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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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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매력 2 : 인하우스 무브먼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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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시계의 매력 2로는 현행 무브먼트들중 매력적인 무브먼트들에 대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링고의 썬글라스로 본 현행 인하우스 무브먼트들에 대한 비교입니다.

 

내용이 방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제 1 부로 하이엔드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 2 부로 중상급 인하우스 무브먼트들에 대한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제 1 부 하이엔드 무브먼트

 

1. 하이엔드 브랜드의 설정에 대한 어려움

 

하이엔드를 어느 브랜드까지로 설정할 것인지도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만, 링고가 생각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의 스위스 빅 3와 독일의 Lange & Sohnne, Glashutte Original 등의 고가 브랜드들입니다. Swatch 그룹의 최상급 브랜드인 Breguet는 당연히 포함시켜야 할 것이며,  JLC와 Blancpain, Chopard, Piaget를 넣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독립제작자 출신 중에서 규모가 큰 Franck Muller, Paul Journe, Parmigiani, Roger Dubuis 등과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H. Moser & Cie, Montblanc의 Minerva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들, Panerai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시계, Cartier의 인하우스무브먼트 시계, Bvlgari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시계 등도 가격을 고려한다면 여기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링고가 이번 글에서 다룰 브랜드는 이들중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와 랑게의 4개 브랜드입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이 4개 브랜드는 하이엔드 무브먼트의 준거가 되기에 충분한 규모를 가진 브랜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 4개 브랜드의 무브먼트들에 대한 분석 이후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무브먼트들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하이엔드 인하우스 수동 무브먼트의 스펙 비교

 

현재, 4개 브랜드에서 발매되고 있는 엔트리급 인하우스 수동 무브먼트는 파텍 필립의 215, 바쉐론 콘스탄틴의 1400과 4400, 오데마 피게의 3090과 랑게의 L941.1, L051.1과 L093.1의 7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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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상세한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일단 4개 브랜드의 엔트리급 수동 무브먼트 7개의 스펙을 한 번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브먼트

    patek 215

    VC 1400

    VC 4400

   AP 3090

     L941.1

     L051.1

     L093.1

   직경(mm)

         21.5

        20.65

        28.0

       20.8

       25.6

      30.6

     28.0

   두꼐(mm)

        2.55

        2.8

        2.8

       2.8

       3.2

       4.6

      2.9

   박동수(bph)

       28,800

      28,800

     28,800

     21,600

    21,600

    21,600

    21,600

   보석수(jewels)

          18

         20

         21

        21

        21

       23

       21

  파워리저브(hr)

          45

         40

         65

        48

        45

       55

       72

  출시년도

        1974

       2002

       2008

      1999

      1995

     2009

      2011

 

 표에서 보듯이, 파텍 필립의 Cal. 215를 제외하고는 모두 1990년대 이후에 개발된 무브먼트들이며, 대부분 2000년대에 들어 개발된 무브먼트들입니다.

 

1995년 랑게가 등장했을 때까지도 하이엔드 브랜드들중에서 타임온리 혹은 심플 무브먼트로서 인하우스 수동 혹은 자동 무브먼트를 가진 브랜드는 실상 파텍 필립과 랑게의 2개 브랜드에 불과했으며, VC와 AP는 심플시계들은 전적으로 JLC 에보슈에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랑게의 수동 무브먼트들이 25.6mm ~ 30mm의 12리뉴 이상급의 상대적으로 큰 무브먼트를 제조하고 있음에 비해,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그리고 오데마 피게의 소위 빅 3는 9 리뉴급의 소형 무브먼트만을 개발했으며, 2008년에 바쉐론 콘스탄틴이 12리뉴급의 무브먼트를 개발했습니다.

 

