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 Cartier Basculante W1011358
Cartier Basculante W1011358 까르티에라고 하면 시계 브랜드로써도 다양한 히트 모델을 가지고 있는 유수의 업체라고 할 수 있음에도 주얼리 의 전통과 그 디자인적 취향으로 인하여 정통 시계를 지향하는 포럼 등에서는 그다지 높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예 주얼리 시계로까지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현상이 모든 시계 매니아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루이 까르티에는 꽤 억울할 것입니다. 다행이도 대개의 시계 매니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시계를 잘 모르는 분들은 예물 시계의 대명사로써의 까르티에의 이미지를 떠올려 그렇게 주얼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제가 그랬었기 때문인데 저도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롤렉스는 역사와 전통의 고급 시계, 오메가는 롤렉스보다 약간 떨어지는 고급 시계, 호야(태그 호이어)는 스포티한 젊은이들의 시계, 깔체(까르티에)는 시계는 별론데 샤방샤방한 주얼리 시계로 인식하였습니다. 지금이야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명동에도 좌판 깔아놓고 페이크 시계파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보통 메뉴가 롤렉스는 데이트 져스트, 태그 호이어는 링크 정도인데 비해 까르티에는 탱크, 산토스, 파샤, 등등 꽤 다양한 모델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러한 선입견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까르티에가 무브먼트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구찌, 샤넬 등의 시계들과 동격으로 보아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을 훨씬 후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가 되었던 것은 예거의 리베르소인데 그에 관런하여 살피다보니 리베르소말고도 뒤집어지는 시계들이 꽤 많더군요. 과거에는 지적재산권 개념도 희박했고 그에 관한 국제법도 없었는지는 몰라도 해밀턴을 비롯하여 여러 업체에서 리버서블 시계들을 많이 만들었더군요. 심지어는 까르티에에도 빈티지 모델이기는 하지만 리베르소와 같은 방식의 탱크 시리즈가 존재합니다. 예거의 경우에는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는 전설로 남아 리베르소가 된 반면 기타 메이커들은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까르티에의 바스큘란트인데 첫 등장은 30년대라고 합니다만 그 뒤 오랜 시간 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2000년 즈음해서 리프로덕트가 되어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약 3년 정도 경과한 후에 단종되었지만 아직도 이베이는 물론 각종 중고 사이트 - 심지어 국내의 옥션 - 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바스큘란트는 프랑스어로 영어로는 tilting 에 해당되며 기울어진, 매달려 있다는 등의 의미를 가지는데 이 시계의 특성을 잘 표현한 의미입니다. 물론 이 시계도 기본적으로는 리베르소처럼 뒤집어진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이지만 리베르소는 이름 그대로 뒤집힌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반면 바스큘란트는 각도를 바꾼다는 것에 중점을 둔 것입니다. 또한 용도 자체도 리베르소는 시계를 보호하기 위한 기능으로부터 시작한 것인데 비해 바스큘란트는 여행용 소형 탁상 시계가 그 모티브이므로 형태는 비슷해도 출발은 다릅니다. 그러므로 회전 방식의 차이도 그렇지만 그 구조를 보아도 예거의 리베르소와 까르티에의 탱크 바스큘란트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바스큘란트는 회전식 몸통을 가졌다는 기능적인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틀은 까르티에의 플랙쉽 라인인 탱크입니다. 탱크 시리즈의 바디는 롤렉스로 치면 오이스터 케이스라고 할 만큼 척 보기만 해도 까르티에 제품이라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디자인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역사도 매우 깊은 편입니다. 탱크에도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일단 까르티에 탱크라고 하면 사각형의 바디에 보석이 붙어있는 원추형 크라운과 캐터필러를 연상케 하는 브레이슬릿이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죽 스트랩 제품들도 많기 때문에 이들까지 포함시키면 조금 더 범위가 넓어질 것입니다.
바스큘란트는 그 기능으로 인한 특성 때문에 그 형태가 일반적인 탱크 시리즈와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흔적이 보이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고 해도 역시 까르티에의 탱크라고 인정할 것입니다. 횡으로 뒤집어지는 리베르소는 구조상 일반적인 시계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바스큘란트는 종으로 뒤집어지는 구조이며 더구나 리베르소와 달리 바디가 가동 프레임에 매달린 구조이므로 크라운이 12시에 오게 됩니다. 이러하 구조로 인하여 바스큘란트는 완벽한 좌우 대칭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크라운이 12시에 오는 시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대체로 회중시계를 계승했거나 특수한 목적이 반영된 것이며 대개는 빅사이즈 시계들이 많으며 소형으로써 좌우대칭 구조를 가지는 시계들은 바스큘란트를 비롯하여 소수에 불과합니다.
