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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migiani ::

톤다 헤미스피어

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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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만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 건 나이를 먹어도 멈춰지질 않는 고질병이 되어 버렸습니다. 


올해는 뭐하고 살았나 돌아 보면 허망하게 지나간 1년에 나 자신에게 탓하게 되고 내년에는 좀 더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반복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연초에 'SIHH 2012'에 참관하는 행운을 누렸는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외국에 나갔던 기억입니다. 비즈니스 때문에 혹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놀러 간 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일탈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뇌리 속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매말라 가는 나를 생동케 하는 윤활류가 되어줍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또 어느 나라를 가봐야겠다는 못 지켜도 그만인 결심을 하곤 합니다.


외국에 나갈 때면 매번 드는 생각은 멋진 GMT 시계를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휴대폰의 로밍 서비스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GMT 기능이 내장된 지샥 같은 시계로도 별다른 불편을 느낄 일은 없지만 그냥 좀 더 간지(이 말의 뉘앙스를 대체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나는 GMT 시계를 갖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지는 못합니다.


어디론가 떠나고픈 계절에 이런 개인적인 관심을 버무려 GMT 기능을 갖춘 시계 중 '파르미지아니 톤다 헤미스피어(Parmigiani Tonda Hémisphère)'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모델명 : PF600215.01)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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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파르미지아니의 칼파 컬렉션으로 첫 선을 보인 헤미스피어는 최근에 파르미지아니의 원형 케이스 라인이 톤다(Tonda) 라는 이름으로 정리되면서 '칼파 헤이스피어'에서 '톤다 헤미스피어'로 그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가지 계속 배리에이션 모델을 파생시키며 아직까지 대중적이지 않은 파르미지아니에서 그나마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 온 시계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 보자면 아무래도 편리한 기능성, 합리적인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 파르미지아니만의 독특한 스타일 등이 아닐까 합니다.


톤다 헤미스피어 (Tonda Hémisphère) 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듀얼타임에 미니트 기능이 더 추가되어 있다는 것인데, 쉽게 설명하면 시계 2개를 착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다 1시간 단위로 자국 시간대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4시간 시침 하나가 추가된 GMT 시계나 각 도시들이 나열된 월드타이머 시계가 가졌던 2% 부족함까지 완벽하게 커버된다는 의미입니다. 두 시간대가 모두 낮/밤의 구별이 가능하고, 시간이 30분 또는 15분 단위로 바뀌는 나라에서도 완벽하게 대응함으로 가장 우월한 기능성의 GMT 시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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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는 파르미지아니만의 독특한 스타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리미지아니의 아이코닉 디자인이 된 피보나치 수열을 형상화한 러그, 그래서 만들어지는 착용감 편한 아웃라인과 광폭의 스트랩, 독특한 삼각형의 델타 핸즈와 다이얼 컬러는 디른 하이엔드 브랜드의 시계에서 느끼는 인상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유니크하면서 이질적인 감정을 전달합니다.