특히, 파텍 필립은 1974년에 Cal. 215를 개발한 이후 손목시계의 사이즈가 35mm를 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수동 무브먼트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4대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수동 무브먼트에서 12 리뉴급의 큰 무브먼트를 원하는 매니아라면 바쉐론 콘스탄틴의 Cal. 4400이나 랑게에서 고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셈입니다. 35mm 이상의 시계를 구입하면서, 직경 20mm급의 9 리뉴 무브먼트는 결코 만족스러운 크기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 파텍 필립, 지난 100년간의 황제 브랜드, 그러나 50년 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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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스턴(Charles와 Jean Stern) 가문은 LeCoultre와의 경쟁끝에 스위스 최고의 브랜드 Patek Philippe을 인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파텍 필립을 인수하자 마자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개발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파텍 필립의 심플 무브먼트는  LeCoultre의 에보슈를 사용하고 있었고, 복잡시계는 Victorian Piguet 등의 소규모 컴플리케이션 공방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턴 형제는 향후 파텍 필립이 하이엔드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필수적이라고 여겼으며, 그 결과 9-90부터 시작하여 12리뉴와 10 리뉴의 무브먼트들이 차례로 개발되었으며, 이 무브먼트들을 바탕으로 파텍 필립의 엔트리모델인 '칼라트라바'가 등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첫 모델이 그 유명한 칼라트라바 Ref. 96이며, 수 많은 시계 역사가들을 통해 1930년대에 남성용 하이엔드 손목시계의 전형을 만들어낸 역사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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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트라바 Ref. 96은 첫 등장한 이후 수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생산되었으며, 이 시계에는 파텍 필립이 스턴가문에 인수된 후 개발된 다양한 12 리뉴와 10 리뉴의 무브먼트들이 대부분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칼라트라바를 상징하는 2가지 무브먼트 12리뉴와 10리뉴의 무브먼트도 수십년 동안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최종적으로 27AM -400과 23-300PM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따라서, 가장 완성된 형태의 Ref. 96 모델이라면 바로 12 리뉴 무브먼트의 최종적인 후계자인 27AM - 400 무브먼트를 사용한 칼라트라바  Ref. 96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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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쿼츠 혁명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기계식 시계는 슬림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울트라슬림 시계이거나 크로노그래프 아니면 팔리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파텍 필립도 결국 12 리뉴와 10 리뉴 무브먼트를 포기하고, 9와 1/2리뉴의 크기와 2mm대 두께를 가진 하이비트 무브먼트인 Cal. 215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1974년 28,800 bph의 9 리뉴급 무브먼트인 Caliber 215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1982년에 한 동안 생산이 중단되었던 Ref. 96은 Ref. 3796 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27AM-400을 사용한 Ref, 96 처럼 케이스를 꽉 채우는 맛은 줄었지만, 케이스 사이즈가 30mm였던 만큼 시계에 비해 무브먼트가 너무 작다는 느낌은 없었던 모델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큰 시계의 유행이 장기간 이어지자, 파텍 필립은 30mm의 시계 케이스를 37mm로 늘려서 2004년 첫 등장한 것이 Ref. 96의 현행 모델인 Ref. 519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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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가 30mm에서 37mm로 커지자, 21mm의 무브먼트는 케이스에 비해 이제 너무 작아진 것입니다. 다이얼의 섭세컨드는 점점 위로 올라가서 케이스가 40mm를 넘게 된다면, 아예 섭세컨드를 없애버려서 다이얼의 부조화를 해결하야 할 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그런 사이 파텍 필립은 다양한 자동 무브먼트, 자동 크로노그래프,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투루비용, 스플릿 세컨드를 개발하면서도 결코 11 리뉴나 혹은 12리뉴의 큰 수동 무브먼트를 개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없었습니다.

 

사실, 2000년대초 당시로서도 너무 작은 3796의 생산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아마도 35mm이상의 새로운 Ref. 96을 발표하게 될 것이고, 파텍 필립도 어쩔 수 없이 12 리뉴급의 무브먼트를 개발하리라고 믿고 있었던 링고는 Ref. 5196의 발표를 보고 그야말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큰 무브먼트를 원한다면 수동 모델을 포기하고 자동 모델을 구입하면 되지 않니?"라고 협박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에 이후 설명할 랑게와 필립 듀포 등을 통해 상당수의 고급시계 구매자들이 30mm급의 아름답게 피니싱된 무브먼트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음에도 파텍 필립은 케이스만 키우고 무브먼트는 1970년대에 슬림타입의 시계를 위해 개발했던 Cal. 215를 그대로 사용했던 것입니다. 파텍 필립으로서는 엔트리 모델을 위해 새로운 무브먼트 같은 것을 개발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932년 파텍 필립은 인후한 후 엔트리 모델인 칼라트라바를 발표하고, 이후 칼라트라바의 명성을 통해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파텍 필립의 가장 매력적인 역사인 "세계 최고의 수동 무브먼트 매뉴팩춰"의 타이틀을 필립 듀포와 랑게에게 완전히 넘겨준 사건입니다.... 파텍 필립이 바쉐론 콘스탄틴 등의 경쟁자를 제치고 시계 세계의 황제에 오른 이유가 무엇인지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오랜 기간 황제 자리에 앉아 있는 늙은 황제의 오만같은 것이 아닐지....

