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리브 드 까르띠에 퍼페츄얼 캘린더
까르띠에는 예물 시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시계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구매자의 정보 습득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롤까오(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에서 탈피하여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시계를 고르는 추세입니다. 물론 전통은 말 그대로 전통인 만큼 여전히 롤까오는 강세를 보이긴 하지만 말이죠.
전통적인 예물 시계의 패턴은 남, 녀가 같은 브랜드의 크기만 같은 모델에 크기만 다른 남성용, 여성용을 선택하곤 했죠. 롤까오가 대두된 요인은 시계 브랜드가 지금보다 적었던 탓도 있지만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브랜드는 많지 않았다는 게 첫 번째. 아무래도 결혼에서는 들러리에 가까운 남자보다 여자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여자의 선호도가 더 높다는 이유로 까르띠에가 많이 선택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결혼적령기의 남자라면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해도 태그 호이어 같은 스포츠 워치를 선호하지 않나 싶은지라 까르띠에와 코드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까르띠에에는 본격적인 스포츠 워치가 없는데다가 사이즈라도 좀 시원시원한 모델은 산토스 100, 밸롱 블루 정도로 제한되니까요. 이런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모델이 바로 깔리브 드 까르띠에로 커플을 위해 사이즈가 다양한 게 아닌 남자만을 타겟으로 삼은 것이 특징입니다.
깔리브 드 까르띠에 엔트리 모델
깔리브 드 까르띠에의 엔트리 모델을 보면 케이스 지름이 42mm로 컴플리케이션인 파인워치메이킹을 제외하면 시원한 사이즈입니다. 오버사이즈의 로마자 XII, 튼실한 러그, 돌출된 크라운 가드가 인상적입니다. 덩어리가 느껴지는 케이스와 무광의 새틴 케이스 피니시로 여느 까르띠에 모델에 비해 확실히 선이 굵고 시원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디자인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베젤인데요. 보통 글라스가 베젤보다 살짝 더 높지만 여기서는 반대입니다. 베젤은 데이토나 스피드웨이의 커브 같은 경사면이 연속되는 형태로 테두리만 빛을 반사하도록 유광 가공을 했습니다. 케이스 모서리 부분에도 유광 가공이 되어 있는데, 베젤 디자인을 빼면 정석적인 접근이 아닐까 합니다. 리뷰의 퍼페츄얼 캘린더는 깔리브 드 까르띠에의 케이스에 퍼페츄얼 캘린더 기능을 담아냈습니다. 깔리브 드 까르띠에 라인은 만들어 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리뷰 모델 같은 컴플리케이션인 파인워치메이킹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까르띠에에서 거는 기대가 엿보입니다.
다이얼을 먼저 보시죠. 진한 그레이의 꽃 혹은 수면 위의 잔잔한 파동과 같은 패턴을 아래에 깔고 위에는 로만 인덱스로 구성된 레이어를 올리는 방식을 택해 입체적입니다. 기능 배치에서는 이전 리뷰였던 바쉐론 콘스탄틴 퍼페츄얼 캘린더처럼 스탠더드(?)하지는 않습니다. 12시 방향에 있는 월 표시와 함께 1, 2, 3, L(윤년)의 다른 정보가 없었다면 풀 캘린더라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배치에서는 부담주지 않는(가격을 듣는 순간 부담스러우나) 모양새입니다. 날짜와 월은 포인터로 표시하고 다이얼 중심에서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요일은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하며 포인트가 가리키는 인덱스는 볼드의 남성적인 서체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다이얼 바깥 쪽, 일반적으로 로흐가 있는 부분은 매끈하지 않습니다. 드물게 코인엣지 처리를 했는데 베젤과 함께 디자인에서 의도적은 부분 같습니다. 로흐의 역할은 다이얼과 케이스의 경계를 짓기도 하지만 인덱스를 반사시켜 화려함(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더하는데요. 코인 엣지는 색다른 방식이라 재미있습니다.
전형적인 퍼페츄얼 캘린더 같지 않은 다이얼과 달리 조작 체계는 퍼페츄얼 캘린더의 전형입니다. 왼쪽 케이스 측면에 오목한 푸시 버튼이 두 개, 크라운 가드 측면에 한 개 배치되어 각 날짜, 요일, 월과 연동되는 년도를 조정합니다. 이런 푸시 버튼 방식에서는 자연히 크라운을 통해서는 시간 조정만 가능하며 조정 시 실수가 있다면 태엽이 전부 풀려 멈추기를 기다리는 게 상책이죠. 물론 율리스 나르당처럼 뒤로 자유롭게 돌릴 수 있는 퍼페츄얼 캘린더가 있지만 이건 흔한 예는 아니니까요. 크라운의 포지션은 0과 1이 됩니다. 0에서 크라운을 돌리는 따르르륵 하는 소리와 와인딩이 되는데 경쾌하게 크라운이 돌아갑니다. 한 칸 당긴 포지션 1에서는 시간 조정이 되는데 크라운은 가볍게 돌아가나 원하는 시간보다 조금 뒤에 맞춰질 때도 있습니다. 살짝 밀리는 경우가 있군요. 무게감이 느껴지는 케이스와는 상반되는 조작감입니다. 크라운을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릴 때는 공백이 있습니다. 분침이 즉각 반응 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되겠군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계-> 시계 반대로 돌릴 때 일정 구간 크라운이 헛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아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베이스 칼리버인 1904MC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특성을 떠나 조작시의 반응치곤 개운치 않습니다. 아쉬운 부분이군요.
