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마이크로브랜드에 푹 빠져 열병을 앓고 있는 Omentie입니다. ^^ 오늘은 한 달 전에 득템한 다보사 어고노틱 건의 뒷북 리뷰를 올려봅니다.
사진 보고 많이 놀라셨죠? ^^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 16개의 시계가...모두 다보사 어고노틱 건, 단 하나의 시계입니다. 엄청난 줄빨로 거의 모든 형태의 스트랩들을 소화시켜 버리는 스폰지 같은 녀석입니다. 이 녀석의 줄빨은 뒤에서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보사....브랜드 이름 참 독특하죠?
저는 이 브랜드 이름 처음 들었을 때, 신화사나 수공사 같은 무슨 시계방인줄 알았습니다. ㅡ.ㅡ;; 이름은 이상하지만;; 듣보잡이라고 깔보시면 안 됩니다. 이 브랜드가 나름 괜찮은 녀석들을 많이 출시했거든요.
제 마음대로 꼽은 다보사의 대표적인 모델들입니다. 왼쪽에서부터 예쁜 GMT 시계 Vigo dual time, 멋진 밀리터리 파일롯 Military Automatic, 그리고 요마의 멋진 오마쥬 Ternos Diver 입니다. 모두 ETA 무브먼트를 장착하고도 참 착한 가격에 꽤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모델들입니다.
다보사는 스위스 Hasler 집안의 가족회사입니다.
아버지 Abel Frederic Hasler의 뒤를 이은 Paul Hasler가 형제와 함께 1946년에 Hasler Frères를 세웠고, 그 뒤를 이어 3대 째 시계 제작을 업으로 삼은 Wilfred Hasler와 Eric Hasler가 1974년에 Hasler & Co S.A.를 세웠습니다. 1993년에 Hasler & Co S.A.가 독일의 Bohle GmbH와 손잡고 출범시킨 브랜드가 Davosa입니다. 이 때문에 다보사를 독일 브랜드로 소개하는 곳도 있지만, 다보사는 엄연히 출범 20년에 접어든 스위스 브랜드입니다. 다보사는 2002년에 Unitas 6498-2 무브먼트를 장착한 클래식한 수동 시계 DAVOSA Panamericana 라인을 선보이면서 단단히 자리 잡게 되었답니다.
오늘 소개해 올릴 녀석은, 다보사의 Argonautic Ceramic 라인 중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 건 메탈 코팅을 한 Argonautic Automatic Gun입니다.
"Argonautic"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고호”의 선원들을 뜻합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르고호의 선원들이 Jason과 함께 치유의 능력을 가진 황금 양털을 찾아 흑해 가장자리의 콜키스로 떠났던 원정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고호 선원들은 당시의 그리스 영웅들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아르고호 원정대와 관련된 이야기는 꽤 재미있습니다. 특히 Don Chaffey 감독의 1963년 작 영화 [Jason and the argonauts]가 유명한데, 저도 시계 구매하고 나서 궁금해서 파일을 구해 봤습니다. 1963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수효과가 사용되어서 눈이 즐거웠습니다.
결말에 해당하는 장면인데, 해골 전사와 싸우는 주인공 Jason의 손목에 어고노틱 건을 채워주고 싶더군요. ^^;
각설하고;; 다시 시계 얘기로 돌아갑시다.
패키지는 단촐합니다. 원목 시계 박스와 여분의 브레이슬릿 한 코, 그리고 보증서 등 서류들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첨부된 서류들이 참 알찹니다.
보증서입니다. Davosa의 공식판매자인 D.Freemont씨 싸인과 함께 일련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제 시계는 70번이군요. 아직 세계적으로 이 시계 찬 사람이 70명 밖에 안 되나 봅니다;; 우리나라에는...저 말고 없나요? ㅠㅜ
놀랍게도 무브먼트 점검표를 보내줬습니다. 제 시계는 일오차 +6.4초의 양호한 결과를 보여주네요. 마이크로브랜드 시계 사본 게 몇 번 안 되지만, 이런 멋진 서비스는 처음입니다. D.Freemont씨는 모든 시계들을 이렇게 점검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다보사 시계 살 때 뽑기 운 같은 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사진만큼이나 D.Freemont씨, 친절하시네요. ^^
이제 어거노틱 건과 첫 대면을 해봅시다.
