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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컬 472  공감:5 2024.09.04 22:12

   안녕하세요, 클래식컬 입니다.

 지난번에 이어 방수에 관련한 괴담 한 가지를 풀어 보겠습니다.

손목시계 도시 괴담 시리즈 - 방수 1편

 

아무리 방수 성능이 좋아도

수증기 입자가 들어가니 습식 사우나를 조심해야 한다

 

괴담을 풀어보기 앞서 몇 가지 상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압력 평형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다른 두 가지 환경의 물리적인 힘이 있을 때 그 둘은 항상 평형을 이루려고 합니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만 예외인 것도 있습니다.)

 

 물에 잉크를 풀어 잉크의 농도를 기준으로 하는 농도 평형을 예로 들면,

잉크의 입장에서는 점점 옅어지지고, 물의 입장에서는 점점 진해지면서 결국엔 각각의 입장에서 동일한 농도를 가지게 되면서 평형을 이루게 됩니다. 농도, 온도, 습도 등 측정 가능한 많은 수치들이 평형을 이룰 때까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image.png

 

 

 압력도 그렇습니다.

어떤 대상을 내부와 외부로 나누었을 때 내부와 외부의 압력이 평형이 될 때까지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힘이 작용하게 됩니다. 그 힘이 증가할수록 힘을 막는 데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설계가 필요합니다.

 

 

 상수도 사업소에서 고압 수도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공급하면 가정의 수도관은 중간압으로 공급하게 되고 수도꼭지를 통해 주변압으로 낮추어 우리가 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우리가 흔히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도의 압력이 4.5Bar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열린 부분이 없을 때 수도관에 걸리는 압력입니다.

 

 

 수도꼭지를 열게 되면 수압이 높은 수도관으로부터 외부(1Bar)로 물이 나오게 되는데 이때는 막힌 부분이 없으므로 수도관의 압력은 실제로 1.5~2 Bar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2Bar 정도 수압에 설거지 감을 대면 사방으로 물이 튀어서 아마 설거지하시기 힘든 수압일 겁니다. 실제로 3~4.5Bar의 수압은 매우 강력합니다.) 다시 수도꼭지를 잠그면 수도관의 내부는 4.5Bar가 될 때까지 물이 차게 됩니다.

비 오는 날에 왠 다이버? 생활용 수전의 압력 확인 

 

 

 

 

방수와 방습

 방수와 방습의 개념은 조금 다릅니다.

 

 방습은 완전히 불투과성인 장벽을 만들 필요 없이 수증기(습기)의 존재를 줄이거나 관리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의미합니다. 습도를 조절하고 결로나 수증기(습기)가 대상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방습을 쉽게 설명하면 목재 같은 곳에 수증기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표면에 오일을 바른다던가, 야영을 할 때 땅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텐트 바닥으로 침투하지 않도록 타포린 방습포를 깔게 됩니다.

 

 방수란 대상물이나 표면이 완전히 물에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며, 완전히 잠기는 경우를 포함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물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방수 처리는 일반적으로 물이나 상당한 습기에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지역에 적용됩니다.

방수를 쉽게 설명하면 휴대폰에 방수하우징을 씌워서 수중에서 물의 침투를 막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추가로 나무위키를 보면 방수를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완전방수와 생활방수로 구분한다. (법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완전방수는 물속에 담가놓아도 (일정 수심까지는) 물이 새어들지 않는 사양이라면 생활방수는 어느 정도 물이 튀거나 잠깐 물에 닿는 정도로는 물이 스며들어 기능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혹자는 Gore-Tex®가 방수가 최고라고 합니다.

Gore-Tex® 원단은 평방 인치당 90억 개가 넘는 기공으로 물방울(물 분자가 아님)보다 약 20,000배 작지만 수증기 분자보다 700배 더 큽니다. 이를 통해 수증기(땀)가 빠져나가도록 하면서 액체 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DWR(내구성 발수) 코팅처리를 해서 물이 구슬처럼 뭉쳐서 외부 표면에서 굴러 떨어지게되어 원단이 포화되는 것을 방지하여 전반적인 방수 성능을 향상시킵니다.

