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위스 시리우스 레트로그레이드 데이
2014년 바젤월드를 전후로 크로노스위스는 대대적으로 라인업을 정리했는데, 드레스 워치 라인의 시리우스 컬렉션과 스포츠 워치 라인의 타임마스터 컬렉션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기존의 레귤레이터, 카이로스, 오푸스, 아티스트 컬렉션 등이 모두 시리우스 컬렉션으로 통합되어 시리우스 컬렉션은 24모델을 보유한 방대한 규모의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통합된 시리우스 컬렉션의 특징은 폴리쉬 베젤에 사이드에만 코인 엣지 베젤을 적용시킨 세미 플러티드(Semi-fluted) 베젤의 40mm 신형 케이스를 기본으로 기존의 컬렉션들이 가졌던 아이코닉한 특징들은 다이얼을 통해 차별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구 시리우스 라인의 심플한 다이얼과 풀잎형 핸즈, 구 카이로스 라인의 길로쉐 다이얼과 브레게 로상즈(losange : 마름모꼴) 핸즈 처럼 이제는 같은 시리우스 컬렉션이지만 다른 계보를 가졌던 모델임을 구분케 합니다.
그런 점에서 2014년 바젤월드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시리우스 레트로그레이드 데이(Sirius Retrograde Day)'는 오리지널 시리우스 라인의 계보를 잇는 신제품이라 보면 될 듯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제품 이름에도 나오듯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의 요일 지침 방식입니다. 그리고 빅데이트 날짜창으로 편의성을 더했습니다.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은 크로노스위스에 익숙한 기능일텐데, 델피스, 크로노그래프 레트로그레이드(구 밸런스) 등에서 다양한 방식의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적용해왔습니다.
또한 독특하게 다이얼 컬러를 다크 그레이와 테라코타(terracotta) 두 버전만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리우스의 보편적인 아이보리, 블랙 다이얼과 비교해보면 매우 특별한 차별성을 부여한 느낌입니다. 케이스는 로즈 골드 및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모델이 출시되었고 케이스 컬러에 따라 골드 도금 인덱스/핸즈 및 로듐 도금 인덱스/핸즈를 적용했습니다.
< 시리우스 레트로그레이드 데이 모델의 라인업 >
오늘은 그중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다크 그레이 다이얼을 가진 CH-8123-DS 모델의 리뷰를 통해 레트로그레이드 데이의 세세한 모습을 살펴볼까 합니다.
같은 빅데이트 기능을 가졌다는 이유로 지난해 선보인 시리우스 빅데이트(구 카이로데이트)와 비교하게 됩니다. 시리우스 빅데이트 역시 리뷰를 진행했기 때문에 두 모델의 비교를 통해 레트로그레이드 데이의 특징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시리우스 빅데이트(카이로데이트) 리뷰
https://www.timeforum.co.kr/9376721
케이스는 직경 40mm, 두께 10.12mm로 드레스 워치의 규격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세미 플러티드 베젤 외에 양파 크라운, 긴 러그와 양쪽 나사로 스트랩을 탈착하는 방식은 신형 케이스의 특징입니다. 평면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무반사 코팅으로 훌륭한 시인성을 보장하며 케이스백 역시 시스루 타입으로 탑재된 무브먼트를 볼 수 있습니다. 방수는 30m 생활방수입니다.
