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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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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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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메인에 뜨는 이미지는 의도적이므로 제 센스를 의심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와도 큰 관련 없습니다. 


시계에는 역사가 긴 모델이 많습니다. 올해 IWC의 마크가 17이 나왔습니다. 물론 마크 1부터 시작된 모델이 아니고 마크 9에서 시작해서 10, 11이 군용으로 생산되고 12부터 민간용으로 판매되면서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하게 됩니다. 12에서 왜 15로 넘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13은 서양에서 불길한 숫자로 인식되고 14 4는 한자권에서 죽음의 와 발음이 같아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엿장수 맘대로 일지도요. 15 이후로는 순차적으로 16, 17로 이어지는데 배리에이션을 제외하고 순수 마크만 총 7개의 모델이 나왔고 햇수로 따지면 50년은 족히 넘습니다. 사람의 평균수명으로 봤을 때 절반을 넘는 긴 시간이죠. 내년에 환갑을 맞이하시는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이미 팔순을 넘긴 JLC의 레베르소도 있고요. 올해 불혹을 맞이한 오데마 피게의 로얄 오크는 이쯤 되면 명함 내밀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단일 형태의 모델(Ref.5402는 현재의 Ref.15202로 이어지는데 무브먼트도 그렇고 달라진 게 별로 없죠)로 역사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내세울 만 하겠군요. 그 외에 파텍 필립 Ref.96, 브라이틀링의 내비타이머, 크로노맷 등등이 이 시간에도 지속성을 동반한 역사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잘 만든 시계 하나가 시계 메이커를 먹여 살리는 건 과언이 아닙니다. 로얄 오크가 없는 오데마 피게는 사실 상상이 잘 안될 정도죠. 메이커의 이미지까지 바꿔 놓은 만큼 파급력을 가진 시계니까요. Ref.5402를 시작점으로 본다면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점 하나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게 되었고 결국 로얄 오크 라는 아주 견고한 라인업이 구축된 셈입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로얄 오크나 서브마리너 같은 시계를 대표 모델로 하나 보유하지 못한 메이커가 수두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커를 대표할 모델(이라고 쓰고 돈줄이라고 읽습니다)이나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죠. 노력을 쏟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델이 나타나고 그것이 개량되고 디자인을 새로 입기도 합니다. 그 반면 단종에 이르는 모델도 있게 되고 이런 순환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라인업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은 굉장히 드뭅니다. 모델이 하나 단종되는 것과 라인업 하나가 폐쇄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메이커의 이미지 변화, 좋지 않은 방향으로는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라인업이 사라진 케이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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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닭살돋는 멘트라니...아무튼 이제 신주쿠 베스트 워치 본점 2층에 가셔도 iZUL의 코빼기도 볼 수 없습니다

 

먼저 세이코. 타임포럼 초창기에 제가 한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iZUL라는 라인이 있었는데 아주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내수용으로 기억하는데요. 그 덕분(?)에 라인업 단종에 대한 여파가 약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스프링드라이브를 탑재하고 그랜드 세이코 급의 스포츠 워치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iZUL의 컨셉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다이버 워치 같은 모델이 그랜드 세이코에 있지만 당시에는 없었거나 약했거나 했을겁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격한 디자인은 아니었고, 옛날 회중시계형 스톱워치를 손목시계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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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이얼을 보면 로고 위치라던가 카운터 배치가 영 야릇한데 이건 의도적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고정형 케이스가 일반형 회전이 가능한 케이스가 고급형 모델이었는데, 후자의 경우 케이스를 돌리면 자연스럽게 푸시 버튼의 위치가 변화합니다. 보통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처럼 푸시 버튼을 2, 4시에 둘 수도 있고, 스톱워치처럼 10 2시에도 둘 수 있어 편하게 측정을 할 수 있죠. 많이 팔릴 것 같지는 않지만 완성도를 봤을 때 아니다 싶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라인업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왜 라인업이 없어지게 되었는지는 세이코 본사의 중역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만 글쎄요. 저도 좋아하는 시계였는데 왜 그랬을까요라는 하나도 속 시원하지 않은 질문을 되레 돌려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당시로서는 다소 과한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추측할 따름입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케이스 고정형의 경우 60~70만엔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원인으로는 커다란 지름으로 40미리 중반에서 50미리가 넘었습니다. 내수용이라고 보면 체형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사이즈니까요. 이것이 정말 문제였다면 다운사이징을 시도해볼 법도 했을 텐데 제가 볼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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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이 CEO인지 모델인지 가끔 헷갈렸던 제니스의 전 CEO 티에리 나타프

