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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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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매력 3 : 인하우스 무브먼트 2

 

 

 

5. 늙은 황태자 Audemars Piguet의 Cal. 3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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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명한 시계 매니아였던 Carlos Perrez는 오데마 피게를 '왕자'라고 불렀습니다. 스위스 빅 3중 가장 젊은 브랜드였기 때문입니다. 왕자라는 말은 언젠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하는 어휘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찰스 황태자처럼 왕위계승을 기다리다가 너무 늙어버려서 영원히 황태자로 머물고 마는 황태자도 있을 것입니다.

 

파텍 필립이 Cal. 215 이후 심플 수동 무브먼트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 것과는 반대로, 바쉐론 콘스탄틴과 오데마 피게는 1999년과 2002년에 독자적인 수동 무브먼트와 이에 기반한 자동 무브먼트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 결과, 스위스 빅 3는 이제 모두 인하우스 수동과 자동 무브먼트를 가진 매뉴팩춰가 된 것입니다. 물론, VC와 AP에는 여전히 JLC에서 설계했던 울트라 슬림 수동과 자동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으며, 이제는 각자 자신들의 무브먼트 공방에서 제조할 수 있는 설비까지 갖추었으므로, VC와 AP는 울트라슬림 시계에 대해서는 파텍 필립이나 랑게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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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와 AP는 심플 수동과 자동에서 오랫동안 LeCoultre의 에보슈를 사용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9 1/2 리뉴의 무브먼트를 각기 1001과 2001의 칼리버 넘버로 공유했었습니다. 물론, 12 리뉴급의 무브먼트에서는 VC가 LeCoultre의 452를 사용하고, AP는 밸쥬의 VZSS를 사용했지만, 9리뉴 혹은 9 1/2리뉴의 무브먼트에서는 LeCoultre의 에보슈를 사용했었습니다. 빈티지에서 발견되는 VC와 AP의 슬림한 시계들이라면 대부분 VC 1001패밀리나 AP 2001 패밀리를 사용하는 시계들입니다. 그 때문이었는지, 혹은 곧 개발할 12리뉴급의 자동무브먼트를 개발하기 위한 베이스 무브먼트로서의 수동 무브먼트였기 때문인지, AP와 VC는 1999년과 2002년에 각기 9 리뉴급의 수동 무브먼트인 AP 3090과 VC 1400을 발표하게 됩니다.

 

1999년 AP에서 먼저 최초의 인하우스 수동 무브먼트인 Cal. 3090과 함께 Jules Audemars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무브먼트의 톱플레인트는 적어도 현재까지 그 누구도 사용해 본 적 잆는 듯한 신선한 디자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브먼트의 윤열(기어 트레인)의 구성도 과거 AP Cal. 2001의 분위기와 너무도 흡사한 클래식 디자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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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중앙에서 보듯이 무브먼트의 베이스 플레이트(혹은 메인 플레이트)의 전체를 꽉 채우는 배럴과 밸런스 및 2번 내지 4번횔과 이스케이프먼트휠의 구성...