다이얼은 길로쉐 처리가 되어 있으며 핸즈는 스페이드 타입, 7시의 CARTIER 문자는 탱크의 기본적인 양식과 동일합니다. 무브먼트는 까르티에 캘리버 060을 사용합니다만 이 무브먼트는 프레드릭 피게의 캘리버 6.10과 동일하지만 프레드릭 피게의 흔적은 없다고 합니다.(타임존의 리뷰 참조, 본 게시판에도 번역본이 올라와 있습니다) 어쨌든 해당 무브먼트는 21석의 2.1mm 두께의 꽤 얇은 무브먼트로 리베르소의 기초 무브먼트인 846보다 더 세련된 것이라고 합니다만 구조나 정교함은 어떨지 몰라도 제가 사용해 본 바로는 리베르소의 정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봅니다.(일오차의 폭이 다소 큽니다.)
이 무브먼트를 채용함으로써 전체 두께가 불과 6mm 의 울트라 씬 모델이 되었는데 특히 본체만을 보면 5mm 에 불과한 정교한 기술력이 돋보입니다.
바스큘란트 모델도 다른 탱크 라인처럼 무브먼트에 따라 수동, 쿼츠 모델이 있고 사이즈에 따라 라지와 미디엄이 존재하며 다이얼도 로만 스타일과 아라빅 스타일이 있습니다. 대체로 수동 모델이 쿼츠 모델보다 큰 편인데 라지 모델 중에도 날짜와 서브 세컨드가 있는 쿼츠 모델이 있으므로 그 체계가 조금 복잡한 편이기는 합니다.
얼핏 보면 두 모델은 비슷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왼쪽은 라지 사이즈의 수동 모델이며 오른쪽은 미디엄 사이즈의 쿼츠 모델입니다. 라지 모델의 폭은 25.5mm 이며 미디엄 모델은 23mm 으로 수치상으로나 사진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실물을 불과 1mm의 폭으로도 큰 차이를 느끼게 해 줍니다.
위와 같은 각도에서 보면 두 제품간의 크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케이스백을 보면 기계식은 mecanique 라는 각인이 있는 반면 쿼츠는 그러한 각인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바스큘란트의 가장 큰 특징인 뒤집기에 대해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시계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 사진처럼 바스큘란트는 러그가 있는 케이스백에 90도로 세울 수 있는 프레임이 있으며 그 안에 회전체인 본체가 결합된 구조입니다. 무브먼트 자체가 복잡하고 정교한 제품들은 당연히 존재합니다만 외관상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시계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시계의 구조는 미디엄 사이즈도 동일한데 그 크기가 23mm X 38mm 에 불과하다는 것이므로 그 디테일한 정교함이 매우 뛰어납니다.
예거의 리베르소는 본체의 전면을 뒤로 숨겨 외부 충격으로부터 시계를 보호하는 것이 뒤집기의 주목적입니다만 바스큘란트는 뒤집어서 시계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지만 책상, 침대 곁의 협탁에 시계의 본체를 세워 미니 탁상용 시계로 사용하고자 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계의 본체를 세울 때 90도로 세우는 쪽이 쉽게 상상이 됩니다만 위 사진처럼 프레임은 비스듬하고 본체만을 수직올 세워 보다 안정감을 꾀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 프레임은 본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본체는 프레임의 중간 부분에 고정되어 360도 회전을 하는데 이는 뒤집기를 위한 것입니다. 즉 리베르소는 단순히 뒤집는 것이 그 목적이므로 별도의 프레임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수직 고정과 회전 모두를 배려한 바스큘란트로써는 다소 복잡한 방식이지만 프레임을 사용한 것입니다.
무브먼트가 탑재된 본체는 상판이 하판을 덮는 구조이며 상단과 하단에 각각 2개의 나사, 총 4개의 나사로 고정되며 상단의 중앙에는 크라운이 하단의 중앙에는 프레임 고정용의 볼베어링이 들어 있습니다.
