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매력 1 : 링고의 썬글라스 (완결)
시계의 매력 1 : 링고의 썬글라스
프롤로그
이번 글은 시계의 역사에 주안점을 둔 시계탐험이나 시계갤러리 시리즈와는 별도로 링고의 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
시계를 바라보는 링고의 개인적인 시선인 "링고의 썬글라스"를 통해 본 사고 싶은 시계와
그냥 주면 모를까 돈 주고 사기는 싫은 시계들에 대한 글을 "시계의 매력"이라는 시리즈로 몇 편을 연재해볼 생각입니다.
첫 주제는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 링고가 시계를 바라보게 될 논거가 될 전적으로 링고의 개인적 취향인 "링고의 썬글라스"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썬글라스가 생겨나겨까지의 시계에 대한 링고의 경험들과 그 경험들이 어떤 썬글라스를 만들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인 셈입니다.
시계에는 객관적인 다양한 사실들과 가치들이 내포되어 있고, 그로부터 소비자들에게 매우 다양한 이미지를 주게 됩니다만,
결국 우리에게 어떤 시계를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는 그 시계에 대해 우리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시계의 매력" 혹은 "시계의 유혹"일 것입니다.
자, 여러분들은 어떤 시계에 대해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지갑을 열거나 카드를 꺼내서 결제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링고의 글을 읽으며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링고의 아저씨 취향
Vacheron Constantin Ref. 92240 Patek Philippe Ref. 3919
링고가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시계를 구입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다만, 40대에 들어서 처음으로 시계를 구입할 생각을 했으므로, 링고의 취향은
아저씨 시계였던 셈입니다. 시계를 구경하면서 처음부터 오로지 로마숫자의 인덱스를 가진 백색 다이얼의 가죽줄 금시계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롤렉스나 오메가의 시계들은 제외되었고,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과 브레게가 선택의 대상이었었습니다.
이런 저런 조사끝에 파텍 필립의 Ref. 3919와 바쉐론 콘스탄틴의 에센시얼(현재의 패트리머니 모델) Ref. 92240으로 압축되었습니다.
그리고, 베젤의 디자인에서 3919의 홉네일 디자인 보다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플랫형 디자인에 끌렸고, 또 바쉐론 92240의 가격이 저렴했으므로
최종결정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92240으로 결정하였고, 현재까지 10 년 동안 정말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단순해 보이는 하얀 다이얼의 시계도 잘 살펴본다면 비스므리해 보이는 이 시계들에도 정말 엄청난 디테일상의 차이점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야기는 시계의 매력의 다른 글을 통해 설명하도록 하고, 이번 글은 다시금 무브먼트에 집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링고의 아저씨 취향 때문에, 실상 선택할 수 있는 시계의 종류가 몇 가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링고는 무브먼트에 다른 분들보다 많은 시간 집중했었으니
아무래도 무브먼트에 대해 조금 할 이야기가 많은 셈이지요....
2. 시계를 공부하면서 생겨난 링고의 썬글라스
(1) 링고의 첫 번째 썬글라스
처음 타임포럼을 방문하는 분들중의 상당수는 구입하고자 하는 시계의 선택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일 것입니다. 사실, 10년 전 첫 시계를 구입하려고
생각하고, 링고 역시 한국의 시계카페를 시작으로 타임존, 퓨리스트 등 많은 시계사이트들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던 한국의 시계카페 등에서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하고, 미국의 시계 사이트들로부터 'Big 3', 'Caliber', 'ETA', 'F. Piguet' 등
시계에 관련된 지식을 하나, 둘 얻게 됩니다. 그 당시 매우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Walt Odets의 시계 피니싱에 대한 설명은 한 동안 링고의 시계에 대한 썬글라스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바쉐론 콘스탄틴의 빈티지 무브먼트의 피니싱은 하나의 경이였으며, 파텍 필립의 프리스프렁 자이로맥스는
고급시계와 중급시계를 판단하는 기본 자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참조 : http://people.timezone.com/library/horologium/horologium631670221915274883
물론, 당시 해외 시계 사이트에서도 In-house movement와 JLC, F. Piguet, ETA의 에보슈를 사용한 시계들에 대한 논란이 중심에 놓여 있었습니다.