무브먼트의 설계시 1958년에서 1978년까지 2만개 이상 생산되었던 AP Cal. 2001의 설계를 그대로 채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참고로, 링고는 AP 3090의 윤열(기어 트레인) 설계가 Cal. 2001의 설계를 그대로 채용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AP 3090이 파텍 필립의 215처럼 크라운휠과 라체트휠을 배럴브릿지 위에 배치한 것을 제외한다면 모든 휠의 규격이며 배치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오려서 AP Cal. 2001위에 AP Cal. 3090을 놓고 본다면 거의 모든 휠의 위치와 크기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완전히 일치한다면 2 무브먼트는 실제로 동일한 설계의 무브먼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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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매니아들조차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링고에게는 1999년에 발표된 AP Cal. 3090은 AP의 빈티지 무브먼트인 Cal. 2001의 설계를 그대로 채용하면서, 톱플레이트의 브릿지 디자인에서 큰 변화를 준 것으로 보였습니다. 과거 AP Cal. 2001이 VC의 Cal. 1001과 함께 파텍 필립의 전형적인 S브릿지 디자인을 카피한 듯한 분위기였다면, 1999년에 발표된 AP 3090의 톱플레이트는 현대에 와서 새롭게 유행하는 밸런스 브릿지의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매우 독특한 센터 브릿지의 디자인을 적용하여 그야말로 20세기말에 부활한 기계식 시계의 수동 무브먼트를 대표할만한 아름다운 수동 무브먼트를 창조해 낸 것이었습니다. 과거와 현대의 기막힌 조우라고 할지.... 링고로서는 새롭게 발표되는 무브먼트들이 꼭 모든 점에서 새로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수 많은 무브먼트 기술자들이 완성한 완벽한 설계가 있다면 이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설계하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새로이 개발된 신기술들을 이용하여 파워리저브를 높이고, 고급한 밸런스며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하고, 고급한 재질을 사용하여 보다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시계를 구입하는 매니아들에게는 그로서 충분한 것입니다. 따라서, AP Cal. 3090이 Cal. 2001의 설계를 그대로 원용하여 톱플레이트의 디자인만 변경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이 Cal. 3090의 매력을 반감시키기 보다는 도리어 Cal. 3090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링고가 느끼는 AP의 3090에 대한 아쉬움은 그것이 9 리뉴급의 소형 무브먼트였다는 것과 Cal. 2001이 오버코일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했음에 비해, 새로 발표된 AP 3090은 플랫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해도 파텍 필립의 215며 랑게의 타임온리 수동무브먼트들도 모두 플랫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하고 있었으므로, AP 3090은 많은 매니아들에게 랑게 L941.1을 넘어서는 가장 아름다운 수동 무브먼트로 상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 많은 매니아들에 의해 1980년 이후 발표된 수동 무브먼트들중 가장 매력적인 무브먼트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무브먼트 직경의 40% 를 넘는 밸런스 사이즈며, 새로우면서 매력적인 브릿지 디자인 등은 랑게 L941.1에 부족했던 모든 것을 갖춘 무브먼트로 보였던 것입니다. 다만, 9리뉴급의 소형 무브먼트였던 것이 너무도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9 리뉴가 아닌 12리뉴, 11 리뉴만 되었더라도 정말 1980년 이후 대형 브랜드에서 발표한 가장 아름다운 무브먼트가 되었을 것임에 아무런 의심도 들지 않는 무브먼트였던 것입니다. 즉, 12리뉴나 13리뉴로 설계되었다면,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와 함께 가장 매력적인 무브먼트로 시계매니아들의 '다이포와치'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며, 링고의 이번 글은 4대 메이저 하이엔드 브랜드의 수동 무브먼트들의 비교가 아닌 AP 3090에 대한 기나긴 헌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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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록 아쉬움이 오랫동안 남게 되는 너무 작은 수동 무브먼트였지만, 그후 발표된 AP 최초의 인하우스 자동 무브먼트인 Cal. 3120을 보면서, AP가 3090을 9리뉴의 무브먼트로 설계한 이유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즉, AP는 처음부터 독립된 수동 무브먼트의 개발보다는 13리뉴급의 자동 무브먼트인 3120을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3090을 채용한 여성용 시계가 출시되므로써, AP가 3090을 설계할 때 염두에 두었던 것은 남성용의 시계와 여성용의 시계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소형의 수동 브먼트와 Royal Oak에 사용할 듬짐한 자동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것이 수동 무브먼트 3090의 도입취지였던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수동 무브먼트 애호가인 링고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자동 무브먼트 애호가들이나 Royal Oak의 팬들에게는 AP의 이런 선택에 갈채를 보낼 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3090의 자동무브먼트인 3120과 자동 크로노그래프 버전인 3126에서는 AP 3090의 아름다운 브릿지들은 대부분 제거되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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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가 아름답다고 시계까지 아름다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샘플이 AP Cal. 3090인지도 모르겠습니다. AP Cal. 3090이 처음으로 채용된 AP의 Jules Audemars는 오리지날리티는 있을 지 모르지만 어정쩡한 케이스 디자인과 다소 촌스러운 길로쉬 다이얼로 인해, 비록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가진 시계이지만, 시계까지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별로 듣지 못한 비운의 시계이기도 합니다. 