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get 폴로 45 플라이백 크로노그라프(G0A36017)
피아제 폴로 45 플라이백 크로노그라프
Piaget Polo 45 flyback chronograph
G0A36017
이 시계는 피아제다. 리뷰의 정석은 피아제 얘기를 A부터 Z까지 주구장창 늘어놓는 것이겠지만, 이 시계는 다른 시계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딴얘기나 먼저 해볼까 한다. 필자가 맨 처음 고급 시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고급시계가 다 곱상하게 생긴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브랜드의 라인업이 모두 비대하면서도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로저 드뷔부터, 투박한 케이스에 운동장만한 무브먼트를 등에 업고 함부로 손대지 못할 가격을 보여주는 파네라이, 그리고 맥주병 뚜껑을 연상시키는 베젤에 브레이슬릿만으로 상대의 기를 죽여놓는 브라이틀링까지. 국산 중형차 가격의 1/2 부터 시작하는 이 모든 시계들은 내게 고급스러움이 꼭 비싼 것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는 가르침을 줬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모든 시계들은 모두 주인을 가린다. 무슨 말인고 하니, 유저가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아무에게나 어울리는 시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나 같은 사람이 브라이틀링이나 파네라이를 차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면 '아빠 시계 차고 나온 어린아이' 같은 어색함, 또는 아버지의 275mm 구두를 신고 방 안을 휘젓고 다니는 7살 꼬맹이 같아 뵐 것이다. 이런 시계들은 다 그렇다. 비싼 주제에 주인까지 가린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시계들, 특히나 까탈스럽게 주인을 가리는 것이 위 세 브랜드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류의 시계들은 나름대로 커다란 장점이 있다. 바로 '임자를 만나면, 시계가 미치도록 그 사람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브라이틀링 포럼만 가봐도 알 수 있다. 아무렇게나 입어도 브라이틀링과 잘 어울리는 팔목과 몸짓을 가진 사람들이 브라이틀링을 미치도록 가지고 싶게 포스팅한다. 마치 태초부터 마초인간이었던 것 같은 사람들이 브라이틀링에게 오뜨꾸뛰르 와치라도 부탁했나 싶을 정도로 어울리는 시계를 차고 맛깔 나게 사진을 찍어주신다.
피아제 폴로 45도 그렇다. 이미지로만 보면 그래도 앞서 말한 브랜드들보다 시각적 강렬함은 조금 덜 한 것 같지만, 화려함은 그 이상이요, 섹스어필은 그것들의 갑절이 넘는다.울버린이 베젤을 긁고 간 듯 시원하게 횡으로 뻗어 있는 스트라이프와 시원하게 뻗어있는 소드 핸즈, 다이얼 한 가운데 박혀있는 Piaget 로고는 시계의 점정(點睛)이다. 폴로 보다는 펜싱이 먼저 떠오르는 시원시원한 디자인이랄까.
▲ 마초 중에 상 마초. 부르스윌리스 형님.
마초들은 가끔씩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마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현실세계에 마초들은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과 만나는 두-세시간은 유쾌하기 그지 없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그들의 과격한 몸짓과 마도로스 같은 태도, 휴식마저도 박력 있는 그들의 패기에 누구라도 지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피아제 폴로45는 제조품이다. 만약 피아제가 이미지로만 먹고 사는 브랜드였다면, 무식하고 부담스러운 근육만으로 소비자들을 어필하는 것이 먹혀 들는지도 모르겠다.(x치고 사! 하면 구매하는 파네라이..) 그러나 '물건'을 파는 회사는 이미지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 설령 그렇게 해서 '혹'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았다 하더라도 구매자들이 자신들의 시계를 재 구매 해줄 것이란 환상은 버려야 한다. 현실세계의 무식한 마초들은 그 카리스마만으로도 충분히 환영 받으며 살 수 있지만, 물건은 무식함을 뛰어 넘는 완벽함을 갖추지 못하면 물거품이다. 피아제는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회사다. 1874년부터 까다로운 여성 고객들만 약 140년 동안 상대해왔던 회사였으니까. 재클린 케네디, 이탈리아 대표 미녀 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 그리고 앤디 워홀까지.그들이 자랑하는 유명인 단골 리스트로부터, 우리는 피아제가 까다로운 그들을 만족시키는 무언의 힘을 가진 브랜드임을 짐작 할 수 있다.
▲ 피아제의 브랜드 엠블럼.
사자가 들고 있는 것은 프레일이며, 피아제 가문의 문장이다.