 

이는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물방울을 막는 조건입니다. 고어텍스 원단을 세탁, 탈수해 보면 세탁기의 원심력이 마치 수압처럼 작용하여 원단이 물에 젖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습도 환경에서는 Gore-Tex®의 통기성은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수분 증기의 이동이 습도 차이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의류 내부와 외부의 습도 차이). 외부 습도가 높을 때 이 습도 차이가 작아지므로, 습도 평형을 이루려는 힘이 작아지게 되고 땀 증기가 효율적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집니다.

 

 Gore-Tex® 원단은 대단한 기능성 원단은 맞지만 완전 방수가 불가능하기에 다이빙용 드라이슈트를 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계에서 이야기하는 방수는 완전 방수 이지만 이런 수준의 방수는 생활 방수라고 할 수 있지요.

image.png

  

 여기서 물과 수증기가 나오는데요, 이 둘은 물질의 상태가 액체, 기체로 서로 다르지만 분자식은 H₂O로 분자 크기가 동일합니다.

대기 중 수증기량은 한계가 있고 그 이상의 수분은 물방울이 됩니다. 참고로 밥 지을 때 나오는 눈에 보이는 스팀은 수증기가 아니라 아주 작은 물방울(결로)입니다. 수증기의 온도와 압력이 낮아지면서 작은 물방울이 되는 겁니다. 수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방수와 방습의 주요 차이점 3가지를 들자면,

- 목적: 방수 처리는 물의 침투를 방지하고 방습 처리는 수증기(습기) 수준을 제어합니다.

- 적용분야: 방수는 물에 직접 노출되는 부위를 위한 것이고, 방습은 수증기(습기)와 그것에 취약한 부위를 위한 것입니다.

- 재료: 방수 처리에는 물을 완전히 차단하도록 설계된 더 튼튼한 재료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방습 처리에는 더 가볍고 통기성이 있는 재료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방수는 물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물을 압력(수압)으로 눌러 침수되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방습보다 높은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방수가 되면 방습은 기본적으로 되는 이유이지요. 방습은 방습 대상물과 대기 간 대등한 압력에서 이루어지므로 압력 평형을 이루기 위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봐야 됩니다. 그래서 방수에 비해 쉬운 기술과 설계가 이루어집니다.

  

 

실제로 대기압의 차이가 없는 욕실이나 사우나에서 사용하는 방습벽시계나 방습등은 아래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방습시계에는 다이얼과 글라스는 본딩 되어 있어 차폐하였고 배터리 교체부에 가정용 벽시계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오링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image.png 

 

 

 카시오에서는 아래와 같이 방습, 방진 성능이 있다고 하여 방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casio.jpg

방습등.jpg

 

방습등에도 오링을 사용하여 습기를 차단합니다. 성능을 조금 높이기 위해 잠금 구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마치 락엔락 반찬통과 같죠.

 

이처럼 방습을 위해 제작된 제품은 어느 정도 약한 수준의 생활방수는 가능하지만 완전 방수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 제품들을 물속으로 가져가다 보면 금방 침수가 돼버리지요.

 

 

 

 

공기와 수증기, 물

 대기 중 건조 공기는 질소, 산소,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image.png

 

 감압 다이빙 시 체내에 질소가 쌓이는 양을 줄이기 위해 이 공기와 헬륨을 섞어(Tri-Mix) 다이빙을 하게 되는데요,

다이빙을 마치고 특정 수심까지 상승해서 감압을 할 때, 시계 내부로 침투된 헬륨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외부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팽창해서 다이브 워치의 글라스가 이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헬륨 이스케이프 밸브가 발명이 됩니다. 아르곤, 질소도 들어가지 않는데 헬륨의 크기는 그보다 매우 작기 때문에 강력한 방수씰과 구리스를 통과했던 겁니다.

 

 

 공기를 이루는 성분과 헬륨, 수증기, 물 분자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헬륨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물이나 수증기는 들어갈 수 없지만 헬륨이 들어가는 이유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혹자는 수증기는 물과 같이 수소 결합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1200배 부피가 증가하고 100배 투과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랬다면 아르곤, 수증기 이스케이프 벨브도 발명되었겠지요.  수중(다이빙벨)에서 사람이 숨을 쉬고 내뱉을 때 나오는 수증기는 수소 결합과 상관없이 방수씰과 구리스를 뚫고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수증기보다 훨씬 작은 아르곤도 마찬가지고요.