랑게가 강건한 케이스 디자인까지는 마음에 들지만, 색바랜듯한 실버 다이얼 때문에 아쉬움을 주는 시계라면, 오데마 피게의 쥴스 오데마는 적어도 링고의 눈에는 무브먼트 빼고는 도무지 하이엔드의 시계에 요구되는 '신사의 품격'(?)이 결여된 시계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빅 4의 수동 무브먼트를 비교해 보고자 하는 이 글에서 여러분들은 시계 전체로 볼 때 과연 어떤 시계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냐는 질문에 대해 어떤 답도 얻기 어려울 듯합니다.... 빅 4의 브랜드에서조차 완벽한 비교적 우위를 점하는 무브먼트를 찾기도 어렵지만, 완벽한 시계를 찾기는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 모든 지식을 종합하여 나의 시계를 고르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영원한 숙제로 남게 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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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데마 피게의 실질적인 엔트리 모델이자 주력 모델이 Royal Oak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데마 피게의 미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오데마 피게의 쥴스 오데마 모델을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 랑게의 색소니아나 1815와 비교할 이유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랜 기간 왕자에 머물다 보니, 지루해진 왕자는 왕위에 대한 미련을 던져버리고, 어느 새 요트에 재미를 붙여, 이제는 요트 세계 챔피온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진의 책에서 보듯이, 현재의 Audemars Piguet는 Royal Oak가 브랜드 명칭이고, Audemars Piguet가 시계 이름처럼 보이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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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정장용(Gentleman) 시계에서 AP는 3인자의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스포츠 시계에서는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 보다는 월등히 앞서있는 브랜드이며, 하이엔드 프리미엄 브랜드나 필립 듀포를 포함하는 수 많은 독립제자자들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로얄 오크만한 매력적인 스포츠 시계가 다시 한 번 탄생할 가능성은 향후에도 별로 크지 않습니다. 벌써 40년간이나 다양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첫 등장한 1972년 이후 로얄 오크는 심해 다이버 같은 심각한(?) 스포츠가 아닌 요트나 골프 등 그야말로 가벼운 귀족들의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시계 디지안과 스포츠 시계에서는 결코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하이엔드 무브먼트를 가진 '귀족 스포츠 시계의 황제'라는 것은 스포츠 혹은 프로패셔널한 시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링고로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팩트입니다. 하물며, 이미 40년간의 검증을 거친 로얄오크는 분야를 불문하고 시계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계 디자인 10 개 안에 들어가고도 남을 필요충분한 시계입니다. 오데마 피게의 무브먼트가 없었더라도 위대했을 시계, 거기에 오데마 피게의 무브먼트가 더해지므로써 더 완벽해진 시계...  오데마 피게의 무브먼트에 대한 비평은 몰라도 로얄 오크라는 시계 컨셉은 그 어떤 혹독한 비평아래서도 향후 100년 이상을 너끈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오데마 피게는 영원히 정장용 시계의 황제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시계로 국한한다면, 1972년 이후 거의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귀족 스포츠 시계의 황제' 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6.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 바쉐론 콘스탄틴의 Cal. 1400과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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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스트를 만든 ThomasM은 바쉐론 콘스탄틴에 대한 글을 쓰면서 Once and Future K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나, 링고로서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브레게를 누르고 세계 최고가 되거나, 혹은 파텍 필립이 등장한 후 파텍 필립을 완벽히 제압하고 왕이었던 시대가 언제였는 지를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또,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에 이 늙은 브랜드가 기어코 왕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별로 가지 않습니다. 