이 볼베어링은 본체가 프레임에 고정될 때 찰칵하는 느낌을 주며 리베르소에도 같은 장치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프레임과 케이스는 별도의 고정 장치가 없으며 위 사진의 상단에 보이는 케이스 바닥의 홈 부분 바로 위의 걸림쇠에 본체가 물려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일종의 판스프링이므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피로가 누적되어 점차 그 물림이 느슨해져 고정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바스큘란트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갑자기 손목을 휘두르는 경우에는 본체가 뒤집혀져 있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본체의 뒷면에는 아무런 각인이 없습니다만 한정판 모델의 경우에는 연도가 각인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간 제가 착용했던 시계들과 비교해 보면 까르티에의 바스큘란트는 이전까지의 제 시계관을 완전히 뒤집는 것입니다만 어떻게 보면 이로 인하여 시계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들이 많이 줄었고 시계를 보는 안목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 계기가 된 것은 예거의 리베르소입니다만 까르티에의 바스큘란트는 제가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쥬얼리의 시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주었습니다. 까르티에 시계를 주얼리로 싸잡아 말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겠지만 출발이야 어떻든 그러한 이미지나 선입견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관념들은 과거 스포츠 워치나 카시오 등과 같은 디지털 시계를 접할 때도 느꼈던 것이기도 합니다. 제 스스로 시계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나름대로 자료를 뒤져 보기도 하고 실물을 접하기도 하면서 점차 눈이 높아지고 비싸고 좋은 것을 더 높게 평가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에 따라 주얼리 시계, 디지털 시계, 스포츠 워치 등은 일단 진정한 시계에서 접어 두었죠. 또 한걸음 더 나아가 무브먼트를 만드는 메이커냐 아니냐에 따른 구분을 짓기도 했었습니다만 그러한 경향이 점차 바뀌어 이제는 과거보다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분명히 선호하는 하이엔드 시게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과거와는 다른 이유로 바뀌었습니다. 어쨌든 까르티에의 바스큘란트는 시계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일단 기능성으로 보자면 바스큘란트가 여행용 탁상 시계를 테마로 했다고는 하나 뒤집기 시계의 대명사인 예거의 리베르소에 비하면 완성도가 확실히 떨어집니다. 타임존의 리뷰를 보면 리베르소에 못지 않다고 하지만 양자를 모두 사용해 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확실히 리베르소가 더 뛰어난 기계이다라는 것입니다. 타임존의 리뷰는 더 적은 부품과 간략한 구조임에도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기에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두 제품은 태생이 다른 제품이므로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구조적으로 보더라도 본체가 슬라이드식으로 뒤집어지는 리베르소의 그것이 프레임과 본체, 케이스의 3단 구조인 바스큘란트보다 낫습니다. 또한 리베르소는 자동 모델도 있습니다만 일오차면에서도 리베르스가 더 낫습니다. 그리고 세부의 마무리나 면다듬기도 리베르소가 더 낫습니다. 바스큘란트의 가공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기는 합니다만 리베르소에 비하면 다소 거친 맛이 있습니다. 기능성으로 보아도 역시 리베르소가 우위에 있다는 것은 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리베르소 못지 않게 바스큘란트에 끌리는 것은 멋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리베르소에는 리베르소의 멋이 있으므로 이것은 절대적인 비교라고는 볼 수 없는데 리베르소의 멋이 강건하면서도 엘레강스하다면 바스큘란트를 비롯한 탱크의 멋은 절제와 부드러움에 있다고 봅니다. 실제 탱크는 1차 대전 당시의 신병기였던 탱크를 모티브로 만든 것입니다만 주얼리 메이커였던 까르티에의 손을 거치면서 무지막지한 살인 기계가 하나의 아트로 변했고 그 컨셉은 지급도 이어지고 있으며 바스큘란트는 여기에 다시 옛 전통을 입혀 부활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에 타임존의 바스큘란트 리뷰를 보면 부제가 Form follows form 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타임포럼의 번역글에는 이를 구조는 형상을 따른다라고 했는데 저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일단 외국어 번역의 경우에 있어 당연한 것이지만 폼 자체에 그러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나름대로 이를 의역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이것이 특정한 경구라면 더욱 이해하기 쉽게 번역되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중적인 리뷰에 특별히 어려운 말을 쓸 필요가 없는데 전체적인 리뷰의 원문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번역하신 분도 나름대로 고심 끝에 그러한 결론을 내리신 것이겠지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야 할 것입니다. "형태는 형태를 답습한다." 어떻게 보면 베낀다는 의미로도 들릴 수 잇겠지만 이 의미는 시대에 맞추어 적응하고 변화는 있으되 어디까지나 기본틀 안에서라는 의미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원래 이 말은 Form follows function에서 나온 말로 산업디자인쪽에서는 유명한 말입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라고 번역하는 이 말은 현대 디자인 - 산업 디자인 - 의 근간을 이루는 말입니다. 과거에는 메이커라는 것이 주로 소규모 공방이나 가내 수공업 정도였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장인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만 산업 혁명을 거치고 대량생산 체계로 바뀌면서 디자이너 개념이 생겨 분업화되었고 예술보다는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산업 디자인은 기능에 따라 형태가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고 대개의 손목 시계들도 그러한 사상에서 제작됩니다. 