이 녀석, 참 미남이지요? ^^
스펙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Movement: ETA 2824-2
Height: 13.50 mm
Diameter: 42.00 mm
Lug Width : 22.00mm
300mm/30 ATM water-resistant
helium escape valve
stainless steel case
sapphire crystal
screw-in crown
back unidirectional turning high-tech ceramic bezel
black dial with luminous indexes, dots and hands
stainless steel bracelet with safety buckle and diver extensions
solid end pieces
* 가장 중요한 가격 : 719달러.
우선 외관을 살펴봅시다.
이 녀석은 이름처럼 건 메탈 (Gun metal)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느낌은 군대에서 만져 보는 M-16과 흡사한데, 소재 전체가 건 메탈은 아니고 스테인레스 스틸에 건 메탈 색으로 코팅한 것입니다. 블랙 PVD 코딩보다 회색에 가깝고, 스크래치에도 더 강합니다. 한 달 간 마구 굴렸는데,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흠집하나 없습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안정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딱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똑같은 디자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직관적인 바 인덱스, 애로우형 핸즈, 적당한 크기의 날짜창, 높은 시인성의 베젤 등 다이버 시계 디자인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개성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흑색의 다이얼판과 그 위에 인쇄된 인텍스는 루뻬를 끼고 보아도 깔끔하게 느껴질 정도로 퀄리티가 우수합니다. 날짜창의 크기도 적당하고, 날짜 폰트도 정갈합니다.
애로우 형 핸즈의 마감도 뛰어납니다. 핸즈 가운데의 슈퍼루미노바는 균일하게 잘 칠해져 있습니다.
베젤 부분입니다. 베젤 표면은 세라믹 소재 답게 매끄럽고 스크래치에 강하나, 사진에서 보이듯이 베젤 인덱스의 경계는 좀 거친 편입니다. 이것도 루뻬를 끼고 봐야 확인될 정도이고, 육안으로는 인덱스의 경계가 깔끔하게 보입니다.
세라믹 베젤 답게 빛을 받으면 각도에 따라 변하는 오묘한 색깔을 띱니다. 베젤은 반시계방향으로만 회전하며, 아쉽게도 회전 시 클릭 수는 120이 아니라 60이라서 정교한 경과 시간 측정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음은 측면입니다.
두터운 느낌의 전면과 달리 측면은 꽤 날렵합니다.
러그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적당한 각도로 휘어져 있고, 모서리 부분도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어서 뛰어난 착용감을 줍니다.
이렇게 16.8cm의 제 손목을 안정적으로 감싸줍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겹쳐 놓고 보면 건 메탈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총 소재와 쏙 빼닮았죠? ^^
이 녀석의 브레이슬릿은 5연줄 모양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다섯 줄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한 덩어리로 붙어 있습니다. 한 줄씩 분리된 진짜 5연줄이었으면 좋았으련만, 719달러 짜리 시계에게 그것까지 바라는 건 좀 무리인 것 같습니다. ^^;
건 메탈은 다크 그레이와 블랙 사이의 오묘한 색깔인데, 단독 사진으로는 정확한 색감을 전달할 수 없어서 다른 금속 소재들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맨 위에서부터, 유광+뮤광 혼합 블랙 PVD 코팅, 건 메탈, 무광 티타늄, 무광 스테인레스, 유광 스테인레스 브레이슬릿입니다. 건 메탈의 색감, 감이 오시나요? ^^ 짙은 그레이 톤의 티타늄과 블랙 PVD코팅 사이에서 좀 더 블랙에 가까운 색감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버클 부분입니다.