진실로 왕이 되고자 한다면 같은 집안에서 너무 성장해 버린 랑게부터 무찔러야 하는 데, 도무지 이 집안의 주인들은 바쉐론 콘스탄틴에게 그 정도의 투자를 할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파텍 필립과 그 동안 너무 성장해버린 랑게를 제압하고 새로운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리치몬트라는 감옥으로부터 탈출하여 절세의 기연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새로 시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빅 3중 가장 늦은 시기에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발표한 Vacheron Constantin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파텍 필립이 스턴일가에게 넘어가 현재까지 독립된 브랜드로서 성장해 왔음에 비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1996년에 현재의 리치몬트 그룹으로 편입되까지 1987년 Ketterer가문의 마지막 계승자인 Jacques Ketterer의 죽음과 함께 사우디의 석유재벌 야마니에게 넘어간 후 10 여년간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치게 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1987년에서 1996년까지 10 년간 잊혀져 가는 브랜드가 되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자사 무브먼트 개발 등에 필요한 자본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1989년에는 일년에 3500 개의 시계를 판매할 정도로 바쉐론 콘스탄틴은 쇠락해 갔습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계식 시계가 본격적으로 부활하던 1996년에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고, 1998년에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을 위해 HDG라는 투루비용과 리피터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던 무브먼트 메이커를 구입하여,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컴플리케이션의 개발에 이어 2002년에 비로서 1930년대에 JLC와의 인연을 통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포기하고 JLC의 에보슈를 사용하던 에보슈 시대를 넘어 인하우스 무브먼트 시대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실질적인 그 첫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바로 Cal. 14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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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본다면, 오데마 피게와 달리 밸런스가 조금 작은 것을 제외하고는 바쉐론 콘스탄틴 역시 그들의 역사에 등장했던 무브먼트 중 9 리뉴의 무브먼트인 1001로부터 출발한 것이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오랫동안 빅 3로 불리운 파텍 필립과 오데마 피게와 보조를 맞출 생각이었는 지, 혹은 1930년대 이후 오데마 피게와 비슷비슷한 무브먼트를 사용하던 습관 때문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다만, 바쉐론 콘스탄틴은 21,600의 랑게를 모델로 삼은 늙은 왕자 오데마 피게와 달리, 자신보다 많이 젊으면서도 황제 자리에는 먼저 올라버렸던  파텍 필립 Cal. 215의 28,800 테크닉을 모델로 삼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빅 3 중 가장 늦게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잇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랑게의 등장 이후 시계 매니아들에게 '숨어 있던 전설적인 고수'로 자리매김한 필립 듀포의 하프 플레이트 디자인과 플레이트의 날카로운 피니싱이라는 비법을 도입해 보기로 결정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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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의 톱플레이트 설계시 참고한 것이 하필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였던 것은 두고두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쪽팔리는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Vacheron Constantin CaL 1400은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의 열등한 카피본 처럼 보입니다. 라체트휠을 하프 플레이트 위로 드러내놓는 디자인의 변경만 없었다면 피니싱이 어려운 부분을 둥글게 처리한 것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동일한 톱플레이트 디자인이었을 것입니다.....  톱플레이트의 브릿지 구성이며, 각 브릿지의 디자인들을 차례로 비교해 보면, 바쉐론 콘스탄틴의 1400이 필립 듀포의 실플리시티 무브먼트의 톱플레이트를 카피한 것임이 쉽게 보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20세기 들어와 처음으로 발표한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하필 그 당시 시계 매니아들에게 드림이었던 무브먼트,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사용하던 사진,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무브먼트,  이미 살아 있는 전설이 되어버린 시계인 필립 듀포가 2000년에 바젤페어를 통해 발표하였던 심플리시티 무브먼트의 카피본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한 때 그 아름다운 크로노미터 로얄의 무브먼트들을 만들었던 바쉐론 콘스탄인이 이제는 기껏해야 자신들에게 리피터 무브먼트를 납품하려던 하청업체 수준의 필립 듀포가 2년전에 발표한 무브먼트의 톱플레이트를 카피하는 처지라니...