아래로 P 바로 아래 있는 백합은 프랑스 왕가의 상징이다.(창립자 Jean piaget(1896-1980)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곳)
양쪽으로 보이는 십자가는 스위스 연방을 의미하며,( 창립자 Jean piaget의 고향. 현재 라코토페에 있는 피아제 본사는 그의 고향이다.)
맨 아래에 그려진 것은 새로, 자손들을 지켜주는 모성(母性)을 상징한다.
피아제는 엠블럼 자체가 피아제의 역사를 상징하는 유서깊은 브랜드다.
피아제는 태생부터 마초적인 친구는 아니었다. 1943년 라코토페에 무브먼트 매뉴팩쳐를 건설하기 전까지 피아제는 여성들을 위한 보석들을 세공 하거나, 회중시계를 만지던 회사였다. 그리고 매뉴팩쳐 이후의 시계 제작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제법 오래도록 전해 내려왔다. 블랙 타이, 알티플라노 등 과거 피아제의 남성 시계 라인업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어하는 심플과 젠틀의 영역을 맴돌았다. 물론 그들은 제법 잘 했다. Calibre 12P라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울트라-씬(Ultra-thin)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의 매뉴팩쳐가 피아제의 인-하우스(in-house) 무브먼트를 생산하고 있으니까. 변변한 자랑거리 없이 이미지를 파는 모 브랜드보단 충분히 훌륭한 편이다.
▲ 피아제의 초창기 광고. 그들의 주특기였던 '얇고 엘레강스'한 시계들을 어필하고 있다.
배경 또한 섬세하고 여성스럽다.
그러나 피아제의 '얌전한' 컨셉은 그들보다 훨씬 더 깊은 전통과 역사, 그리고 뛰어난 기술로 무장한 브랜드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던 영역이었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기엔 시장이 점점 더 큰 케이스와 박력 있는 디자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피아제는 자신들의 라인업 중 폴로(Polo)라는 라인업에 가차없이 칼을 대기 시작한다.
▲ [초창기 폴로의 시계]
딱 봐도 박력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첫 시장 예측은 아쉽게도 실패였다.
(이미지 출처: PuristSPro Piaget forum)
실패했다고 말을 꺼내긴 했지만, 폴로의 라인업 자체가 아직 모자라고 갈 길이 멀다는 뜻은 아니었다. 폴로는 1979년에 생긴 라인업으로 30년 째 자신들의 클래식한 아이덴티티를 스포츠와 접목시키고 있다. (피아제의 마음 속에는 폴로(polo)가 오늘날 골프처럼 럭셔리하면서도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고파 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현실은 옷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게 되어버렸지만. 두 번째 시장 예측 실수..) 1980년대 가장 큰 이슈였었던 '여가와 삶의 질 향상'에 발 맞춰 실용적이면서도 럭셔리 한 시계를 제작하는 라인이 폴로라인의 의미다. 그래서일까? 폴로 라인의 시계는 폴로 경기라는 특정 용도(?)보다는 전천후 사용을 중시하며 실용성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파일럿 워치의 특성도 있고, GMT도 있고, 방수도 잘 되고.. 뭐 그런 것이다. 물에서도 잘 놀고, 운전 중에도 볼 수 있고, 비행기 안에서도 불 수 있는 튼튼한 시계가 오늘날 폴로가 지향하는 라인의 모토인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짬뽕. 좋게 말하면 만능 스포츠 워치가 폴로다.