2000년대초까지도, Lange & Sohnne를 제외하고는 완벽한 In-house Caliber들로만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습니다.
Patek Philippe조차 크로노그래프는 Lemania에 의존하고 있었고, Rolex도 크로노그래프는 Zenith의 El-Primero에 의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Vacheron Constantin과 Audermas Piguet는 JLC의 에보슈에 거의 의존하고 있었고, Blancpain은 창업자의 한 사람인 F. Piguet의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하여
시계를 만들었지만, 블랑팡의 무브먼트들은 다른 브랜드에도 제공되고 있었으므로, In-house 무브먼트로 부르기도 어정쩡한 상태였습니다.
하물며, 중상급 시계 브랜드들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ETA에 의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IWC조차 ETA 2892와 7750이 자동 시계와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베이스 무브먼트였습니다. Ulysse Nardin, Girard Perregaux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Omega, Breitling, Tag Heuer, Longines 같은 중상급 혹은 중급의 스포츠 시계의 대표적인 브랜드들이 자사 무브먼트 하나 없이, 오로지 ETA에 의존하여 시계를 만들던
시절이었고, Big 3 급의 시계 가격으로 팔리던 Franck Muller도 초고가의 컴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ETA에 의존하고 있던 시절입니다.
ETA를 기반으로 하는 시계 가격의 거품에 대해 매니아들의 조롱이 해외 시계 사이트의 주요 내용이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Franck Muller, IWC, Omega의 2892가 하급 브랜드의 2892와 뭐가 다르기에 가격은 3배 혹은 10배나 받는 것인가?
밸쥬 7750을 베이스로 하여 개발된 IWC의 컴플리케이션은 자사 무브먼트로 보아야 하는가???
즉, 이 당시의 시계 매니아들의 눈에는
In-House movement > JLC, F. Piguet, Lemania의 고급 에보슈>>Lemania의 5100 등의 중급 에보슈 및 ETA에보슈>ETA 조립 무브먼트
라는 하나의 서열이 생겨난 것입니다.
여기에,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랑게급의 피니싱 > JLC, F. Piguet의 피니싱>>ETA의 고급 피니싱>ETA의 저급 피니싱>에보슈급의 무피니싱이라는
판단 기준이 더해지고, 이것들의 조합으로 파택 필립의 가격, Rolex의 가격, Omega의 가격, Tag Heuer의 가격 등이 비교되어 합리적인 가격의 시계,
거품 시계가 판단되었던 시절입니다. 링고 역시 그런 시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링고는 무브먼트의 두께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두껍고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얇고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라는 사고방식이며, 이는 시계의 역사가 증명하는 무브먼트에 대한
매우 중요한 사실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다만, 현대에 와서 슬림 무브먼트에 대한 인기가 별로 없다는 것 때문에 진정한 고난도의 시계기술인 슬림화가 거의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즉, 이 당시에 링고가 무브먼트를 평가하는 썬글라스는 3가지였던 셈입니다.
In-house 무브먼트와 베이스 무브먼트의 수준, 피니싱, 무브먼트의 두께라는 3가지의 판단기준이었던 것입니다.