개인적으로 파르미지아니에 대한 관심을 갖고 봐 온 탓으로 이제는 좀 익숙해 졌지만 아직 이런 '불편하기까지 한 이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은데, 아마 타임포럼 회원님들 중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의 디자인과 감성으로 부터 벗어나 것 같은데 위블로나 루이비통 같은 시계 보다는 좀 더 중후한... 이런 요소들이 파르미지아니를 파리미지아니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억단위의 시계들이 즐비한 파르미지아니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 중 하나가 바로 톤다 헤미스피어 입니다. 실용적인 고기능의 시계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주목해 볼만한 요소입니다. 현재 가격은 스틸 실버 및 블랙 다이얼 모델이 2,460만원입니다.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계를 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톤다 헤미스피어가 생각보다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졌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또한, 여느 하이엔드급 브랜드처럼 골드 케이스 모델이 있고 더 멋스럽지만 당연히 비용을 더 지불해야만 합니다. 로즈골드 모델이 4,480만원, 화이트골드 케이스 모델이 4,78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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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의 직경은 42mm 두께는 10.5mm 입니다. 케이스백의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이 유광 처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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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베젤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극도의 단순한 모습을 한 곡면형 통케이스에 살짝 돔 형태를 취한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고전적인 포켓 워치의 느낌과 퓨처리즘의 혼합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무베젤 케이스는 칼파 컬렉션에서 부터 이어온 초기 파르미지아니 시계의 DNA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피보나치 수열을 형상화한 러그는 이제 멀리서 봐도 이 시계가 파르미지아니 시계임을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파르미지아니의 아이콘입니다. 고급 시계의 케이스 제조방식인 용접 방식으로 접합되어 있고, 특유의 아웃라인으로 원형 케이스의 시계임에도 토노형 시계나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시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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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방향 위 아래로 위치한 두개의 크라운은 유려한 광택에 파르미지아니 로고가 돋보입니다. 크기에 차이를 두어 시간 조정시 헷갈리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기능적 설명은 아래로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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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뒷면을 보면 이 모델에 장착된 무브먼트를 볼 수 있습니다. 장착된 무브먼트는 파르미지아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PF337.01 입니다. 세컨드 타임존을 가진 오토매틱 무브먼트이며, 직경 35.6mm, 두께 5.1mm 입니다. 꽤난 크고 두꺼운 대형 무브먼트인데 이유는 파르미지아니의 기본형 무브먼트인 PF331 에 GMT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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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파르미지아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PF331 은 파르미지아니의 대표적인 심플워치용 무브먼트로 널리 사용되어 충분한 검증을 거친 무브먼트입니다. 직경 25.6mm, 두께 3.5mm, 28,800 vph(4 Hz), 32석, 듀얼 배럴의 55시간 파워리져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GMT 모듈을 장착했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베이스 무브먼트보다 더 큰 모듈과 함께 베이스 무브먼트의 위치 역시 센터에서 약간 가장자리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케이스백 모습에서 무브먼트가 앞쪽에서 봤을 때 5시 방향으로 쏠려 있는 모습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브먼트만 봤을 때는 절대 미적으로 좋은 평가를 해 주기는 힘든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자사에 좋은 베이스 무브먼트가 있는데 여기에 아름다운 미관을 위해 똑같은 직경의 GMT 모듈을 추가할 경우 42mm 케이스를 가진 시계에 장착하기엔 너무 작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다이얼의 신동엽 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작은 무브먼트에 큰 케이스라는 시대가 낳은 불일치 현상은 범용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중저가 브랜드에서 부터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하이엔드 워치메이커까지 곤혹스럽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물론 42mm 케이스에 맞는 전용 GMT 무브먼트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마 차선의 선택에서 파르미지아니 헤미스피어는 무브먼트의 미관을 포기하고 다이얼의 완벽한 벨런스를 추구했습니다. 요즘 기계식 시계를 평가하는데 무브먼트의 미적 요소가 중요한 사항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그래도 시계라는 것은 다이얼 위로 구현되는 외적 모습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파르미지아니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베이스 무브먼트에서 GMT 모듈을 추가했기 때문인지 파워리저브는 48시간입니다. (어느 곳에서는 50시간으로 표시되 있더군요)


