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레 울트라 씬 레트로그레이드 스몰 세컨드
1735년 설립의 블랑팡은 숫자상으로는 역사가 매우 길지만 실질적으로 지금과 같은 하이엔드로 성장하게 된 때는 1980년대에 들어서 입니다. 이 부분을 약점으로 생각하는지 블랑팡 카탈로그를 보면 역사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러 리퍼런스를 근거로 제시하는데 이도 잘 살펴보면 다이버 워치인 피프티 패덤스를 빼면 큰 연관이 없습니다. 1980년대 위블로의 CEO였던 쟝 클로드 비버가 하이엔드 무브먼트 메이커 프레드릭 피게의 자케 피게와 블랑팡의 문을 다시 엽니다. 그 전까지 블랑팡은 SSIH(오메가, 론진이 소속되어 있던 회사로 이후 ASUAG와 합병. 이름이 SMH로 되었다가 스와치 그룹으로 다시 이름을 바꿈)에 소속되어 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였고 비버가 권리를 사들인 것이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랑팡의 이미지는 1735년이 아니라 비버가 새롭게 만들어 낸 이미지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1735년 설립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약 30년 만에 하이엔드 메이커로 성장한 블랑팡의 저력과 단시간에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매력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편입니다.
빈티지(?) 빌레레 문 페이즈
자 그렇다면 블랑팡이 얼굴이 될 만한 시계는 무엇일까요?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선 피프티 패덤스가 떠오릅니다. 피프티 태덤스는 다이버 워치의 태동기에 나름의 족적을 남긴 바 있습니다만 단종이 된바 있어 역사성이 약해 강하게 어필하지 못합니다. 비버의 시대에서도 라인업의 아주 일부분을 차지하던 스포츠 모델의 하나에 불과했고 지금처럼 볼륨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 중반을 지나며 오리지날 디자인으로 회귀한 한 애니버서리 에디션이 나온 이후입니다. 비버의 블랑팡을 본격적인 역사로 보는 제게 있어서 블랑팡의 얼굴은 재건의 기반을 다지게 해 준 트리플 캘린더+문 페이즈이며 이것이 발전되어 빌레레로 이어졌기 중심 라인은 빌레레이며 얼굴은 빌레레 문 페이즈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블랑팡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것은 빌레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가 빌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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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레는 블랑팡이 탄생한 마을 이름이기도 한데요. 블랑팡 디자인을 정의한다면 빌레레를 봐야합니다. 2단의 스텝 베젤과 곡선을 중시한 케이스 특히 측면과 케이스 백에서 봤을 때 멋스러운 러그가 특징적입니다. 이것은 르망 라인에도 해당이되며 빌레레는 리프(Leaf)형 바늘과 로만 인덱스의 우아한 드레스 워치죠. 예전에는 다소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케이스 지름이 40mm로 커지고 인덱스, 바늘에 변형을 가하면서 부드럽지만 남성적인 이미지가 정착됩니다. 리뷰의 주인공은 레트로그레이드 초침을 사용한 Ref.6653-1542-55B(http://www.blancpain.com/en/watch/6653-1542-55b)에 데이트 기능을 더한 올 해의 신모델입니다.
블루 플린케 화이트 골드 케이스
먼저 두 가지 다이얼을 선택하는 게 가능합니다. 리뷰 모델처럼 화이트 다이얼에 핑크 골드 케이스, 블루 플린크 다이얼에 화이트 골드 케이스 조합입니다. 후자의 경우 기요쉐 가공을 한 뒤 반투명 에나멜처리를 하는 다이얼로 초침을 중심으로 방사형 패턴을 이룹니다. 다이얼 배리에이션의 언급은 큰 의미가 없어 설명을 생략하지만 확실하게 다른 부분이라 말씀드립니다. 블루 다이얼을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두운 블루(딥 블루, 다크 블루 등등)과 패턴이 살아있어 가시성이 좋지 않습니다. 바젤월드에서 처음보고 가시성이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독특한 다이얼 색상 앞에서는 가시성은 큰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더군요. 다이얼 하나만 보고 구매를 결정할 정도라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리뷰로 돌아와서 리뷰 모델은 사진 빨 잘 받고 가시성이 좋은 다이얼입니다. 블랑팡의 화이트 다이얼 같은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사실 화이트 다이얼의 범주에는 매우 다양한 색깔이 포함됩니다. A4용지를 깔아 놓은 듯한 단순한 하얀색에서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이얼까지. 후자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얼굴과 만나게 되죠. 빛을 머금는 양에 따라 달라지는데 강한 빛에서는 하얗게 보이다가 조명이 어두워지면 살짝 실버나 그레이 다이얼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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