 

그런데 그 당시 랑게 1815를 지나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가 드림와치였던 링고에게 제일 짜증났던 것은 필립 듀포의 무브먼트가 손목시계 무브먼트의 가장 이상적인 사이즈로 여겨지는 30mm 였음에 비해, 바쉐론의 1400은 20mm였던 것입니다. 차라리, 사이즈까지 카피했더라면....  "그래, 내가 언제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를 구입해 보겠냐? 조금 열등하지만 케이스와 다이얼 디자인은 더 다양한 바쉐론 콘스탄틴을 통해 필립 듀포의 느낌이라도 조금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바쉐론의 1400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여성용 손목시계에나 딱 맞는 20mm의 사이즈라니.... '꼭 베껴야할 것은 피하가네... ' 대게 헛발질은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제길슨....ㅠ.ㅜ'

 

현존하는 그 어떤 브랜드의 심플 수동 무브먼트도 따라갈 수 없는 필립 듀포의 피니싱에 비교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더라도(뭐 가격차이도 적지 않으니까....), 명색이 스위스의 빅 3중 2인자인 바쉐론 콘스탄틴인데 말이지, 필립 듀포의 오버코일 밸런스 스프링이나 프리스프렁 밸런스같은 테크니컬한 구성 정도는 그대로 카피해야 되지 않았을까요???  더구나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이제는 개나 소나 사용하는 기본 테크닉인데 그래도 빅 3인 바쉐론이 이건 뭥미???

 

바쉐론 콘스탄틴 최초의 인하우스 심플 수동무브먼트는 링고 같은 수동 무브먼트 매니아들의 실소를 자아낸 것을 넘어, 그 첫 출발부터 조금 삐끗해 버립니다. 그 당시 인터넷 시계 사이트 중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에게 가장 호의적이었던 퓨리스트를 통해서 였습니다... 그 당시 퓨리스트를 방문하는 매니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코너였던 퓨리스트의 무브먼트를 분해하여 속을 보여주는 시계 리뷰 기사를 통해서 였습니다. 2002년에 뱔표된 시계를 그야말로 신속하게 입수하여 당시 퓨리스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계 매니아였던 John이라는 사람이 다양한 무브먼트 사진들과 함께 멋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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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장의 사진중 가장 충격적인 사진은 좌측의 사진이었습니다. 베이스(메인) 플레이트의 기본 피니싱인 페를라쥐를 하다가 만 사진...  2002년 이 리뷰를 쓴 John은 '메인플레이트의 피니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한 줄짜리 평가로 이 사진에 대해 가볍게 넘어가 버렸지만, 이 사진의 확대 사진을 본 매니아들은 바쉐론의 빅 3답지 않은 불성실함에 분노하게 됩니다. 그 후 바쉐론의 편을 드는 매니아들은 Johm이 분석한 샘플이 불량품이었을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바쉐론을 옹호하려고 했지만 바로 그 해에 첫 발표된 이 무브먼트는 수 많은 매니아들에게 바쉐론에 대한 신뢰성을 잃어버리게 만든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http://www.thepurists.com/watch/features/8ohms/vc1400/index.html

 