무브먼트의 구성에 대해 이런 저런 공부를 했었지만, 밸런스의 크기 같은 것을 무브먼트의 판단기준에 넣을만한 이유가 전혀 없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모든 무브먼트들이 클래식 크로노미터의 기준을 충족하거나,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도 대부분 무브먼트의 자동화, 무브먼트의 슬림화를 추구한 결과 생겨난
결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대했던 자사무브먼트들이 무수히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등장하는 무브먼트들은
링고로서도 어안이 벙벙한 구성의 무브먼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몇 년 후에 '롱 파워 리저브'의 시대라고 특정해야 할 정도로 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링고가 느낀 감정은 '어안이 벙벙하다'를 넘어서, '현대의 시계들에 대한 절망감'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2) 기다리던 자사 무브먼트 시대의 개막과 링고의 절망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기계식 시계가 염가의 쿼츠 시계와 다른 고급시계로서의 위상이 정립되고, Swatch 그룹에서 에보슈 공급을 중단하고,
이어 ETA 조립무브먼트의 공급조차 줄여나가면서 예전에는 ETA 등 에보슈에 의지하던 고급 브랜드들이 하나, 둘 In-house 무브먼트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Lange에 이어 등장한 Glashutte Original, Parmigiani의 도움으로 자사 무브먼트를 개발한 Chopard, Paul Journe, Parmigiani, Roger Dubuis 등 자본가와 결합한 독립제작자들,
ETA 베이스 비판으로 브랜드 이미지에서 곤경에 쳐한 IWC, Omega, Breitling, Tag Heuer는 물론 Carter, Panerai, Montblanc 등이 자사 무브먼트를
개발하여 새롭게 In-house 무브먼트 대열에 합류한 브랜드들입니다. 그리고, 이 리스트는 매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명백한 In-house 무브먼트가 파텍 필립, 랑게, 롤렉스에 불과하던 시절과는 엄청나게 변화한 것입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초에 시계 매니아가 되었던 사람들이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던 시대가 드디어 도래했던 것입니다.
ETA베이스를 저주하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자사 무브먼트 개발의 시대....
하지만, 바로 그런 시대를 고대하던 링고 같은 매니아들은 자사 무브먼트가 범람이라고 할 정도로 개발되는 현재에 와서 도리어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시계 매니아들이 기대했던 것은 당연히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는 형태의 자사무브먼트개발이었을 것입니다. 개발비도 있고 하니, 한 2~30% 정도의
가격 상승은 이해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 무수한 In-House 무브먼트들은 대부분 ETA를 사용한 시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높은 가격(롤렉스나 파텍 필립 수준)으로 판매되었습니다.
시계매니아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것이 아니라, 오메가 가격의 자사무브먼트 오메가, 론진가격의 자사무브먼트 론진, 티솟 가격의 자사무브먼트 티솟이었는 데 말입니다....
더구나, 그 시대에 자사무브먼트를 가진 가장 저렴한 시계였으며, 일반인들이 전혀 몰랐기 때문에(물론 그런 시계브랜드가 하나, 둘도 아니지만....) 시계 매니아의
시계로 불리웠던 Minerva 마저 리치몬트로 인수되자 마자 론진급의 시계에서 파텍 필립급의 시계로 변모하여 놀라게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과거 ETA 베이스의 시계들의 거품을 이야기하던 매니아들은 이런 엄청난 충격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In-House 무브먼트는 과연 ETA 베이스 보다 뭐가 나은가?"라는
딜레마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새롭게 In-House 무브먼트를 만드는 브랜드들이 채용한 기본적인 전략이 "Long Power Reseve"이기 때문입니다.
즉, 아마도 현대의 고급한 생산설비를 잘 활용하여 파텍 필립이나 바세론 콘스탄틴급의 피니싱 처럼 보이는(?) 피니싱 기술이 보편화되자,
ETA의 무브먼트들 보다 긴 파워리저브를 가졌다는 것으로 ETA와 차별화하기 위한 치졸한 전략인 셈입니다.
그 결과, 2 배럴, 4배럴의 무브먼트 디자인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아예 무브먼트의 대부분을 메인스프링 배럴로 가득 채운 무브먼트까지 등장합니다.
제니스의 135나 오메가의 30mm 같은 새롭고 매력적인 In-House 무브먼트의 등장을 기다리던 링고도 이 무렵부터 이 새로운 시대사조에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왜 하필 롱파워리저브인가??? 롱파워리저브는 시계의 역사에서 손이 잘 가지 않는 대형 벽시계, 탁상용 시계 등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결코 고급의 휴대용 시계들이 지향하던 목표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물론 파워리저브가 길어서 나쁘다고 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단지 파워리저브만 늘어난 것인가요?
