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전에 3시간 14분동안 작성하였던 글을 클릭 한번 잘못해서 날리고.........
나름 많은 의욕속에 시작한 글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빨리 쓰고 잊고싶을 정도입니다. -_-;;
어쨌든 다시쓰니 훨씬 더 간단명료하고 덜 지루한 글이 된거 같기도 합니다. ^^;;; (퍽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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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튼튼함이란 가치.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등산을 하러 갔다 오시면 언제나 한잔 하고 오셔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었습니다. 그중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이야기가..... 진선미에 관한 이야기었습니다.
사람은 진선미를 추구해야한다....라는 이야기였는데, 진실되고... 착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볼때에도 진선미를 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물건에 있어 아름다운건 그냥 이쁜걸 말하는거 같다
라는건 알겠는데 진실되고 착한게 무어냐 혼란스러웠지만 저의 할아버지는 물건에 있어 진실됨이란 쓸모있음이고
선함이란 튼튼함이라고 했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했었지만 그냥 물건에 있어 중요한 세가지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정도의 뜻으로 이해하고 넘어갔었습니다. 쓸모있음. 튼튼함. 그리고 아름다움.
<위 사진은 본문과 별 상관 없음>
사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물건에 있어서도 진선미라는 이 세가지 가치는 각기 독립적이기 보다는
상호 유기적입니다. 쓸모있는 생김새가 곧 아름다운 생김새라는 바우하우스 정신. 쓸모있는 물건이라야 튼튼함과
아름다움이 의미있을것이고,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쓸모있고 아름답더라도 튼튼하지 못하다면 그 쓸모있음과
아름다움은 곧 훼손될 사상누각일 뿐이지요.
그리고 우리들이 관심을 가지는 시계에 있어서....... 정말 튼튼하여서 쓸모있었고 그래서 아름다운 시계들이
있어왔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튼튼함의 상징,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저 합니다.
<허락받고 퍼온 시니스터님이 찍은 사진. artwork by sinister>
2. 검증의 역사
사람의 몸이 튼튼한지 아니한지 알기위해서는...... 세월의 검증과 특별한 경험의 검증이 있겠습니다. 세월의 검증이란
오랜 시간동안 큰 병치레 없이 잘 살고 있는가로 이루어질테고..... 특별한 경험의 검증이란, 뭐 알루미늄 배트로
뒷통수를 맞았는데 괜찮더라, 크로캅의 하이킥을 맞았는데 괜찮더라 하는 종류의 튼튼함의 검증이지요.
롤렉스의 경우 "오랜시간 튼튼하고 정확한 시계"라는 명성을 각각의 개인들의 오랜시간 착용간의
경험이 쌓이고 공감대를 얻게 되면서 이루었습니다. 문워치의 경우에도 이제 올해들어 50돌을
맞이하기에 그러한 세월의 검증도 이젠 충분히 이루어 졌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문워치가
정말 전설의 시계 중에 하나로 꼽힐만한 이유가 충분한것은...... 단순이 문워치가 달에 다녀온 시계이기
때문이 아니라 달에 가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수많은 과학적 실험의 검증을 거쳤다는데에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검증의 역사를 살펴보기위해 Alan A. Nelson이 정리한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역사를 인용해면서
이야기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미국과 구 소련이 으르렁 대던 냉전시절. 이 두 나라는 전쟁으로 쇼부를 내기에는 겁이 나는게 당연지사,
자잘한 일들에 자존심 대결을 펼칩니다. 학생들이 선생님께 혼나는게 두려워 주먹다짐 대신
스타크래프트 실력으로 자존심의 대결을 펼치는것과도 유사한 맥락이지요. 제 주위의 시계 매니아들
중에서도 파네라이 127이 더 이쁘냐 217이 더 이쁘냐 하는 대결구도를 펼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텀라인님이 올리신 pam 217(좌) 와 127(우) 사진>
어쨌든 미국과 구소련의 자존심대결은 우주 프로그램에서도 펼쳐집니다. 누가 더 우주에서
잘 놀수 있느냐. 달에 scv를 더 먼저 보내느냐...... 아... 정말 스타크래프트같은 대결이군요.
그런 경쟁의 일환으로 미국은 우주프로그램 초창기에 머큐리 프로젝트를 개시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뭐 그냥 우주선 안에서의 활동만을 고려하였기 때문에 "공식 시계"같은 건 없었고
그냥 우주선 승무원이 자기가 차고싶은 시계를 차고 탑승하면 땡이었습니다. Scott Carpenter가
브라이틀링의 네비타이머를 당시 머큐리 프로젝트때 착용했구요.
1957년 세상빛을 처음 본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1962년 요 머큐리프로젝트에
블로바의 전자시계와 동승을 하게 되면서 처녀비행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별다른
검증의 과정을 거쳐서 시계들이 우주선을 타게 된건 아니었죠.
<1957년도에 나온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Cal. 321. 요때는 Professinal이란 글자가 안써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제미니, 아폴로 프로그램부터는 우주유영, 기념사진촬영등등의 선외활동이 계획되어있기때문에
나사는 온도변화 및 압력의 차이가 심한 우주의 진공공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시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시계찾기 여정은 196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회사 제품들을 이곳저곳에서 기분이다~ 하며
법인카드로 쫙쫙 긁어 사모았으며 이렇게 모은 시계들을 하나씩 테스트 하기 시작했습니다. 섭씨 93도에서
-13도사이에서 변화하는 온도, 우주선이 겪는 가속력의 2배가량인 12g의 가속력, 진동 테스트 등등이었죠.