그러한 대표 주자들이 롤렉스의 오이스터 케이스를 사용한 서브마리너, 예거의 리베르소, 마라톤의 군용 시계, IWC의 폴투기즈, 카시오의 지샥 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공산품에도 하이엔드급이 있고 마트용이 있으므로 비록 그 형태가 기능에 의해서 결정되어진다고 해도 100 퍼센트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즉,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라는 것은 지금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디자인들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컨셉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쇼 전용의 제품들인데 이 제품들은 실용성, 기능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예술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쉽게 말씀드리면 패션쇼에 나오는 입을 수 없는 옷과 같은 것으로 실제 입을 수는 없어도 해당 디자이너가 어떠한 색깔을 가지고 있느냐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고가였던 제품들은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는 기술적인 면에서의 원칙은 지키지만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며 이를 더욱 강조하여 하나의 아이콘을 만들어 냅니다. 스위스 시계 역시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애초부터 고가였던 만큼 기능성 못지 않게 강조되는 부분이 예술성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만들어진 기능 위주의 시계들은 Form follows function 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이로써 성공을 거둔 후에 나오는 개량형 또는 신모델들은 기본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세련된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단계가 되면 제품의 기능성에 고유의 예술성, 즉 색깔이 드러나게 되며 Form follows soul 이라는 단계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기본형이 완성되면 그 이후에는 이 형태 자체가 하나의 성역이 되고 모티브가 되어 굳건하게 굳어 지며 실루엣만 보아도 어떤 회사의 제품이구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됩니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벤츠의 앞부분, BMW의 돼지코, 포르쉐의 눈탱이 등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시계로 치면 롤렉스의 오이스터 케이스, 파네라이의 쿠션형 케이스, 파텍의 칼라트라바 등등이 될 것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이미 상품은 궤도에 오른 것으로 꾸준히 찾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물론 단순히 겉모양만 멋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우리가 접하는 외형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앞서 말씀드린 Form follows function 단계를 지나 Form follows soul 단계를 거치면 Form follows form 단계가 되면 세부의 변화는 있더라도 기본틀을 유지하는 단계가 되며 다듬는 것과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그런 점에서 타임존의 리뷰어가 말한 의미는 바스큘란트는 과거의 전통에서 출발하였지만 탱크 시리즈 안에 녹아 들었다라는 것이기에 그런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봅니다. 확실히 까르티에의 탱크는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적인 존재로 현대 사각형 시계의 전범이라고 할 만하며 후대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비록 까르티에의 탱크가 없더라도 좋은 시계들은 많이 있겠지만 카르티에가 있었기에 보다 많은 시계들이 빛을 보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바스큘란트도 존재하며 비록 단종을 되었을지라도 완벽한 좌우 대칭과 복고로의 회귀가 주는 아름다움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바스큘란트 모델은 대체로 디플로이먼트 버클을 사용한 제품들이 많은데 제 경우에는 데스크 클락의 원래 용도를 살리기 위해 탱버클로 교체하였습니다.
바스큘란트가 제게 있어서 첫 까르티에는 아닙니다만 작은 사이즈의 시계는 가독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개념이 바스큘란트 - 보다 광범위하게 보면 탱크가 되겠지만 - 로 바뀌었습니다. 가로 폭이 겨우 25.5mm 인 - 미디엄 사이즈는 이보다 더 작은 23mm - 시계의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더군요. 물론 가독성이 단순히 시게의 지름과는 관계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리베르소보다는 훨씬 가독성이 뛰어난데 이로 인해 왜 여자들이 동전보다 작은 시계를 차고 다닐까라는 것도 다소 이해가 됩니다. 다만 아라비안 다이얼 버전은 이보다 가독성이 다소 떨어짐을 느낍니다. 쿼츠 모델이야 알아서 잘 갑니다만 매뉴얼 모델은 매일 밥을 줘야 하므로 다소 이질적인 크라운이 그 역할을 할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빅파보다는 불편하더라도 오메가의 스마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오토매틱만 고집하다 매뉴얼을 사용해 보니 다소 귀찮은 부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매일 내가 생명을 불어넣다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끝으로 제가 바스큘란트를 보고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우연히 본 영화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영화도 꽤 볼 만했지만 초반에 등장하는 다음 장면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기계로 보지 않으면 더 넓고 아름다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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