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8 이트론 쿼트로
F1의 윌리엄스 F1과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오리스는 윌리엄스 라인업이라는 이름의 라인업을 구축해왔습니다. 또 이것을 중심으로 오리스의 4개의 대표컬렉션 중 하나인 모터스포츠를 이끌어 왔는데요. 윌리엄스를 보좌할 서브 라인업으로 TT, 알틱스(Artix) GT 등을 만들어 냈고 최근에는 아우디 스포트와 협업을 결정하며 몇 가지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우디 스포트는 FIA 세계 내구 레이스 챔피언십(WEC)과 독일 투어링 카 선수권대회 (DTM) 및 아우디 TT 컵과 각종 GT에 참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특히 WEC에서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R18 이트론 쿼트로(e-tron quattro)를 출전시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리뷰의 아우디 스포트 리미티드 에디션 II는 이 R18 이트론 쿼트로의 등장을 기념하기 위해 선보인 모델입니다.
우선 독특한 다이얼 구성이 먼저 눈에 띕니다. Rpm게이지를 살짝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12시 방향 30분 카운터와 이것 하나만 갖춘 크로노그래프는 흔치 않으니까요. 아마 아우디 스포트 리미티드 에디션 I과 차별을 위해 6시 방향의 12시간 카운터를 삭제했기 때문이지 싶은데요. 상,하 투 카운터로 일반적이며 균형잡힌 디자인을 지닌 에디션 I과 달리 약간의 불균형함을 통해 긴장감이 도는 다이얼을 만들어 냈습니다. 12시 방향으로 쏠린 정보(카운터)는 3시 방향의 데이데이트, 9시 방향의 리니어 방식의 영구초침을 배치해 아래에서 균형을 맞춰주고 있는데요. 그로 인해 여유로워진 6시 방향에는 오리스와 아우디 스포트의 로고가 시원스럽게 들어가 있습니다.
티타늄에 블랙 DLC처리를 한 올 블랙의 케이스처럼 다이얼도 올 블랙을 기본으로 합니다. 크로노그래프 바늘의 끝부분, 리니어 초침을 구현하는 회전 디스크의 색상, 카운터의 인덱스 일부분과 아우디 스포트 로고를 빨간색으로 칠해 올 블랙에서의 가독성을 추구합니다. 여느 올 블랙 모델이 그렇듯 가독성이 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전체의 분위기를 위해 감수해야 하죠. 빨간색 30분 카운터 바늘을 잘 보면 뒤쪽으로 어두운 회색의 두 번째 바늘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델에 숨겨진(?) 기믹이라고 할까, 재미있는 부분인데요.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시켜 10분 카운트 다운이 가능하도록 만든 바늘입니다. 30분 카운터의 15분부터 25분까지를 10에서 0을 함께 표시를 해, 회색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로 카운트 다운을 가능하게 했죠. 카운트 다운 기능이 뭔가 R18 이트론 쿼트로와 연관이 있을까 했는데 딱히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네요. 대신 크로노그래프 이외에도 카운트 다운을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할 듯 합니다. 리니어 초침은 알틱스 GT 크로노그래프 처음으로 사용한 기능으로 기억하는데요. 회전디스크가 빨간색 바처럼 보이는 기법을 이용해 초를 알리게 됩니다. 구조적인 변경 없이도 재미있는 표시를 가능케 하죠.
베이스 모델을 알틱스 GT에서 가지고 온 듯, 테두리를 두른 야광 아라빅 인덱스와 바늘 모양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늘과 야광 역시 올 블랙 모델의 기본에 충실한데요. 검정색 야광은 색을 입히지 않은 보통의 야광에 비해 발광력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 모델은 상당한 발광력을 자랑합니다.