 

거의 100년동안 파텍 필립의 상징이었던 제네바씰을 버리고, 자신만의 인증씰을 만드는 만용이 가장 최근의 파텍 필립의 모습입니다. 부자가 망해도 10년은 간다고, 파텍 필립이 지난 150년간 쌓아온 명성이 단 몇 년 동안에 사라지는 일 같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파텍 필립이 그 이전의 황제였던 브레게를 넘어 20세기에 황제가 되었듯이, 파텍 필립도 언젠가 후발주자에 의해 그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역사의 순리일 것이며, 그 시기가 온다면 시계역사가들은 2004년 발표된 Ref. 5196을 그 몰락의 시발점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4. Lange의 매력과 아쉬움, 새로운 황제가 되기 위해 걸어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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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랑게 1과 함께 등장했던 랑게는 하이엔드 인하우스 무브먼트에 목말랐던 매니아들에게는 정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신생브랜드였습니다. 손목시계에서는 등장한 적이 없는 3/4플레이트의 글라슈테의 전통적인 무브먼트 디자인에 파텍 필립 등 스위스의 빅 3에 못지 않은 매력적인 피니싱, 거기다 완벽하게 새로 개발된 인하우스 무브먼트....

 

지난 100년간 스위스의 빅 3로 불리우면서도 경쟁자인 파텍 필립과 달리 인하우스 무브먼트라고 부를만한 무브먼트가 컴플리케이션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개발한 것이 없는 바쉐론 콘스탄틴과 오데마 피게와 달리, 엔트리급 수동 무브먼트로부터, 자동 무브먼트, 투루비용, 크로노그래프까지 전량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무장한 신생 브랜드.... 더구나 늙은 황제가 오랜 집권기간을 통해 잊어버린 상냥함으로 무장한 젊은 기사 .... 그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시계 세상의 중심지 스위스의 변방인 글라슈테에 위치한 작은 브랜드였습니다. 공산치하의 동독에서 GUB라는 국립 시계 회사의 일부로 편입되며 사라져 버린 글라슈테의 거인이 스위스의 시계기술자들의 도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늙은 황제에게 도전할 지그프리트가 부활한 것입니다.

 

랑게는 1994년에 첫 등장하자 마자, 소수의 매니아들을 통해 파텍 필립과 동등한 브랜드 혹은 미래의 황제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수의 매니아들을 통해 파텍 필립과 비교되며 논란을 일으켰고 그런 논란을 통해 몇 년도 되지 않아 상당수의 시계 매니아들에게는 파텍 필립과 함께 빅 2라고 불리울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오랜 기간 부활을 준비했던 랑게는 개성적이면서도 중후한 디자인의 케이스에, 이후 21세기의 무브먼트 트렌드로 자리잡을 파란 나사와 채톤링 등으로 무장한 시계의 역사에서 잊혀졌던 3/4플레이트의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담고 있었으며, 기계식 시계의 완벽한 부활을 가져올 새로운 시대의 상징인 디스플레이벽을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백을 통해 온전히 드러난 3/4 플레이트의 위엄에 멍해진 링고에게 랑게의 케이스 디자인은 그 자체로도 시계의 역사에서 등장했던 손목시계 디자인 중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보였습니다. 육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플랫 베절을 가진 케이스와 케이스에 6개의 나사로 결합되는 케이스백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하이엔드다운 육중함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케이스백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형성하는 크리스탈 주위로 캐이스백의 베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환형의 케이스백에 각인된 글자들은 스위스의 빅 3나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본 적이 없는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의 마침표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놀라운 프리미엄 럭셔리의 탄생이었습니다.

 

