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lworld 2018] Blancpain Report
빌레레(Villeret)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GMT (Villeret Complete Calendar GMT)
빌레레에서 날짜, 요일, 월을 표시하는 풀(트리플) 캘린더와 GMT 기능의 구성은 2002년 이미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모델과 이번에 나온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GMT와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죠. 대칭을 이루는 두 개의 작은 창을 통해 요일과 월을 표시하고, 다이얼 바깥쪽에 날짜를 두고 포인터 방식으로 날짜 정보를 얻는 전형적인 풀 캘린더 구성을 기본으로, 다이얼 안쪽에 24시간 표시를 위한 인덱스를 두었던 레이아웃이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작에 비해 훨씬 단정해 보이는 이유는 스몰 세컨드를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스몰 세컨드의 유무는 생각보다 영향이 컸습니다. 스몰 세컨드 뿐만 아니라 문 페이즈 주변을 한 바퀴 둘렀던 번잡한 초 인덱스도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아울러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GMT는 전작과 달리 기능에 따른 영역 구분을 다이얼의 단차로 분명히 했기 때문에 많은 정보량에도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GMT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신선함을 따지면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몰 컴플리케이션에 진입하기 직전의 지점. 즉 풀 캘린더의 실용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삼고 여기에 실용적인 기능의 하나인 GMT가 더해져 더욱 실용성이 높은 모델로 완성된 점이 매력입니다.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복잡함은 또 하나의 매력이며, 직관성을 고려한 정돈된 복잡함이란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족이긴 하나 24시간 표시를 위한 레이아웃 안쪽의 작은 원만 떼어놓고 보면 과거 34mm 케이스 시절의 좀 더 단아했던 구형 빌레레의 향수를 부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제에 정제를 거듭한 사골같은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케이스 지름은 40mm, 30미터 방수이며 무브먼트는 칼리버 67A5. 72시간 파워리저브입니다. 칼리버 67A5의 베이스인 칼리버 1151은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았지만 모듈을 더하면서 칼리버 67A5는 두께가 6mm로 증가했습니다.
빌레레 그랑 데이트 데이 레트로그레이드 (Villeret Large Date Retrograde Day)
레트로그레이드로 구현하는 요일과 빅 데이트의 비대칭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신제품의 신선함으로 따지면 아래의 투르비용와 함께 가장 상위에 있는 모델입니다. 레트로그레이드 데이 표시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패트리모니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데이트로 레트로그레이트 데이트와 엮어 선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것은 중앙축을 관통하는 정직한 위치에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를 두었고, 요일의 영문을 'FRI, SAT'와 같이 축약하지 않고 그대로 표기해 드레스 워치 디자인으로는 다소 튀어보이는 구성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이와 달리 빌레레 그랑 데이트 데이 레트로그레이드는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는 7시와 9시 영역에 두었고, 빅 데이트는 5시와 6시 영역에 배치해 비대칭이 주는 긴장감과 여백을 살려 냈습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겠습니다만 빌레레 그랑 데이트 데이 레트로그레이드의 구성이 좀 더 고급스럽지 않은가 싶습니다.
레트로그레이드, 빅 데이트가 제공하는 보는 즐거움와 기능이 없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여백의 미가 빌레레 그랑 데이트 데이 레트로그레이드의 장점으로 생각됩니다. 케이스 지름 40mm, 방수 30m, 무브먼트는 칼리버 6950GJ, 72시간 파워리저브입니다.
빌레레 플라잉 투르비용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Villeret Flying Tourbillon Jumping Hours Retrograde Minutes)
빌레레 플라잉 투르비용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이라는 긴 이름과 달리 다이얼은 미니멀 그 자체입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심벌마저 삭제한 디테일인데요. 플라잉 투르비용을 손목시계의 시대에서 처음으로 구현한 블랑팡답게 케이지 위, 아래로 개방감을 최대로 조성해 허공을 유영하는 움직임을 극대화 했습니다. 12시 방향의 케이지와 대칭을 이루는 6시 방향에는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트 미닛을 배치했습니다. 살짝 비틀어낸 둘의 배치는 자칫 심심해질 수 있었던 다이얼에 재미를 불어넣었는데요.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라는 표현 형식을 배제하면 실제로는 초침이 없는 타임 온리입니다. 물론 원 미닛 투르비용을 살려 케이지를 초침으로 쓸 수도 있었겠지만 미니멀 구성을 위해 인덱스를 넣지 않아 초침은 반만 기능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같은 절제된 미니멀 구성은 블랑팡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위함이라고 보는데요.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에 골드를 곁들인 고급스러운 디테일과 반전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무브먼트를 더했습니다. 탑재한 무브먼트의 표면은 기요세 패턴으로 장식했고,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배치해 심플한 다이얼을 유지해 냈습니다. 투르비용이 다른 기능과 결합하지 않은 타임온리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요즘이라 더욱 돋보이는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피프티 패덤스 (Fifty Fathoms)
피프티 패덤스 그랑 데이트 (Fifty Fathoms Grande Date)
피프티 패덤스 바티스카프 컴플리트 캘린더 (Fifty Fathoms Bathyscaphe Complete Calendar)
피프티 패덤스 바티스카프 데이데이트 70' (Fifty Fathoms Bathyscaphe Day Date 70')
피프티 패덤스 바티스카프에서 대거 신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요즘 다이버 워치에 복잡 기능이 더해지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만, 진지하게 고려한 신모델이라기 보다 '네가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준비해 봤어'라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애뉴얼 캘린더와 풀 캘린더인 피프티 패덤스 컴플리트 캘린더는 기존에 사용하던 기능을 어렵제 않게 이식해 왔습니다. 케이스와 다이얼 디자인 때문에 다소 어색해 보이는 기능이 있기도 한데요.
다행스럽게도 복잡 기능을 수용하면서 바티스카프 본래의 성질을 잃지 않았습니다. 다이버 워치의 미덕인 300m 방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폭을 제공했다고 하기에는 다소 과도한 친절이 아닐까도 싶지만,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낫겠죠.
위 세 모델 중 마지막은 1970년대 모델을 재현했습니다. 블랑팡 뿐만아니라 다른 브랜드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다이얼 패턴으로 당시 미드 레인지 아래에 속하는 브랜드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블랑팡이 이 같은 모델을 선보인 사실은 다소 의외인데요. 실질적으로 1990년대에 하이엔드의 지위로 올라선 브랜드인 만큼, 그 이전에 발표했던 모델들은 현재 대비 상대적으로 클래스가 떨어집니다. 과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에 점수를 주어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색적인 다이얼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되지 싶습니다. 컬렉팅용이라고 하는게 이 모델의 성격에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네요.
세 모델 전부 케이스 지름 43mm, 방수는 300m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가격 접근성을 향상한 빌레레 퍼페추얼 캘린더, 주문 제작이 기본인 아트 피스들은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마지막의 자케마르 리피터는 리뷰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번 모델은 케이스 백이 좀더 색상을 머금었습니다.
상당수가 기존 자원을 영리하게 잘 활용한 베리에이션이었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체감상으로 맘에 드는 모델이 많았던 덕분이겠죠. 특기할 부분은 역시나 빌레레 플라잉 투르비용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으로 블랑팡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농축하고 절제해 보여준 훌륭한 예로 평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