케이스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티타늄에 블랙 DLC처리를 했으며, 건메탈이라고 부르는 색상에 가깝습니다. 베젤은 타이머 스케일(Timer Scale)를 음각한 세라믹인데요. 케이스에 비해 약간 광택이 돌지만 케이스에 잘 녹아 들어 있습니다. 30초 단위로 된 음각은 깊이가 크게 깊지 않지만 또렷합니다. (물론 음각 후 어두운 회색을 넣는 처리가 뒤따르긴 했습니다만) 12시 방향에는 빨간색 두 개의 도트가 들어가 있는데요. 스티어링 휠의 센터를 찾기 표시를 재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베젤은 양쪽으로 회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용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군요. 아마 시침이 두 개의 도트 사이에 일치하도록 해 눈금을 읽어 60분 카운터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케이스는 다소 두터운 편입니다. 크라운과 푸시 버튼이 달린 오른쪽 측면에서는 크라운, 푸시 버튼의 큰 지름에 의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케이스 왼쪽에서는 두께가 감지됩니다. 이렇게 측면에서 봤을 때 재미있는 부분은 러그의 디자인입니다. 베젤의 하단 보다 러그가 높게 솟아있죠. 이것은 의도적인 디자인이며 멀티 피스 케이스로 구현한 부분입니다. 크라운과 푸시 버튼은 케이스와 달리 스테인리스 스틸에 표면 처리를 했으며 광택이 도드라집니다. 44mm 지름이지만 올 블랙이라 실제로는 그보다 작아 보입니다. 또한 무게도 티타늄의 특성 덕에 보기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778이며 베이스 무브먼트는 셀리타의 SW 500입니다. SW 500의 모태는 ETA의 칼리버 7750이죠. 칼리버 778은 12분 카운터의 삭제를 비롯 리니어 방식 초침을 지니는 수정을 거쳤습니다. 스크류 다운 크라운을 풀면 포지션 0, 한 칸 당겨 포지션 1, 한 칸 더 당겨 포지션 2입니다. 포지션 0에서 수동 와인딩을 하게 됩니다. 크라운의 지름이 커서 수월하게 와인딩 할 수 있으며, 아주 매끄러운 회전질감은 아니지만 무리 없이 와인딩 할 수 있습니다. 포지션 1에서는 날짜와 요일의 변경이 가능합니다.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날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요일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마지막 포지션 2는 시간 조정을 하며 바늘의 반응은 크라운을 돌리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즉답성입니다. 크라운을 포지션 2까지 당기게 되면 케이스에서 꽤 멀리까지 크라운이 돌출되는데요. 이 때 행여 충격을 받으면 손상을 입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간격입니다. 2시 방향의 스타트/스톱 버튼을 누르면 약간 딱딱한 느낌이 전해지지만 무난하게 크로노그래프가 스타트 합니다. 스톱을 위해 다시 누르면 푸시 버튼의 스트로크가 줄어들고 푸시 버튼의 작동 압력이 약해집니다. 캠 방식의 태생적 약점이긴 하나 이제 방식의 다름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리셋 버튼 역시 누를 때의 촉감은 약간 딱딱하나 조작성은 무난합니다.
케이스 백은 R18 이트론 쿼트로가 그려진 솔리드 백입니다. 오리스 특유의 빨간색 로터를 볼 수 없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R18 이트론 쿼트로의 실루엣이 이를 상쇄할 만큼 멋지네요. 케이스 백 역시 크라운과 같은 스크류 다운 방식을 사용했고 100m 방수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랩은 여러 개의 홀을 뚫어 통풍성을 꾀한 레이싱 타입입니다. 모델의 성격에 잘 어울리죠. 케이스와 같은 검정색 스트랩에 어두운 회색의 스티치를 넣었고, 스트랩 안쪽은 세무로 미끌어짐을 줄이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버클은 버튼을 눌러 풀 수 있는 원터치 방식 디-버클입니다.
아무래도 아우디 스포츠와 협업에 초점을 맞춘 레이싱 팬과 아우디 팬을 위한 모델이라는 성격이 강합니다만, 이를 위해 충실하게 모아 놓은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로서의 요소도 충분합니다. R18 이트론 쿼트로이 없는 시스루 백으로 바꿔 레귤러 에디션으로 내놓아도 충분히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로서 매력적이라는 의미가 되겠죠. 여기에 10분 카운트다운, 리니어 초침 같은 구조적 변경을 거치지 않고 구현한 기믹 같은 기능들은 오리스의 위트를 잘 드러냅니다. 이는 유쾌한 요소이면서 오리스라는 브랜드가 가지고자 하는 스스로의 포지셔닝을 동시에 드러내는 부분인데요. 왜 오리스가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를 지닐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할 것 입니다.
촬영 : Picus_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