무브먼트의 제한된 공간을 저렇게 온통 배럴로 가득 채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밥통이 크다고 '위대한 인물'이 아니듯이, 배럴이 크다고 '좋은 시계'는 아닌 것입니다.
단지 밥통이 크다는 것을 시계 무브먼트에서 첨단 기술로 인정해야 하는걸까요?
쿼츠처럼 1~5년 이상 작동하는 시계를 만들 것도 아니면서 10일이나, 30일의 파워리저브가 기계식 시계에서 왜 중요한 것일까???
링고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최신의 기계식 시계의 트렌드인 셈입니다. 롱파워리저브를 최고의 덕목으로 칭찬해야 한다면 지난 20년간의 기계식 시계의 부활은
다시금 기계식 시계로서는 도무지 따라갈 희망조차 없으며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한 쿼츠의 비교할 수 없는 파워리저브에 항복하고 할복자살이라도 해야할 것입니다.
실상, 핸드폰의 엄청난 발전에 의해 이제는 쿼츠 시계조차 구시대의 유물이나 다름 없는 시대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쿼츠 시계에 조차 열등할 수밖에 없는 파워리저브가
신기술이라니....ㅠ,ㅠ
더구나, 일정한 부피를 가진 무브먼트에 큰 스프링 배럴(밥통)을 배치하면 다른 부품들은 차지할 공간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메인스프링 배럴을 크게하면
사진에서처럼 밸런스며 다른 부품들은 죄다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무브먼트들은 링고의 눈에는 마린 크로노미터의 배럴에 여성용 무브먼트의 밸런스를 합쳐놓은 '게이' 같은 무브먼트로 밖에는 안보이는 것입니다.
완전 재수 없는 무브먼트들인 셈입니다. ETA와 차별화하기 위해 밥통만 큰 멍충이를 만들어내다니... 쩝....
아무리 아름답게 피니싱했더라도 링고에게는 도무지 그 피니싱 조차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무브먼트들이었던 셈입니다.
저 '쪼다' 같은 밸런스를 본 후에는 정말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무브먼트였던 것입니다.
이 글은 링고라는 시계매니아의 순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글이므로, 혹시 링고가 비난하는 시계를 가진 분들에게는 양해를 구합니다...
근데, 지난 몇 년간 링고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생각이기도 합니다....ㅋㅋㅋ
(3) 클래식 크로노미터
Zenith Cal. 135 천문대 크로노미터 Peseux Cal. 260 크로노미터
Zenith 135와 Peseux 260은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의 참가기준이 직경 30mm, 두께 5mm로 특정된 후인 1950년대에 등장했던 대표적인
천문대 크로노미터입니다. 제니스는 14mm의 밸런스를 채용하기 위해 센터휠의 배치를 변경하는 등 통상적인 무브먼트의 구성을 변경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했으나, Peseux 260은 클래식한 회중시계 무브먼트의 기본적인 구성은 유지하면서 13.5mm의 밸런스를 배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회중시계 시대에 메인스프링배럴과 밸런스의 적정한 크기로 무브먼트 직경의 40%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메인스프링배럴과 밸런스를 각각 무브먼트 직경의 절반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센터휠의 배치, 이스케이프먼트휠의 배치 등
실질적으로 무브먼트 직경의 절반 크기의 메인스프링배럴과 밸런스를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때문에, 19세기의 무브먼트 설계전문가들은 메인스프링배럴과 밸런스의 크기를 무브먼트 직경의 40% 정도로 설계하는 것이 최적의 설계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니스 135는 무브먼트 직경의 47%, Peseux 260은 무브먼트 직경의 45% 크기의 밸런스를 배치하는 설계를 만들었고
그 결과, 1950년대에 제니스 135와 푸조 260은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원형 칼리버들입니다.
Zenith Cal. 135 Omega 30T2RG
사진을 비교해 보면 좌측의 제니스 135의 밸런스가 우측의 오메가 30mm의 밸런스 보다 큰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두 무브먼트의 직경과 두께는 각기 30mm와 5mn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우측의 오메가는 센터세컨드 모델입니다.