물론 방수, 충격방지, 내자성 테스트는 기본이었구요. 그리고 이런 테스트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시계가
있었으니 그것이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주프로그램 공식 시계로서 채택된 오메가는 보급품목이 되었습니다.
1965년 Edward White가 미국인으로서 최초로 우주유영을 할때 스피드마스터는 우주의 선외공간으로
덩달아 나들이를 하게 되지요.
<Edward White. 1965년 6월 직샷>
이 아저씨는 이때 찬 시계를 아들에게 기념으로 남겨주기도 하지요.
<White 집안 가보>
스위스의 오메가는 이때까지도 자기네 시계가 나사에서 테스트를 받았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고있다가
나중에 "우주에서 찼더라..."하는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면서 스피드마스터의 다이얼에 한글자를
추가하게 됩니다. Professional이란 글자이지요.
<1966년도에 출시된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그리고 대망의 아폴로 11 미션에서 닐 암스트롱은 시계가 고장날까봐 달찰륙선 안에 시계를 풀어놓고
나오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Buzz Aldrin이 찬 시계가 달위를 처음으로 밟는 '문워치'라는
아이덴티티의 탄생이 이루어집니다.
<이 아저씨가 Buzz Aldrin>
그리고 아폴로 13 미션때는......... 선체의 산소탱크가 터지면서 승무원들이 최소한의 전력사용으로
비행을 했어야 함에 따라..... 게다가 선체 내 시간측정장치 모듈이 작동하지 않았으므로....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쓸모있음"이 진가를 발휘하여 귀환시 중요한 엔진 가동 타이밍 등을 재는등
시간계측에 사용되어 무사귀환에 공헌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폴로 13 승무원들. 톰행크스는 어디에?>
아 검증의 역사를 이야기하다 조금 샛길로 빠진거 같군요. 그냥 역사를 나열하려는건 아닌데 말이죠.
어쨌든 하나 더 덧붙이자면 James Dowling같은 롤렉스 매니아는 위 세명중에 한명이 사실은 롤렉스 GMT를
차고 있었고 무사귀환을 도운건 GMT다라는 주장을 한적이 있었었는데......... GMT 기능으로 무슨 시간을
재는가.. 라는 반론이 워낙 막강해서 결국 대충 문워치의 공적이 혁혁하였도다...정도로 그냥 결론 내리겠습니다.
어쨌든 그리하여 아폴로 시리즈는 그렇저럭 잘 이어져 왔고..... 드디어 최종 유인 달착륙 미션인 아폴로 17이
1972년 12월 비행을 위해 계획되었습니다. 이때 여기서 똥줄타는 브랜드가 하나 있었으니 블로바였습니다.
아니 Astronaut이란 시계까지 만들었는데 이게 무슨 수치인가....하며 전방위 로비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에 왜 스위스 시계를 쓰냐며 땡깡을 부린거죠.
그래서 새로 공식 유인 우주항공 프로그램을 위한 시계의 입찰이 시작되었습니다.
입찰에 참가한 시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브라이틀링
2. 블로바
3. 엘모어
4. Elgin National Watch Company
5. Forbes Company, S.A (잡지사 아님)
6. GP
7. Gruen Watch Company
8. 해밀턴
9. 호이짜
10. Electric Corporation (전기회사?)
11. LeJour Watch Company
12. Longines-Wittnauer Company
13. 오메가
14. 아메리탄 롤렉스
15. 세이코
16. 조디악.
이상 16개 회사였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항은 그렇게 옛날부터 쌩떼질 베리 하고 투덜거렸던 블로바는
Universal Geneve의 스위스산 크로노스래프 시계를 사와서 케이스를 갈아서 납품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실력으로 승부 못하는 모습을 보는건 좀 그렇군요.
어쨌든 위 브랜드들의 출품작(?)들은 다음과 같은 빡신 테스트를 거치게 됩니다.
1. 진공 테스트
진공상태에서 72시간동안 테스트를 받습니다. 처음 10시간동안의 온도는 70도. 나머지 시간동안은
25도에서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2. 산소 대기 / 온도 테스트
산소농도 95.5퍼센트인 장소에서 68도의 온도로 72시간동안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3. 저온 테스트
-17.8도에서 놓여졌다가 다시 평상시 온도로 돌아오게 한다음에 기능 테스트.
4. 가속도 테스트
3개 방향으로 20g의 2g의 가속도 테스트를 받음.
5. 랜덤 바이브레이션
매우 흔듬.
6. EMI 테스트
전자기장 테스트였죠.
7. 습도 테스트
최저 20도에서 48.9도의 온도 사이에서 습도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이 테스트를 거쳐서도 블로바의 시계는 실패한 반면.......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아폴로 17 미션의 공식시계로 다시 선택받게 됩니다.
그 후에도 블로바는 계속 끈질기게 납품기회를 요청하고 경쟁식 입찰방식에서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
항상 승자였으며........ 오메가는 1978년에 스페이스 셔틀 미션용 시계 입찰에 3개의 모델을 입찰했는데
자사의 다른 시계들을 제쳐두고 역시 한번 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 승리하게 되었었죠.
3. 결론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세월의 검증을 그냥 이겨낸것뿐만이 아니라..... 30년간 계속된
테스트들을 이겨낸, 나사에서 인정하는 유일하게 선외활동을 위해 승인된 시계입니다.
<아폴로 15 한정판>
검증의 역사를 견뎌낸 이 시계......... 역시 결론은..............
아직도 안지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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