다크 그레이의 에그쉘 질감을 가진 다이얼은 모던한 아플리케 바 인덱스와 풀잎형 핸즈로 미닛 인덱스를 샹략한 심플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덱스와 핸즈는 로듐 도금으로 고광택을 자랑하는데, 다크 그레이 다이얼과 매치되어 마치 도시남자의 시크한 매력을 연상시킵니다. 12시 방향의 빅데이트 날짜창과 6시 방향의 레트로그레이이드 데이는 훌륭한 다이얼 밸런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재미있는 기능성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크로노스위스에서 이번 제품을 내놓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로고와 엠블럼의 배치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보통 로고와 엠블럼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반면, 레트로그레이드 데이에는 따로따로 배치했습니다. 로고타이프는 빅데이트 윈도우 위에 약간의 아치 효과를 주었고, 엠블럼은 부채꼴의 레트로그레이드 데이 창 안쪽에 들어갔습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디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인 빅데이트 날짜창과 레트로그레이드 데이 기능을 위해 탑재된 무브먼트는 크로노스위스의 칼리버 C. 286 오토매틱 무브먼트입니다. 시스루백을 통해 보여지는 무브먼트의 모습은 ETA 2892로 ETA 2892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모듈추가 방식의 수정을 한 무브먼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리우스 빅데이트와 비교해보면, 역시 ETA 2892를 베이스로 모듈추가 방식의 수정을 빅데이트 기능을 가졌다는 점이 동일합니다. 시리우스 빅데이트의 경우 라 쥬 페레의 수정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는데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는 어느 모듈을 탑재했는지 확실한 정보가 없습니다. 거의 비슷한 기능의 무브먼트를 탑재한 다른 브랜드의 모델이 있는 것으로 봐서 라 쥬 페레나 듀보아 데프라 같은 2차 수정업체의 모듈을 탑재한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크로노스위스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대답을 얻을 수는 없었는데, 이런 2차업체의 모듈을 탑재하는 방식의 수직적 분업화는 스위스 워치메이킹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 아님에도 자사의 칼리버 넘버를 붙이고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는 일이 많아지는 듯 해 아쉽습니다.
모듈 때문인지 무브먼트의 지름은 30 mm (13 ¼ 리뉴)로 베이스 무브먼트에 비해 커졌고 두께는 5,20 mm 입니다. 스켈레나이즈드 로터, 페를라쥬, 코트 드 제네바 문양 등으로 멋을 냈습니다. 기본적인 성능은 ETA 2892와 거의 동일합니다. 4 Hz (28,800 A/h), 42시간 파워리저브, 22석입니다. 조작은 0단 태엽감기, 1단 날짜창 및 요일 조정, 2단 시간조정의 기능을 가집니다.
빅데이트 날짜창의 방향은 시리우스 빅데이트와 조금 틀린데, 시리우스 빅데이트는 한장의 큰 원형 디스크와 십자형 디스크가 상하로 배치되어 날짜창의 진행 방향이 같으며 좀 더 터프하게 변경됩니다. 이에 비해 레트로그레이드 데이의 빅데이트 날짜창은 두개의 디스크가 수평으로 배치되어 있고 부드럽게 변경된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자세히 보면 날짜창의 위치 역시 시리우스 빅데이트의 날짜창이 좀 더 위로 배치되어 있고 레트로그레이드 데이의 날짜창을 중심부쪽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레트로그레이드 데이의 날짜창 위치와 진행방향 >
< 시리우스 빅데이트의 날짜창 위치와 진행방향 >
스트랩은 블랙 루이지아나 크로크다일 악어가죽 스트랩에 핀 버클이 기본 제공됩니다. 클래식한 감성에 고급스러움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착용샷입니다. 40mm의 사이즈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시리우스의 신형 케이스는 착용감이 매우 뛰어납니다. 양파 크라운 역시 손등에 긁는 일도 없습니다. 인체공학적으로 매우 잘 된 디자인이라 하겠습니다. 느낌은 분명 드레스 워치임에도 전통적인 스타일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그래서 다른 시계와 차별화되는 독특함. 물론 이것이 크로노스위스의 시계들이 가진 매력입니다.
시리우스 레트로그레이드 데이 역시 바로 1년전 선보였던 시리우스 빅데이트처럼 타임마스터 버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타임마스트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는 같은 칼리버 C. 286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44mm 케이스에 100m 방수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은 시계애호가 입장에서는 분명한 편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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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이 참 매력적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