첫인상은 예뻤다. 다이얼에서 느껴지는 횡적인 움직임과 러버 밴드의 탄력, 그리고 쿼츠에서나 보일 법 했던 역삼각형의 서브다이얼 배치가 시계 디자인에 한층 활력을 불어넣는 듯 했다. 커다란 다이얼의 크기(45mm)는 자칫하면 심심하고 장난감 같아보이기 쉬운데, 이 넓은 공간을 꽉 채우는 배치와 감각에 한 번 놀랐다. 다만, 플라이백의 기능과 세컨드 타임 존의 존재만 보면 영락없는 항공시곈데, 방수는 100m에 러버밴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름은 '폴로(polo) 45(forty-five)'다. 육/해/공 어디에 컨셉을 두었다고 콕 집어 말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 역사를 좋아하고, 단결을 중시 여기는 나에게 이 점은 약간 마이너스다.(이건 취향이니까. 그래도 예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손목에 한 번 둘렀더니, 아뿔싸. 폴로는 멸치에게 손목을 허락하지 않는다. 커다란 다이얼의 배치는 멸치와의 배치까진 계산에 없었나 보다. 마침 포토그래퍼님의 손목이 딱 인 것 같아 손목 모델을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손목을 내어 주셨다. 그런데 이 시계 임자 만났다. 177 - 180cm 정도의 키, 75kg, V넥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계셨던 포토그래퍼의 손목에서 폴로는 빛을 발했다. 시계가 어울리기 위해 V넥 에 청바지가 무슨 상관이냐고? V넥과 청바지를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면 어떤 복장이든 소화가 가능한 얼굴이란 얘기는 이미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시계가 V넥과 청바지에 어울린다면? 대답은 뻔하다. 이 시계는 어울리는 사람에겐 어떤 복장이든 그 사람 것 처럼 보이는 시계다. 당신이 레옹 하면 화분을,안정환 하면 반지를, 타임포럼 하면 시계를, 차취방 하면 그녀를 떠올리듯 말이다. 피아제 폴로 45는 이런 이미지화가 가능할 것 같은 시계다. 섭마를 차는 사람은 수 백 명이고,파네라이를 차는 사람이 수 십 명인데, 피아제를 차는 오빠는 한 명이다. 게다가 고급스럽다. 이렇게 시계의 여러 파트에서 번쩍번쩍하는 시계는 피아제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브라이틀링은 전면이 번쩍거려서 부담스럽고, 파네라이는 투박해서 싫은 사람들을 위한 시계다. 이 시계는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보잉)보단 레이퍼러가, 스니커즈보단 쪼리가 어울리는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지만, 놀 땐 뻑이가게 놀 수 있어요.'라는 섹스심벌 아이콘을 위한 시계다.
▲ 도톰한 고무의 탄성은 쫄깃쫄깃.
러버밴드에 디버클이다. 사실 이것만 봐도 피아제가 얼마나 배려심 있는 회산지 금방 알 수 있다. 러버는 당연히 디버클이어야 한다. 카페에서 시계를 풀고 커피를 마시는데 그녀가 나를 부른다. 그런데 시계를 팔 위에 얹고 담배는 입에 물고, 양 손으로 비비적거리며 텅버클 구멍을 찾아 시계를 꽂고 있을 틈이 어디 있는가. 아이가 얼른 물에 들어가자고 아빠 팔을 잡아 끄는데 아빠 시계 좀 풀게 하고 끈 잡아 빼고 밍기적거리고 있으면 애들 흥도 다 깰 것이다. 디버클은 그냥 한 손으로 틱 하고 풀어도 손목에 탁 하고 걸리는 맛에 차야한다. 이는 놀기 위한 최상의 세팅이요, 장난의 신 로키가 주신 신의 선물이다.
다만 애석하게도 러버밴드에 디버클은 러버를 '잘라야'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겠다. 그리고 이 시계는 러버와 러그가 '맞춤형'이다. 한 마디로 중고시장 차익을 노리는 되팔이 분들께선 함부로 눈독들이지 못하는 시계 되시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시장에 이 시계가 나온다면, 그건 이 시계를 산 사람이 정말로 1차 구매자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기도 할 것이다. 대한민국 시계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중고시장 얘기를 빼놓으면 말도 안되니까 짧게 한 마디 해봤다.
러버밴드는 도톰하니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천연고무에 징 박힌 밴드의 탄성은 쫄깃했고, 시계를 만지는 것 만으로도 휴식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 있게 물렀다. 익스텐션 시스템도 아주 잘되어 있다. 여름에 차고 다니면 땀 차고, 끈적거려서 시계가 거추장스러운데, 하단에 보이는 익스텐션 버튼을 살짝 밀어주면 한 쪽에 2.5mm씩 약 5mm 정도 유격이 생기면서 시계를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케이스의 재질인 티타늄은 강철보다 43%나 가볍고, 알루미늄 합금에 두 배 보다 강한 금속이다. 이는 물과 공기에 아주 강해서 부식에도 강하다. 항공 우주, 선박 산업에서 끊임없이 티타늄이 쓰이는 이유 또한 이때문이다. 티타늄은 바닷물에도 부식되지 않는 금속이다. 게다가 생체 적합성이 아주 뛰어나 금속 알러지도 없다. 이렇게까지 물심양면으로 '나가 놀라'고 부추기는 시계는 처음이다.
▲ 익스텐션은 한 쪽당 약 2.5mm씩, 총 5mm정도 늘어난다.
처음 디버클의 사용은 리베르소였으나 까르띠에가 디버클을 대중화시켰다. 피아제의 센스가 느껴지는 부분.