동일한 섭세컨드 모델로 비교한다면 제니스는 5mm의 두께를 가진 반면에 오메가 30mm는 4mm의 두께를 가진 무브먼트입니다.
박동수는 18,000 bph로 동일합니다. 다만, 밸런스의 직경이 제니스는 14mm로 무브먼트 직경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큰 밸런스를
가진 것이지만, 오메가 30mm는 직경대비 40% 정도인 11 ~ 12mm 정도의 밸런스입니다.
제니스 135는 1948년에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을 위해 설계된 무브먼트(직경 30mm, 두께 5mm 이내)이며, 오메가 30mm는 아직 스위스에서 천문대 경연이
시작되기도 전인 1939년에 합리적인 회중시계의 설계적인 사상을 계승한 클래식 무브먼트입니다. 그렇지만, 오메가 30mm는 제니스 135 같은
천문대 크로노미터 전용 칼리버가 등장하기 전에 크로노미터 경연에 참가하여 수 많은 우승을 차지한 무브먼트이기도 합니다.
6시 위치의 섭세컨드와 센터 미니츠휠의 전통적인 설계, 손목시계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두께, 조립의 편의성, 견고함 등을 고려한다면
오메가 30mm가 합리적인 설계이지만...
자동차의 F1레이스에 비견할만한 크로노미터 경인이라는 극단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제니스 135야말로 탁월한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Vacheron Constantin Cal 1008 Pesuex(ETA) 7001 Peseux 260
좌측의 사진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대표적인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인 크로노미터 로얄의 Cal. 1008입니다. 오메가 30mm와 비슷한 구성의
무브먼트이며, 역시 무브먼트의 40% 정도를 꽉 채우는 밸런스가 인상적인 무브먼트입니다. 그렇다고, 제니스 135나 푸조 260 처럼 직경의 50%에 육박하는
크기의 밸런스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 참가하기 위한 구성을 가진 F1 머신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실용적인 클래식 크로노미터의 구성을 갖춘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한편, 중앙의 사진의 현대에 Blancpain, NOMOS 등에 의해 다양한 수정 무브먼트로 매력을 발산했던 Peseux 7001도 밸런스가 무브먼트 직경의 40%,에 육박하는
밸런스를 가진 클래식한 무브먼트입니다. 그 우측의 천문대 크로노미터의 대명사인 Peseux 260과 대비하여 본다면, Peseux 260의 곡선형 디자인을
직선형 디자인으로 변경하고, Peseux 260의 이스케이프먼트휠 지지구조를 클래식 무브먼트의 보편적인 지지방식으로 변경하므로써, Peseux 260에 비하여
조금 작은 밸런스를 채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직경 30mm에 두깨 5mm였던 Peseux 260과 달리 Peseux 7001은 직경 23mm에 두께 2.5mm의 10 리뉴급의
슬림형 무브먼트였습니다. 그 결과 Pesuex 7001은 Peseux 260과 같은 크로노미터를 추구하던 무브먼트라기 보다는 슬림형 무브먼트를 지향하는 무브먼트로서
정확성 보다는 슬림화에 중점을 두었던 무브먼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eseux 7001은 클래식 크로노미터의 기본적인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클래식한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잘 조정한다면 COSC 크로노미터가 되리라는 것에 대한 의심이 거의 들지 않는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Vacheron Constantin Cal. 1014 ETA 2824
즉, 오메가 30mm, 바쉐론 콘스탄틴 1008과 같은 큼직한 밸런스는 실상 그런 유명한 무브먼트들만의 특징이 아니라, 그 시대의 모든 무브먼트의 기본적인
구성이었습니다. 무브먼트 직경의 35 ~ 40%의 크기를 가진 밸런스의 설계는 특별한 것이 아닌 보편적인 설계였던 것입니다.
ETA 2824의 직경은 26mm이며, 밸런스의 직경은 9mm입니다. 직경대비 34%에 해당하는 사이즈입니다. 즉, 클래식한 설계에 따른 평균적인 무브먼트에 불과합니다.
