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진 마스터콜렉션 레트로그레이드 문페이즈
론진 마스터콜렉션 레트로그레이드 문페이즈
The Longines Master Collection Retrograde Moon Phases
마스터콜렉션 레트로그레이드
론진의 워치 라인업 중에서도 마스터콜렉션 시리즈는 레트로그레이드로 최근 그 방향을 전환한 것 같습니다. 2012년 등장한 새로운 라인업인 ‘쌍띠미에(Saint-limer)’ 콜렉션을 굳히기 위한 단초인 듯, 마스터콜렉션은 2010년부터 레트로그레이드 워치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론진의 경우, 무브먼트나 기능에 의한 라인업 구분 보다는 다이얼의 아이덴티티에 따라 자신들의 시계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번 소개했었던 레트로그레이드(클릭)는 헤리티지 라인이었고, 앞서 말씀드렸던 상티미어 콜렉션에도 레트로그레이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해드릴 마스터콜렉션 시계도 이미 오래전에 레트로그레이드를 발표했었습니다.
기능별 라인업의 모호함 그러나..
론진이 여타 브랜드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브먼트나 기능별로 시계를 구분하지 않고, 다이얼 아이덴티티에 따라 라인업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이 경계는 ‘마스터콜렉션’과 ‘헤리티지’, ‘쌍띠미에’ 콜렉션 사이에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마스터콜렉션에서 신형 무브먼트에 모던한 디자인을 발표하면, 쌍띠미에 콜렉션에서 이를 빈티지 스타일로 재창조하고, 이것은 다시 헤리티지 콜렉션에서 복각판으로 등장합니다. 마니아의 입장에선 ‘라인별로 경계가 모호하다니 스위스답지 않다’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얼굴이 예뻐야 팔리는 시계 시장에서, 다이얼 배치가 비슷한 시계들 중 자신에게 맞는 시계를 골라갈 수 있다는 것은 그 브랜드의 분명한 강점일 것입니다.
기능분석
사방으로 뻗은 레트로그레이드 핸즈를 가만히 살펴보면 혼돈 속의 질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단에는 데이&나잇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그 위로는 요일을 표시하는 창이 존재하며, 오른쪽에 위치한 부채꼴 모양의 다이얼은 날짜를, 반대편에 위치한 다이얼은 세컨 타임존을 알려줍니다. 하단에는 달의 위상 변화를 나타내는 문페이즈와 60초 간격으로 점핑하는 초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페이즈 기능과 데이&나잇 인디케이터는 2010년에 발표했었던 마스터콜렉션 레트로그레이드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능입니다. 이는 기존 모델이 가지고 있었던 다이얼 배치의 공허와 기능적 요소를 보강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이전 버전의 마스터콜렉션 레트로그레이드가 버튼을 이용한 푸시(push) 방식으로 날짜를 조정했었다면, 이번 레트로그레이드 문페이즈는 핀을 사용하여 조작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핀으로 조작하는 방식의 경우 한 번 시간이 엇나가게 될 경우 시간을 재조정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버튼 조작 방식에 비해 시계는 전체적으로 깔끔해졌고, 유저가 장난삼아 날짜를 바꾸다가 고장을 낼 확률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버튼은 용두를 중심으로 위 아래로 둘, 대칭하여 두 개, 총 네 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오른쪽 상단 버튼은 요일을, 하단 버튼은 날짜를 조정합니다. 왼쪽의 경우, 상단 버튼은 세컨드 타임존의 시간을 하단 버튼은 문페이즈의 위상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의 배치는 복잡하지만, 유저는 복잡한 절차 없이 원하는 시간과 요일, 위상을 쉽게 조작 할 수 있습니다.
모듈의 두께가 한 두툼 합니다. 빅 사이즈 워치에 모듈을 얹다보니 용두가 케이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고정되어 있습니다.
용두는 총 2단으로 분리됩니다. 0단에서는 수동감기를, 1단에서는 GMT 시계를 조작하듯 시침이 한 시간 단위로 독립하여 움직입니다. 2단에서는 분침을 조작하며, 1단에 비해 보다 정밀한 시간 조정이 가능합니다.
조작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다이얼의 배치에 따라 직관적으로 배치되어있는 버튼들은 언뜻 복잡해 보이는 다이얼 지도를 금방 익숙해지도록 하는 요소입니다. 게다가 이 버튼들은 모두 비슷한 텐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느 복잡한 구조의 시계들은 각각의 버튼마다 텐션이 달라서 유저들을 혼동시킵니다. 혹시, 이 버튼이 고장 난 건 아닐까? 내가 조작을 잘못 한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며 조작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론진의 레트로그레이드는 예전부터 조작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 눈물처럼 동그랗게 솟아오른 버튼은 ‘틱 탁’하는 느낌과 함께 통통 튀어 오릅니다.
동그랗게 솟아오른 핀 버튼은 네 부분 모두 비슷한 텐션을 가지고 있어서 조작이 용이합니다.