그후 바쉐론 콘스탄틴이 자신들의 꼼꼼한 피니싱과정을 보여주며 공식적으로 공개한 사진이 우측의 사진입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Cal. 1400을 구매하고서 오버홀할 때 직접 확인해 보지 않는다면, 내가 구입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판매용 무브먼트의 피니싱이 좌측의 사진일 것인지 우측의 사진일 것인지는 확인할 다른 방도가 없을 것입니다. 톱플레이트를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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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Cal. 1400을 분해하면서 John이 기대했을 광경은 위 사진의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의 플레이트 피니싱과 비슷한 모습이었을테지만, 톱플레이트의 디자인만 비슷했을 뿐 그 속에 숨어 있는 것은 너무도 다른 광경이었던 셈입니다... 오랫동안 제네바 씰의 상징적인 브랜드였던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 정도의 브랜드라면 필립 듀포 보다 나을 수는 없다고 할 지라도 비슷한 수준은 유지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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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씰이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던 이 브릿지의 바로 아래에 저런 치시한 피니싱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제네바씰은 최근 카르티에, 쇼파드 등에서도 받으므로써 그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었지만, 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하이엔드 프리미엄 시계의 상징과도 같은 마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잘난 제네바씰(혹은 제네바 홀 마크)이 보증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그저 상업적인 포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씁쓸한 사건이었으며 그래서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를 주문하려는 매니아들의 줄이 더 길어지게 되었는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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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사건이후, 링고는 ThomasM의 글의 제목중 "Once King"은 20세기 중반 그들이 "크로노미터 로얄"을 만들던 시절이라면 파텍 필립의 왕좌를 잠시 빼았을 정도의 강력한 브랜드였을 지도 모르므로 아주 틀린 것은 아닐지라도, "Future King"은 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바쉐론 콘스탄틴의 가장 아름다운 무브먼트들은 1950년대의 빈티지에서만 발견할 수 있으며, 진정한 제네바씰은 오직 저 시대에만 존재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LeCoultre의 12 1/2리뉴 에보슈를 사용하여 만든 453/454와 1007/1008은 파텍 필립의 12 리뉴의 마지막 후예였던 27AM-400과 함께 '수동 무브먼트의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가장 먼저 들어야할 역사적인 명품무브먼트들입니다. 필립 듀포에게 심플리시티의 완벽한 피니싱에 대해 영감을 준 '손목시계 무브먼트'가 있다면 그것은 파텍 필립의 무브먼트이기 보다는 1950년대의 바쉐론 콘스탄틴의 무브먼트들이었을 것입니다. 21세기의 바쉐론 콘스탄틴은 바로 자신들이 만든 빈티지 무브먼트에서 영감을 받아 완벽한 피니싱에 도전했을 필립 듀포의 톱플레이트 디자인이나 컷닝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지.... 인하우스 무브먼트 예찬론자들에게는 1950년대의 파텍 필립의 12 리뉴 무브먼트가 최고의 수동 무브먼트이겠지만, 무브먼트의 비교에서 인하우스 무브먼트와 에보슈 무브먼트의 이분론보다는 무브먼트 자체의 품질에 집중하는 매니아라면 파텍 필립보다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크로노미터 로얄의 무브먼트였던 Cal. 1007과 1008이야말로 20세기 최고의 수동 무브먼트로 인정할 것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을 '썩어도 준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들이 60년전에 만들었던 저 아름다운 무브먼트들 때문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바쉐론 콘스탄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빅 3로 생각하는 이유도 저런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만들었던 바쉐론 콘스탄틴이 언제가 다시 저 시절과 같은 매력적인 무브먼트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너무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보슈로 저런 무브먼트를 만들 수 있었던 브랜드는 손목시계 시대에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Cal. 1400을 보면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어째서 자신들의 아름다운 전통적인 브릿지 디자인을 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바세론이 1950년대에 만들었던 453이나 1007의 톱플레이트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기왕이면 무브먼트의 직경도 453/454이나 1007/1008처럼 28.8mm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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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의 3090이 자동 무브먼트 3120의 베이스로 개발되었듯이, 바쉐론의 1400도 그후 발표된 자동 무브트들인 Cal. 2450은 물론, 크로노미터 로얄의 무브먼트인 Cal. 2460의 베이스로 사용되어 바쉐론 콘스탄틴의 주력 무브먼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 무브먼트가 되고서야 11 1/2 리뉴의 25.6mm의 무브먼트가 되었는 데, 이 무브먼트들이 사용되는 시계의 사이즈에 비한다면 여전히 조금 작게 느껴지는 무브먼트들입니다. 링고의 눈에는 한정판에 사용된 구멍뚫린 로터보다는 22K금이라도 조금 더 사용되었을 것이고, 아름답게 길로쉬로 조각된 일반 자동 모델용의 2450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공장에서 로터가 실수로 바뀐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조금해 보았었습니다.