칼리버 1904MC는 11과 1/2리뉴의 지름으로 ETA의 칼리버 2892와 같습니다. 까르띠에의 경우 연간 시계 생산량이 만만치 않아
어떨지 모르겠지만 엔트리 라인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칼리버 2892의 대체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께는 1904MC가 좀 더 두껍지만 말입죠. 트윈 배럴을 사용하지만 파워리저브는 48시간에 불과합니다. 요즘의 무브먼트의 추세라면 트윈 배럴로는 최저 60시간 정도의 구동이
가능하리라는 예상과 배치됩니다. 트윈 배럴이면서 파워리저브가 길지 않다면 르마니아의 칼리버 8810과 비슷한 의도라고 보여집니다. 8810은 트윈 배럴을 사용하면서
파워리저브가 40시간 정도로 예전 무브먼트이긴 합니다만, 탄성이
강하지 않은 메인스프링 두 개(트윈 배럴)의 사용으로 토크
변화를 온화하게 가져가면서 크로노미터의 도달을 목적으로 합니다. 토크가 크게 변하는 구간은 풀 와인딩과
동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가 상대적으로 큰데, 이러한 방식이라면 상대적으로 곡선이 완만해 질 수 있습니다. 제 생각대로라면 칼리버 1904MC는 이것을 노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IWC 칼리버 5000시리즈가 원 배럴로 7데이즈 하는게 얼마나 무식한 엔지니어링 한 물건인지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입니다. 전체를 새틴 가공하면서 화이트 골드의 화려함을
어필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사실 전체 유광 가공이 된 블링블링한 깔리브 드 까르띠에가 더 이상할 것 같지만 골드이기 때문에 화려함이 없으면 본전 생각 난달까요.
핑크 골드로도 같은 모델이 있는데 이쪽은 색만으로도 골드임을 알 수 있는 거라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이트골드를 블랙 PVD처리한 프랑크 뮬러도 있지만...독특한 베젤이 깔리브 드 까르띠에의 첫인상을 잡는다면 러그와 러그 사이의 마치 브레이슬릿과 케이스의
틈을 메울 앤드 링크와 같은 부분은 두고두고 보게 되는 포인트입니다. 장식이라면 장식인데 마술에서의
가림막 같은 역할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러그 측면의 커다란 스크류도 이것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장식의 역할도 있습니다. 스트랩은 러그 측면의 스크류가 있는
위치에서 고정되지 않습니다. 그 보다 깊은 곳에서 고정되며 가림막은 착용시 스트랩이 완전히 케이스와
밀착되어 보이도록 하는 착시효과를 만들어 내어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스트랩이 생각보다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손목이 가늘더라도 착용 감이나 비주얼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연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더군요. 스트랩은 측면까지 가죽으로 덮는 방식으로 고급 스트랩임을 나타내며 뒷면에서는 핸드 스티치를 짐작케 합니다. (짐작이 틀렸습니다. 아래 가보매직님의 댓글을 참조해주세요) 스트랩과 버클은 이미지와 같은 방식으로 연결이 됩니다.
이런 연결 법은 일반적이진 않군요.
인증샷
그냥 보는것 보다 손목 위에 올려놓았을 때가 더 멋진게 가장 큰 장점일지도....
무브먼트 피니싱의 경우 제 리뷰에서 크게 부각하진 않습니다. 시계의 수준에 맞는다고 보면 특출하게 훌륭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베이스 칼리버인 1904 MC는 기본적으로 다듬을 곳은 다듬고 장식할 곳은 장식했습니다. 다만 좀 더 손 맛을 더했으면 바람이 듭니다. 로터나 상부 브릿지의 앵글라쥬와 같은 요소는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엔트리 급 깔리브 드 까르띠에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지만 6~7천 만원대의 가격에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엔트리 급과 컴플리케이션에 탑재되는 같은 무브먼트의 피니싱을 차별화 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향상이라는 바람을 가져보게 하는군요.
인증샷을 비롯 촬영은 착샷매니악 Picus_K님이 고생해주셨습니다.
Copyright ⓒ 2012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이 게시물은 타임포럼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모든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의 무단복제나 도용은 저작권법(97조5항)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타임포럼 뉴스 게시판 바로 가기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유튜브 바로 가기
페이스북 바로 가기
네이버 카페 바로 가기
Copyright ⓒ 2024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게시물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를 복제 또는 도용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 76
- 전체
- A.Lange & Sohne
- Audemars Piguet
- Ball
- Baume & Mercier
- Bell & Ross
- Blancpain
- Breguet
- Breitling
- Buben Zorweg
- Bulgari
- Cartier
- Casio
- Chanel
- Chopard
- Chronoswiss
- Citizen
- Corum
- Frederique Constant
- Girard Perregaux
- Glycine
- Hamilton
- Harry Winston
- Hermes
- Hublot
- IWC
- Jaeger LeCoultre
- Junghans
- Longines
- Luminox
- Maurice Lacroix
- Mido
- Montblanc
- Omega
- Oris
- Panerai
- Parmigiani
- Patek Philippe
- Piaget
- Rado
- Richard Mille
- Roger Dubuis
- Rolex
- Seiko
- Sinn
- Stowa
- Suunto
- Swatch
- TAG Heuer
- Timeforum
- Tissot
- Ulysse Nardin
- Vacheron Constantin
- Van Cleef & Arpels
- Zenith
- 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