무브먼트는 880P 울트라-씬 크로노그라프 듀얼타임 무브먼트로, 피아제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다. 다이얼에 보이는 모든 기능을 모듈로 구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다만 울트라-씬 이라는 말은 아껴두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얇진 않다. 비싸 보이는 시계니 만큼 무브먼트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칼럼휠에 커플링 클러치, 더블배럴, 스크류 밸런스 등등.. 소재나 코스메틱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블루드 스크류, 코트 드 제네바에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무브먼트 디자인까지. 플레이트는 스위스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그렇다고 독일의 느낌은 또 아니다. 컬럼 휠은 크로노그라프 버튼을 누를 때마다 포크가 보였다 가려졌다 하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
▲ 칼럼휠이 보인다.
칼럼휠은 얘기는 이미 과거에도 많이 나왔으니, 오늘은 버티칼 클러치(vertical-clutch design)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크로노그라프에서 칼럼휠 기술은 상당히 고급기술이다. 이상적으로 수직한 두 힘 벡터의 간섭은 0이다. 이상적인 공간에서 수직으로 두 힘을 배치하면, 서로가 간섭하는 힘은 0이라는 뜻이다. 이를 물리적으로 적용해보자면, 수직배치는 어떤 힘을 전달하는데 마찰력이 0에 한없이 가까운 상태로 힘의 전달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두가티의 L자형 엔진 배치가 바이크의 상하 진동을 줄여준다는 얘기도 이와 맥락이 같다. 어쨌든, 칼럼휠은 수평으로 누르는 유저의 힘을 수직으로 환원시킨 뒤 다시 수평으로 그 에너지를 전달함으로서, 유저가 크로노그라프 푸시를 시도했을 때 힘을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칼럼휠 크로노그라프가 푸시 감각이 좋은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버티칼 크로노그라프 기술이 추가되면 그 시계는 더욱 고급 기술이 적용된 무브먼트라 볼 수 있다. 자동차로 치면 최상급 옵션에 뱅엔 올룹슨 스피커를 사제로 추가한 것과 비슷하달까?
▲ (좌측) 버티칼 클러치의 기능을 설명한 모습. ON 일때 디스크가 주저 앉아 마찰력으로 바늘을 리셋한다.
▲ (우측) 왼쪽이 버티칼 클러치이고, 오른쪽에 있는 부품은 칼럼휠이다. 직각은 힘의 크기를 줄여준다.
이 기술은 2009년 초반에 등록된(정확히는 2008년 12월 11일) 특허기술로 쇼파드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기술인데, 유저가 리셋 버튼을 누르면 디스크를 붙잡고 있었던 팔이 순간적으로 풀리면서 그 마찰로 초침을 리셋하는 기술이다. (그림 참조) 그림에서 보면 디스크를 붙잡고 있는 암과 디스크가 '수직'배치 되어있기 때문에 플라이백을 시도했을 때 들어가는 힘은 이상적으로 0에 가깝게 된다. 하지만 들어가는 힘이 0이라는 사실에 너무 현혹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플라이백을 시도할 때 힘은 0에 가깝지만 이것은 조작감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시계를 조작하면서 느낀 스타트-스톱-리셋, 스타트-리셋 등 조작이 끝나기까지 크로노그라프 버튼의 느낌은 쾌적하다곤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수직으로 (끊어지게)힘을 전달하는 방식이 두 가지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칼럼 휠이라도 브랜드마다 그 쾌적함이 다른 것으로 비추어 볼 때, 피아제의 이 기술은 조금 더 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브먼트 코스메틱은 나쁘지 않다. 전면에 있었던 수려한 모습과는 반대로 내부는 얌전하고, 또 고급스럽다. 피아제 가문의 문장 역시 고급스러움을 배가시킨다. 무브먼트는 앞모습 만큼의 매력이 있다. 한 마디로 조작에서 까먹은 점수를 코스메틱과 기술력으로 만회하고 있다.
▲ 로터에 새겨진 피아제 문장 뒤로 보이는 섬세한 헤어라인 코스메틱이 인상적이다.
100m 방수를 유지하기 위해 용두는 스크류를 사용하고 있다. 왼쪽 상단 버튼을 누르면 듀얼 타임존이 한 시간씩 움직이고, 메인 크라운 위 아래는 크로노그라프 스타트-스톱-리셋을, 메인 용두를 해제한 상태에서 0단 감기는 수동감기를, 1단은 데이트를, 2단은 시간 조작을 지원한다. 다만 무브먼트 조작감에 있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분명 플라이백 기능을 하기 위해 리셋 버튼을 한 번 눌렀을 뿐인데, 버튼의 느낌은 내부에 두 가지 메커니즘이 '따-닥'하고 작동하는 게 느껴진다. 수동감기를 했을 때 소리도 유쾌하지 않다. 로터의 움직임이나 밸런스 휠의 크기 등 시각적인 면은 너무나도 박력있고 마음에 드는데, 감각적으로는 만족할만큼의 성능을 뽑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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