이 녀석은 가장 안정적인 체결을 보장하는 Double locking flodover clasp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이버 시계의 필수인 extension 기능을 장착하고 있어서, 펼친 채 버클을 체결하면 아래와 같이 정확히 2cm 확장이 가능합니다.
extension 기능은 다이빙 복 위에 착용할 때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저는 땀이 많은 체질이라, 시계를 손목에 딱 맞게 착용하면 여름에 차오른 땀 때문에 생기는 미끈거리는 느낌이 썩 좋지 않습니다. 이럴 때 extension 기능 이용해서 헐렁하게 풀어준 후 땀 식히고 다시 줄여주면 항상 뽀송뽀송한 느낌으로 찰 수 있습니다.
다음은 후면입니다.
백커버는 유광 스테인레스 재질이라 한 달 사이에 참 많은 기스들이 생겼네요. 백커버에는 다보사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고, 시계의 시리얼넘버도 각인되어 있습니다. 70번 넘버가 참 마음에 듭니다. ^^
이 녀석의 후면을 잘 보면, 아주 큰 장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브레이슬릿의 엔드 피스와 연결되는 부분이 일반적인 곡선형이 아니라 직선형이라는 겁니다!
저는 이렇게 직선형의 엔드 피스 장착 부위를 가진 시계들을 “미친 줄빨”이라고 부릅니다. 실로 다양한 줄질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제 콜렉션 중 대표적인 시계가 브라이틀링 에어로스페이스인데, 다음과 같은 다양한 줄질이 가능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s://www.timeforum.co.kr/7492375를 참고해주세요)
그런데, 어고노틱 건의 줄빨은 에어로스페이스를 가뿐히 능가하네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과 일자형 엔드 피스 장착 부위 때문에 이 녀석은 거의 모든 형태의 스트랩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해 버립니다.
우선 가죽 스트랩들.
고급스러운 앨리케이터 스트랩은 기본이고, 브라운 소 가죽 스트랩도 잘 소화합니다. 놀랍게도 다이버 주제에 파일럿 전용으로 나온 징 박힌 스트랩이나 분트 스트랩까지 낼름 집어 삼켜 버리네요. @_@
이 녀석은 다른 시계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 하는 소재들도 마치 제치인냥 소화해냅니다. 청바지 소재도 잘 어울리고, 검은 색 컨버스나 캐블라 스트랩도 딱이군요.
기본에 충실한 다이버 시계이니, 검은 색 러버밴드라면 형태 불문하고 OK입니다.
톡톡 튀는 색상의 누벅 가죽 나토 스트랩도 뚝딱 해치우고,
블랙-그레이 계열의 나일론 나토 스트랩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잘 어울립니다. 다이얼판의 빨간색 포인트인 “Argonautic" 글자 때문에 강렬한 붉은색 나토 밴드도 무리없이 소화합니다.
이렇게 16개의 스트랩들을 모두 소화시킨 모습을 보면....
제가 찍어서 만들어 놓고도 감동의 물결이. ㅠㅜ
16개 스트랩들 정말로 다 장착하고 다니냐구요? 물론입니다. ^^ 어떤 날에는 어울리는 것 고르기 힘들어서 스트랩 몇 개와 줄질 도구 챙겨서 출근할 때도 있습니다. 오전-오후-저녁 시간 대마다 갈아 채워 주면, 주변 사람들이 다른 시계 차고 다니는 줄 알고 깜짝 놀라지요. ㅎㅎ 저처럼 러그에 생기는 스크래치 따위 영광의 상처로 생각하며 열심히 줄질 하시는 분이라면, 어고노틱 건은 다른 어떤 시계보다 큰 만족감을 줄 겁니다. ^^
아무리 줄빨이 좋아도 역시 건 메탈 소재의 제치 브레이슬릿이 최고이니, 착샷은 제치 브레이슬릿으로 올립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나 참 잘 어울리지요? ^^
마지막으로 자체 발광 수준의 예쁜 야광샷 올리고 물러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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