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독립 시계제작자 피터 스피크-마린(Peter Speake-Marin)이
2000년에 스위스 제네바와 로잔 인접의 한 작은 마을에 아뜰리에를 오픈하며 설립한 브랜드가 바로 오늘 소개할 스피크-마린입니다.
한 3년 전 스피릿 파이오니어(Spirit Pioneer)를 시작으로,
ETA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수정한 엔트리 레벨 컬렉션인 스피릿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빅 데이트와 파워리저브 표시 기능을 접목한 스피릿 윙 커맨더(Spirit Wing Commander, 위 첨부사진 참조)와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스피릿 씨파이어(Spirit Seafire) 모델을 각각 선보이고 있습니다.
- 피터 스피크-마린은 1985년 영국 런던의 한 기술대학에서 워치메이킹을 처음 공부한 뒤,
우리 포럼 회원이신 권오현 씨께서도 공부하고 계신 전통 깊은 워치메이킹 스쿨인 WOSTEP을 졸업하고,
1996년 영국에서 아예 스위스로 거주지를 옮긴 뒤 투르비용 포켓워치를 제작하며 독립 시계제작자로서 차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무렵 컴플리케이션 공방인 르노&파피(Renaud & Papi, 현 오데마피게 르노&파피)에서도 근무하고, 피아제에서도 잠깐 경력을 쌓은 적이 있으며,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첫 손목시계로 피카딜리(Piccadilly)를 발표, 2006년에는 해리 윈스턴의 Premier Excenter Tourbillon 제작 작업을 주도,
2008년에는 해리 윈스턴 오퍼스 4로도 유명한 크리스토프 클라레(Christophe Claret)와 Maîtres du Temps라는 독립 시계제작자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브랜드를 통해
챕터 원(Chapter One)을 완성하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대선배인 다니엘 로스(Daniel Roth)와 함께 챕터 투(Chapter Two)라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제작했습니다.
- 2008년 피터 스피크-마린과 크리스토프 클라레가 공동작업으로 완성한 매트레 뒤땅(Maîtres du Temps)의 챕터 원(Chapter One).
기본 시각 외에 요일, 모노 푸셔 칼럼휠 크로노그래프,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 GMT, 문페이즈, 투르비용까지 상당한 공이 들어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였습니다.
- 그리고 2012년에는 스켈레톤 처리한 오픈워크 다이얼로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투르비용에 미닛 리피터 기능까지 더한,
또 용의 해를 기념해 플레이트에 화려하게 용의 형상을 핸드 인그레이빙한 유니크 피스 르네상스(Renaissance)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2012년 말에는 탄성이란 뜻의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발표해
다기능 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고상한 심플워치 제조에도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피터 스피크-마린을 보면 조금은 다른 예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존하는 가장 성공한 독립 시계제작자인 프랭크 뮬러(Franck Muller)의 행보도 오버랩되곤 합니다.
프랭크 뮬러 역시 애초 컴플리케이션 제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지만, 이후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중적인 베이스 컬렉션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이를 두고 천재적인 능력의 낭비라는 의견과 브랜드를 크게 키우려면 인기 있는 엔트리 컬렉션이 풍성해져야 한다는 옹호의 의견이 매니아들 사이서도 갈리곤 했습니다.
다시 올해의 신제품 스피릿 윙 커맨더(Spirit Wing Commander)로 화제를 돌리면,
지난해 스피릿 마크 2와 마크 2 DLC 시리즈 때도 느꼈지만, 스피크-마린이 엔트리 컬렉션의 가닥을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실하게 잡은 게 느껴집니다.
일단 디자인적으로도 그렇고 컬렉션의 베리에이션도 그렇고 스피릿 시리즈가 적어도 일부 시계애호가들 사이서는 나름 각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피릿 윙 커맨더는 지름 42mm의 전체 5등급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고,
흥미롭게도 케이스백과 케이스 측면을 제외한 나머지를 하이 폴리시드 처리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Grade 5 티타늄을 폴리싱 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지요...
그리고 3D 릴리프 & 인서트 인투 다이얼(Relief and Inset into dial)이라고,
수퍼루미노바를 층층이 채워 올린 각 도트 & 로만 인덱스와 다이얼 외곽 눈금을 다이얼 위로 올라오게 양각으로 제작하고,
브랜드명과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부분은 흡사 파네라이의 샌드위치 구조처럼 안에 루미노바를 채운 다이얼을 겹치는 식으로 디테일의 차등을 준 점도 눈길을 끕니다.
9시 방향의 아르누보풍 모티프는 빈티지 워치메이킹툴 중 하나인 토핑 툴(Topping tool)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스피크-마린의 브랜드 심볼이기도 합니다.
이 Topping tool 모티프는 그냥 장식이 아닌 초침으로서 시계가 작동하면 함께 천천히 회전합니다.
시간당 진동수 4헤르츠, 48시간 파워리저브를 갖는 오토매틱 칼리버 1024SPM를 탑재하고 있구요.
(순수한 인하우스 설계인지 아니면 ETA나 타사 베이스인지 정확한 정보는 미공개입니다.)
다음 새 모델은 스피릿 씨파이어(Spirit Seafire)입니다. 브랜드 첫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시계이구요.
씨파이어란 모델명은 2차 세계대전 끝무렵인 1942년 등장한 영국 왕립 해군의 수송 항공기 수퍼마린 씨파이어(Supermarine Seafire)에서 착안한 것이라네요.
딱히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ㅋ 시계 자체가 일단 상당히 멋스럽게 제작된 건 부정할 수 없겠네요. 파일럿 워치 느낌도 나면서 마린 오피서 크로노도 연상케 하구요.
다이얼은 앞서 소개한 스피릿 윙 커맨더 모델과 비슷한 제조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케이스 사이즈 및 소재 역시 동일한 42mm 지름의 5등급 티타늄을 사용했습니다.
탑재된 무브먼트는 C99001-D로, 다이얼 배열이나 가격대 보시면 예상하셨겠지만, ETA/밸쥬 7750 베이스로 고급스럽게 수정했습니다.(무브먼트 사진은 없지만요...ㅎ)
- 스피크-마린의 시계는 큼지막한 특유의 하트 모양 핸즈도 컬렉션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명 ‘파운데이션(Foundation)’ 핸즈라고 명명한다네요.
스피릿 윙 커맨더, 스피릿 씨파이어 두 모델 다 방수 기능은 30m 생활방수이며, 브라운 색상의 핸드 메이드 오일레더 스트랩이 장착되었고,
"Fight, Love and Persevere(투쟁, 사랑, 그리고 인내)"라는 영국군 구호에서 연원한 스피릿 컬렉션만의 모토도 케이스백에 각인되었습니다.
스피릿 윙 커맨더 모델의 현 공시된 대략적인 가격이 7,500 스위스 프랑(한화로 약 900만원대 초반)이고,
스피릿 씨파이어 모델은 7,900 스위스 프랑(약 900만원대 후반) 정도의 가격이라고 하니...(단, TAX 제외)
여전히 고가임엔 틀림없지만, 그간 선보인 시계들과 비교했을 때는 훨씬 저렴한 수준이니 엔트리 모델이라 할 만합니다.
(참고로 2년 전 스틸 버전의 Serpent Calendar가 2만 프랑을 훌쩍 넘었던 점을 상기하면 확실히 가격적인 변화가 느껴집니다.ㅋ)
- 작년 초 제작된 스피크-마린 홍보용 영상도 관심 있는 분들께선 한번 보시구요.
- 기타 참조: 스피크-마린 공식 홈페이지(http://www.speake-marin.com/index.php) &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peakeM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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