용두 조작은 이 시계가 가진 유일한 아쉬움입니다. 무브먼트 베이스가 ETA-A07L31. 즉, 빅사이즈 워치를 위한 대형 무브먼트이다 보니 수동감기 시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대부분의 자동 무브먼트들이 그렇습니다만, 전체적인 플레이트 크기를 키우다보니 소리도 자연스레 커졌으리라 생각됩니다.
무브먼트는 발그랑쥬 계열의 무브먼트입니다. 대형 케이스에 대응하기 위한 ETA의 신형 양산 무브먼트입니다.
무브먼트는 ETA-A07L31로, 발그랑쥬 계열의 무브먼트입니다. 이 무브먼트는 7750보다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44mm가 넘는 대형 시계를 위한 ETA의 맞춤형 무브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즈의 증가로 밸런스의 크기가 함께 커졌기 때문에 모듈화를 통한 동력 수급의 안정성과 충격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러비트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로터는 전에 비하여 더욱 커졌고, 회전 효율이 상당히 좋습니다. 로터의 감기 방향은 단방향 시계방향(Clock Wise)로, 기본적인 스펙은 아래와 같습니다.
- 25 석(25 jewels)
- 시간 당 28,800 진동
- 파워리저브 48시간
- 케이스 사이즈 44 mm
- 방수 3 ATM
빅사이즈 케이스를 위한 무브먼트이다보니 자동감기 모듈의 내구성 강화를 위해 플레이트를 붙였습니다. 플레이트는 층층이 연결되어, 밸런스 휠이 있는 곳까지 총 3층까지 덧대어 있습니다. 다만, 이 무브먼트는 다이얼부의 모듈화와 더불어 두께라는 요소를 증가시킵니다. 부드러운 케이스의 옆 라인 덕분에 외관상으론 두께가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으나, 커진 사이즈 만큼 추가된 금속때문에 이 시계는 손목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빅사이즈 무브먼트의 질량 증가의 특성 상, 자동감기 파츠의 안정성을 위해 플레이트 크기를 키웠습니다. 이는 1mm가 커질 때 마다 그 크기의 세제곱으로 커지는 로터의 질량을 견디기 위한 조치로 추측되며,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3/4 플레이트 형식의 케이스백 형태 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단에 보이는 두 개의 황동색의 톱니바퀴에는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로터의 자동감기 모듈에 관여하는 부품들로서 로터의 빠른 회전에 반응하기 위한 역동성과 내구성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어에 구멍을 뚫게 되면, 구멍을 뚫지 않은 기어보다 질량이 가벼워지는 효과와 기존의 기어와 상등한 내구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하루에도 수천 바퀴 씩 회전하는 주요 자동감기 모듈에는 모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절대로 원가 절감을 위해 기어에 구멍을 뚫은 것이 아닙니다.)
착용샷입니다. 44mm 크기의 빅사이즈 워치는 손목 위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케이스 직경은 44mm이고, 러그 직경은 20mm, 버클부분의 직경은 18mm입니다. 빅사이즈 워치인 만큼 무게는 200g으로, 손목 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케이스 두께는 15.5mm로, 다른 시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껍습니다. 부드럽게 볼록 튀어나온 돔형 렌즈와 학이 날개를 접듯 부드럽게 말려 내려가는 러그는 유저에게 든든한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조약돌 모양의 브레이슬릿은 론진의 명성답게 자유롭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유저에게 반응합니다.
브레이슬릿은 부드럽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롤렉스의 3연 브레이슬릿 같아보이지만, 곡면은 더욱 부드럽고, 마디 간 움직임은 자연스럽습니다. 무광과 유광이 적절히 혼재한 브레이슬릿은 보들보들해서 자꾸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부드러운 옆라인은 시계를 풀어 계속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통통 튀는 레트로그레이드 세컨 핸즈는 '인디케이터'들의 정적인 움직임에 동적인 요소가 되어 시계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론진의 의미있는 행보
이번에 발표한 시계는 폭풍과 혼돈(Chaos)의 도가니에 있는 시계 시장에서, 론진이 자신있게 찔러넣은 의표(Throw a curve)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계는 자사무브먼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에보슈를 공급받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장점을 발판삼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좋은 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주는 론진의 자랑입니다. 이 400만 원대의 시계는 동급의 브랜드들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제품이며 레트로그레이드라는 복잡한 기능의 시계를 검증된 회사에서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자사무브먼트를 통해 점점 더 고급스러워 질 수 있다는 전략을 취할 때, 론진은 가격대를 굳이 올리지 않아도 고급스러운 시계를 만들 수 있음을 보란 듯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라는 말이 옛 중급 브랜드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론진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기술력으로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모듈 때문에 발생하는 두께의 증가는 단가 상승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이지만, 론진은 이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모듈을 이용한 컴플리케이션의 구현에 슬슬 날개를 다는 작업중에 있습니다. 이 시계는 모든 브랜드가 가격 상승만을 외칠 때, “No.”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는 론진의 약속입니다.
리뷰 협조: 론진 코리아 (T. 02-3149-9532)
사진: 타임포럼 Picus_K
글: 타임포럼 소고
리테일 가격: 4,740,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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