 

한정판의 가격과 일반 자동 모델의 가격 차이를 고려한다면, 한정판에 사용되는 2460이 일반 모델에 사용되는 2450보다 뭐가 좋은 지 잘 모르겠더군요.... 바쉐론의 한정판 모델들인 히스토릭 모델은 같은 구성의 일반 모델의 2 배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지 제조 수량이 한정된 한정판이라서 2배의 가격이 되는 것일까요?

 

40mm에 육박하는 시계 케이스 사이즈에 걸맞는 12~13리뉴급의 수동 무브먼트를 애타게 기다리던 매니아들에게, 2008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몇 년만에 발표된 히스토릭 라인의 새로운 시계 America 1921모델을 통해 28.5mm의 랑게 이후 처음으로 12 1/2 리뉴의 무브먼트를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수동 시계 매니아들이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던 크로노미터 로얄급의 수동무브먼트가 등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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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erica 1921 및1921 Boutique 의 2가지 모델로 발매되었으며, 무브먼트는 새롭게 개발된 빈티지 크로노미터 로얄급의 사이즈를 가진 Cal. 4400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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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Cal. 4400의 사진을 보고는 무브먼트 사이즈만 빼고는 차라리 Cal. 1400의 심플리시티 카피가 더 나아보였습니다... 쩝...

 

파워리저브 65 시간의 큰 배럴을 채용하기 위해 8 days 무브먼트급의 밸런스를 채용했다는 것이 가장 유감스러웠고, 톱플레이트의 구성도 아쉽습니다. 랑게의 영향이었는지 1995년 이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무브먼트들은 디스플레이백 시대의 잇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4-5 브릿지 무브먼트 보다는 3/4 플레이트의 스플릿 형태의 무브먼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회중시계시절부터 파텍 필립과 함께 아름다운 브릿지 무브먼트를 만들어왔던 대표적인 브랜드이므로, 설혹 현대의 무브먼트 트렌드가 3/4 플레이트 혹은 풀플레이트 등 케이스백을 대신할 정도의 큰 플레이트가 유행시대라 할지라도 브릿지 무브먼트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보여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큰 것입니다. 9리뉴급의 소형 무브먼트가 아닌 12 1/2리뉴의 큰 무브먼트이므로, 센터브릿지에서 이스케이프먼트휠 콕을 분리하여 각종 휠들의 피니싱이나 움직임을 조금 더 볼 수 있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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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랑게에 이어 스위스의 빅 3중 처음으로 12~13리뉴급의 수동 무브먼트를 개발했다는 것만은 칭찬해 주어야 할 일로 보입니다.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도 바쉐론 콘스탄틴에 이어 12 리뉴 혹은 13리뉴의 수동 무브먼트를 개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Cal. 4400은 America 1921 등의 히스토릭 라인뿐 아니라, Patrimony모델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사진의 Patrimony Taditionnelle이 Cal. 4400을 사용하는 모델입니다만, 케이스백의 사진에서 보듯이 시계의 사이즈가 38mm임에도 무브먼트는 케이스백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12 리뉴, 13리뉴의 무브먼트가 현대의 큰 시계 시대에 꼭 필요한 이유인 셈이지요. Cal. 4400의 설명에서도 이 무브먼트의 특징이 큰 시계 케이스 사이즈에 어울리는 28.5mm의 큰 무브먼트라는 것과 바쉐론 콘스탄틴의 정교한 피니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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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매니아 사이트에서 실물을 구입하여 분해한 사진이 아니라, 바쉐론 콘스탄틴의 공방에서 찍은 사진입니다만, Cal. 4400은 Cal. 1400과 달리 브릿지 밑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과거의 바쉐론 콘스탄틴의 무브먼트들처럼 정교하게 피니싱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판매용도 전부 이와 같은 지는 확인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Cal. 1400과 같은 사건은 브랜드의 이미지에 오랫동안 나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며, 적어도 빅 3라고 불리울 정도의 브랜드라면 그런 제품이 판매되지 않을 정도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시계에 미친 소비자들이라 할 지라도 천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서 뽑기운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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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바쉐론 콘스탄틴은 파텍 필립이나 랑게에게는 없는 다채로움과 부드러운 곡선을 잘 활용한 매력적인 케이스 디자인과 익스플로러 등 독특한 타임디스플레이 방식과 아름다운 에나멜 다이얼을 제공하는 하이엔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파텍 필립이나 랑게의 엄숙함이나 딱딱함이 싫은 하이엔드 프리미엄 정장용 시계의 소비자에게 바쉐론 콘스탄틴은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매력적인 브랜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쉐론 콘스탄틴이 무브먼트의 설계나 피니싱에 1950년대와 같은 치열함을 되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소 비판적으로 스위스 빅 3와 글라슈테의 랑게의 단점들을 공격해 보았지만, 이 4개 브랜드의 무브먼트는 그 이외의 하이엔드 브랜드 혹은 미디움-하이 섹터의 브랜드들의 무브먼트를 비평하는 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는 하이엔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상징적인 존재들이라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무브먼트의 피니싱에 대해서 1950년대의 바쉐론 콘스탄틴과 파텍 필립은 현대의 필립 듀포처럼 무브먼트 피니싱의 하나의 전범이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필립 듀포조차 바로 그들에게서 배웠을 것이니 말입니다....

