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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더(Welder) 라는 시계에 대해서 들어보신 분이 계신가요? 저는 이 시계 브랜드가 눈에 들어온지 꽤 되었습니다. 워낙 생긴 것이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지나가면서도 어? 이건 뭔가? 하고 들어가서 몇번 들여다 본 적이 있었거든요.
한번 보면, 기억에 남을만한, 강렬한 인상을 가진 시계입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웰더는 since 2075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시계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강조하며 전통과 역사의 유산을 이야기하는데 반해, 웰더는 자신들의 디자인이 미래에서 현재로 온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도리어 Since 2075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웰더는 신생 브랜드입니다. 그러므로 실제 설립연도를 적어봤자 마케팅 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특이한 표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보는 것일 수 있죠. 재미있는 카피입니다만, 그것보다는 제게는 시계의 디자인 자체가 더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브랜드 이름 역시, 사람들간의 감정을 "용접"하고, 시공간을 "용접"하고, 미래와 현재를 "용접"하고, 우리와 현재의 번영을 "용접"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시계가 주는 디자인과 스팀펑크스러운 분위기하고도 잘 조화를 이루는듯 합니다.
그리고 이 웰더 시계를 보시면 아마 다른 꽤 익숙한 시계 디자인이 떠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꽤 큰 사이즈의 시계와 큼지막한 인덱스와 다이얼, 그리고 왼손잡이용 용두를 가진 시계요.
바로 큼지막한 유보트(U-Boat) 시계인데요,
이걸 연상하셨다면, 올바르게 연상하신 것이 맞습니다.
왜냐햐면 웰더의 설립자가 바로 U-Boat 시계의 설립자이기 때문입니다.
Italo Fontana, Founder
U-boat 시계의 설립자 이딸로 폰타나(Italo Fontana)의 할아버지, 일보 폰타나(Ilvo Fontana)는 1942년 이탈리아 해군으로부터, 해군 함장들이 빛이 극히 드물 때에도 시간을 잘 볼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보 폰타나의 상황과 기술로는 그 주문에 걸맞는 시계를 만들 수가 없었고, 그 디자인만 남아있었죠. 이탈로 폰타나는 일보의 손자입니다. 그리고 그가 남겨진 디자인을 이어 받아서 2000년에 U-Boat 시계를 출시했습니다.
1942년에 일보 폰타나가 그린 디자인이 왼손잡이용 시계처럼 용두가 왼쪽에 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U-Boat 시계들은, 그리고 모든 Welder 시계들은 용두가 왼쪽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계 용두 위치와 반대이기 때문에, 거대한 크기 이외에도, 특이한 시계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렇게 큰 (케이스 지름은 45, 48, 53mm) 시계의 용두가 왼쪽에 있다는 것은, 착용자의 손등에 용두가 찍힐 일 없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잇점이 있었습니다.
U-Boat를 착용한 스텔론. 아마도 53mm 사이즈 U-Boat 같습니다만, 그의 손목에선 정상크기의 시계같네요...
초반에는 미요타 쿼츠 무브먼트가 사용되었지만, 나중에는 벨쥬 기계식 무브먼트들을 사용하게 되었고, 처음부터 대량생산이 아닌 소량 한정생산으로 나간 U-Boat는 시계업계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판매로 성공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인기를 얻어서 많은 헐리우드 스타들도 착용하게 되었고 또 그것이 더 많은 인기를 낳아서..
2009년 부터는 U-boat가 바젤월드에도 초청받아 부스를 여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스에는 Welder도 같이 있었죠.
기계식 무브먼트도 사용하는 U-boat와 다르게, 웰더는 아직까지는 쿼츠 무브먼트만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U-Boat의 특징적인 디자인, 커다랗고 두껍고, 존재감 강하며, 인상적인 시계의 모습은 웰더에서도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Welder의 대표적인 시계 라인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약간은 특이한 모양의 K-29 시리즈입니다.