헬륨 밸브는 도대체 언제 어디다 쓰냐?

 

 

 

 

온도

 시계는 제조사에서 성능을 보증하는 온도가 있습니다.

특정 온도를 벗어나면 오차 및 성능에 대한 정확성이 떨어지게 되지요. 시계만 그 온도에 두어 노출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은 시계를 몸에 착용하고 있는 상태이기에 체온이 시계를 보호할 수 있게 됩니다.

image.png

 건식 사우나는 수증기가 없어 습도가 매우 낮고, 습식 사우나는 수증기가 많아 습도가 매우 높은 환경입니다.

두 상태에서도 사람이 착용하고 있다면 보통은 시계가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습도가 아무리 높아도 기압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투습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온도가 너무 올라 시계가 버틸 수 없다면 사람이 먼저 그 환경에서 뛰쳐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걱정을 놓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피부에 착용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두꺼운 외투에 착용하고 있던가 주머니에 넣어둔 상태, 혹은 시계만 놓아둔다면 온도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시계에 침수가 발생했을 때 케이스를 열어보면 보통 크라운이나 백 케이스 등 방수 씰 주변부터 침수 흔적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깨끗한데 글라스 내부에 결로가 생겼다 하면 보통 초기 제품 조립 시부터 들어간 수증기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온도나 기압차에 의해 결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름철 차가운 물컵을 두면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의 온도가 낮아져 결로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높은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취약한 이유는 씰링과 구리스가 텐션이 있고 점성이 유지되어야 밀폐성이 올라가는데 차가운 온도에서는 딱딱하게 굳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Citizen 매뉴얼에 온천에 대해 방수/방습 관련 주의 사항이 있어서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citizen.jpg

 

 

 

 

 설거지할 때 따뜻한 물과 찬물 사이를 옮겨가면 불부항의 뜨는 원리처럼 물을 빨아들인다고 주장하는 분도 계신데 그 정도 온도차로 인해 발생한 부피차로는 방수 성능을 뚫어서 침수를 일으킬 힘을 만들지 못합니다.

 

 불부항은 실제 불이 부항 안의 산소를 태우면서 산소 기체는 없어지고 이산화탄소 기체가 생기는데, 이때 없어진 산소 기체 분자의 숫자에 비해 생긴 이산화탄소 기체 분자의 숫자가 더 작아집니다. 하지만 부항의 입구는 거꾸로 되어 있으므로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까지 빠져나가면서 부항 안의 기압이 조금 줄어듬과 동시에 유체(기체)들이 빠져나간 자리로 피부에 압착되는 원리입니다.

 

불을 사용하지 않아 산화 반응을 하지 않은 시계 안의 압력은 의미 있는 변화가 없겠죠.

 

image.png

 

 

  Sinn 상품 설명에 제습 관련 기능(방습X)을 광고해두었는데 명확한 설명이 없어서 문의 해봤습니다.

 

sinn.jpg

 

 

 

 

 

 

  

결론은 방수가 잘되어 있고 제조사에서 제시한 온도 내에서 사용한다면

방수와 방습은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방수능력은 시간에 따라 저하될 수 있으므로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점검 주기를 반드시 지키길 바랍니다.

 

image.png

 

오메가 매뉴얼 발췌하다가 갑자기 하나 더 떠올랐는데 시계 세척하실 때 절대 화공약품 사용하지 마세요.

알코올 제품이나 산성(세제), 염기성(락스) 사용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이런 약품들은 방수를 위한 구리스를 분해해서 닦아내고 씰의 경화를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중성세제나 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하나만 다뤘는데 방수관련 괴담은 마무리하고 다음 포스팅은 다른 주제로 넘어가도록 해보겠습니다.

 

 

 

ps. 항상 얘기드렸듯이 방수 성능은 오너가 생각한 그만큼이오니 제때 점검 잘 받으시고 제조사 매뉴얼 잘 확인하셔서 즐거운 시계 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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