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진 쌍띠미에 크로노그래프
1832년 어거스트 아가시즈(Auguste Agassiz)가 쌍띠미에 지역에 터를 잡고 그의 조카 어니스트 프랑실론(Ernest Francillon)이 론진의 전성시대를 연 후 지금까지 론진은 쌍띠미에 지역의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프랑실론은 특히 쌍띠미에 공장과 그 인근의 Suze강변 목초지인 'Les Longines'이라 불리는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고 'Longines factory'라 부르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론진이라는 브랜드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쌍띠미에 공장의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론진 팩토리의 현대적인 기계 설비의 결합은 품질과 생산성을 함께 향상시킵니다. 더불어 각종 대회에서 화려한 수상 이력은 론진이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게 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높아진 론진의 명성으로 프랑실론은 모조품 방지를 위해 모든 론진 시계 무브먼트 안에 '날개 달린 모래시계' 문양을 새겨 넣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론진 트레이드 마크의 시작입니다. 이 마크는 이후 1889년 스위스 베른의 연방지적재산공사에 등록하는데, 이것은 시계 제조 메이커 중 최초로 공식 마크를 등록한 역사적인 기록입니다.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의 공식 타임 키퍼라든가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등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론진은 70년대 일본산 쿼츠 시계의 등장으로 론진을 비롯한 스위스 기계식 시계 산업이 쇄락하기까지 전성시대를 이어갑니다. 한때 론진의 고용 인력은 수천명에 이르러 매일 두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행렬이 Suze 강을 따라 장관을 이뤘다 하니 쌍띠미에와 론진의 관계는 정말 일심동체, 순망치한의 관계일 수 밖에 없습니다.
< 쌍띠미에에 위치한 현재의 론진 본사 >
이렇게 쌍띠미에 지역에서 탄생하고 아직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브랜드인 론진은 180년이 되는 올해에 기념비적인 '쌍띠미에 컬렉션'을 런칭한 것은 이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욕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쌍띠미에 컬렉션은 론진의 전성기인 194~50년대의 제품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시, 분, 초, 날짜의 심플 워치와, 크로노그래프 모델, 문페이스 모델이 함께 선보였는데, 특히 오늘 리뷰를 통해 소개할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과거의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복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아래 빈티지 모델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부분이 유사한지 한번 찾아보기 바랍니다.
< 1940~50년대의 론진 크로노그래프 빈티지 모델 >
기계식 시계에서 복고적인 경향은 론진을 비롯한 많은 브랜드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론진 쌍띠미에 크로노그래프는 완성도 면에서 클래식한 정취와 현대적인 감성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39mm와 41mm 두개의 케이스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으며 오늘 리뷰 할 모델은 41mm 입니다.
2층 구조의 일체감을 주는 각진 케이스와 베젤, 매의 부리처럼 날카롭게 뻗은 러그는 유광 케이스와 대조를 이루며 시크한 차도남의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러그는 너무 날카로워 손등을 살짝 찌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정도입니다.
베젤 위로 살짝 올라온 러그, 크기에 비해 앏은 크라운과 심플한 크로노 푸셔 버튼은 론진의 빈티지 모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또한 크라운 앞면의 고전적인 론진 로고까지 보태어 옛스러운 감성을 느끼게 합니다. 크라운은 크라운 가드 없이 케이스 안으로 살짝 들어간 모습인데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래 부분으로 약간 돌출되어 있어 크라운을 뻬는 데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크로노그래프 모델 답게 상당한 두께(14mm)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게는 100g 정도로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용 ETA 7750 무브먼트가 장착된 크로노그래프 워치보다 가볍게 느껴집니다.
살짝 돔 모양을 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래스는 측면에서도 좋은 시인성을 보여줍니다.
반대쪽 10시 방향엔 날짜창 조정을 위한 매립형 버튼이 있습니다. 이정도의 가격대에 범용 무브먼트를 쓰는 크로노그래프 제품에 비해서는 우월한 부분입니다.
다이얼 역시 복고적인 분위기가 물신 풍깁니다. 고전적이면서도 엘레강스하고 스포티하다 할까요.
전체적인 밸런스도 참 좋고 화이트 다이얼에 블루 핸즈도 멋스럽습니다. 블랙의 아라비안 인덱스와 레일로드 마커는 좋은 시인성과 함께 빈티지스러운 운치가 있습니다. 9시 방향의 영구 초침은 다른 두개의 크로노그래프를 위한 서브다이얼 핸즈와 구분되게 꼬리가 있는 바늘을 달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6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은 없애고 날짜창을 6시 방향으로 옮긴 부엉이 스타일의 투카운터 크로노그래프를 선호하기에 이후에 빈티지 모델처럼 투카운터 크로노그래프 모델이 출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블루 핸즈의 시침, 분침과 도트 타입의 아워 마크에 수퍼 루미노바 야광 처리를 해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읽기 편하도록 했습니다.
씨스루 타입의 케이스 백을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는 ETA 사에서 론진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컬럼 휠 무브먼트 L688.2 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지난번 타임포럼 리뷰를 통해 선보였던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 모델에 장착된 무브먼트와 같은 것입니다. 무브먼트에 대한 소개는 전 리뷰를 통해 더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TFWatchReview&page=5&document_srl=2418729&parent_srl=2715521
같은 스와치 그룹 소속인 ETA에서 특별히 론진을 위해 제공한 무브먼트입니다. 푸른 빛 컬럼 휠이 가장 인상적인 모습인데 피니싱은 중급 무브먼트의 수준입니다.
크라운의 조작감은 생각보다 뻑뻑해 태엽을 수동으로 감을 때 상당히 힘들 정도입니다. 다만 따로 배치한 날짜창 버튼은 기분 좋은 조작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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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브라운 색상에 아이보리 스티치가 선명한 엘리게이터 스트랩입니다. 색감은 복고 스타일의 쌍띠미에 크로노그래프와 잘 어울립니다. 다만 질감이나 촉감이 너무 뻣뻣하다는 것인 단점입니다. 론진 시계에서 많이 아쉬운 부분인데 좀 더 부드러운 스트랩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20/18mm 사이즈로 좀 더 빈티지스런 멋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줄질의 욕구를 불러 일으킬 만 한 범용성 풍부한 스트랩 사이즈입니다.
버클은 이중 잠금 기능의 양방향 디플로이언트 버클입니다. 오히려 빈티지스러운 탱 버클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헤리티지 크로로그래프와 뒤바뀐 듯 합니다. ^^
마지막으로 착용샷입니다. 사이즈도 적당하고 느낌 좋은 시계임은 분명합니다. 휴일에 캐주얼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한적한 국도를 달려보고 싶게 만드는 시계입니다.
쌍띠미에(Saint-Imier)는 180년 론진 역사의 첫페이지를 장식하는 론진으로서는 매우 의미깊은 곳입니다. 론진의 역사는 어느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론진 크로노그래프의 명작들이 줄줄이 선보였던 40-~50년대의 정서를 간직한 쌍띠미에 크로노그래프는 풍부한 역사적 유산을 가진 론진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추가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론진은 하나의 무브먼트를 다양한 컬렉션과 사이즈로 선보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많이 주고 있는데 이 시계에 장착된 무브먼트 L688.2 또한 마스터 컬렉션 크로노그래프와 헤리티지 컬렉션 크로노그래프 모델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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