물론, 링고에게 랑게의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중후한 디스플레이백을 통해 시각을 마비시켜버리는 마력을 가진 톱플레이트였습니다. 그 후 글라슈테 오리지널, 노모스 등을 통해 3/4플레이트의 무브먼트가 현재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보편적인 디자인의 하나로 자리잡았지만, 랑게가 처음 등장했던 1994년부터 적어도 5년 동안은 랑게의 3/4 플레이트는 새롭고도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German Silver로 만들었다는 무브먼트 플레이트의 은은한 광채는 파텍 필립 등 스위스 빅 3의 번쩍거리는 로듐의 광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한 매력을 풍겼습니다. 전설 속의 독일 왕자 지그프리트가 갑옷을 입었다면 그런 광택을 가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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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매니아들은 거의 순식간에 지그프리트의 등장에 열광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감동과 경탄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 열광은 필립 듀포에 의해 심플리시티가 발표될 때까지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1994년에 등장했던 랑게 1이 랑게를 상징하는 대표상품이었지만, 실제로 매니아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계는 36mm의 랑게 1815라는 엔트리 모델이었을 것입니다. 1995년에 첫등장했던 1815는 케이스 36mm였으며 그 당시로서는 정장용 손목시계로는 상당히 큰 사이즈였습니다. 스위스의 빅 3는 아직 32~32mm를 정장용 시계의 가장 적정한 사이즈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랑게는 36mm를 선택하여 마치 큰 시계의 유행이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예언이라고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시계 케이스의 직경은 점점 더 커지면서 현재는 40mm 정도가 가장 매력적인 사이즈로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랑게로서도 적정한 케이스 사이즈를 40mm로 생각하는듯,  2009년에는 1815의 신모델을 40mm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출시할 40mm의 1815를 준비하면서 랑게는2005년 새로운 섭세컨드의 타임온리 무브먼트인 L051.1을 개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2005년에 개발에 착수한 무브먼트이므로, 랑게로서는 2005년경 큰 시계의 유행이 향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트랜드로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같은 리치몬트 그룹의 또 다른 성공적인 브랜드였던 파네라이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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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L051.1   우측 L941.1

 

즉, 랑게는 케이스를 4mm 크게한 신형 1815를 만들면서, 무브먼트도 5mm를 크게한 것입니다. 경쟁자인 파텍 필립의 Ref. 3796에서 5196으로의 변화와 비교한다면 랑게는 도덕성(?)에서 파텍 필립에 비해 훨씬 우위에 섰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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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tek Philippe Ref. 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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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nge & Sohnne new 1815

 

한 걸음 더 나아가, 랑게는 2011년 직경 28mm에 두께 2.8mm, 파워리저브 72 시간의 새로운 디자인의 수동 무브먼트인 L093.1을 선보였습니다. 랑게의 현행 엔트리 모델인 Saxonia라인의 Thin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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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의 시계는 첫 등장할 때부터 스위스의 빅 3에 비해 무겁고, 또한 두꺼웠습니다. 랑게로서도 조금 더 날렵해질 필요를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랑게의 첫 슬림 수동시계이자 시침과 분침만을 가진 간결한 타임온리시계가 등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새롭게 발표된 무브먼트는 랑게 Cal. 48의 뿌리로 돌아가는 디자인의 3/4플레이트로 향후 랑게의 무브먼트 디자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기도 했습니다.

 

또한, Saxonia Thin의 등장에 의해, 수동 무브먼트 매니아들은 랑게의 Saxonia, Saxonia Thin, 1815 등 세가지의 엔트리급 수동 모델에서 마음에 드는 시계를 구입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또한, 이후 설명할 Richar Lange를 통해 센터세컨드이면서 조금 더 고급한 프리미엄 수동 시계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처럼 랑게는 이미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갈증을 가진 매니아들에게는 달리 비교할 브랜드가 없는 새로운 '세계 최고의 수동 무브먼트 매뉴팩춰'인 것입니다.

 

파텍 필립이 12 리뉴와 10 리뉴 무브먼트를 처음 개발한 후 수십년에 걸쳐 이를 개량하여 시계 역사의 명예의 전당에 영원히 자리잡을 27AM-400과 23-300PM을 만들어냈듯이, 랑게도 L941.1로 시작한 11리뉴와 13리뉴의 무브먼트를 수십년에 걸쳐 개량하여 언젠가 파텍 필립의 27AM-400과 23-300PM에 필적할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것을 의심할 만한 어떠한 징조도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첫 등장했을 때 매니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3/4플레이트는 사실 디스플레이백 시계로서는 가장 부적당한 톱플레이트 디자인이었던 셈입니다. 기껏 무브먼트를 볼 수있는 디스플레이백을 장착했으면서, 무브먼트의 구성중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밸런스뿐이라는 것은 아이러니였던 셈입니다. 하프 플레이트 디자인을 선택한 필립 듀포의 무브먼트가 랑게의 3/4플레이트 보다 아름담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하프 플레이트의 밑 부분을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움직이는 휠들이 보여주는 생동감이었을 것입니다. 랑게의 아름다운 3/4플레이트에는 그런 생동감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첫 등장에서 감동을 주었던 랑게의 3/4플레이트가 가진 장점이자 한편으로는 단점이 된 시대가 다가온 셈입니다.

