴고보스, 아르마니, 고디바(응?)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고, 사람들도 조금 더 많아집니다. 방돔광장이 로열광장이었다면, 이곳은 신사의 거리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에 비유하고자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데, 딱히 비유할만한 동네가 없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쇼핑 스트리트면서도 신사다운 분위기.. 빗물에 섞인 정제된 분위기가 신세계 백화점 정도의 느낌이 가장 가까운 것 같습니다. 명동역 지하도로 주욱 들어와서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으로 싹 들어왔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사람들은 많고, 거리는 제법 북적거리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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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세 감당할 수 있겠니? 라고 말하는 듯한 방돔광장의 위엄.


 그렇지만 파리의 명품거리가 '테마'로 따로 정해놓아야 할 정도로 긴 것은 또 아닙니다. 사실, 이쪽 동네 월세를 달달이 지불하면서 이익을 내거나, 손해가 나더라도 명분상 이 곳에 부띠끄를 세우려면 무지막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방돔이나 이 근처 샵들은 대부분 한 번쯤 들어본 브랜드들 뿐 입니다. 파리지앵과 같이 알뜰하게 멋을 내고 싶다거나, 파리 특유의 멋을 찾으려면 오히려 관광지 근처 구석구석을 돌아보시는게 좋습니다. 어쨌든 파리 명품가 No.1 방돔광장의 인상은 짧지만 강력했습니다.


 물건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1월은 파리를 비롯해서 유럽의 백화점 대부분이 세일을 하는 기간입니다. 시내 곳곳을 걷다보면 'SALE'이라는 말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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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티셔츠는 파냐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만, 어글리 코리안이 되고 싶지 않아서 참느라 혼났습니다.


 SOLDES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상하셨듯 SOLDES는 세일이란 뜻 이죠. 점원 불러다놓고, "이거 얼마예요?"라고 하지 않아도 파리 곳곳의 쇼윈도에 원래 가격과 할인된 가격이 동시에 적혀있습니다. 세일 물품은 일반적으로 '200 - 150'처럼 써 놓는다거나 미국식 홀세일 처럼 스티커를 붙여놓고 차등 세일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파리도 그렇고 유럽 곳곳에는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타일이나 브랜드가 많기때문에 쇼핑이 목적이 아니시라면 여행하는 길에 한 두가지 정도는 기분 좋게 득탬하실 수 있을 겁니다. :) 



P.S: 시계는 세일 안합니다. 관세도 무섭죠. 시계는 우리나라에서 정식 수입하는 부띠끄들이 무조건 더 저렴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스위스입니다. 뭔가 두근두근하시다면 당신은 시덕. ㅎㅎㅎ 사실 저도. 두근두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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