듀얼타임존을 벗어나 트리플 타임존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그 세 개를 모두 한 다이얼 안에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트리플 타임존이라고? 그럼 무브먼트를 3개 쓰면 되지 뭐."
첫번째 메인 타임존에는 데이트와 크로노그래프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왼쪽 용두를 위해서 다이얼의 왼쪽에 위치하고 있고요.
그리고 반대쪽에는 2번째와 3번째 타임존의 무브먼트가 들어가 있고, 그 시간들을 조절할 수 있는 용두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무브먼트가 3개가 들어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지만, 케이스의 사이즈가 매우 커집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어 그냥 조금 오버사이즈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면 굉장히 압도적인 사이즈입니다.
다이얼과 스트랩까지 위장무늬가 적용된 재미있는 컨셉의 시계입니다만, 절대적인 크기로 인해 실제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상당히 제한적일것 같습니다.
다음은 K24 카본 시리즈 시계입니다. 사각형의 케이스 모양이 상당히 인상적인 시계입니다.
이 시계에서 아주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케이스의 뒷면이 이렇게 오목하게 처리되어 착용감을 높이는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사각형 케이스의 독특함과 그를 감싸고 있는 용두와 크로노버튼의 디자인 자체가 참 매력적입니다.
웰더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인, 2,4,6,10 등의 큼지막한 인덱스 디자인도 역시 잘 보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각형 시계는 생각보다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 반면, 아까의 트리플 타임존 시계를 본 뒤여서 그러는지, 이 사각형 시계는 오히려 살짝 작아보이는 느낌까지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와 같은 손목 둘레(16.5cm)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정도 크기의 시계는 캐주얼하게 착용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웰더시계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에서도 보이겠지만, 웰더 시계는 케이스나 다이얼의 마감이 극한까지 세공되어 있는 그런 고급 시계는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강렬한 디자인과 크기가 강한 존재감을 어필하는, 그래서 착용자의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는 패션 시계지요.
그리고 이 K24 사각형 시계의 경우, 그러한 패션 시계 본연의 목적에 잘 맞는 크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웰더는 그러나 크기와 디자인만 가지고 어필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이렇게 강렬한 색 조합을 사용해서 더욱 강한 이미지를 내보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용두 디자인으로 유명한 그래햄 런던(Graham London)과도 비교될만한 용두와 크로노버튼 디자인입니다.
또한 스트랩에서도 고무와 금속부분을 함께 사용한 점들도 재미있습니다.
착용 크기는 이 정도입니다.
또한 오히려 색깔을 없앰으로써 더 화려한 시계도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다이얼 혹은 케이스 뒤에도 어떠한 무브먼트가 들어갔는지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 일본제 미요타 쿼츠 무브먼트이지만요.
하지만 그러한 글씨보다는 입체적인 다이얼 디자인과 역시나 강한 색의 시계가 무척이나 강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거대한 용두이지만 왼쪽이기 때문에 왼손목에 착용해도 손등을 누르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고요.
이런 하얀 시계에도 역시 심심하지 않게 금속과 러버밴드를 같이 사용했습니다.
이 하얀색의 K24 시계는 아니지만, 꽤 많은 수의 웰더시계들은 고무 스트랩과 더불어 가죽 스트랩을 추가 제공하는 시계들도 있습니다.
시계 케이스는 마치 용접공의 가방마냥 보이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집니다.
상당히 크고 두꺼운 케이스이긴 하지만, 캐주얼에서 포인트를 주기 위한 선택으로는 적절한 크기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어두운 옷과 매칭되니 강한 색 대비를 보여주네요.
시간을 용접하는 용접공의 시계, 웰더 시계들입니다.
여기에 나온 시계들 말고도 굉장히 다양한 모양과 컨셉의 시계들이 많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공식 웹사이트 (--> http://www.welder.it/) 를 살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가격은 패션시계치고는 꽤 높은 편입니다만, 웰더만의 독특함을 찾으시는 분들께는 대안이 없는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진 2nd Round Studio 김두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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