 

iZUL는 사실 에피타이저고 메인 코스는 제니스 되겠습니다. 요즘의 제니스는 안정적인 라인업을 꾸려가고 있습니다만, 지금의 CEO가 아닌 이전의 CEO였던 티에리 나타프는 기억 속에 확실하게 각인된 인물입니다. 직접 만나보거나 하진 않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제 머리 속에 만들어진 이미지는 특이하다였으니까요. 끼가 많은 건지, 이벤트에 적극적인지 모르지만 위 이미지 같은 것이 몇 개 더 있었습니다. 다른 CEO에게선 볼 수 없는 광경이랄까요. 이 양반의 업적은 제니스의 고급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LVMH에 인수되기 전 매뉴팩처였지만 투박하기만 했던 제니스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주었죠. 그러면서 가격도 상당히 올려버리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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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우리 제니스가....아래처럼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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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용은 좀 뉘끼~한 모델의 기용이 많았던 티에리 나타프 시절의 광고 이미지 

 

LVMH 인수 후에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흘린 오픈 기법을 좀 더 다듬어서 선보였고 당최 살 만 한 여성용 시계가 없었던 제니스에서 꽤 깜찍한 여성용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요즘 스포츠 모델이 잘 나가는 건 사실인지라 제니스도 뭔가 이쪽으로 발을 담그고 싶어 했던 모양입니다. 이전 제니스의 스포츠 모델이라고 해야 다이버 워치 스타일의 레인보우가 대표적이지만 평가는 좀 엇갈리는 편이었습니다. 무지개 같은 색상이 쟁점이었죠. LVMH 아래에서 제대로 된 스포츠 라인업을 꾸리기 위해 야심차게 디파이(DEFY)와 좀 더 과격한 디파이 익스트림을 선보이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이 라인업은 사라졌습니다. 망한 건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도 어렵게 라인업 자체가 깨끗하게 사라진 거죠. iZUL야 라인업이라고 해도 모델 몇 개에 불과했지만 디파이의 볼륨은 비교도 못할 만큼 컸습니다. 제대로 한번 해보려는 의지가 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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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천만원은 가볍게 넘는 돈을 주고 사도 되는건지 말아야 되는건지....


예전에 마초 워치를 테마로 기획을 하다가 생김새 하나는 먹어주기 때문에 이미지 한 장만 있으면 충분한 디파이를 넣으면 좋겠다 싶어 홈 페이지를 들어갔더니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혹시 마이크로 사이트로 분리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요즘은 코빼기도 볼 수 없는 전 모더레이터이자 워치 컬럼니스트였던 X(X에 이상한 글자 맘대로 넣으시면 안됩니다)’님이 남성지 루엘에 기고했던 컬럼을 보면 티에리 나타프 대신 다른 CEO가 온다는 것으로 제니스의 주가가 올랐다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비단 디파이가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몰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결과를 두고 끼워맞춰 본다면 영향이 없었다고도 보기 어렵겠죠. R&D다 해서 쏟아부은 돈도 만만치 않았겠고요. 예측 가능한 몇 가지 다른 가능성은 내부적인 문제로 티에리 나타프의 인간관계에 관한 가능성인데, 회사생활이라는 측면으로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러쿵 저러쿵해도 그런 부분은 어설픈 추측에 불과하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밖으로 드러나는 그의 가장 큰 오점인 디파이는 디자인 취향을 제쳐두고 케이스, 다이얼을 아우르는 외장 완성도가 높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아니 허술했다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의지와는 달리 완성도, 디자인의 공감대, 가격에서 기대를 빗겨갔던 라인이 아니었나 합니다.

 

라인업의 개념이 투박했던 좀 더 과거의 시대로 가본다면 이와 같은 예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최근이라는 범위 내에서는 이 두 개가 대표적입니다. 가볍게 이런 경우도 다 있구나 하셔도 될 것 같고, 저로서는 특이한 케이스로 계속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세이코와 제니스가 왜 이 아이들을 잃어버릴 수 없었는가를 더 캐고 싶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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