케이스백을 통해 보이지 않는 모듈에는 페를라쥬 문양을 넣었고 보이는 부분에는 코트 드 제네바 문양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스틸 모델의 경우 스켈레톤 타입의 로터가, 골드 모델의 경우 22캐럿 골드 소재의 로터가 장착됩니다. 로터는 양방향 감기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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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비스(Triovis) 타입 레귤레이터나 밸런스도 그렇고 기능적으로 흠을 잡기는 뭐하지만 너무 단순해 보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능은 듀얼타임 및 미니트 기능과 함께 두 시간대 모두 낮/밤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중앙에서 살짝 아래로 내려온 로컬 타임 및 날짜창(3일창), 6시 방향에 서브 다이얼에는 초침과 낮/방 인디케이터가 위치해 있습니다. 위쪽으로 12시 방향에는 세컨드 타임의 시, 분과 낮/방 인디케니터가 위치해 있습니다. 4시 방향의 크라운은 0단에서 태엽감기, 1단에서 날짜창 조정, 2단에서 스톱 세컨드 기능이 있는 시간조정을 하며 시간 조정시 세컨드 타임 역시 같이 조정 됩니다. 2시 방향의 크라운으로는 세컨드 타임의 시간 조정을 합니다. 로컬 타임 조정용 크라운의 위치에 상관없이 독립적인 세팅이 가능하다는 장정은 있지만 조정시 로컬 타임의 핸즈가 영향을 받아 약한 바늘튕김 현상이 있는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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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을 보면 살짝 6시 방향으로 내려온 로컬 타임존에 12시 방향의 세컨드 타임존이 좀 더 큰 서브 다이얼 형태를 만들며 6시 방향의 작은 서브 다이얼이 위치합니다. 이렇게 세개의 원이 안정감 있는 시각적 밸런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컨드 타임존은 오랜지 색상의 핸즈 및 인덱스로 로컬 타임과 확실히 구별되는 가독성을 만들어 주며 두개의 낮/밤 인디케이터와 날짜창 포인터 역시 오렌지 컬러를 채용해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디자인의 통일감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을 포함해서 톤다 헤미스피어의 모든 모델들이 두 시간대의 크기와 컬러를 달리 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삼각형과 아라비아 숫자의 조함으로 이루어진 로컬 타임존의 인덱스와 삼각형 모양의 델타 핸즈는 파르미지아니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형적인 디자인입니다. 델타 헨즈의 중심에는 블랙 페인팅 처리되어 다이얼과 색상 차이를 만들며 가독성에 높이는데 야광 기능은 없습니다. 다른 헤미스피어 모델 중에서 화이트 핸즈를 가진 모델들은 야광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6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에는 초침과 낮밤 인디케이터가 동시에 존재함에도 구별이 쉽도록 처리되어 있습니다. 낮/밤과 함께 AM/PM 표시까지 넣었주는 꼼꼼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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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창을 보면 위 아래 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2장의 배치가 약간 엇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앞에서 설명한 작은 베이스 무브먼트에 큰 모듈을 장착했다는 것은 다이얼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베이스 무브먼트가 5시 방향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3일창 역시 파르미지아니의 전통적 방식인데 짝수 날짜는 점으로 표시합니다. 날짜에서 1일은 다이얼의 오렌지 컬러에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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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에르메스에서 만든 다크브라운의 악어가죽 스트랩이 장착됩니다. (리뷰용 모델의 스트랩은 에르메스는 아닙니다.) 에르메스 스트랩은 질감과 색감에서 정말 최고의 품질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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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양방향 디플로이언트 버클입니다. 한쪽은 푸시 버튼을 이용해 여닫도록 되어 있으며 반대편은 그냥 살짝 힘주어 당기면 됩니다. 버클 측면은 러그의 피보나치 수열 모습과 통일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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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42mm 사이즈의 시계임에도 러그와 광폭 스트랩으로 인해 시계가 더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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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동영상 하나를 보여드립니다.







파르미지아니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여기 나오는 인물은 Alone Sailor 로 유명한 베르나르드 스탐(Bernard Stamm) 입니다. 혼자서 해양을 항해하며 세계를 돌아다닌 경험으로 톤다 헤미스피어의 제작에 영감을 주기도 해다는데... 바다에서 이렇게 배를 탈려면 최소한 시계의 방수는 100m는 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미쉘 파르미지아니씨~!


'여행과 여유'라는 컨셉을 갖고 있는 톤다 헤미스피어지만 동영상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모험적이고 다이나믹한 여행을 하기에는 방수 능력도 떨어지고(30m) 블링블링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메트로 비즈니스나 럭셔리하고 안락한 여행에 더 어울리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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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미지아니의 특징은 과거와 현재와의 만남이라고 합니다. 복원가로서 100년 전의 시계를 두루 만져 본 미쉘 파르미지아니 만이 해 만들어 수 있는 장점이라 봅니다. 그래서인지 톤다 헤미스피어는 클래식하면서 모던하고 중후하면서 패셔너블 합니다. 드레시하면서 스포티하고 마초적이면서 여성스럽습니다. 시계 디자인의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경계(?)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파르미지아니는 그렇게 경계에서 보편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 오고 있는데 미쉘 파르미지아니의 재능에 산도스 재단의 빵빵한 자금력이 든든히 받치고 있으니 언젠가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근거리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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