 

 

에필로그

 

바쉐론 콘스탄틴의 퓨리스트 Cal. 1400 분해 사건 이후, 링고는 개인적으로 시계 매니아들이 오버홀하면서 올리는 사진들 외에 매니아들이 브랜드의 공장이나 공방을 방문하여 찍어오는 사진들이나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사진들에 대해 의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과연 저 사진들이 판매용 시계의 품질을 보여주는 것인지, 단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하나의 쑈에 불과한 것인지 말입니다. 그에 비한다면, 1950년대에 꽉 막힌 케이스백 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오버홀 과정을 통해 공개되는 빈티지들의 완벽한 피니싱에서 그 시대에 시계를 만들었던 고급 브랜드들의 장인정신에 더욱더 갈채를 보내게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1950년대에 빅 3의 공방에서 무수한 시간을 플레이트의 페를라쥐며, 엥글라쥐를 하던 장인들이 다 사라지고, 이제는 대충 눈 속임이나 하려는 얼치기 샐러리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백 시대에 3/4 플레이트, 풀플레이트 등 무브먼트의 구성요소들을 최대한 감추는 톱플레이트 디자인이 유행하는 것도 왠지 석연치 않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2012년 7월 13일

 

링고 씀

 

 

예고 :

 

이어서 링고가 올릴 시계의 매력 4는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함정"이라는 테마입니다.

 

하이엔드 인하우스 무브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공방에서 탄생했다는 그 태생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적인 품질이 더 중요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글을 올리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미리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필립 듀포 같은 장인이 골드 로터, 오버코일, 프리스프렁 밸런스 등을 채용하여 하이엔드급으로 수정하고 심플리시티급으로 피니싱한 ETA 2824를 구입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파텍 필립의 Cal. 315를 구입하시겠습니까?

 

물론, 같은 가격이라면 말입니다....

 

수동 무브먼트를 예로 든다면 ETA 6498은 대량생산되는 ETA의 공장에서 태어났으므로 결코 랑게의 L941.1 같은 하이엔드 무브먼트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L9411.jpg  VS   cal49.gif VS   Lang_&_Heyne_perpetual_top.JPG

 

 

주인아씨를 사랑하는 조선시대 종놈의 비극적인 멜로 사극의 주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지금까지의 시계의 매력 시리즈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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