 

랑게로서는 이러한 3/4플레이트의 문제를 크라운휠과 라체트휠을 3/4플레이트 위로 내보내는 것으로 빈티지 랑게의 상징적인 무브먼트인 Cal. 48의 디자인을 계승하므로써 새로운 톱플레이트 디자인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딪은 것입니다. 그러나, 지그프리트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조금 더 변해야 할 것입니다. 랑게가 새로운 황제가 되기 위해 걸어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링고의 드림와치였던 랑게에게 느꼈던 링고의 개인적인 불만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이처럼 랑게는 1994년에 첫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도 무브먼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계 매니아들에게는 파텍 필립 이상으로 매력적인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링고 개인적으로는 랑게의 시계와 랑게의 무브먼트에 대해 몇 가지 아쉬움을 내내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바로, 다이얼과 밸런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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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는 첫 등장때부터 실버 다이얼을 기본 다이얼로 채용했고, 그 때문에 에나멜 등의 화이트 다이얼의 시계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실제로 랑게의 시계를 접하게 되면 은색(silver)의 다이얼에 특히 끌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랑게의 다이얼에서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적어도 링고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순백색의 화이트 다이얼을 선호하는 링고로서는 오랫동안 링고의 드림와치였던 랑게 1815 구모델을 처음 접했을 때 다이얼 때문에 아쉬움을 느꼈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랑게마틱의 애니버서리 모델이 가장 매력적인 시계였었습니다.

 

두번째는 상대적으로 작은 밸런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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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게 L941,1의 밸런스 사이즈는 8.4mm입니다. 같은 크기의 ETA 2924(하이비트)의 9mm보다 작으며, 로우비트 시절의 같은 크기의 ETA 무브먼트의 밸런스 직경이 10mm에 비하면 많이 작은 셈입니다. 즉, 랑게 L941.1을 비롯한 랑게의 수동 무브먼트들은 간신히 무브먼트의 직경의 30~33% 정도의 직경을 가진 것입니다. 바람직한 것이 40%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아쉬운 밸런스 직경인 것입니다. 즉, 랑게 L941.1은 적어도 10mm 정도의 밸런스 직경을 확보해야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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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는 현재 가장 다양한 심플 타임온리 무브먼트를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3개의 무브먼트 외에도 Richard Lange라인에 3개의 무브먼트가 추가로 개발되었으며, 이중 L041.2는 2006년에 발매된 Richard Lange 1st모델의 센터세컨드 무브먼트이지만, Richard Lange는 심플와치이면서도 Saxonia나 1815와는 다른 고급 심플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무브먼트의 직경 30.6mm, 두께 6mm, 박동수 21,600 bph, 파워리저브 36 시간의 무브먼트입니다. 무브먼트의 디자인이나 직경 등을 보아서 1999년에 발표되었던 랑게의 L951.1 다토그라프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직경 30.6mm, 두께 7.5mm, 박동수 18,000 bph)를 베이스로 하여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브먼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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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 시계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설명에 따르면, 랑게에서 자체 개발한 프리스프렁 밸런스와 랑게의 인하우스 제조의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하여, 크로노미터를 추구하는 무브먼트이자, 필립 듀포의 심플리시티의 무브먼트 피니싱을 대규모 브랜드에 처음 적용하여 기존의 랑게 무브먼트의 피니싱 수준을 넘어서는 보다 정교한 피니싱을 적용한 무브먼트라는 등 비록 심플와치이지만, 리차드 랑게는 최상급의 크로노미터와 탁월한 피니싱을 가진 랑게의 최고급 타임온리 수동 무브먼트를 추구하는 모델이었습니다.

 