특별히 큰 밸런스를 가진 무브먼트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무수히 등장하는 자사 무브먼트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커 보이는 밸런스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브먼트 직경의 35 ~ 40%에 해당하는 직경의 밸런스를 채용하는 것은 1990년대 이전에는 무브먼트의 자동화, 혹은 무브먼트의 슬림화를 위해 밸런스의
크기를 조금 양보하는 수준의 설계에서 벗어난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결과 제니스 135나 푸조 260처럼 특별히 큰 밸런스를 가진 무브먼트를 제외하고는
무브먼트를 평가할 때 특히 밸런스의 크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이, 파인 레귤레이터, 아름다운 피니싱 등 무브먼트의 기본 설계 이외의 사항들이
고급 무브먼트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현대는 이러한 클래식한 무브먼트의 설계원칙에 위배된 무브먼트들이 빈번히 등장하므로써, 프리스프렁, 파인 레귤레이터, 피니싱 등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섣의 무브먼트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판단기준을 넘어서, 시계 매니아들이 무브먼트의 설계 원칙까지 따져야 하는
시계의 원시시대에 던져진 느낌인 것입니다.
(4) 자사 무브먼트 범람 시대의 새로운 썬글라스
링고는 과거 ETA 2824가 결코 2892에 비해 나쁜(?) 무브먼트가 아니며, 단지 2892에 비해 두꺼운 무브먼트일 뿐이며, 그 때문에 저렴한 무브먼트라고 설명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GPS의 시대에 민망한 주장일 수도 있지만, 시계의 가장 큰 덕목인 크로노미터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2892에 비해 2824는
태생적으로 크로노미터의 매력적인 설계를 가진 그러나 나쁜 재료들과 열등한 조정작업에 의해 싸구려 무브먼트로 팔리는 무브먼트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ETA 2824의 밸런스에 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자사 무브먼트들에 적지않게 실망하면서, 빈티지 시계들에 열중하던 링고는 빈티지 시계들 중에서도 크로노미터에 오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36000과 28800의 하이비트가 등장하기 전의 로우비트 시대에 크노미터로 명성을 날린 무브먼트들에는 하나의 공통된 특징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큰 밸런스입니다.
19세기의 위대한 시계기술자들은 한결 같이 단언했습니다. "좋은 무브먼트는 메인스프링 배럴과 밸런스의 크기가 조화를 이루는 무브먼트이다."
그 결과, 오로지 실력을 겨루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 참가한 무브먼트들은 일반 시판용의 크로노미터보다 훨씬 큰 밸런스를 가진 무브먼트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오메가 30mm가 제니스 135에게 왕좌를 내어주고 그저 튼튼한 무브먼트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도 제니스 135의 밸런스가 오메가 30mm의 밸런스보다
컷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롤렉스의 무브먼트가 정확한 이유에 대해 수 많은 저명한 시계기술자들이 "큰 밸런스"와 "하이비트"의 조합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자사 무브먼트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작은 밸런스"와 "하이비트"의 조합과 그로부터 생겨난 롱파워리저브를
특징으로 하는 것입니다. 대신 밸런스콕을 밸런스 브릿지로 대체하면서 밸런스의 안정된 지지를 주장합니다. 훨씬 큰 밸런스를 가진 천문대 크로노미터들도
콕으로 지지하는 구조로도 정말 엄청난 정확성의 크로노미터가 되었고, 엄청난 크기와 무게의 밸런스를 사용하는 마린 크로노미터들조차 대부분이 콕의 지지를
가지고도 무난했는데....
저 한 없이 작아지는 밸런스를 안정되게 지지하기 위해 콕 대신 브릿지를 사용하는 것을 기술의 진보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흠... 이거 말이 되는거니???"
더구나, 시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가 일석일조에 탄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파텍 필립을 예로 든다면
27mm 칼리버는 17리뉴로부터 15리뉴, 13리뉴, 12리뉴로 작아지고, 이어 다양한 개선을 통해 12리뉴의 무브먼트가 비로서 신뢰성 있는 무브먼트로 발전하는 것이지
어느 순간에 갑자기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ETA 2824, 2892, 7750, 6498, 7001 같은 무브먼트들은 오랜 역사와 수 많은 사용를 통해 조금씩 개선되어 비로서 현재의 완성도에 이른 것입니다.
