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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회에 갔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도의 90%가 백인이고 소수의 아시안이 있는데, 한국인인 제게는 말도 안 거는 베트남인 부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저를 미워해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르고 어색하게 괜찮다고 했는데...오후에 그들이 보낸 메일이 와 있네요.

 

단지 한국인이어서 저를 싫어했다며 미안했다고 하는데...굉장히 미안했나봅니다...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요.

긴 메일 중 그들이 말한 이유만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1. 자신의 동네에 한국인 사업가가 들어왔는데, 주민들을 여간 착취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게다가 단물만 빼먹고 파산처리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려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답니다.

 

2.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아이가 입던 옷과 장난감을 주자 웃으면서 받고는 그냥 버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동남아인이 쓰던 것은 더러워서 안 쓴다' 라고 했다는군요.

그 부부는 전혀 더럽게 생기지도 않았고, 상당한 점잖고 부유한 사람들이며, 미국에 교환교수로 2년간 와 있습니다.

 

3. 몇명의 한국인 사업가 자녀들이 현지 여성들을 임신시켰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찾아가 말을 하니 자신들과는 상관없으니 지우거나 알아서 키우라고 매몰차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를 낳은 사람이 적지 않답니다.

 

4. 베트남 전쟁때 미군, 한국군이 뿌린 씨로 인해 많은 혼혈인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어 아버지를 찾아가면 미군들은 눈물로 사과하고 심지어 부인까지 사과하며 가족으로까지 받아들이는 반면,

한국에 찾아가면 다들 나몰라라 하며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고, 위안부 문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며, 저 역시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을 듣고 보니 '누군가에겐 우리도 일본과 똑같은 존재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인들은 민족적 자존심이 워낙에 강해 미국에게조차 베트남전 피해를 보상하라고 하지 않는다네요.

그들이 가만히 있어서 그렇지 우리에게 작정하고 보상을 요구한다면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겠구나 싶습니다.

 

제가 몇일 전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글에 많은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 때도 제가 화가 났던 것은 단지 뒤에서 한국말로 무례한 말을 해서가 아닙니다.

동남아인, 중남미인, 아랍인, 심지어 중국인 등 비백인에 대한 비하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던 것에 화가 났던 것입니다.

오늘 일을 그 일과 관련해 생각하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비백인들을 지나치게 무시하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고, 동남아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고, 결국 그런 것들이 쌓여 이와같이 엉뚱한 한국인에게 화살이 날아오게 되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오늘 그 부부에게 너무 미안해 사과의 메일을 보냈더니, 제 잘못도 아니고 죄책감을 느끼려 한 것이 아니라 오해를 풀려 했던 것 뿐이라며, 자신들이 미안하다고 합니다.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네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내용을 말했더니 뭐 잘못 먹었냐며 헛소리 말고 끊으라네요.

소수의 일본인이 역사 바로잡기 한다고 저까지 꼴값을 떠냐고 뭐라 합니다...ㅠㅠ

 

이 글을 보시는 타포회원님들만이라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세요.

그리고 동남아 국가에 여행이나 일하러 가셨을 때 무시하지 말고 대해주세요.

우리가 일본에게 당해 속상한 것만큼 그들도 속상하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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