랑게의 L041.2는 랑게의 심플와치중 유일의 센터세컨드 수동 모델이며, 밸런스도 L941.1의 8.4mm에 비하여 큰 10.4mm로 2mm 정도 커졌습니다. 다만, 무브먼트 사이즈가 L941.1이 25.6mm인 것에 비해 30.6mm로 늘어났으므로, 여전히 직경에 비해서는 33% 정도로 작은 편입니다. 다만, L941.1이 스크류 밸런스를 채용하여, 실제의 밸런스 크기에 비해 밸런스가 작아 보이는 것에 비해, L041.2는 랑게에서 최초로 프리스프렁 밸런스(레귤리이터와 함께)를 채용하므로써 랑게의 전통적인 스크류 밸런스에 비해 커보이는 셈입니다. 더구나, 무브먼트의 두께가 6mm로 L941.1의 3.2mm의 거의 2배나 되는 점도 이 무브먼트의 약점입니다. 독특한 구조의 센서세컨드 구조와 센터세컨드 브릿지 때문에 무브먼트가 두꺼워진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워리저브는 32시간이라는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실제로 55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가졌지만,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파워리저브 32시간에 도달하면 무브먼트의 작동이 중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워리저브는 적어도 40 시간 이상은 확보해야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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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의 무브먼트중 가장 큰 밸런스를 가진 모델은 1999년에 발표된 랑게 다토그라프의 무브먼트인 L951.1입니다.  무브먼트의 사진에서 보듯이 랑게의 모든 무브먼트중 가장 큰 밸런스(약 12mm?)를 가진 모델입니다. 밸쥬나 레마니아의 클래식 크로노그래프처럼 클래식한 설계의 큰 밸런스를 가진 베이스 무브먼트입니다. 1999년 발표된 후 많은 매니아들의 드림와치가 되었던 것처럼 랑게가 발표한 모든 무브먼트들중 가장 매력적인 무브먼트였습니다. 더구나, 랑게 1을 비롯한 랑게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브먼트들이 전부 플렛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하고 있음에 비해, L951.1은 오버코일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한 무브먼트였습니다. 그야말로 클래식한 무브먼트의 특징을 그대로 채용하면서, 과거의 시계 역사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매력적인 디자인의 크로노그래프 디자인까지.... 랑게의 다토그라프는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을 모두 갖춘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무브먼트였던 셈입니다. 유명한 필립 듀포조차 이 시계를 구입할 정도로 이 시계는 시계 매니아들에게 드림와치가 될만한 모든 매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리처드 랑게처럼 인하우스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을 적용하고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고 파워리저브를 36시간에서 60 시간으로 늘린 L951.6이 발표되었습니다. 리처드 랑게의 L041.2를 설계할 때 박동수를 21,600으로 늘리지 않고 18,000으로 유지하면서 저렇게 큰 밸런스를 채용하고 오버코일 스프링까지 채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L951.6처럼 메인스프링의 길이를 늘려서 파워리저브도 32시간이 아닌 50 시간 이상으로 했다면 보다 매력적인 무브먼트가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L041.2는 2006년에 발표된 모델이므로, 내년 이후 두번째 버전이 발매된다면 보다 큰 밸런스와 보다 긴 파워리저브를 가진 모델로 재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비록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고 하더라도, 랑게는 1994에 첫 등장한 후 인하우스 무브먼트에 목말라하던 시계 매니아들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은 브랜드였습니다. 이제 인하우스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까지 개발에 성공하므로써 보다 고급한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입니다. 더구나, 하나나 두개 정도의 9 리뉴급의 소형 타임온리 수동 무브먼트로 엔트리급의 시계 몇 가지만을 제조판매하는 스위스 빅 3와 달리 12리뉴, 13리뉴급의 큼직한 무브먼트로 Saxonia, Saxonia Slim, 1815 및 Richard Lange의 다양한 심플 수동 시계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럭셔리한 타임온리의 심플한 수동 무브먼트 시계에 매력을 느끼는 매니아들에게는 1994년 이후 가장 중요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링고로서는 파텍 필립이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면, 그 황제의 보위에 앉을 브랜드는 현재로서는 랑게가 유일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1세기는 바로 시계의 황제가 제네바의 파텍 필립으로부터 독일 글라슈테의 랑게로 넘어가는 시기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파텍 필립이 12리뉴의 심플한 수동 무브먼트와 칼라트라바 Ref. 96을 통해 100년 이상 지켜온 브레게의 왕좌에 앉았듯이.... 심플 수동무브먼트의 매력이 결국은 브랜드의 역사를 바꾼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19세기말까지도, 브레게의 왕좌에 파텍 필립이 앉을 것이라고 믿는 시계 애호가는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났고 우리는 그 시대의 끝무렵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20세기말 랑게가 등장했으며, 21세기에 접어든 현재 랑게는 파텍 필립에 정말 가까이 다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링고로서는 향후 30년 이내에 랑게가 그 자리에 앉고 파텍 필립이 스턴 가문을 떠나 리치몬트나 스와치로 넘어간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인류의 역사이니 말입니다....

 

 

2012년 7월 11일

 

링고 씀

 

추신 :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 1 부를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작성할 예정입니다.

 

2편에서는 이제는 늙은 왕자 '오데마 피게'와 리치몬트 그룹 휘하에서는 왕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바쉐론 콘스탄틴'에 대한 링고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풀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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