더구나, 무브먼트를 얇게 만들기 위해 밸런스 사이즈를 조금 양보했던 ETA 2892를 제외하고는 클래식한 크로노미터의 전형적인 설계를 따르는
큰 밸런스를 가지는 무브먼트들입니다. 즉, ETA의 이 모든 무브먼트들은 시시해 보이지만 정말 잘 설계된 무브먼트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수 많은 In-House 무브먼트들은 단 몇 년의 준비기간을 통해 완성된 무브먼트가 되었습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Parmigiani, Journe, Roger Dubuis, Papi 같은 사람들(혹은 회사들)은 정말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무브먼트들을 개발해 냅니다.
오랜 역사와 경험을 가진 ETA, JLC, F. Piguet 보다 빠른 속도로 거의 매년이다 싶이 새로운 무브번트들을 발표합니다.
최근에는 JLC조차 스피디한 개발에 열을 올려서 조금은 실망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리치몬트라는 거대한 모기업의 압력때문이 아닐까요?
롤렉스, 오메가, 론진, 제니스 같은 시계의 역사에서 무브먼트 제조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며 대규모의 제조설비를 갖춘 브랜드들도 그렇게 단기간에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무브먼트를 개발해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년에 100만개에 가까운 시계를 만들어 전량 판매에 성공한다는 롤렉스는 현재도 그렇습니다.
롤렉스의 무브먼트 개발 속도는 거의 10년에 하나의 칼리버라는 속도가 아닐까 합니다....
롤렉스를 제외한 브랜드들에게는 그 사이 기술이 진보해서, 생산설비들이 워낙 좋아져서 그런 것일까?
시계 세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롤렉스는 그런 설비가 없는 것이겠지요?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새로운 In-House무브먼트의 신뢰성에 대해 컴퓨터의 시뮬레이션을 자주 거론합니다.
컴퓨터의 시뮬레이션이 수 십년간의 경험을 완전히 대치할 정도로 완벽해진 것일까???
1990년대 기계식 시계가 부활한 후 2000년대의 시계 매니아들이 기대했던 것은 1950년대의 재현이었을 것입니다.
치열하게 손목시계를 크로노미터로 발전시키던 시대.... 보다 완벽한 손목시계의 구조를 탐구하던 시대...
아름다운 피니싱으로 무브먼트를 테크니컬 쥬얼로 만들던 장인들의 손길 같은 것....
그런데, 그런 우리 앞에 2000년대에 등장한 것은 쿼츠의 형제들인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기계식 무브먼트의 조악한 모조품들이었던 셈입니다.
손목시계 무브먼트의 종착역이 1950년대의 탁상용 시계 무브먼트라고 생각하는 얼치기 시계 기술자들로 가득한 시대인 것입니다.
2009년에 시작되어 2년마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 크로노미터 콜굴의 제 2 회 대회(2011년)의 클래식 무브먼트 부문에서
Tissot의 Le Locle Automatic(ETA 2824)가 1000점 만점에 764점으로 우승하였고, F. P. Journe의 Chronmetre Souverain은 488 점으로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Tissot ETA 2824-2 F. P. Journe Cal. 1304
자사 무브먼트가 범람하는 현재는 유감스럽게도 시계 매니아들이 오랫동안 무시헤 왔던던 싸구려 무브먼트 ETA 2824를 사랑해야할 시대입니다.
2012년 6월 26일
링고
PS : 이 글은 오로지 링고라는 시계 기술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한 매니아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따라서, 링고와 다른 시각을 가진 분들에게는 아주 기분 나쁜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합리적인 반론이나 좋은 글을 통해 링고의 진한 썬글라스가 조금은 투명해지기를 기대합니다... 꾸벅...
타임포럼 뉴스 게시판 바로 가기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유튜브 바로 가기
페이스북 바로 가기
네이버 카페 바로 가기
Copyright ⓒ 2024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게시물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를 복제 또는 도용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